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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51화 (151/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51화

콰직!

염라의 새 육신이 진영을 멋대로 휘젓는 프라가라흐를 맨손으로 붙잡았다.

그렇게나 빠른 프라가라흐를 맨손으로 잡아낸다는 건 현 인간계 최강자인 유신우조차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한 염라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었다.

“……앙그라 마이뉴…….”

콰콰콰콰쾅!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발 투창들이 언데드 군단을 덮쳤다.

베놈 런처로 대응 사격을 하기도 했고, 레이스로 기습적 견제를 하기도 해봤지만, 저쪽의 공격은 여전히 끊어지지 않고 있었다.

상황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놈을 죽여야…… 큭.”

설상가상으로 몸의 컨트롤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육체를 급하게 바꾸느라 문제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이 육체 안에 있는 무언가가 저항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몸이 자꾸만 딱딱하게 굳는 듯한 느낌.

-엄마……. 아빠…….

이제는 환청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육신을 구성하고 있는 어떤 흔적이,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넌 설마…… 그 꼬마?”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밀리아였다.

지옥문 구덩이 제작의 매개로 사용한 어린 소녀.

지금 그의 육신을 구성하고 있는 여자아이의 원형인, 맥스의 딸이었다.

-엄마를, 아빠를 돌려줘. ……지금 당장!

으드득.

손가락이 제멋대로 꺾인다.

마치 자기 자신에게 시위라도 하는 듯, 몸이 스스로를 해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았다.

염라는 안 그래도 전투가 불리하게 흘러가는 와중에 이런 일까지 벌어지니 짜증이 한없이 치솟았다.

그 대단한 저승의 판관이었던 자신이 일개 필멸자 꼬마와 육체의 주도권 싸움을 해야 한다니.

-아빠…… 엄마……!

콰직. 으드득.

-다시 돌려놔! 이 악마!

쾅! 쾅!

팔과 다리가 불가능한 각도로 꺾이고, 등 뒤에 날개처럼 달린 괴수 팔이 스스로를 공격했다.

물론 언데드 마물의 집합체인 이 몸은 그렇게 상처 입는 것 이상으로 회복이 매우 빨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데미지가 없었다.

단순한 물리 공격만으로는 현재 이 육체를 부술 수 없도록 만들어놓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런 하찮은 존재에게 자신이 휘둘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애초에 그런 건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그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그걸 찾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신이라면 누구든, 반드시 지워 없애야만 하는 이 세상 최악의 적이 누구인지는 당연히 마음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앙그라 마이뉴.’

먼 과거에서부터 신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혼란을 가져오고 그 혼란을 현재까지 이어지게 만든 원흉.

그리고 지금 자신을 이렇게나 비참하게 만든 악마.

저 지평선 너머 어딘가에 뻔뻔하게 서 있을, 그 남자에 대한 적개심이 극으로 치달았다.

‘그 개자식……. 그 자식만 아니었어도…….’

염라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몸이 뒤틀리는 고통 따위는 이미 잊은 지 오래.

놈에게 질 수는 없다. 절대로.

그런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래. 그놈에게 죽을 바엔 차라리…… 그렇게 하자.’

그는 조용히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러곤 떨어지는 투창들을 바라보며, 언데드 군단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 * *

반전은 없었다.

한 번 기울어진 전황을 뒤집는 건 사실상 불가능.

어느 한쪽에게 억센 불운이나 행운이 터지지 않는 한, 현실에선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염라와 우리는 처음부터 선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해 맞붙었고.

그 결과 초장에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한 우리에게 스노우볼이 굴러가듯 계속해서 유리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렇게 극적인 상황 변화 없이, 대규모 접전은 우리가 무난한 승리를 거뒀다.

“적의 공세가 멈췄어요. ……소환물이 발산하는 마나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아요.”

유메미가 잠시 눈을 감았다 뜨더니 그렇게 말했다.

“……정말이군. 더 이상 그 시체들이 내뿜는 특유의 악취가 나지 않아.”

그녀의 마나 탐지만큼 고도의 감각 능력을 가진 나 역시 똑같이 그걸 느꼈다.

“이제 남은 건, 염라…… 그 강신술사를 죽이는 것뿐이겠네요.”

“혹시나 놈이 몰래 도망칠 수도 있으니, 지금 바로 모든 병력에게 포위망을 형성해 거리를 좁히라고 하겠습니다.”

검제와 유메미는 이 싸움의 방점을 찍기 위해 병력을 움직였다.

