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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50화 (150/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50화

여자아이의 육체를 갖게 된 염라는 더 이상 감정에 휩쓸려 나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전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얻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고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언데드 군단은 빠르게 후퇴하며, 이 영지의 공간을 제한하는 보이지 않는 벽을 등진 채 단단한 방진을 구축했고.

동시에 그 안에서 자신의 마력을 동원해 병력을 재생산하기 시작했다.

에테르의 흐름을 보아하니 지금 이 영지 안에 떠도는 망령들을 모조리 끌어모아 유령 병사로 만드는 것 같았다.

“이대로 몰아쳐서 끝장내야 해! 놈을 놓치지 마!”

난 그 녀석이 더 이상 규모가 커지기 전에 빠르게 제거할 생각으로 내 휘하의 기사들에게 추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신형 마나건으로 무장한 정예 기사들이 하늘을 날아 빠르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신우 씨! 안 됩니다! 저기에 휘말리면!”

그런데 검제는 나와 내 병사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소리야? 저걸 가만히 놔두면 저 녀석에게 시간을 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그래도 좀 더 신중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저길 보십시오!”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 좀비들이 일렬로 서서 방벽을 만든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누더기를 뒤집어 쓴 해골 형태의 마법사형 언데드, 리치가 손가락에서 검은 번개를 내뿜고 있었다.

콰릉! 콰르릉!

하늘을 날아 돌진하던 기사들은 그 번개 마법을 방어하느라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리치들의 뒤로는 그보다 더 강한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촤아아아악!

알 수 없는 성분의 녹색 액체가 분수처럼 하늘로 뿜어져 나왔다.

단순히 액체를 분사한다는 것으로는 믿기 힘들 정도로 높은 곳까지 닿는 엄청난 양의 액체.

“크읏!”

하늘로 날아가던 기사들 몇몇의 신체 일부에 그 액체가 닿았다.

그러자 곧바로 그들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갑옷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지금 기사들은 하늘에 떠 있는 채로 리치의 번개를 막아내느라, 맞추기 쉬운 대공 포격의 표적이 된 상태다.

이번은 그저 갑옷이 녹아내리는 걸로 끝났지만, 다음 공격부터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모두 뒤로 빠져! 지상으로 내려와 엄폐물에 숨어 후퇴해라!”

난 그 광경을 보자마자 검제의 말이 옳다는 걸 알아채고, 대참사를 막기 위해 곧장 기사들에게 퇴각 명령을 내렸다.

“대체…… 저건……?”

그러곤 시력을 강화해 저 멀리 있는 액체 분사의 진원지를 확인했다.

그건 좀비들이 이리저리 뒤엉켜 지상에 고정시킨 채 토사물을 뱉어내는, 끔찍한 형상의 구조물이었다.

말하자면 언데드 병사로 만들어낸 거치식 대포인 셈이다.

“아시겠습니까? 우리도 병력을 재편해서 저자와 맞서야 합니다. 저 녀석이 뒤로 빠진 건, 우리를 자신이 원하는 함정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던 겁니다.”

검제는 나에게 자신의 의견대로 따라와 줄 것을 호소했다.

확실히 적의 대응을 보니 이대로 돌파하는 건 너무 무모한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 파동기와 신형 마나건만 믿고 병력을 들이밀기엔, 상대가 생각보다 훨씬 단단한 진영을 구축하고 있음을 방금 전의 공격으로 여실히 느낀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억지로 달려들어 이겨봤자, 그건 결국 피로스의 승리일 뿐.

나에겐 염라 하나를 잡는 게 다가 아니다.

아직도 죽여야 할 수많은 신들, 그리고 아후라 마즈다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다.

그러니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검제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지금은 옳은 일이었다.

“그래, 그럼…… 네 말대로 하자.”

“잘 생각하셨습니다.”

여기선 적을 앞에 둔 채 뒤로 물러선다.

피해를 최소화한, 확실한 승리를 위해.

* * *

“시간은 오히려 우리 편입니다. 지금 저 녀석이 병력을 재생산하는 것도 결국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지를 떠도는 망령의 수도 한계가 있고, 계속해서 숫자가 줄어들다 보면 결국 언젠가 승기는 우리 쪽으로 넘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확실히 그녀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염라는 적패지를 잃은 탓에 외부에 존재하는 추종자들과 낙인에 의한 연결이 끊어졌다.

게다가 그 자체가 지옥의 문을 여는 일종의 열쇠 역할을 하는 물건이었으니, 이젠 악마를 추가적으로 불러내는 것도 불가능.

지금 그 통로로 만든 육체 그 자체인 여자아이가 망령만으로 군단을 꾸리는 것만 봐도 그걸 알 수 있다.

결국 지금 염라는 이곳 영지 안에 고립되어 외부와의 접점이 끊어진 채 최후의 항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그럼 우선 적의 규모와 병종, 공방의 수준을 알아야하겠군.”

