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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47화 (147/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47화

로마노프 클랜은 클랜장인 본인을 포함해 영지에 소속된 클랜원 전체가 알포드 성으로 넘어와 우리 클랜원이 되었다.

혹여나 염왕이나 성황 등 다른 클랜에서 그들에게 해코지를 하기 전에 미리 모든 인원을 이사시킨 것이다.

그동안 영토를 엄청나게 확장해왔던 터라 소규모 영지 하나만을 소유하고 있는 클랜원들을 수용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장비 제작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중요한 물건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엄청나게 발전한 내 영지에 다 상위호환 격으로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옮길 필요도 없었다.

덕분에 로마노프 클랜원들은 오히려 전보다 나아진 환경에 매우 만족하며 정착했고, 난 그들에게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상의 대우를 해줬다.

그 후로 사흘이 지났다.

“스으으읍. 후우우우.”

천천히,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체내의 용혈로부터 마나를 생성한다.

그와 함께 양손 끝에서 생성한 마나를 방출.

마나 호흡을 사용하는 동시에 몸 안의 마나를 유출시켜 생성과 소모의 교착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난 지난 사흘 동안 이걸 계속해서 반복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지난 전투들에서 새롭게 바뀐 파동기를 사용하는 데에 큰 제약을 느꼈기 때문.

특히나 아후라 마즈다, 염라 때와 같이 강적을 상대로 사투를 벌일 때 기술을 끊이지 않고 구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여기서 동작을 취하면…….’

난 그 상태에서 티르빙을 꺼내 들었다.

그러곤 마력 소모와 생성의 교착상태를 유지하며 제자리에서 검을 휘둘렀다.

휙. 휘익. 휙.

처음에는 느리고 부드럽게.

거기서 점진적으로 템포를 올려 속도를 높여간다.

쉬쉬쉬쉭.

칼날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더 빠르고 날카로워졌다.

그러자 손끝에서 방출되던 마력이 참격에 덧씌워져 검기 형상으로 발현되기 시작했다.

주변 공터의 풀과 나무들이 거기에 베여 나갔다.

파스슷.

마검 티르빙의 암흑 에너지가 잘려나간 생물들의 단면을 오염시켜 급속도로 부패시켰다.

덕분에 내 주변은 점점 더 황폐한 영역으로 변했다.

‘더 빠르게.’

난 아랑곳없이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속도를 더욱 높여, 손에 더 강한 힘을 담아.

지면을 강하게 박차고, 차오르는 힘은 발끝에서 허벅지를 지나 허리에 도달해 회전력을 더했다.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력이 팔과 손목으로 전달되어 전신을 채찍처럼 휘감았고.

마침내 내 오른손에 쥐어진 칼날까지 이어져 맹렬한 일검에 이른다.

투콱!

흑색의 검기가 눈앞의 드넓은 구역에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나무 수백 그루를 한꺼번에 갈라버렸다.

이건 티르빙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발동기술인 고속 참격이었다.

‘와라, 아지다하카.’

콰우우.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지다하카의 힘을 불러내 가슴에 보랏빛을 형성했다.

그러곤 자색파동을 축적했다.

체내에 잔류한 마나 전부가 파동으로 변환.

동시에 지속적으로 수행 중인 마나 호흡으로 순식간에 마력이 차올랐다.

‘자색파동발산기, 악룡 제4격 티르…….’

그대로 내 최강의 공격기 중 하나를 연달아 내지르려던 찰나.

“클랜 마스터님!”

기사 하나가 뒤에서 나를 불렀다.

난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곧바로 검을 거두고 축적했던 파동을 흩뜨렸다.

만에 하나 날뛰는 힘이 흘러나와 가까이 다가온 그를 해치는 걸 피하기 위함이었다.

“뭐지?”

“완성했다고 합니다!”

“완성? 뭘?”

“그 엘프 지팡이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답니다!”

* * *

설마 정말로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해내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아발론 최고의 대장장이 신을 수호령으로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기술력을 이렇게나 빨리 모방해 내다니.

“이건…… 마나건인가?”

“그래.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로 옮겨 봤어. 사격 용도로는 지팡이 모양보다 총 모양이 구조적으로 훨씬 더 안정적이기도 하고 말이야.”

로마노프가 모방해서 만든 황금 지팡이는 총신이 굉장히 긴 저격소총 형태를 하고 있었다.