나 역시 그놈이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늘을 기사로 촘촘히 메우며 앞으로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는 염라가 육안으로 훤히 보이는 곳까지 다가갔다.

“저 녀석…… 왜 저렇게 얌전한 거지?”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조용히 바위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물론 이미 패배를 직감한 덕에 단순히 저항을 포기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또 무언가 감추고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여기까지 와서 ‘비밀 병기는 따로 있었다’라고 하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말이다.

“우릴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던 건가?”

“……그럴지도요.”

“뭐가 됐든 우린 우리대로 놈을 죽이면 돼.”

난 그 자리에서 놈을 끝장내기 위해 파동을 형성했다.

괜히 다가가서 대화를 하고 자시고 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놓치는 바보짓을 하지 않기 위해, 이대로 장거리에서부터 화력을 퍼부어 단번에 죽일 것이다.

“내가 먼저 시작한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퍼부어서 끝장내는 거야.”

“알겠어요.”

‘자색파동발산기. 악룡 제1격. 미스텔테인.’

콰아아아!

내 검기를 필두로 사방에서 무수한 공격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광선과 투창과 마력탄이 한 곳을 향해 날아들고.

유메미의 마법과 검제의 검격 역시 그에 뒤따라 염라 한 사람을 향해 발현되었다.

이걸 전부 받아내고 멀쩡하게 살아 있을 수는 없다.

아니,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또다시 하면 그만이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놈을 죽일 수만 있다면 몇 번이든 반복할 자신이 있었다.

울렁.

그런데 그 순간, 염라의 발밑에서 무언가가 솟아나와 그의 몸 전체를 감쌌다.

그러더니 마치 풍선처럼 기이하게 부풀어 올라 예의 거대한 살점 덩어리로 변했다.

악마들을 불러냈던 구덩이와 똑같은 물체를 형성하면서 염라 자신을 그 안에 집어넣은 것이다.

‘뭐지……?’

콰콰콰쾅!

다음 순간, 그것의 표면에 우리가 퍼부은 공격들이 명중하며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켜 실루엣을 가렸다.

“방금…… 뭐죠?”

그러나 그 현상을 목격한 건 나만이 아니었다.

유메미와 검제는 재차 추가타를 넣으려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춘 채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뭔가가 그자를 감쌌던 것 같은데.”

이윽고 흙먼지에 휩싸인 살점 덩어리가 다시금 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방금 전의 공격으로 완전히 걸레짝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중심에 위치하고 있을 염라의 본체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게다가 급속도로 회복하는 성질이 있는 것인지 살점은 금세 원형을 복구하고 있었다.

“어…… 엄청 튼튼하잖아?”

“상관없어. 복구가 완료되기 전에 데미지를 계속 가해서 없애버리면 돼.”

어차피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이다.

한 번에 끝내지 못한다면 여러 번 되풀이하기만 하면 그뿐.

“후우우우.”

난 연속 마나호흡을 사용하며 미스텔테인 검기를 연달아 발출하기 시작했다.

콰우우! 콰우우우!

‘이대로 놈을 죽이면…… 이걸로 끝난다.’

끝이 보인다.

끈질긴 싸움 끝에 저 더러운 신을 죽이고 영혼을 봉인하는 최후가.

……그렇게 생각했다.

고오오오.

한데 어째서인지, 공격을 가하면 가할수록 저 지옥 구덩이에선 더욱 더 큰 마나 파장이 흘러나왔다.

내겐 어딘가 익숙한 듯하면서도.

지극히 심기를 거스르는 불길한 파장이 말이다.

‘이건…….’

난 그 기운이 극에 달해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염라가 저 안에 들어가 있는 이유를.

‘그런 바보짓을 한다고?’

내게 봉인당하는 걸 피하기 위해.

자기 스스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지옥으로 기어 들어간 것이다.

* * *

지금껏 유신우로서 싸운 상대 중 역대 최악의 강적을 만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눈앞에서 희생되는 걸 감수하고서, 마지막까지 몰아붙이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이젠 정말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염라는 지옥으로 도망쳤다.

물론 따지고 보면 온전히 도망쳤다고 말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지옥에 떨어지는 것 역시 신들이 극도로 두려워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에겐 영혼 흡수라는 특수한 능력이 있었기에 거기서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저들에겐 그런 것도 없다.

결국 자신들이 그토록 혐오하는 악마들과 그 황폐한 땅에서 영원히 살아야만 하는 것이다.

악행을 저지른 그놈에게 벌을 내린다는 측면만으로 생각하면.

