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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45화 (145/348)
  •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45화

    그 후 나는 염라를 죽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적패지를 제거해서 도주와 강신술을 봉쇄한다 해도, 주먹을 쓰는 놈과의 정면 대결은 피할 수 없어. 거기서 이기려면 나 자신의 힘을 키워야 해.’

    검제는 더 이상 나와 견줄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마존은 강한 화력의 한 방이 있지만 그걸 쓰기엔 제약 사항이 너무 많다.

    그러니 현시점에서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전력 중 가장 강한 화력의 소유자는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결국 나 자신이 강해지는 게 핵심. 현시점에서 가장 빠르게 강해지는 방법은…… 마력석 강화.’

    난 곧장 스크롤을 사용해 바벨탑 5층에 만들어 놓은 귀환 포탈로 순간 이동했다.

    “어어, 친구. 왔군.”

    그곳엔 다리우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마물을 퇴치해 마력석을 채취하는 기사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NPC들은 각성자 없이는 영지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클랜 소속 각성자인 다리우스가 기사들을 인솔해 온 것이다.

    “강화석 확보는?”

    “2등급은 확보량이 나쁘지 않은데…… 1등급 강화석이 별로 많지가 않아.”

    “몇 갠데?”

    “21개.”

    며칠 동안의 채취량이 그 정도다.

    무기 하나를 최대 강화하는 데 드는 예상 기대 비용이 100만 개 이상에 달함을 생각해 보면, 이건 그야말로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수준.

    물론 여긴 겨우 1급 강화석이 채취되기 시작하는 5층에 불과할 뿐이고.

    게다가 명당자리도 아니고 엘프들에게 좋은 위치를 다 빼앗기고 난 후 남은 자리인 터라 더욱 그런 부분도 있다.

    “한참 부족하군……. 일단 얻은 것부터 전부 줘.”

    “알겠어.”

    난 일단 지금까지 채취해낸 것들만이라도 전부 사용해서 투영무구를 강화하기로 했다.

    어쨌든 그 정도로도 조금이나마 전력 상승에 도움이 되기는 할 테니 말이다.

    {투영무구 <티르빙> 마력석 강화를 시작합니다.}

    {<1등급 강화 마력석> 1개를 소모합니다.}

    강화를 할 대상은 당연히 현시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무구들인 암흑 속성 투영무구.

    그중에서도 염라에게 빠르게 연속 타격을 먹일 수 있는 유효 공격 수단인 티르빙을 우선적으로 강화했다.

    ‘그 녀석, 내 연속 공격에 피해를 입는 것 같았어.’

    아지다하카의 거대한 발톱 참격을 연달아 허공에 구현해내는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

    위력 자체만으로 놓고 보자면 미스텔테인 검기보다는 약하지만, 발동 속도가 빠른 티르빙 쪽은 유효타를 먹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티르빙이 우선순위 1위라는 것뿐, 남은 다른 무구들도 강화는 할 것이다.

    1등급 강화석 외에도 2등급 강화석은 꽤나 많은 수량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봐, 그런데 저 엘프들 말이야.”

    한편, 마력석 강화를 진행하던 도중에 다리우스가 입을 열었다.

    “음?”

    “저 녀석들은 도대체 뭐야? 이건 완전히, 무슨 외계인 같은 놈들이던데.”

    그가 엘프들이 가진 마법 문명에 대해 감탄했다.

    그건 당연한 반응이었다.

    누구든 그 모습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명의 차이라는 거겠지.”

    “그냥 그렇게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너무 심한 차이던데? 게다가 우리도 문명이 발전되긴 했지만, 마물과 각성자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잖아?”

    그러곤 내가 했던 것과 똑같은 의문을 가졌다.

    “우리랑은 다르게 시스템이 나타나기 전부터 마법을 사용한 종족이었던 모양이야. 그 차이가 이런 격차를 만든 거지.”

    “오, 젠장. 이건 너무 불공평하군. 그러니까 저놈들은 그냥 타고나기를 마법에 적합하게 태어나서 저런 혜택을 받는다는 거네?”

    “어쩌겠어. 원래 세상이 그런 걸.”

    시스템의 룰 자체를 깨뜨려버린 자들.

    단지 타고나기를 유리한 환경과 특성을 타고났다는 이유로, 엘프들은 범주를 넘어선 능력을 구사한다.

    그러니 우리같이 시스템의 범주 안에 머무는 데 그치는 각성자들은 엘프들의 존재를 보면 저런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너무 억울해하지는 마. 우리한테도 저놈들이 가지지 못한 게 있으니까.”

    “우리한테도? 그게 뭔데?”

    “유신우.”

    내가 나 자신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푸흡.”

    그러자 다리우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친구, 옛날부터 알고 있었지만…… 자뻑이 너무 심하구만.”

    “훗.”

