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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46화 (146/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46화

엘프들의 무기와 갑옷을 탈취했다.

갑옷 한 벌과 지팡이 세 자루.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그다지 많은 양을 얻지는 못했다.

사실 애초에 아테나의 손이 많았다 하더라도 그 이상으로 훔쳐오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너무 많은 양의 군수품이 사라지면, 엘프들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나도 상당히 곤란해질 수 있다.

이 일은 단순히 몇몇 엘프들의 부주의와 한 오크의 난동으로 인한 해프닝으로 끝나야만 했다.

아무튼 나는 그 장비들을 가지고 옛 러시아 영토에 위치한 어느 작은 영지를 찾아갔다.

“로마노프를 만나러 왔다.”

그곳은 다름 아닌 그 유명한 러시아 무기 제작 회사, ‘로마노프’ 사의 이름을 있는 그대로 가진 남자의 영지였다.

“미팅 예약 하셨나요?”

나를 맞이하러 나온 클랜원이 내게 그렇게 물었다.

이곳은 아직도 예전의 기업처럼 운영되는 모양이었다.

“예약은 안 했는데.”

“그럼 오늘은 좀 힘드실 것 같은데요. 제작 스케줄이 워낙 빠듯하게 차 있어서요.”

현재 그 어떠한 빅 클랜에도 소속되지 않은 군소 클랜.

여긴 완전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돌아가는 집단이었다.

세상엔 이렇게 영지 하나 정도의 작은 세력을 유지하며 명맥을 이어가는 군소 클랜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빅클랜들의 영입 1순위로 꼽힐 만한 이곳이 통합 당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나, 이곳 클랜장의 걸출한 능력 덕분일 것이다.

‘무기를 만들어주고 대가로 돈과 보호를 받는다……. 그렇게 균형을 유지 중인가 보군.’

그런 탓에 ‘로마노프’라 불리는 그 남자는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제작 작업이 밀려 있을 정도로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 내야만 했을 터.

“지금 당장 그 스케줄 다 정리하고 날 만나러 오라고 해.”

“……하아.”

내 말을 들은 클랜원이 눈을 지그시 감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또 시작이네’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죄송하지만, 어디 소속이시죠? 이제 와서 이런 깽판을 치는 걸로 보니 별로 알려진 곳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고는 곧장 거만한 태도로 나를 내리깔아 보며 말했다.

“여기서 그런 식으로 행동하다간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랄 겁니다. 저희는 검제, 염왕, 성황, 마존에게 보호받고 있거든요.”

“알고 있어.”

“알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일단 행동거지부터 공손하게 하시는 게 어떨까요? 이렇게 다짜고짜 들이닥쳐서 사람 시간이나 뺏지 마시고. 그리고 저희 클랜장님을 만나고 싶으시면 미팅 예약부터 하세요. 어차피 그쪽 같은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은 만나지도 못하겠지만.”

아후라 마즈다가 여기 사람들에게까지는 내 얘기를 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이런 중립을 표방하는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리는 없을 테니 그럴 만도 했다.

“이걸 보면 마음이 달라질 거다.”

“네?”

난 그렇게 돌아서려는 클랜원에게 인벤토리에서 황금 지팡이를 꺼내 보여줬다.

도대체 그게 뭔가 싶어서 갸우뚱하는 그 앞에서, 지팡이를 하늘로 겨눈 채, 엄지손가락으로 방아쇠 역할을 하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그 지팡이 전체를 휘감는 접합부 연결선에서 푸른빛이 발산되는가 싶더니.

피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두꺼운 광선이 발사되었다.

그것은 청명한 하늘을 가로질러 구름에 커다란 구멍을 내며 흩뜨려버렸다.

“어…….”

그 광경을 본 클랜원은 내 손에 쥐어진 지팡이와 하늘의 구름을 번갈아 쳐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누구라도 그런 반응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 남자는 평범한 사람도 아닌, 나름대로 무기 제작에 일가견이 있을 ‘로마노프’ 클랜의 클랜원.

“자, 잠시만요.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그는 곧장 태도를 바꿔 본성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방금 그 빛이…… 정말 이 지팡이에서 나왔다는 건가?”