확실히 단순히 길쭉한 막대를 창처럼 쥐고 쏘는 것보다는 총기 형태로 만드는 게 훨씬 더 명중률이 높을 것이다.

이건 엘프는 가지지 못한, 인류의 전쟁 역사가 쌓아 온 지식의 산물이었다.

“한번 쏴봐도 될까?”

“그럼. 과녁은 저쪽에 있다네.”

난 그 총기를 들고서 ‘과녁’이 위치한 곳으로 갔다.

로마노프의 공방 옆에는 꽤나 그럴듯한 야외 사격장이 갖춰져 있었다.

“과녁은 저기. 저 판에다 대고 쏘면 돼.”

그가 저 멀리 비치되어 있는 검푸른 판 덩어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판은 뭐야?”

“레비아탄의 갑각.”

“……아.”

어차피 지구 물질인 철판이나 콘크리트 같은 건 하급 각성자의 기본적인 마법으로도 손쉽게 뚫린다.

그러니 무기의 위력 시험 대상으로 마물의 부속물을 가져다 쓰는 것이다.

철컥.

난 그 자리에서 신형 마나건의 노리쇠를 당겨 마력 공급을 활성화시켰다.

겉으로 보이는 사용법은 일반적인 마나건과 거의 동일.

이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된다.

피잉!

예리한 소리와 함께 푸른 광선이 총구에서 뿜어져 나갔다.

과녁이 된 레비아탄의 갑각은 그대로 관통되었고.

광선은 그 뒤에 펼쳐져 있는 공성 배리어에 닿아서야 사라졌다.

‘레비아탄의 갑각을 뚫는 위력…….’

확실히 엘프들이 쓰던 것 그대로의 위력이었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마물인 레비아탄의 외피를 뚫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한 발.

이건 순수한 마나건의 위력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고, 총기가 주 무기인 역사급 수호령의 각성자 중에서도 정말 실력이 뛰어난 자가 권능을 써야만 가능한 일이다.

난 총기를 다루는 능력이 전혀 없으니, 내 손에 쥐어진 총이 레비아탄의 갑각을 뚫었다는 건 순수한 총기의 위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어떤가? 죽이지 않나?”

로마노프가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

그의 태도에서 제작자로서의 뿌듯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실, 이것도 완벽한 건 아니야. 아직 나도 원리를 완전히 이해한 건 아니라서, 복제한 핵심 구동부에 외장을 총기 형태로 바꾼 것일 뿐이거든.”

“그래서 총신이 이렇게 길어질 수밖에 없었던 건가?”

“맞아. 마음 같아서는 총열을 단축시키고 연사도 가능하게 만들고 싶긴 한데, 아무리 연구를 해봐도 지금 그 길쭉한 모양에서 벗어나는 형태로는 만들 수가 없겠더라고.”

난 내 손에 쥐어진 소총을 다시 한번 내려다봤다.

새까만 금속제 구동부에 이런저런 작동장치를 붙인 형태의 저격소총.

그건 대물 저격총을 방불케 하는 크기의 거대한 마나건이었다.

아무래도 그 기다란 지팡이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색깔이 검은색이네? 굳이 황금색일 필요는 없었던 건가?”

“필요가 없다기보단…… 나도 모르겠어, 이 재질의 정체가 뭔지. 적어도 지금 지구상에서는 구할 수 없는 금속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거기엔 그냥 평범한 마물 혼합금속을 썼어.”

“흠…….”

“뭐, 어차피 무기가 눈에 띄는 황금색인 것보다는 검은색인 게 낫잖은가? 은·엄폐에도 유리하고.”

“그건 그렇지.”

로마노프의 말은 사실이다.

굳이 성능으로만 따지면 무기가 눈에 띄는 황금색인 것보다는 검은색인 게 훨씬 낫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온몸을 번쩍거리는 금빛으로 치장하고 다니는 엘프들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장비를 사용하는 셈이다.

‘그런 엘프들의 비효율성이 필요하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로마노프가 그 부분까지 따라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 내가 그에게 엘프 무기를 복제해 달라고 한 데는, 단순히 그들의 고성능 무기를 우리가 활용하기 위함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뭐, 일단 그건 나중 얘기니까. ……정 안 되면 아예 금박으로 칠해 버려도 되고.’

어쨌든 지금은 이 성능을 구현했다는 데에 의의를 둬야 할 것 같다.

