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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32화 (132/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32화

7명의 신화급 각성자.

바꿔 말하면 저자들의 몸에는 일곱 명이나 되는 신들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뜻이다.

만약 이 자리에서 저것들을 전부 죽일 수 있다면.

나는 총 7명의 신들을 봉인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건 기회일지도 모른다.

‘동화율이 100%가 되면 신화 수호령은 해당 각성자의 몸을 지배하게 된다…….’

과거의 기억에서 떠올린 정보.

물론 저 오크들의 수호령 동화율이 지금 몇 %나 되는지는 잘 모른다.

아직 완전히 신에 의해 지배당하는 녀석들이 아닌 놈들도 있겠지.

‘따지고 보면 지금 저놈들 자체는 내 복수의 대상이 아니야. 저것들이 가지고 있는 신화 수호령이 대상일 뿐.’

사실 그런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이 자리에서 저들을 죽이는 건 결국 신들을 봉인하기 위해 무고한 필멸자를 죽인다는 게 된다.

하지만 그건 불가피한 일이다.

각성자가 성장해서 신화 수호령과의 동화율이 100%가 되는 건, 어차피 시간문제.

신화급 각성자는 전부 언젠간 그 수호령의 원본 신에 의해 육체가 지배당하게 되어 있다.

그게 아닌 경우는 단 하나.

동화율 100%가 되기 전에 다른 각성자와 싸우다 죽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신화 수호령은 다시 시스템으로 돌아갔다가, 나중에 다른 각성자의 몸으로 옮겨가게 된다.

어느 쪽이 되었든 시간이 흘러 저 각성자들에겐 반드시 죽는 결말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다른 각성자들의 몸으로 넘어가게 내버려 두면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내는 일이 될 뿐.

‘그래. 지금 여기서 끝내자.’

게다가 지금 저 녀석들은 아마도 골드를 마련하는 문제에 있어서 한계가 있었던 모양인지, 병력의 수 자체가 많지 않다.

받쳐주는 보조 병력이 적으면서 죽여야 할 요주의 인물은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지금 상황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처음에는 여기서 어떻게든 전투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 여겼지만.

관점을 다르게 보니 차라리 여기서 전면전을 치르는 게 내게는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든다.

‘정령 소환.’

전투가 시작되어 소환 타이밍을 빼앗기기 전에 재빨리 정령을 소환한다.

소환해 내는 정령은 아레스와 아테나.

현재의 대규모 집단 회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두 신이다.

{아테나의 가호 발동}

{아레스의 가호 발동}

짧은 순간, 나와 아델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기사들의 몸에 황금빛과 붉은빛이 동시에 휘감기고 사라졌다.

아테나의 가호는 집단의 방어를.

아레스의 가호는 집단의 공격을 강화시켜 준다.

내가 추출해 낸 개인 특성에는 저런 기능이 없지만, 그 수호령을 직접 정령 소환으로 불러내면 그들만의 가호를 발동시킬 수 있다.

“공격!”

그 두 소환령을 보자마자 외팔의 검사 오크인 ‘티르’의 요르겐이 공격 명령을 내렸다.

정령 소환에 저렇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건, 지난번 전투에서 자신을 몰아붙이던 두 기의 정령을 떠올렸기 때문일 터다.

콰르르릉!

화아악!

그 즉시 일곱 명의 신화급 각성자들로부터 일제히 수많은 공격들이 휘몰아쳐 온다.

불과 얼음, 번개, 돌풍의 마공이 아군 쪽을 향한다.

단순히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나 외의 모든 병사들을 즉살할 만한 강력한 공격.

아마도 이건, 저 각성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술들을 한꺼번에 방출한 것일 터다.

시작부터 필살기를 사용해 초전박살을 내버리겠다는 전략이다.

‘전면 방어장.’

나는 성주신의 권능인 방어막 형성을 통해 그 공격을 받아내려 했다.

하지만 그건 실패했다.

애초에 저 공격들은 나를 향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쪽 기사의 숫자를 줄이기 위한 공격인가.’

촤아아악!

그 수많은 공격들은 하나같이 직선이 아니라 큰 곡선을 그리며, 나와 아테나, 아레스를 우회해 내 뒤에 있는 기사들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즉, 이 중 최강자인 나와 두 정령들보다도 일단 약한 쪽인 병력을 먼저 죽이고 시작하겠다는 의도다.

그렇게 되면 이쪽 진영의 화력이 크게 줄어들 테니 말이다.

콰우우우!

투콰쾅!

“끄아아악!”

아니나 다를까, 다수의 기사들이 한꺼번에 휩쓸려 죽어 나간다.