제 꾀에 넘어가 스스로 지옥에 떨어진 것이니 이보다 적당한 처분이 따로 없을 일이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의문이 떠나질 않았다.

‘이걸로 충분한 건가?’

신에 대한 내 복수가 단지 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지옥에서.

‘놈은 고통 받고 있을 거야’란 상상 속 만족으로 끝날까?

‘아니. 그럴 리가 없지.’

난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염라는 내 앞에서 무릎 꿇어야 한다.

굴복시켜야 한다.

놈의 영혼을 내 손에 넣어야 한다.

덥석.

“……이게 뭐 하는……?”

“널 절대 그냥 보낼 순 없어.”

그래서 난 그 구덩이로 뛰어들어 상반신을 들이밀고 지옥으로 끌려 들어가는 그놈을 손으로 붙잡았다.

자칫하면 나까지 끌려 들어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

“하! ……멍청한 놈! 좋아, 너도 같이 데려가 주마!”

아니나 다를까, 염라는 내 팔을 양 손과 어깨의 두 팔로 붙잡더니 강하게 끌어당겼다.

덕분에 내 몸 전체가 아래로 끌려들어갈 뻔했다.

하지만 난 끝까지 버텼다.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지옥이 아니라…… 내 오른쪽 눈이다!”

업화의 구로 몸에 화염을 내둘렀다.

체내에서 아지다하카의 힘을 끌어내 보랏빛을 만들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에테르 증폭까지 사용했다.

짧은 시간 내에 놈을 잡아 올려 목을 치지 못하면 나마저 죽을 것을 각오한 극한의 승부수였다.

“무, 무슨…… 갑자기 힘이……!”

으득. 으드드득.

좁은 구덩이 안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그건 내 팔에서 나는 소리이기도 했고, 염라의 팔에서 나는 소리이기도 했다.

나와 그, 둘 다 팔이 완전히 으스러질 정도의 강한 힘으로 끌어당긴 것이다.

“끄으으아아아!”

기합을 내지르며 전력을 다해 염라를 구덩이 바깥으로 꺼낸다.

울컥!

그렇게 나와 그 녀석은 정체모를 토사물과 함께 다시 바깥으로 튀어 나오게 되었다.

“이런…… 미친!”

‘자색파동발산기.’

‘악룡 제4격, 티르빙.’

놈이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며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는 찰나, 난 침착하게 그 녀석을 향해 파동기를 사용했다.

뿌드득.

방금 뼈가 다 으스러진 팔로 검을 휘두르자니,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박살 나버린 팔을 마력으로 억지스럽게 움직였다.

“후우우…… 컥!”

고통에 호흡이 흐트러진다.

뼈가 부러지는 순간보다, 부러진 상태에서 강제로 움직이는 게 훨씬 더 아팠다.

덕분에 마나호흡은 엉망이 되었고, 생성되던 마나는 폭주하며 내 몸 전체를 마비시켰다.

쉬이익!

그럼에도 나는 움직인다.

뼈가 고통에 울부짖고 근육이 딱딱하게 굳는 와중에도, 끝까지 파동기를 완성시킨다.

츄카칵!

“이런……!”

거대한 발톱 자국이 염라의 몸을 베고 지나갔다.

그 녀석의 팔과 배, 다리에 깊은 자상이 생기며 피를 뿜었다.

“그래! 여기서 같이 죽자!”

염라는 피를 흘리면서도 나에게 돌진했다.

주먹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마치 나를 끌어안고 자폭이라도 하려는 듯 가까이 다가왔다.

바짝 붙어 뒤엉킨 채로 아군 오사라도 유도하려는 모양이었다.

“크…….”

난 그런 그 녀석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거기엔 어떠한 기술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난 그저 휘두르는 것만으로 기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몸 상태가 최악이었다.

절대로 성공할 리가 없는, 마지막 발악과도 같은 내 최후의 몸부림.

“그런 단순한…… 아…… 썅!”

푸확.

그걸로 염라는 목과 몸통이 분리된 채 바닥을 나뒹굴어야만 했다.

파동기로도 베어내지 못한 그 단단한 몸뚱이가.

어째서인지 마지막 순간엔 너무나도 손쉽게 두부 자르듯 갈라졌다.

여전히 팔팔하던 그놈이 피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은 채로 말이다.

난 그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었다.

“고마워요……. 아저씨…….”

맥스의 딸.

이름도 모르는 그 작은 아이가 몸을 던져 나를 도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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