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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42화 (142/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42화

“시, 시, 신께서…… 우, 우릴 버리셨다!”

사람들 가운데서 누군가 그렇게 소리쳤다.

‘야마’를 신봉하는 이곳 사람들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뭐야?”

“저, 저 이단 놈이 무슨 헛소리를!”

물론 처음에는 그 말이 사람들에겐 전혀 설득력 없는 소리였다.

다른 곳도 아닌 교주이자 신 그 자체인 야마가 동행하는 이곳의 추종자들에게.

그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라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미, 믿어라! 지금 그분은 우리를 나락으로 이끌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언젠가 우리 모두 영원한 지옥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역시 광신도라 그런가, 되는대로 지껄이는 것치곤 꽤나 그럴듯하게 말하는군.’

이런 말도 안 되는 연설은 당연하게도 자신의 의지로 하는 게 아니었다.

전부 다 내가 시킨 것.

저 헛소리를 사람들이 믿든지 말든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이 안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느냐다.

그로 인해 산 제물들 사이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이들의 관리자인 야마, 바로 그 강신술사가 이곳에 나타나 뭔가 조치를 취하게 하는 것이다.

중간 관리자가 있는 보통의 집단이라면 이런 일은 당연히 부하들이 하겠지만.

기껏해야 말도 못하는 괴물 무리나 이끌고 다니는 강신술사는 이런 사소한 문제도 전부 혼자 처리해야 할 것이다.

난 그 점을 노렸다.

“닥쳐라!”

“저 이단 놈을 잡아라!”

그리고 예상대로 한 녀석의 뜬금없는 고발은 제대로 먹혀들어 가 사람들 사이에 분란을 일으켰다.

과격한 말과 행동이 오가기 시작한 것이다.

“자, 잠깐! 아니, 실은 그게…….”

그러자 놈이 겁을 먹고 사실을 실토하려고 했다.

이 타이밍에, 더 강력한 휘발유를 뿌려줘야 한다.

“옳소!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분위기가 험악해져가려던 찰나, 나도 끼어들어 한마디를 거들었다.

“맞습니다! 야마는 우리의 신이 아닙니다!”

거기에 검제까지.

그녀는 낡은 거적으로 얼굴을 꽁꽁 싸매 가면을 가린 상태였다.

그러고 있으니 오히려 더 그럴듯한 야마교 신자처럼 보였다.

“이, 이게 무슨…….”

단숨에 세 사람이 반대 의견을 내자, 일치단결해 한 사람을 공격하던 좌중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인간의 심리가 그렇다.

한 사람이 내뱉은 뜬금없는 소리는 그저 헛소리에 불과하지만, 세 사람 이상이 목소리를 높이면 때때로 그것은 여론이 되기도 한다.

특히나 마음 속에 내심 불안감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그게 더욱 제대로 먹혀들어 가게 마련.

“당신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이건 또 뭐야?’

아니나 다를까, 우리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유독 눈가가 퀭한 중년의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그래. 그 야마라고 하는 자는 우릴 자신의 제물로 여기는 악마일 뿐. 우리도 언젠간 저 괴물이 되고 말 거다. 그 전에 이곳에서 탈출해야 해.”

난 그가 더욱 큰 의구심을 품을 수 있도록, 현실적인 문제들을 언급했다.

그러자 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더니.

“괴물……. 밀리아…….”

혼자서 무어라 중얼거리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지?’

그자의 눈엔 여러 가지 감정이 들어 있었다.

상실감. 그리움. 분노.

그런 기분들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왜 내가…….’

사실 난 이 사람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

그런데 왜인지 그의 감정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나도 그와 똑같은 종류의 고통을 느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자는 반드시 벌을 받을 것이다. 내가 장담하지.”

그런 그를 위로하듯 내뱉은 한마디.

굳이 그런 말은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난 그냥 그렇게 말했다.

“……고맙다.”

호의랍시고 내뱉은 그 말이 그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모르겠지만, 이걸로 그 남자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저 이단자들을 전부 죽여야 한다!”

“이건 야마 님께 말씀드려야 해!”

“바보 같은! 이런 사소한 일로 야마 님을 귀찮게 만들 생각이냐? 우리 손으로 죽이면 되잖은가!”

아무튼 우리가 한바탕 소란을 피운 결과, 이곳은 완전히 난장판이 되었다.

사실 방금 그 남자 외에 딱히 변절자라 할 만한 인물은 나타나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내가 원한 결과를 만들어내기엔 충분했다.