아델과 같이 나에 준하는 강한 신체 능력을 가진 기사들은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피하거나 받아쳐서 살아남았지만, 대다수의 일반 기사들은 상당수가 죽는다.

성주신의 보호막을 펼쳐 받아친다는 선택지는 틀렸던 것이다.

‘그럼 다른 방법으로 해야겠군.’

그 순간, 영상을 되감기 하듯, 시간이 뒤로 되돌려진다.

방금 그것은 아테나의 특성을 사용해 시뮬레이션한 첫 번째 미래 예측.

적의 공격이 나를 노린 거라는 예상 하에, 성주신의 방어막으로 튕겨낸다는 선택지의 예측이었는데, 그것이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다시.’

장면은 다시 적 신화급 각성자들이 공격을 내지른 때로 복원되었다.

여기서부터 또다시 다른 대응 방법을 선택했을 때의 상황 전개를 예측하기 시작.

이 순간 내가 행할 수 있는 최적의 대응을 찾아내기 위한 반복 예측 도출을 해낸다.

* * *

‘항아리 깨기.’

성주신의 권능이 발현된다.

내 손바닥 위에서 마나로 이루어진 커다란 푸른빛 항아리 하나가 형성되고, 곧이어 그것은 산산 조각나며 깨졌다.

파캉!

그와 동시에 아군을 향해 날아들던 적 신화급 각성자들의 웅장한 공격들은 전부 가루처럼 변해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졌고.

이 주변에 가해지던 모든 종류의 마법 효과가 봉쇄된다.

각성자들이 사용한 무구 투영은 물론이고.

심지어 내가 정령 소환으로 불러낸 아레스와 아테나 또한 그걸로 소멸되었다.

당연히 기사들에게 적용되던 신의 가호 또한 사라졌다.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광범위한 지역을 일정 시간 동안 ‘마나의 진공 영역’으로 만드는, 광역 디스펠 권능, 항아리 깨기.

이것이 ‘승자의 사고체계’ 특성을 활용해 도출해 낸, 가장 승률이 높은 해답이었다.

“돌격!”

나는 거기서 모든 병력에게 돌격 명령을 내렸다.

서로 어떠한 권능도, 마법도, 투영무구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대격돌.

이건 그야말로, 순수한 스탯과 전투 센스의 싸움이다.

자기 수호령의 기술적 기능과는 관계없이, 스스로 쌓은 무기술과 신체 능력만으로 대결을 펼쳐야 하는 것이다.

타타탓!

거기엔 나도 예외가 아니다.

나는 아군 중 누구보다도 먼저 적진에 뛰어들었다.

그러곤 가장 맨 앞에서 권능이 취소당해 어리둥절하게 서 있는 외팔의 검사, ‘티르’의 요르겐에게 주먹을 날렸다.

콰앙!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인중에 꽂아 넣는 라이트 스트레이트 펀치.

으드득!

주먹 끝에서 뼈가 부러지는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코뼈와 앞니를 한꺼번에 부숴버린 것이다.

부웅!

내 주먹에 얻어맞은 요르겐은 그대로 상체가 뒤로 꺾이며 공중에서 몇 바퀴를 돌면서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그대로 적 오크 병사들 무리 한가운데에 꼴사납게 내동댕이쳐졌다.

“우오오오!”

그 일격을 신호로, 기사들과 오크들의 맨몸 백병전이 시작.

채앵! 파캉! 터엉!

이쪽의 기사들은 오크들보다도 더 광전사 같은 면모를 보이며 야만적인 근접 백병전을 벌였다.

저 오크들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을 터인 인간의 집단 광기를 이곳에서 마주해야만 했다.

“이, 이게 무슨……?”

“마법을 쓸 수 없습니다!”

“마나가…… 움직이질 않습…… 크악!”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오크들이 여기저기서 문제를 보고하지만, 그걸 해결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면 이 광범위한 디스펠 영역을 거스르는 건 권능의 사용자인 나 자신도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인간 놈들!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터엉!

‘토르’ 수호령의 오크가 손에 들고 있는 자루가 긴 장도리 같은 망치를 휘둘러 우리 쪽 기사 하나를 날려 보내며 말했다.

권능의 사용이 봉쇄당했음에도, 신화급 각성자들의 전투 능력 자체는 그와 같이 건재했다.

그들이 쌓아 올린 스탯은 결코 만만하게 볼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 말을 입증해주듯, 일곱 명의 신화급 각성자들은 권능이 봉쇄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전방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싸우고 있다.

“흥! 권능을 쓸 수 없어도 이깟 놈들쯤은!”

