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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41화 (141/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41화

내겐 소중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무수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난 그들 모두를 잃어야만 했다.

그것도 눈앞에서.

그런데 지금, 어쩌면 그 사람들을 되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해답을 찾아냈다.

‘그래, 바리공주.’

서천꽃밭 신계의 인간 신 바리공주.

순수하게 삶과 죽음 그 자체를 다루는 신이다.

그 신의 매개 육신인 유메미는 마존이라는 직함에 가려져 부각되지 않았지만.

사실 그녀는 권능만으로도 세계 최강의 자리에 근접할 수 있는, 막강한 수호령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왜 진작 그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을까.’

그리고 난 이제야 그녀가 그런 능력을 가졌다는 걸 기억해 냈다.

물론 애초에 다른 신들의 세세한 정보를 알게 된 건 신화시대의 종언 끝자락에서였을 뿐이고.

그 기억을 완전히 되찾은 것도 바로 얼마 전이니 이제 와서 알았다는 것도 무리는 아닌 일이었다.

게다가 신에 관한 정보라는 게 워낙 방대한 양의 지식이다 보니, 아직 지금의 내 사고와 완벽하게 동기화되지 않은 탓도 있었다.

‘그래, 아무튼 지금 알게 됐으니 된 거야.’

뭐가 어찌 됐든 중요한 건, 지금 내 눈앞에 부활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유메미가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입장이라는 것.

잃었던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되살릴 수 있다.

나의 아내 타라, 야드가르, 모나, 그리고 이진윤도.

그 모든 사람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

“죽은 지 오래된 사람이요? 뭐, 조건만 맞다면 가능하긴 하죠.”

“……인류 역사보다 더 오래전에 죽었던 사람도?”

“……네?”

유메미는 내 물음에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녀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질문이긴 했다.

“어……. 글쎄요. 그런 건 저도 한 번도 안 해봐서…….”

신화시대의 종언 후, 시스템은 종족별로 ‘이면세계’를 형성해 필멸자들을 흩어놓았고.

이들은 아주 먼 옛날의 원시 시대부터 다시 시작하는 ‘문명의 리셋’을 겪었다.

이진윤을 제외하면 내가 살리고자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바로 그 문명 리셋 이전의 시대에 살던 사람들.

그런 과거의 사정 같은 걸 모르는 유메미가 듣기엔 내 말이 너무나도 뜬금없을 수밖에 없다.

보통이라면 그렇게 오래전의 사람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음……. 사실 이론적으로는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그녀는 생각보다 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줬다.

“아까도 말했듯이, 환생꽃으론 조건만 맞으면 사람을 살릴 수 있거든요.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면 그 조건이 다 맞아떨어질 확률이 극히 낮아진다는 게 문제일 뿐.”

“어쨌든, 가능은 하다는 건가?”

“시도해 볼 수는 있죠. 단, 지금 당장은 불가능해요.”

유메미는 단호하게 말했다.

“꽃이 무한한 게 아니기도 하고, 저도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래, 그럼…… 이 일이 끝난 뒤에 천천히 생각해 보자.”

“네. 그게 좋을 것 같아요.”

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그 길고 긴 시간 동안 상실의 고통 속에서 살아온 나다.

겨우 며칠, 몇 달의 기다림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조금만 기다려. 모두들……. 곧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런 일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유메미에게 내가 가진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서라도 해내도록 할 것이다.

“그럼, 지금 바로 움직이도록 하죠.”

* * *

저 멀리, 강신술사가 데리고 다니는 망자의 군단이 보인다.

중간에 ‘산 제물’인 추종자 무리가 한 곳에 뭉쳐 있고, 그 주변으로 좀비를 비롯한 각종 강신 마물들이 지키고 서 있다.

병력이 소진되면 언제든 변형시켜 예비대로 투입할 목적으로 저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상황을 보도록 하지.”

나와 유메미, 검제는 언덕 위에 멈춰 서서 정황을 살폈다.

무작정 덤벼드는 것보다는, 적당한 작전을 구상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검제. 그 강신술사와 몇 번 조우한 적이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 녀석은 번번이 공간이동으로 도망쳤고.”

일대일 대결에서는 여전히 뒤처지지 않는 실력을 가졌을 그녀가 그 강신술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건 그만큼 그 자기 사용하는 공간이동 마법이 고성능이라는 뜻이다.

“예. 다행히 북미 대륙 밖으로 벗어나지는 못하는 모양입니다만…….”

“그 텔레포트는 제 거랑은 결이 다른 마법이에요.”

유메미가 거기에 끼어들었다.

“저는 원한다면 지구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대신, 집중 시간이 필요하고 마나의 흐름이 안정적인 장소로만 갈 수 있어요. 전투 중에 쓰거나 전투 중인 지점으로 가는 게 불가능하죠. 하지만 강신술에서의 공간이동은 완전히 반대예요. 사용에 제약이 없는 대신 이동할 수 있는 장소가 정해져 있죠.”

“그 정해진 장소라고 한다면…….”

“물론 ‘산 제물’들이 머물고 있는 곳일 거예요.”

그 말을 듣자마자 난 쇼핑몰에서 만난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렇게 자신의 추종자를 곳곳에 퍼뜨려 놓은 데는 이유가 있었군.”

결국 그 사람들을 전부 다 없애지 않는 한, 이 추격전은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가지 길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그것뿐.”

“어떤 방법이요?”

“디스펠.”

아예 공간이동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음……. 그게 될까요? 마법 시전 시간이 워낙 짧아서 타이밍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닐 텐데.”

유메미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인 디스펠 마법은 시전 순간 펼쳐지고 있는 상대의 마법을 무력화시키는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주문의 수준별 성능 차이는 단지 얼마나 강력한 마법을 봉쇄할 수 있느냐 정도일 뿐.

