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39화
그 강신술사를 찾아내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그 자는 고정된 거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약탈과 살육을 저지르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한마디로 도적단 같은 존재.
게다가 대규모 텔레포테이션 마법까지 사용한다고 한다.
그 거리는 전 세계를 아우를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넓은 북미 대륙 전체를 커버한다고 하니.
적어도 북아메리카 안에서는 어디에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그래 봐야 내 추적 능력 앞에서는…….’
……라는 생각도 무용지물.
처음에는 신화 사냥꾼의 본능 특성으로 놈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강한 자신감이 있었지만.
막상 추적하려고 하고 보니 이동 흔적을 찾으려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크워어억!
서걱!
“젠장. 또 헛방이야.”
달려드는 좀비 한 마리를 베어내고, 건물 내부를 확인한 나는 이곳도 페이크란 사실을 깨달았다.
커어억!
건물 안은 여기저기 신체가 비정상적으로 뒤틀린 인간 시체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그것들에게는 검제와의 전투 지역에 남겨진 강신술사의 마력이 강하게 느껴졌다.
누가 봐도 그자가 불러낸 소환물들임이 분명했다.
“곳곳에 자기 흔적을 뿌려놓다니, 정말 용의주도한 사람인가 보네요.”
슈학!
유메미가 매직 미사일을 다발로 흩뿌려 주변의 좀비들을 처치하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강신술사는 소환물들을 여기저기 흩뿌려 자기 흔적을 은폐하는 용의주도한 방법을 썼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용의주도하다기보단 무식한 방법.
이런 식으로 광범위한 영역에 자신의 소환물을 대량으로 흩뿌려 놓는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양의 마나 소모를 감안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강신술 자체가 다른 소환 마법에 비해 다량의 개체들을 조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각 개체의 능력치가 떨어지는 게 또 단점이다.
그렇다는 말은 소환물들을 이렇게 여기저기 떨어뜨려 놓으면 그만큼 그 단점이 더욱 부각된다는 뜻.
이건 한마디로 극단적인 낭비였다.
“전력이 각개격파 당하게 내버려 둬도 상관없다는 건가.”
“놈에겐 ‘자원’이 거의 무한한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자원이 무한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검제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강신술의 재료가 되는 제물……. 바로 인간의 육체와 그 영혼을, 놈은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약탈하는 걸로 말이지? 그러니까 하루라도 빨리 잡아야 한다는 거잖아.”
검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부아가 치미는지 주먹을 움켜쥐었다.
“……잠깐만요.”
그런데, 유메미가 그녀의 말을 듣고선 곰곰이 생각하는가 싶더니,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뭔가 아주 중요한 점을 짚기라도 한 듯 진지하게 끄덕이는 검제.
난 뭔가 중요한 비밀이라도 알아낸 듯한 유메미에게, 뭐가 잘못된 건지 물어봤다.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건가?”
“강신술의 기반이 되는 시체와 악령은, 죽음 직후가 아니면 매개로 사용할 수가 없어요.”
그녀가 진지하게 내 물음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필멸자의 영혼은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지고, 육체는 금세 썩어 문드러져 소환 매개로서의 효율이 급감하기 때문이거든요. 그렇다고 미라 같은 방부처리를 하면 완전히 쓸모가 없게 되고. 즉, 처음부터 소환물로 만들어서 데리고 다니는 거라면 모를까, 그 재료가 되는 시신과 영혼을 ‘예비’로 가지고 다닌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이에요.”
“잠깐, 그럼 검제가 한 말의 뜻은…….”
“맞아요. 그 강신술사는 소환 매개를 ‘산 채로’ 데리고 다닌다는 뜻이에요. 그렇죠?”
끄덕.
검제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메미의 추측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제물들을 산 채로 데리고 다니는 네크로맨서라니…….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환각 마법이라도 걸어서 데리고 다니는 건가?”
“그건…….”
검제가 그에 대해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연 순간.
부스럭.
위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너머에서 무언가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지독하게 역겨운 좀비 냄새.
이 건물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악취의 일부가 우릴 기다리다 지쳤는지 아래층으로 내려온 것이다.
“방해꾼부터 없애야겠군.”
난 곧바로 미스텔테인을 꺼내 들었다.