어찌 됐든 간에 강신술사가 이곳에 나타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왔다.’

“어어……? 저, 저건?”

“야마 님……?”

그리고 내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하얀 머리칼에 창백한 피부, 빨간 눈동자를 가진 여자.

{수호령: 염라대왕(신화)}

이곳의 광신도들이 신봉하는 ‘야마’의 화신.

강신술사가 하늘로부터 내려온 것이다.

* * *

“어리석은 놈들.”

그녀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 소리는 마치 마이크라도 쓴 것처럼 천지를 울리는 소리였다.

‘뭐야, 무슨 산신령도 아니고.’

아무래도 저런 효과를 쓰는 이유는 추종자들의 신앙심을 고취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자신을 신비로워 보이게 하는, 아주 고전적인 방법.

‘야마 신’, 아니, 강신술사는 그런 유치한 방법을 사용하며 하늘에서 내려왔다.

“야마 님! 이곳에 이단자가 있습니다! 그를 없애야 합니다!”

곧이어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광신도들이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낱낱이 고자질하기 시작했다.

혹여나 가만히 있다가는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서로서로 앞다퉈 그런 말들을 늘어놓는 것이다.

끄덕.

그런 와중에 나와 검제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더 이상 타이밍을 잴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놈을 곧장 죽여 없앤다.

‘가택신 성주 권능 발현. 항아리 깨기.’

후웅. 파캉!

그 즉시 내 손바닥에서 마나가 흘러나와 항아리의 형상을 이뤘고, 곧이어 그것은 산산 조각나며 사방으로 파편을 튀겼다.

그로써 주변의 드넓은 공간이 ‘마나의 진공상태’가 된다.

구어어억.

털썩. 털썩.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무수한 좀비들이 제자리에서 한꺼번에 쓰러진다.

디스펠은 주문을 봉쇄할 뿐만이 아니라 술자와 소환물 사이의 연결 상태를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권능과 마나를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우리의 신체 능력이 월등하다 하더라도 저 많은 숫자의 좀비를 상대하기는 벅찼을 터.

그러나 항아리 깨기로 인해 그 많은 소환물들이 한꺼번에 무력화되었기 때문에, 전투는 한 층 더 우리에게 유리해지는 것이다.

“지금이다!”

“네!”

스릉!

검제는 등 뒤의 검을 뽑아 하늘에 떠 있는 강신술사를 향해 높이 뛰었다.

나 역시 인벤토리에서 예비용 너클을 빼 들어 그자에게 달려들었다.

상황은 2 대 1.

거기에 저놈은 아무리 세다고 해봤자 강신술이 주력인 마법사다.

마법이 봉쇄된 이 공간에서, 압도적 능력치를 가진 전사형 각성자 둘을 상대로 이긴다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큭큭큭.”

그런데 그 순간, 하늘에 떠 있던 그 녀석이 우릴 내려다보며 대놓고 비웃었다.

“별 같잖은 술수를 쓰는군. 유신우.”

“……뭐?”

그러곤 나의 이름을 말했다.

“아니, 앙그라 마이뉴라고 해야 하나?”

화아악!

강신술사의 몸에서 엄청나게 짙은 농도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이곳 디스펠 영역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대량의 마나의 방출이 그 여자에게서 발생한 것이다.

투쾅!

* * *

“큭…….”

한순간 무방비 상태에서 얻어맞은 공격의 여파로 인해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 난다.

마나를 전혀 운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마법 공격을 맞았다.

극심한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된 거지……?’

그 짧은 순간 동안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한꺼번에 몇 가지나 일어났다.

일단 그 강신술사는 디스펠 영역 안에서 어떻게 마법을 사용했으며.

또한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건지.

심지어 ‘유신우’뿐만이 아니라 ‘앙그라 마이뉴’라는 이름까지.

‘신에게 완전히 지배당한 개체인 건가?’

일단 다른 건 몰라도, 여기서 그 이름을 언급했다는 건 하나밖에 없다.

저 녀석이 신화시대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

그게 아니고서, 보통 사람들은 ‘앙그라 마이뉴’라는 이름을 안다고 해봐야 그저 갸우뚱할 뿐이다.

‘그렇다는 말은 저놈도 동화율 100%를 달성했다는 뜻.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군.’

오래전부터 최강자로 군림하던 각성자 검제와 마존은 멀쩡한데, 또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이 강신술사 놈은 동화율을 100%까지 찍었다고 한다.