하지만 난 그런 일시적 효과를 일으키는 마법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예 일정 시간 동안 마법사용을 완전히 무효화시키는 거야.”

“네에……? 그런 마법이 있나요?”

“난 할 수 있어.”

유메미는 마법 관련 분야에서는 거의 모든 걸 안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각 수호령들의 권능까지 다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여러 수호령들의 권능을 알아내고 사용하는 건 내 전공.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어.”

“어떤 문제점이죠?”

“그 기술을 사용하면, 상대 마법만 봉쇄하는 게 아니라 아군의 마법 시전까지 전부 막아버리거든.”

“에……? 그럼…….”

“그러니까 유메미 너는 잠시 빠져 있는 게 좋을 거야. 거기서는 신체 스탯이 높은 나와 검제가 움직이는 게 더 유리할 테니까.”

성주신의 항아리 깨기를 사용한 시점부터는 완전한 육탄전이다.

그 상황에서 마법사형인 유메미는 아무런 힘도 쓸 수 없고, 도리어 우리의 약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스킬과 권능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나와 검제 단둘이서 가는 게 맞다.

“끄응…….”

유메미는 상당히 실망한 듯한 눈치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빠져야 한다니, 당연히 그럴 만도 하다.

“이곳의 위치를 찾아낸 것만 해도 넌 엄청난 활약을 한 거야. 그러니까 너무 풀 죽지 말라고.”

난 그런 그녀를 격려했다.

“……알겠어요.”

그녀는 딱히 그 이상의 반발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짐이 될 게 뻔한 상황에서 억지로 이를 아득바득 갈아가며 따라오는 거야말로 민폐라는 걸, 자신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대신 난 유메미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귓속말로 전했다.

“……알겠어요.”

그녀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한결 가벼운 표정을 지었다.

“검제. 그럼 가자.”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와 레아, 아니, 검제는 유메미를 혼자 남겨두고 둘이서 강신술사의 군단 행렬 쪽으로 접근했다.

* * *

항아리 깨기로 형성되는 디스펠 영역의 범위는 한정되어 있다.

나를 중심으로 해서 넓은 구형의 공간이 그 범위인데.

애써 마법을 봉인한다고 하더라도 목표물인 강신술사가 그 바깥으로 벗어나 버리면 다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상황을 방지하려면 내가 최대한 강신술사와 가까이 붙은 상황에서 그 권능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자가 눈치채지 않게끔 행렬 안으로 잠입해 들어가야 한다.

저 좀비 무리를 뚫고 그 사이에 있는 적을 찾아내야 한단 소리다.

서걱. 서걱.

우리는 가장 허술해 보이는 지점을 찾아 그곳의 좀비들을 베어내고 진영 안쪽으로 숨어들었다.

그 과정에서 죽인 좀비들이 걸치고 있던 옷을 뒤집어써서 산 자의 감췄다.

‘보통 사람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이런 걸 할 수 있는 건 물론, 실력이 수위에 오른 나와 검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강한 만큼 상대의 기척을 읽어내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기척을 감추는 능력도 능히 갖춘 덕에, 감각적으로 적을 찾아내는 좀비들로부터도 경계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강신술사는 전방 대열 가운데에 괴수형 소환물과 함께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위에서 내려다봤던 광경을 떠올렸다.

추적술을 쓰지 않고도 멀리서도 보이는 강한 존재감의 소유자.

새하얀 머리칼을 가진, 유독 눈에 띄는 자가 서 있던 곳.

곧장 그곳으로 움직이려는 것이다.

툭툭.

검제가 나를 건드리더니, 전방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양손으로 X자를 표시했다.

무언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아마도 전방의 강신술사에게 접근하기엔 좀비들의 수가 너무 많고 빼곡해서 몰래 접근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상관없어. 나만 따라와.’

하지만 내게 그런 건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는다.

난 그녀에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냥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검제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일단 나를 믿어보겠다는 눈치로 쫓아왔다.

“읍!”

“입 다물어. 당장 죽고 싶지 않으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조용히 해.”

그리고 난 곧장 혼자 있는 민간인 하나를 붙잡았다.

아무런 무기로 변형하지 않은 에테르 큐브의 모서리를 등 뒤에 갖다 댄 채로 말이다.

그 모습을 본 검제가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소란을 피워봤자 손해 보는 건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

“그건 알 거 없고.”

나에게 붙잡힌 남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물론 난 곧장 그의 말을 잘랐다.

“넌 그냥 우릴 너희가 믿는 그 ‘야마 님’과 만나게 해주기만 하면 돼.”

강신술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 안의 민간인들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

난 이자를 이용해 그를 이곳으로 불러낼 작정이었다.

“예에……? 그건…….”

“큰 소리 내면 죽는다.”

쿡.

깜짝 놀란 듯한 그 자의 등에 에테르 큐브를 더욱 강하게 찔렀다.

남자의 몸이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멋대로 그분을 불러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건 제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일개 제물에 불과한 자가 망자 군단을 이끄는 리더인 강신술사를 불러낸다.

그런 일은 당연히 성립될 수 없다.

일반적인 군사집단이라면 간부급을 어떻게든 구슬리는 방법을 써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좀비들로 만들어진 군대는 그런 정상적인 관료제 집단도 아니기에 더더욱 불가능하다.

“왜 안 돼?”

하지만 이런 집단이기 때문에 더욱 확실하게 먹혀들어 가는 방법이 하나 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상당히 위험한 데다 일시적일 뿐인 계책.

단 한 번 강신술사와 마주치기만 하면 되는 내 입장에서는,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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