로마노프.

그는 긴 머리카락을 질끈 묶어 올린 말총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전형적인 마초 대장장이였다.

{수호령: 고브뉴(신화)}

아발론 신계의 대장장이 신, 고브뉴의 수호령을 지니고 있는 남자.

어쩌면 인간계에선 거의 유일무이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제작’에 있어서는 정점을 찍은 자일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무수히 많은 마법이 걸린 무기들을 만들었을 그가.

지금 자신의 손에 들어온 엘프 지팡이를 이리저리 훑어보며 신기하다는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자네가 마법을 쏘아 보낸 게 아니고?”

“내 힘이 아니야. 원한다면 당신이 직접 써봐도 좋아. 그 버튼을 누르면 발사되니까.”

“……아니, 아니야. 그럴 필요는 없어.”

그의 눈동자에서 빛이 나는가 싶더니, 지팡이 전체에 마력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저건 아마도 고브뉴의 권능 중 하나인, 무구의 기능을 읽어내는 능력일 것이다.

황금 지팡이에 깃들어 있는 기능과 원리를 읽어내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그것의 가치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냥 너무 믿기지 않아서 해 본 말일 뿐이야.”

“그래, 나도 그 맘 이해하지.”

그리고 고브뉴는 그 권능을 통해 자신이 만진 물건의 제작법을 알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 저 자의 손에 지팡이를 쥐어준 건 바로 그 권능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한테 이걸 보여주는 이유가 뭐지?”

“뭐긴 뭐겠어? 당신도 내심 기대하고 있잖아. 내가 그 말을 하기를.”

“……이 물건을…… 복제해 달라고?”

“그래.”

엘프 무기의 복제.

그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그대로 인간의 지식으로 재해석해 새롭게 생산한다.

물론 쌓아온 문명의 격차를 그대로 따라잡는다는 건 매우 힘들겠지만, 대장장이 신의 능력을 이용한다면 어느 정도는 재현이 가능할 것이다.

난 그렇게 만들어진 무기와 갑옷으로 내 병사들을 무장시킬 작정이었다.

“으음, 하지만…….”

그런데 로마노프는 내 제안에 시원찮은 반응을 보였다.

“지금 난 다른 클랜들의 물건들도 만들어줘야 하는 입장이라, 이런 복잡하고 생소한 물건을 처음부터 연구하고 생산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텐데. ……괜찮겠나?”

“얼마나 오래 걸리는데?”

“아무리 빨라도…… 두세 달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가 내 표정을 살피면서 그렇게 말했다.

내가 이렇게 예고도 없이 급하게 들이닥친 이유가 시간이 부족해서란 걸 그 역시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안 돼. 너무 늦어.”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렇게 긴 시간동안 염라가, 아후라 마즈다가 우릴 기다려 줄 리가 없다.

난 지금 당장 사용할 전력을 확보하러 온 것이므로, 로마노프가 한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럼 어느 정도의 시간 내에 끝내기를 바라는 거지?”

“최대 일주일. 아니, 닷새 안에는 양산까지 끝내줘야겠어.”

“뭐?”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봐, 그건 불가능해. 지금 우리 클랜의 모든 여유 역량을 다 쏟아부어도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끝낼 수는 없다고.”

“여유 역량? 그러면 여유롭지 않은 역량도 있다는 말이네.”

“그거야 다른 클랜의 주문을…….”

로마노프 클랜은 다른 의미로 매일 전쟁 같은 일정을 보내는 클랜이었다.

타 클랜들이 일선에 나가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면, 이쪽은 영지 안에서 365일 쏟아지는 제작 주문을 소화해내느라 정신이 없는 것이다.

“지금 당장 다른 클랜의 주문을 모두 취소하고, 모든 역량을 이 무기에 집중해. 그럼 되잖아?”

난 그런 그들에게 지극히 비현실적이기 짝이 없는 제안을 내밀었다.

그동안 여러 빅클랜들에 병합되지 않고 굳센 심지로 중립을 관철한 대장장이들.

이 사람들을 완전히 나에게 복속시키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군.”