“나약해빠진 신체의 인간들이 감히 오크와 정면 대결을 펼치려 하는가!”

묠니르 없이 평범한 워해머만으로도 적을 짓뭉개는 토르.

궁니르와 폭풍의 권능에 기대지 않고도 몇 명을 단숨에 꿰어버리는 오딘.

하지만.

‘이 싸움은 내가 이긴다.’

그런 강적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싸움이 나에게 유리하게 흐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라르스 님! 병사들이 완전히 포위당했습니다!”

“……젠장!”

첫째는 병력의 규모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는 것.

오크들은 끽해봐야 병사가 300명 남짓한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내 쪽은 무려 1,000명.

최소 3배 이상의 규모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전력 차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광범위한 영역에 엄청난 화력을 투사하는 신화급 각성자들의 권능이었고.

저들 역시 그 점을 간파해 초장부터 필살의 권능을 아군 병사들에게 쏟아부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작전은 내 항아리 깨기 권능 한 방으로 파훼 당했다.

그리고 그렇게 다수를 한꺼번에 상대할 기술이 없는 상태에선.

제아무리 신화급 각성자들의 스탯이 높다고 한들 여럿에게 둘러싸이면 결국 언젠가는 허점을 노출하고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크악!”

신화 수호령 ‘수르트’의 각성자가 허벅지를 베여 쓰러졌다.

그는 자신의 검을 휘두르며 아군 기사들 한가운데서 분투했지만, 하필 그 상대가 아델이었던 탓이다.

“어떻게…… 인간 병사 따위가 나를…….”

“하아압!”

“알비드!”

그녀가 그 ‘수르트’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 할 때, ‘헤임달’이 앞을 막아섰다.

카앙!

그리고 그 상태로 그의 대검이 아델의 장검과 맞물려 힘 싸움을 벌였다.

“윽…… 무슨 힘이…….”

겉보기엔 무척이나 기묘한 광경이었다.

기본적으로 인간에 비해 오크들은 몸집이 훨씬 크다.

반면 아델은 인간.

심지어 아무리 키가 큰 편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남자에 비하면 덩치가 작을 수밖에 없는 여자이기까지 했다.

그 덕분에 거의 덩치가 두 배나 차이 나는 자들 간에 대등한 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기이한 모습이 펼쳐진 것이다.

“죽여 버린다……. 인간…….”

그때, 허벅지를 베여 쓰러졌던 ‘수르트’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델을 기습하려는 기미가 보였다.

이쯤에서 내가 저 싸움에 끼어들어야 할 것 같았다.

뻐억! 터엉!

지금껏 내 앞을 가로막던 오크 병사들을 주먹으로 떨쳐낸 뒤, 빠르게 아델이 있는 쪽으로 뛰어들었다.

‘타이밍이 왔다.’

그리고 파동을 축적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 * *

항아리 깨기를 이용한 전술이 나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 두 번째.

그건 바로, 광범위 디스펠 영역의 지속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나만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갑자기 마나 사용이 봉쇄되어 적이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 나와 아군은 당황하지 않고 먼저 백병전에 돌입해 기선을 제압했던 것과 같이.

마찬가지로 마나 봉쇄가 갑자기 풀렸을 때, 먼저 권능을 사용해 선제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쪽도 내 쪽이다.

‘흑색파동축적.’

지금까지의 포위전을 통해 상대측 각성자들이 취약점을 드러냈다.

아델과 싸워 상처를 입은 ‘수르트’의 각성자와 그를 지키느라 제대로 된 싸움을 하지 못하는 ‘헤임달’이 바로 그 취약점이었다.

권능의 사용 제약이 풀린 직후, 가장 먼저 사용하는 마법 공격으로 약해진 신화급 각성자 둘을 단숨에 끝장낸다.

그렇게 되면 상대의 전력은 급격하게 기울게 되는 것이다.

‘현무 앵거바딜.’

콰우우우!

수속성의 무구, 앵거바딜.

칼날에서 폭포처럼 뻗어 나오는 대량의 유수가, 거대한 거북 형상의 신수, 현무로 변모했다.

“아델!”

“예!”

그리고 디스펠 전술에 대해 미리 알고 있던 아델 역시 마나를 운용해 자신의 검술로 행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기술을 시전한다.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던 마나는 어느새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화했고.

검을 휘두르자 그 붉은 기운은 사자 형상의 검기가 되었다.

그 붉은 사자가 현무와 나란히 전진한다.

콰아아아아!

“젠장!”

뒤늦게 디스펠이 해제된 걸 깨달은 ‘수르트’와 ‘헤임달’이 각각 자신의 검에 무구를 투영해 그 공격을 받아치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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