    반 장난으로 한 내 말에 방금 전까지 분하다는 제스처를 짓던 그의 표정이 금세 풀렸다.

    “……뭐, 그래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긴 하네.”

    물론 방금 그 얘긴 말 그대로 ‘반 장난’이었다.

    나머지 반은 진심이었으니 말이다.

    다리우스 역시 그걸 알고 있었다.

    * * *

    마력석 강화를 마쳤다.

    강화 결과, 티르빙은 20개의 1등급 강화석을 소모해 단 두 번째 시도에서 총 다섯 번의 성공을 해냈다.

    76%의 성능 향상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다른 암흑 속성 무기들, 미스텔테인, 아레스의 검, 그리고 루인은.

    성공 확률 50%인 2등급 강화석으로 강화를 진행했고, 전부 6회 혹은 7회의 성공을 거뒀다.

    2등급의 성능 향상률은 8%로, 그 덕에 58%에서 71%의 무구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레바테인과 아르테미스의 활, 제우스의 창과 도끼 등 쓸 만 한 타 속성 무구들에도 남는 강화석을 바르는 걸 잊지 않았다.

    ‘쓰는 무기가 많다 보니 강화 작업도 보통 일이 아니군.’

    다른 각성자들 역시 한 수호령에 둘 이상의 무구를 갖는 경우는 많긴 하지만, 나처럼 이렇게 수십 가지를 쓰는 경우는 없다.

    그러니 마력석 강화에 드는 수고 역시 그만큼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어쨌든 주력 무구들의 화력이 전부 최소 1.5배 이상 늘어났으니, 이 정도면 염라와 다시 붙었을 때 공격력은 부족하지 않을 거야.’

    나 자신의 능력 강화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그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나 이외에 다른 병력의 질을 높이는 것.

    총력전을 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난 데리고 있는 기사들 대부분을 염라와의 전투에 투입시킬 작정이다.

    설령 내 힘만으로 부족하다 하더라도, 머릿수로 찍어 누르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걸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다름 아닌 엘프들과 접촉하는 것.

    물론 그냥 직접 마주하는 건 아니다.

    ‘아테나 소환.’

    난 우선 아테나를 소환했다.

    그리고 엘프들이 점령하고 있는 중앙 거점으로 보냈다.

    “……음? 당신은 누구지?”

    엘프 병사 하나가 그녀를 보고 의문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이곳에서 처음 보는 동족을 만났으니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할 것이다.

    “갑옷이 특이하군. 소속이 어디지?”

    “…….”

    아레스와 제우스가 아닌 아테나를 소환한 건 바로 그 ‘갑옷’ 때문.

    엘프들은 독특한 양식의 황금 갑옷을 입고 있는데, 아테나 역시 황금으로 만들어진 갑옷을 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그럴듯해 보이는 외양이라 생각해 그녀를 선택했다.

    물론 지금 저 초병들이 입고 있는 것은 좀 더 미래적인 느낌의 황금 갑옷이고.

    아테나가 입은 것은 정말로 고대의 검투사들이 입었을 법한 낡은 형식이라, 지금처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입까지 꾹 닫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게 여길 수밖에.

    “이 여자, 신원이 없는데?”

    “뭐? 신원이 없다고? 그럴 리가. 요즘 같은 때에도 신원 불명의 엘프가 있을 수가 있나?”

    지팡이를 든 초병 중 하나가 아테나를 쳐다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디스플레이가 따로 존재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눈으로 훑으면 동족의 신원이 머릿속으로 드러나는 모종의 도구나 마법 등을 사용한 모양.

    당연히 아테나는 저쪽 세계의 엘프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걸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혹시 가상 엘프족인 건가?”

    “아니, 진성 엘프족이야.”

    엘프들의 용어로 ‘가상 종족’은 NPC를, ‘진성 종족’은 우리와 같은 진짜 해당 차원계의 주민을 의미한다.

    지난번 듀엔데도 그런 식으로 말했던 걸 떠올려 보면 알 수 있다.

    저들의 말에 따르면, 내가 정령 소환으로 불러낸 아테나는 저자들에겐 자기 차원의 멀쩡한 주민으로 보이고 있다는 뜻.

    호드가 성안을 활보하고 있을 때도 오크 주술사들이 알아채지 못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 사람에게 뭔가 문제가 생긴 게 확실해. 우리가 도와주자고.”

    “이쪽으로 들어오도록 해.”

    덕분에 내 아테나는 아주 손쉽게 저들의 거점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엘프들 특유의 평화 지향과 친절함이 동족에게는 더 크게 발현된 덕분.

    ‘헤임달.’

    그런 와중에 두 번째 정령으로는 걀라르호른의 주인인 오크 신 헤임달을 불러냈다.

    ‘저들의 거점을 휘저어라.’

    그러고는 공격 명령을 내렸다.