“좋아. 그럼 우선 이 마나건을 최대한 많이 양산해 줘.”

“알았어.”

지금의 목표는 염라를 처치하는 것.

빠른 시일 내에 그걸 성공하려면, 더 미래의 목표는 조금 미뤄놓을 수밖에 없다.

* * *

쏴아아아.

찬바람이 언덕을 뒤덮는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기 시작하는 3월이 되었지만, 밤은 여전히 춥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기후가 온난한 미국 남부지방인데도 말이다.

“저 안에 있다는 거지?”

“방금 제 정찰병이 확인하고 왔습니다.”

검제가 대답했다.

내가 물음을 던지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저 아래로 보이는 저지대의 포탈.

그건 벨그레이브 클랜 소속의 영지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지금은 염라가 내부를 장악한 상태지만 말이다.

우리는 그 앞에 각자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전력을 데리고 대기하고 있었다.

규모는 3개 클랜에서 동원되어 온 7천 명 규모의 대부대.

이 정도 전력이라면, 염라가 제아무리 강신술로 대규모 군대를 부린다고 한들 머릿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력만으로도 찍어 누를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나 내 쪽에는 이번에 양산된 신형 마나건으로 무장한 병사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가만히 놔두면 염라가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죽일 거예요. 지금 당장 공격을 시작해야 해요.”

유메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대로 염라는 한 번 영지에 침투하면 그 안에 있는 모든 살아 있는 사람들을 몰살시킨다고 했다.

특히나 바깥에 있는 버려진 사람들에 비해 영지 안에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지낸 터라 자발적 추종자로 만드는 것도 어렵다.

그러니 아예 모조리 죽여서 그 자리에서 언데드 병사로 만들거나 후환을 제거하는 것일 터.

그리고 그 과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안 돼.”

난 그걸 알면서도 유메미의 의견에 반대했다.

“왜죠?”

“놈이 우리 병력의 규모를 보면 곧바로 도망칠 수도 있어. 그 이전에 놈의 도주로를 차단해야 해.”

“……그 적패지인가 하는 걸 없애서요?”

“그래.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몰래 침투해서 그것부터 찾아 불태워야지.”

염라가 낙인을 찍은 추종자들의 명단이 적힌 적패지(赤牌旨).

그걸 제거하지 않으면 지난번처럼 또 텔레포테이션으로 도망치고 말 것이다.

그럼 그때부터 다시 또 추적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거라면 우리가 속공을 가해서 공격과 함께 제거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속공이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 있나? 그 혼란한 상황에서 놈이 숨겨놨을 적패지를 한 번 만에 찾아내는 게 가능할까?”

“그건…….”

“만약 실패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할 수 있어. 게다가 네 말대로 하면 실패할 확률 자체가 더 높기도 하고.”

유메미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것도 결국은 사람의 목숨을 놓고 주판을 튕기는 거나 마찬가지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대로 한다면 모든 사람을 구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더 많은 사람이 죽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

반면 내 생각대로 몰래 침투한다면 그 시간 동안 저 영지 안에 있는 사람들은 죽겠지만, 그래도 좀 더 확실하게 염라를 이곳에서 처치할 수 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작전.

이 선택이 더더욱 어려운 건, ‘모두를 구한다’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놈에게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고 싶다는 마음은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만화 속 주인공 같은 사람들이었다면 그 낮은 확률을 선택해서 성공시킬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건 현실이야.”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뿐.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계산을 한다는 게 비정해 보인다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안전한 선택을 해야 한다.

사람 목숨을 가지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같은 확률 놀음을 하는 거야말로 진짜 비정한 짓이기 때문이다.

“나 하나 위험에 빠지는 거면 도박 수를 걸어볼 수 있지만, 이건 그런 게 아니잖아.”

“…….”

검제도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걱정하지 마. 최대한 빨리 끝낼 테니까.”

“……그럼.”

유메미는 잠시 머뭇거리다, 메고 있는 크로스백에서 작은 종이 뭉치 하나를 내게 건넸다.

그건 마법 스크롤이었다.

“이거 가져가세요. 안에서 찢으면 저한테 신호가 올 거예요. 그럼 곧바로 공격 시작할게요.”

“그래. 그럼 안에서 보도록 하지.”

“조심해요.”

나는 유메미와 검제를 한 번씩 번갈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뱀파이어 종족인 ‘매튜’의 모습으로 외형을 변경하고서 홀로 포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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