아니나 다를까, 로마노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이건 그야말로 지금껏 자신들이 쌓아온 것을 무시하는 거나 다름없는 처사였다.

“그런 거라면 우린 당신과 거래하지 않겠어. 그렇게 막무가내로 우리 사정을 무시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

하지만 내 입장에서 이건 언젠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

세계 최강이 되려면 나뿐만이 아니라 알포드 클랜 역시 최고 수준으로 강해져야 한다.

단순히 강한 세력을 가지는 걸 넘어서서, 앞으로 몇 달 후에 진행될 ‘그 업데이트’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사 개개인의 전투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고.

그 첫 번째 조건은 당연히 강력한 장비의 양산일 것이다.

그래서 난 어떻게든 그를 회유하려고 했다.

“이 지팡이, 분해해 보고 싶지 않나?”

제작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신문물에 관한 연구 욕구.

우선 그것부터 건드렸다.

“으, 음……. 분해……라고?”

고브뉴의 권능으로도 초월적 기술이 집약된 엘프의 무기를 완전히 해석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왜냐면 이건, 그 신이 살았던 당시에도 비슷하게나마 존재한 적조차 없는 물건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걸 분해해서 내부 구조를 하나하나 살펴보지 않는 한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려울 테고.

로마노프는 누구보다도 이 무기의 자세한 부분에 대해 알고 싶었을 것이다.

“정말 이걸…… 다 분해해 버려도 되는 건가?”

그래서인지 역시나 그는 내 말 한마디에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난 오늘 이걸 당신을 위해 가져온 거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눈빛에 망설임이 담겨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클랜들과 척을 지는 건 좋지 않은 생각인 것 같은데.”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나를 돕는 건 곧 검제와 마존을 돕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의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난 그에게 클랜 상태창을 공유했다.

{<알포드> 클랜 정보}

{연합: <벨그레이브>, <아리사카>}

검제와 마존의 클랜이 나와 연합을 맺고 있다는 걸 그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으응? 정말 이 둘이 자네와 연합이라고?”

“그렇다니까.”

“아니, 잠깐. 그럼 설마 그 소문의 신흥 강자가…….”

그리고 로마노프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 완전한 까막눈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수많은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니 여러 가지 소문들이 그의 귀에 흘러들어 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 그게 나야.”

“……허어.”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팔짱을 끼고선 무언가 골똘히 생각했다.

그의 얼굴에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직도 확신이 안 서나?”

“……음.”

그럼에도 로마노프는 여전히 뭔가가 마음에 걸리는 듯한 모양이었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자네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고 싶지만, 이건 신념의 문제라 뭐라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군.”

“신념의 문제라니?”

“대장장이로서의 신념. 난 세상이 기존 질서와 함께 무너지고 난 후,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위해 무기를 만들기로 생각했거든.”

로마노프는 자기 나름대로 ‘지켜야 할 선’ 같은 게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기업과 클랜들이 나를 데려가려고 했던 때에도 독립성을 지켰지. 하지만 지금 자네 말대로 하게 된다면…… 그건 어느 한쪽에 종속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지 않은가?”

그의 말대로, 지금 세상은 나와 아후라 마즈다를 중심으로 완전히 양분되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대놓고 적대적인 스탠스로 말이다.

이전에는 단순히 네 개의 빅 클랜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경쟁하는 상황이었다면.

이젠 언제든 대규모 전면전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냉전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염왕과 성황의 주문을 무시하고 나를 위해서만 무기를 만든다면, 정말로 다시는 중립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그럼 나와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건가?”

“그건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는 거지. 게다가 그 거래를 전부 무시해 버린다면 우리 쪽의 손해도 만만찮다고.”

그래서 난 그의 마음을 돌릴 또 다른 카드를 내밀었다.

“그 손해, 내가 다 메워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푸후. 이봐, 난 단순히 지금 들어와 있는 주문 건만 말하는 게 아니야. 저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얻을 미래 이익도…….”

그 카드란 다름 아닌.

{100,000,000,000골드를 상대방에게 넘기시겠습니까?}

“처, 천 억……?”

“이 정도면 되겠나?”

“…….”

{상대방이 골드를 넘겨받았습니다.}

거절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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