    앞에서는 엘프 신을 움직여 내부를 진입하고, 뒤에서는 오크 신을 움직여 혼란을 일으킨다.

    이 양동 작전을 통해, 나는 병력의 질을 높인다는 결과물을 얻어낼 것이다.

    * * *

    헤임달은 곧장 자신의 대검을 들고 아테나가 접근했던 곳과는 반대 방향에서 거점으로 들이닥쳤다.

    투쾅!

    “음? 뭐야!”

    그가 대검을 바닥에 내리꽂자, 지면으로부터 새하얀 빛의 파장이 뿜어져 나오며 사방을 휩쓸었다.

    “마물의 공격인가?”

    “아닙니다! 오크 종족입니다!”

    “오크 종족? 숫자는?”

    “한 명입니다!”

    “한 명이라고?”

    엘프들은 곧장 그 불의의 기습에 경계 상태로 진입했다.

    그들은 전부 황금 투구를 작동해 드러나 있던 안면부를 닫고, 지팡이를 내민 채 헤임달이 날뛰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엘프들이 사용하는 무기들의 위력은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지팡이에서 발사하는 광선 한 방에 이곳의 마물들을 순식간에 처치하는 것으로 보아.

    그 화력은 최소한 내 압도적인 골드와 다이아 수급 능력을 기반으로 길러낸 숙련 기사들의 검기와 맞먹는 수준.

    그런 걸 수많은 엘프들이 제식 보병화기쯤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제아무리 헤임달이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오래 버티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봐! 우리는 당신과 대화를 원한다!”

    그런데 엘프들은 그 와중에도 난동을 피우는 헤임달과 대화하기를 시도했다.

    정말 못 말릴 정도로 고지식한 작자들임이 분명하다.

    ‘저런 것도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여유에서 나오는 거겠지만.’

    난 어차피 정령들의 입으로는 말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 대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계속 공격을 행하게 만들었다.

    후웅!

    헤임달이 눈앞의 엘프 하나를 향해 검을 내려쳤다.

    신을 직접 불러낸 것인 만큼, 무겁고 둔탁한 대검이라 할지라도 속도는 충분히 빨랐다.

    쾅!

    하지만 목표가 된 엘프는 순식간에 뒤로 점프하며 그 공격을 피했다.

    그 탓에 헤임달의 대검은 애꿎은 땅만 두들겼을 뿐이었다.

    ‘뭐야, 무기만 센 게 아니고 몸놀림도 장난이 아니잖아?’

    난 숨은 채로 그 자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수호령이 무엇인지 관찰했다.

    {수호령: 베나토르(하급)}

    놀랍게도 하급 각성자에 불과한 자였다.

    그런 사람이 사실상 신화급 각성자에 준하는 능력을 가진 소환물의 공격을 회피해 낸 것이다.

    ‘설마, 저 황금 갑옷이…….’

    지금 보니 엘프들이 입고 있는 황금 갑옷의 몇몇 요철 부위에서 녹색빛이 흘러나오고 있다.

    마치, ‘작동 중’이라는 표시라도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저것이 한없이 약한 엘프 각성자의 신체 능력을 강화하는, 일종의 동력 갑옷인 듯했다.

    “안 되겠군. 어쩔 수 없다. 저자를 배제하는 수밖에!”

    “배제하라!”

    “적을 배제하라!”

    상황이 이렇게 되자 초병의 리더로 보이는 자가 ‘배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엘프들이 일제히 복명복창을 하며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헤임달을 향해 겨누더니.

    핑! 피피피핑!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푸른 광선이 발사되었다.

    ‘막아라!’

    난 그 광선의 도달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피하는 건 불가능함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방어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팡! 파팡! 파캉!

    그들의 광선 지팡이는 아스가르드의 입구를 지키는 수호신, 헤임달이 만든 방어막마저 뚫었다.

    표면을 두드리던 무수한 광선들은 이내 배리어를 깨뜨리고 그 뒤에 서 있던 그의 몸에 수십 개의 구멍을 내고 말았다.

    결국 헤임달은 무수히 쏟아지는 광선 세례를 버티지 못한 채 그대로 사라져야만 했다.

    ‘엄청난 화력……. 미쳤군.’

    난 저들이 가진 무기의 성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아무리 일 대 다수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신화급 각성자나 다름없는 내 소환 정령을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웠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 몸놀림. 저자들이 입은 갑옷도 절대 만만치 않다.’

    또한 아직 방어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 황금 갑옷들은 착용자의 신체 능력을 엄청나게 강화시켜 줬다.

    하급 각성자가 신화급 각성자의 공격을 피할 수 있게 해줄 만큼 말이다.

    ‘그래……. 이거라면 되겠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해서 당황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가자.’

    거기까지 본 나는 그대로 이 자리에서 벗어났다.

    지팡이 몇 자루와 황금 갑옷 한 세트를 안아 들고 돌아온 아테나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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