이젠 정말 규칙이 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결국 내가 할 일은 저놈을 죽이는 거야.’

처음엔 그저 계략의 일환으로 검제를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제 이것은 내 개인적 복수와 관련된 일이 되었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내가 싸워야 할 동기가 좀 더 명확해졌을 뿐.

후웅.

손에 미스텔테인을 쥐었다.

혹시나 싶어 무구를 투영해봤는데, 제대로 작동한다.

저 녀석의 마력 방출 공격으로 디스펠 영역이 해제된 것이다.

‘오라. 아지다하카.’

그러곤 내 육체 안에서 아지다하카의 영체를 불러들여 나와 결합시켰다.

콰우우.

주변으로 에테르의 돌풍이 불어닥치는가 싶더니, 강한 파동의 원천이 전신의 혈류를 가속시켰다.

심장에 보랏빛이 형성되었다.

‘자색파동발산기.’

곧장 저 앞에서 비열하게 웃고 있는 염라를 향해 참격을 내지를 준비를 했다.

녀석은 그 한 번의 공격으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는지, 아무런 미동도 않고 있었다.

그러나 방금 그것은 디스펠 영역에서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받아 당한 것일 뿐.

지금이라면 똑같이 마나를 사용하면 된다.

‘여유 부린 걸 후회하게 해주지.’

체내의 모든 마나를 파동으로 전환했다.

막대한 양의 저주 에너지가 가슴에서 요동친다.

그 힘을 검에 싣는다.

‘악룡 제1격. 미스텔테인.’

참격.

쐐애액!

자색파동과 신살검이 공명하며 거대한 마력을 방출했다.

흘러나오는 파도 같은 힘은 악룡 아지다하카의 형상을 자아냈고.

눈앞의 모든 물질을 소멸시킬 기세로 빠르게 전방에 쇄도했다.

강신술사는 그 경로상에 정확히 위치해 있다.

피하지 않으면 죽는다.

이 공격은 사용자인 나 자신도 막아낼 자신이 없는 필살의 검기.

콰아아아아!

‘뭐지……?’

그런데 상대는 그걸 정면으로 받아칠 자세를 취했다.

언뜻 느끼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드래곤 형상의 검기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주먹으로 쳐내려는 것이다.

“스으으읍.”

그 녀석이 크게 호흡을 들이마시더니.

“흐아아아압!”

쩌렁!

천지를 울릴 만큼 거대한 파공음과 함께 일권을 내질렀다.

아지다하카의 얼굴을 향해 정확한 타점으로 말이다.

콰우!

그 순간, 이 주변 공간 전체의 소리가 한꺼번에 사라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착각을 일으킨 원인은 강신술사의 주먹에서 발생한 거대한 검은 구체.

그것이 닿는 모든 것을 집어삼켜 무로 되돌린 것이다.

주변의 소음은 물론이고, 심지어 미스텔테인의 검기까지 말이다.

투쾅!

“커헉!”

그러곤 연달아 주먹을 휘둘러 나에게 권풍을 날렸다.

그 두 번째 공격에 나는 피할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 그대로 나가떨어져야만 했다.

“쿨럭…….”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온다.

아까 전의 내상에 더불어 직접적인 신체 타격까지 가해지자, 몸이 급속도로 약해지는 게 느껴질 정도다.

“후아. 별거 아니군.”

강신술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공중에 뜬 채로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여유 만만했다.

‘……말도 안 돼.’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정도로 힘의 격차가 심각한 적이 또 내 앞에 나타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분명 저 녀석……. 검제와 맞붙을 때마다 번번이 도망치기만 했다고 했는데.’

지금 검제는 아까 전의 충격파로 인해 아직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아무리 무방비한 상태에서의 공격이라지만, 근접 스페셜리스트인 검제가 한 방에 기절한 것이다.

‘이건 말이 다르잖아…….’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수준의 힘.

검제가 굳이 거짓말을 이유는 없을 테고.

그렇다면 이 자가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모종의 방법으로 엄청난 성장이라도 이룬 걸까.

뭔가 엄청난 기연 같은 것이라도 얻은 게 아닌 한 이건 절대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했던 작전도 막혔고, 검제는 아직까지 뻗어 있다.

이대로라면 도리어 역으로 당할 위기.

우린 지금까지 이 녀석과 마주쳤을 때 혹시나 도망쳐 버리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도망쳐야 하는 건 이 녀석이 아니라, 우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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