이렇게 집단 대 집단으로 맞서기로 생각한 이상, 여기서부터는 모든 행동을 전술적 판단 하에 해야 한다.

전술의 기본은 당연히 정보.

상대에 관한 것들을 알아내고, 아군에 대해 아는 것을 활용하면, 유효한 전술을 짜낼 수 있다.

“그건 제가 말해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내 말에 유메미가 반응했다.

“지금 저기 소환되어 있는 적 병사들은 모두 강신술로 소환할 수 있는 소환물들이에요.”

“그 초록색 액체를 뿜던 괴물체도?”

“네. 그건 베놈 런처(Venom Launcher)라는 건데, 플레시(Flesh) 계열 언데드 소환물들의 결합물이에요. 지상에 고정된 채로 고강도의 독액을 원거리에서 분사하는, 말하자면 일종의 고정 포대예요.”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마법 지식을 사용해 염라의 소환물에 대해 설명했다.

“그걸 방어력이 높은 기본형 근접 병력인 좀비들로 둘러싸고, 그 뒤로 리치를 배치해서 사격 방진을 구성했어요. 베놈 런처가 안정적으로 포격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거죠.”

“그 망령들을 불러들이는 건 뭐였지?”

“그건 레이스(Wraith). 하늘을 날아다니고 속도도 빨라서 기동성이 매우 뛰어난데, 심지어 맨눈으로는 볼 수도 없는 존재들이에요. 물론 악령인 터라 다른 언데드보다 신성 속성에 훨씬 취약하지만……. 반대로 그 외의 다른 속성 공격에 저항력이 높고 물리 공격은 아예 면역이에요.”

“그럼 그 녀석들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우리를 견제하는, 일종의 척후병 겸 기병 역할을 맡겠군.”

“그런 셈이죠.”

유메미의 말을 듣고 나자, 난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사격 방진에 고정 포대, 거기에 기동 척후 부대라……. 생각보다 엄청나잖아? 강신술이라는 거.”

“강신술은 단순히 좀비와 해골들을 일으켜 세워서 밀어붙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그런 단순한 마법이었으면 강신술은 다른 소환 계열 마법들에 밀려서 한참 전에 사라졌겠죠.”

그녀의 말대로, 강신술은 생각보다 체계가 상당히 견고한 마법이었다.

만약 단순히 약해빠진 대군을 머릿수로만 밀어붙이는 게 다였다면, 한 번 공격으로 여럿을 휩쓸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다른 소환수에 밀렸을 것이다.

하지만 저기엔 그런 정면 힘 싸움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까다로운 요소가 끼어들어 있다.

지금 육체가 뒤바뀐 염라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 요소들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걸 감안하더라도…… 지금 저기 있는 강신술의 구사자는 기준을 과하게 초과하긴 했지만요.”

“그렇겠지……. 저 녀석은 신화급 각성자니까.”

“신화급 각성자라는 것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어요. 저 여자아이가 언데드들의 지배자가 된 후로 망자 군단은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가 됐어요.”

“더 강해졌다고?”

“네. 소환물 하나하나의 역량이 엄청나게 업그레이드된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저 정도의 강신술을 구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도저히 들질 않아요.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상황이라 해도.”

모든 마법의 통달자라는 유메미가 저렇게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지금의 염라는 초월적인 힘으로 우리에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아까도 봤듯이, 강신술사 본신의 전투력도 결코 낮지 않습니다.”

그 절망적인 상황 이야기에 검제도 거들었다.

그녀의 말에 아까 전 주먹 한 방으로 우리 셋을 한꺼번에 날려버린 공격이 떠올랐다.

‘만약 거기서 외부 요인 없이 우리끼리 3 대 1로 싸웠다면…….’

개별 전투를 치르는 상상을 해 보지만 이길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리가 가진 일신의 무력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는 상대.

결국 염라를 잡아내려면, 다수 병사들의 화력 집중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러니까 답은 하나뿐이겠군. 언데드 군단을 최소한의 피해로 섬멸하고 온존한 화력을 집중해 중심에 위치한 염라를 죽이는 것.”

“그렇습니다.”

“그러려면 저 거대한 방진을 단번에 뚫고 나가는 것보다는 바깥에서부터 한 겹씩 제거해 나가는 게 맞겠지. 마치 껍질을 벗겨내듯이 말이야.”

“껍질을 벗겨내듯이. 맞아요.”

껍질 벗기기 작전.

이 추상적인 개념을 기반으로, 우리는 세부 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 * *

“인챈트 완료!”

아리사카 클랜 소속의 마법사들이 벨그레이브 클랜의 전사들에게 무기 인챈트를 걸었다.

적 타격 시 폭발이 발생하는, 일회성 공격 버프인 익스플로딩 웨폰.