“잠깐만요.”
그런데 검제가 나를 가로막았다.
“음?”
“저건 좀비가 아닙니다.”
그 말을 듣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그것을 눈으로 훑었다.
그리고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강신술사가 가지고 다닌다는 ‘예비 제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 * *
1층에 좀비들이 가득 차 있는 넓은 쇼핑몰.
그 2층에는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건…… 대체…….”
경계심 가득한 눈빛들이 우릴 향해 쏟아진다.
온갖 악취와 쓰레기가 너부러진 더러운 실내.
곳곳에 사람들이 저마다 각자의 자리를 잡고서 거주하고 있었다.
여긴 클랜에 소속되지 못해 버려진 민간인들의 대피소였다.
“어떻게 된 거지?”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들이야 이 쇼핑몰 안에 다 있을 테니 그건 둘째 치고.
1층에 있는 그 좀비들에게 어떻게 공격받지 않고 지금까지 공존을 했냐는 것.
심지어 그 물품들 자체도 식량 같은 중요한 것들은 대부분 1층에 진열되어 있기 때문에 좀비들 사이를 뚫지 않는 한 얻는 게 불가능하다.
“당신들은 누구지?”
한창 궁금증에 휩싸여 있던 그때, 2층의 민간인 중 한 명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눈 밑으로 그늘이 짙게 깔려 있는, 퀭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었다.
“우리는…….”
내가 이들에게 뭐라 대답할지 고민하던 사이, 검제가 먼저 선수를 쳤다.
“여러분을 구하러 왔습니다. 우리와 같이 안전한 곳으로 돌아갑시다.”
그녀는 사람들을 자신의 영지로 데리고 갈 심산인 모양이었다.
그녀의 평소 사상을 생각해 보면 자연스러운 행동.
그러나 우리에게 말을 건 중년 여성은 그 말을 듣자마자 극히 불쾌해하며 우리를 몰아붙였다.
“우릴 구하겠다고? 어찌 그런 불경한 소리를 함부로 입에 담는가?”
마치 자신이 엄숙한 종교인이라도 되는 양 꾸짖는 목소리.
“‘야마교’의 신자라면 함부로 구원을 논해서는 안 되며, 신자가 아니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아니, 그런 양 모사를 한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은 진짜 종교인이었다.
‘야마교……?’
“그자의 말은 듣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속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뭐라고! 이단자다! 여기 이단자가 나타났다!”
검제는 그런 그들을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노력해 봤지만, 돌아온 것은 극단적인 배척.
중년 여성의 외침을 들은 2층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저마다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챙겨 이쪽으로 모여들었다.
야구 배트, 곤봉, 식칼, 심지어는 총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아무래도 미국이다 보니 총기를 구하는 게 쉬운 모양인 듯하나.
그래 봐야 마나건도 아닌 실탄 병기에 불과했다.
마법적 존재인 우리에게 그 어떤 피해도 입히지 못하는 무기일 뿐인 것이다.
“놈들을 죽여라! 이놈들이 우리의 야마 님을 모욕했다!”
“이 더러운 이단자! 저리 꺼져!”
“당장 여기서 사라져라!”
이 사람들은 그렇게 잔뜩 우리를 위협하면서도 정작 진짜 공격을 행하지는 못했다.
날붙이와 총기를 갖고도 그저 시늉에 그쳤을 뿐.
‘도대체 야마가 뭐길래……?’
그런데 사실 그보다도 난 이들이 말하는 ‘야마’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뉘앙스를 들어보니 대충 어떤 신적인 존재인 건 확실하다.
‘잠깐만. 야마, 야마……. 분명 내가 아는 이름인데.’
앙그라 마이뉴로서의 나를 자각한 지금의 내 머릿속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다.
부활을 위해 시스템에 조작을 가하는 과정에서 내부의 ‘수호령 리스트’를 들여다봤던 덕분이다.
‘야마…… 야마라사…….’
그리고 그 결과, 난 이들이 말하는 신의 정체를 알아냈다.
‘염라대왕이구나.’
염라대왕의 또 다른 이름인 야마라사.
이들이 말하는 신은 다름 아닌 그 저승의 심판관이었다.
‘이 미국 땅에서 야훼도 아니고 야마를 믿는 종교라니.’