그 주문이 모든 전사들의 투창에 씌워진 것이다.

“던져!”

이윽고 검제의 신호에 따라 전사들은 일제히 투창을 내던졌다.

그녀 역시 최강의 장거리 공격 수단인 프라가라흐를 함께 날려 보냈다.

콰아아아!

하늘을 까맣게 뒤덮을 정도로 많은 숫자의 투창들이 격렬한 파공음을 내며 저 멀리 날아간다.

목표는 지평선 너머의 망자 군단.

이건 적이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투창에 익스플로딩 웨펀 마법을 걸어 장거리 곡사포처럼 운용하는 전술이었다.

쿵. 쿠궁. 쿵.

이윽고 멀리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폭음이 들려왔다.

투창들이 착탄 지점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소리다.

먼 거리를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서 얼마나 많은 숫자가 명중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촘촘하게 구성된 투창 화망과 스스로 움직이며 적진을 휘저을 프라가라흐에 의해 염라 쪽의 피해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산개해! 대응 포격이 온다!”

우리는 거기서 머물지 않고 병력을 흩어지게 해 상대방의 대응 포격을 회피했다.

촤아아악! 치이익!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곧장 베놈 런처의 독액이 쏟아진다.

엄청난 양의 부식성 액체가 지면 곳곳에 닿자마자 흙과 돌들을 녹여 거대한 웅덩이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상병력은 미리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진 덕에 그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2차 사격 지점으로 이동!”

그리고 미리 정해두었던 위치로 이동해 다시 자리를 잡은 후 투창 포격을 개시한다.

쏘고 도망치고, 쏘고 도망치기를 반복하는 힛 앤 런.

이동 사격을 통해 상대 응사를 무력화하면서 우리는 적에게 유효타를 먹이는 것이다.

물론 이 단순한 반복 패턴만으로 일방적인 승리를 가져올 수는 없다.

“망령들이 온다.”

염라가 산개하는 우리 측 지상 병력을 각개격파하기 위해 레이스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레이스는 빠른 속도로 비행하면서 처치가 까다롭기까지 한 기동부대라, 잘못 상대하면 검제의 보병대가 크게 당할 수도 있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똑같이 비행 능력이 있는 내 기사들이 맞대응해야 한다.

“우리 차례다. 가자!”

“네!”

아델을 필두로 한 기사들이 날개를 펼친 내 뒤를 따라 비행술을 사용해 쫓아왔다.

뿐만 아니라 레이스를 상대하는 데 효과적인 신성 속성의 신, 아테나와 누아다도 거기에 함께였다.

“아테나, 아이기스를 펼쳐라.”

아테나는 내 명령을 듣고 공중에서 왼손에 쥔 둥근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를 중심으로 전방에 거대한 장막이 펼쳐졌다.

신성 속성을 머금고 있는 장막은, 그 빛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레이스들의 모습을 드러내게 했다.

덕분에 모든 기사들이 망령들의 실체를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공격!”

곧장 기사들이 들고 있던 마나건들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피피핑! 피잉!

빠른 속도로 뻗어 나가는 광선에, 그 날렵한 레이스들도 속절없이 분해되어 소멸된다.

일부가 힘겹게 그 광선의 탄막을 뚫고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뒤에서 기다리는 건 누아다와 나의 신성 속성 공격뿐.

‘엑스칼리버.’

쉬이익! 쉬이익!

파동은 담겨 있지 않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넓은 영역을 빠르게 베어내는 신성 참격이 대다수의 레이스들을 반으로 갈랐고.

콰우우!

누아다의 대검, 클리브 솔리쉬에서 뿜어 나오는 하얀 검풍이 거기서 살아남은 나머지를 분쇄했다.

그렇게, 아군을 견제하러 다가온 레이스들은 공중에서 나와 내 휘하의 병력들에 의해 거의 대부분이 요격당하고 말았다.

“적의 공세가 움츠러든다! 퇴각하는 것들은 내버려 두고, 잔존한 레이스들을 우선 처리해!”

적 기동대와의 첫 접촉은 우리의 완벽한 승리로 종결.

이렇게 되면 아군은 걱정 없이 마음껏 투창 포격을 이어갈 수 있다.

적은 고정 포대를 가진 데 비해, 우리는 이동 포대이므로 포격전에서도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이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우리가 승리하는 건 시간문제.

‘최대한 안전하게 이겨주마. 절대 네 의도대로 따라가 주진 않을 거다, 염라.’

여기서 성급하게 돌격할 필요는 없다.

원거리에서 조금씩 상대의 출혈을 강요하며 껍질을 깎아내다가, 마지막에 남은 염라를 죽이기만 하면 된다.

피해 없이 최대한 안전하게 승리를 쟁취해 내는 것.

그것이 ‘껍질 벗기기 작전’의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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