물론 거기엔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래층의 좀비.
그 좀비들에게 공격받지 않는 위층의 사람들.
그리고 죽음에 관한 신 중 하나인 야마를 숭배하는 광신적인 면모.
이 모든 걸 따져보면, 답은 나온다.
“검제, 설마……. 강신술사가 제물을 산 채로 데리고 다닐 수 있다는 게……?”
“맞아요.”
눈앞의 사람들을 가리키며 묻는 내 질문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앙을 이용해 바깥의 수많은 버려진 사람들을 자발적 노예로 만드는 것.
그게 바로 강신술사가 이 땅에 가하는 가장 강력한 위협이었다.
* * *
탁 트인 어느 평야, 수많은 난민들이 한데 모여 있는 임시 군락.
그 가운데서 한 부녀가 지저분한 천 조각들을 몸에 덕지덕지 두르고서 어딘가로 걸어갔다.
제대로 된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해 뼈만 남다시피 한 아버지의 손에는 조악한 재료를 덧붙여 만든 집게 달린 막대가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이제 겨우 초등학교 과정을 마쳤을 법한 어린 딸의 품에는 무언가가 담긴 새까만 비닐봉지가 안겨져 있었다.
“밀리아, 아무리 가까이 다가와도 절대 떨어뜨리면 안 돼. 알겠지?”
“응. 알겠어.”
절대로 겁먹지 않으리라, 다시 한 반 다짐한 부녀가 가는 곳은 난민 군락 바깥의 ‘다른 것’들이 모여 있는 장소.
바로 망자 군단이 모여 있는 군진이었다.
케에엑!
부녀가 그곳에 진입하자, 좀비들이 그들을 쳐다보며 소리를 질러댔다.
“윽…….”
“겁먹지 마. 이 사람들은 우릴 해치지 않아.”
다시 한번 아버지가 밀리아를 격려했다.
그의 말대로, 좀비들은 부녀를 공격하지 않았다.
“팔을 걷어서 낙인을 보여줘.”
“으, 응.”
두 사람은 오른팔을 걷어 팔뚝에 새겨진 기묘한 형상의 낙인을 바깥으로 드러냈다.
좀비들이 이 둘을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낙인 덕분이었다.
“케엑!”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덤벼드는 좀비들이 있기는 했다.
그럴 때마다 밀리아의 아버지가 집게 막대로 그 좀비들의 목을 짓눌러 막아냈다.
평범한 비각성자에 불과한 그가 엄청난 힘을 지닌 좀비를 막는 건 원래라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좀비들은 낙인을 지닌 그들에게 진심으로 힘을 쓰지 않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그나마 그런 식으로 밀어낼 수 있는 것이다.
“으으…….”
“아빠, 괜찮아?”
“괜찮아. 계속 가.”
“알겠어.”
밀리아의 아버지는 어깨에 통증을 느꼈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갔다.
이 안에 있을, ‘그 사람’을 찾기 위해.
“아, 찾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좀비 무리 안을 헤집고 다니던 중, 갑자기 밀리아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곳에 들어온 후로 시종일관 겁을 먹은 상태였던 아이의 표정은 한껏 밝아진 채였다.
“엄마!”
부녀가 이 좀비 무리 안으로 꾸역꾸역 기어들어 온 목적.
바로 엄마에게 선물을 주기 위함이었다.
키엑!
전신이 썩어 문드러진 밀리아의 엄마가 가래 끓는 소리로 대답했다.
그녀 역시 밀리아가 품에 안고 있는 검은 비닐봉지에 반응한 것이다.
바스락.
“알겠어. 자.”
밀리아가 내민 검은 비닐봉지가 손에 쥐어지자마자, 곧장 얼굴로 향한다.
으적. 으적.
곧이어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검은 비닐봉지 안에 들어 있는 것이 순식간에 배 속에 들어가기까지는, 채 수십 초기 지나지 않았다.
“밀리아.”
그런 엄마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밀리아에게, 아이의 아버지가 말했다.
“응?”
“야마 님께 기도드려야지.”
“아, 응!”
밀리아는 곧바로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속으로 기도했다.
‘야마 님께서 기적을 내려주신 덕에 엄마를 계속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야마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