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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29화 (129/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29화

콰드득.

아지다하카가 앞발을 휘두르자, 고통의 업화가 덧씌워진 날카로운 광풍이 몰아쳐 발할라의 오크 신과 천상인들을 덮쳤다.

“끄윽……. 이건 도저히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약해지지 마라! 적은 하나! 용을 부리는 소환사를 잡으면 끝이다!”

그 공격에 수많은 천상인들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조각나버렸고 신들은 기겁하며 도망쳤지만, 단 한 명의 신만은 끈질기게 버티며 나에게 대적했다.

한 손으로 망치를 휘두르는 커다란 몸집의 오크 신, 토르.

그의 단단한 방어력은 아지다하카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고도 계속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토르 님, 저놈은…… 혼자서 올림포스 신계를 통째로 파괴한 괴물입니다!”

“그럼 어떻게 한단 말인가? 놈이 발할라를 다 부수고 다니도록 내버려 두고 있으란 말이냐?”

“차라리 다른 분들처럼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후일? 후일은 없다! 발할라가 파괴된다면, 우리의 존재도 무가치해지는 것이다!”

그는 결사 항전의 뜻을 내비치고는, 망치를 휘둘러 내게 뇌격을 내뿜었다.

콰르릉!

제우스의 것보다 훨씬 더 거칠고 무거운 번개.

하지만 똑같은 뇌전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나에겐 그 또한 내 것으로 치환할 수 있는 동력에 불과할 뿐이었다.

나는 뇌격창 아스트라페를 내밀어 그 번개를 전부 흡수했다.

“누구의 번개가 더 강한지 볼까?”

“뭣……?”

그 상태에서 역 뇌격 방출.

치지직!

나와 아지다하카의 몸에서 동시에 전류 불꽃이 튀었고, 대량의 뇌전 격류가 토르에게 날아들었다.

츄쾅!

“끄아악!”

자신이 날려 보낸 공격에 더불어 내 힘, 그리고 아지다하카의 마력까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할 정도의 파괴력 앞에서는, 아무리 단단한 맷집을 가진 그라도 멀쩡히 서 있을 수 없었다.

스륵.

토르는 결국, 새까맣게 그슬려 사지가 분해된 채 낙하하는 꽃잎처럼 힘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악의의 전당.’

난 그런 그를 완전히 끝내버릴 생각으로 무구들을 소환해 내던졌다.

예의 거대화 된 무구들이 떨어진다.

물론 그건 단순히 토르만을 노리고 있는 건 아니었다.

이곳, 발할라 신계 전체를 파괴하기 위한 최후의 일격.

땅속으로부터 지표면을 뜯어내 없애기 위한 공격이었다.

투콰콰쾅.

거대 무구들이 쏟아져 내리면서 자아내는 파공음들이 사방에서 울린다.

이로써 발할라 신계의 존속은 끝.

쿠구궁. 쿠궁.

거대화된 무구들이 파고 들어간 자리에서 검은 불꽃이 치솟고, 용암이 흘러나온다.

올림포스 때와 마찬가지로, 세계가 급격히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토르가 사라졌다.’

한데 어째선지 그슬린 채로 지상에 몸통만 남아 떨어져 있던 토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사실 그뿐만 아니라 초반부에 자신들의 땅을 지키겠다며 나에게 덤벼든 다른 신들도 마찬가지.

어딘가로 도망치는 걸 보긴 했는데, 아무리 봐도 평범한 공간이동 마법 같은 건 아니었다.

어떠한 징후나 현상의 발생도 없이, 모두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버린 것이다.

‘마법을 사용해 공간이동 한 거라면 마력 추적으로 쫓을 수 있었겠지. 그렇다고 영체화한 것도 아니야.’

나는 광범위한 영역의 마력 흐름을 느낄 수 있고, 에테르를 보고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취를 감춘 신들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위치를 알아내는 게 불가능했다.

마치 원래부터 이 세상에 없었던 존재인 것처럼, 그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올림포스에서도 그랬었는데, 발할라에서도 또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아후라 마즈다……. 그놈이 뭔가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모양이군.’

콰쾅!

세상이 무너진다.

이젠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

{발할라 신계 외부로 이동한다.}

그렇게 난 또다시 신계 하나를 붕괴시키고서, 지상으로 되돌아왔다.

* * *

그 이후로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계를 파괴해 나갔다.

이우누, 아발론, 타카마가하라, 곤륜, 서천꽃밭, 일뤼카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문명을 거느린 모든 신들의 보금자리를, 거칠 것 없이 파괴해 나갔다.

그 일을 행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을 정도.

그렇게나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던 건, 이 과정에서 나를 가로막는 존재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어.’

신들이 사라졌다.

올림포스에서도, 발할라에서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단순히 어딘가로 도망친 게 아니라, 모종의 방법을 통해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이다.

그 탓에 아후라 마즈다 쪽에서 무언가 수작을 부린 게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필멸자도, 악마도.’

뿐만 아니라 지상에 살고 있던 필멸자들을 포함해, 나와 헤어졌던 악마 군단 또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악마들은 지상과 지옥을 함부로 오갈 수 없기에, 자신들 스스로 지옥으로 돌아간 것도 아니었다.

‘내 문자의 권능으로도 그 많은 수의 악마를 한꺼번에 내려보낼 수 없어.’

심지어 그런 일은 현재의 내 권한마저 초과하는 일.

‘그렇다면…… 아후라 마즈다의 짓인 건가.’

결국 난 놈의 소행인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당신의 권한을 박탈합니다.}

{취소.}

지금 이 순간에도, 그와 처음 만났을 때의 메시지가 계속해서 내 앞에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신들이 사라진 지금, 아후라 마즈다는 어딘가에서 내 문자의 권능을 빼앗으려는 시도를 행하고 있다.

{취소.}

물론 여전히 그때처럼 그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최고권한자 <아후라 마즈다>가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바벨탑으로 와라.]}

결국 그는 나를 강제로 끌고 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두 발로 걸어오도록 초청을 해야만 했다.

물론 거절할 이유는 없다.

누구보다도 나야말로 지금 당장 그놈의 낯짝을 보고 싶었으니까.

‘바벨탑.’

난 그 즉시 이동 목표 지점을 떠올렸고, 그 순간 내 시야 가장자리에 어떤 거대한 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원래는 보이지 않았어야 할, 지평선 너머 아주 먼 거리에 위치한 거대한 건축물.

대양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세상의 중심과도 같은 조그만 섬에 세워진 그것이, 왜곡된 공간 너머로 보인다.

나는 아지다하카를 타고 그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 * *

필멸자였던 시절에도 들어본 적이 있다.

선원들이 망망대해를 지날 때 목격한다던, 하늘과 맞닿은 거대한 탑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난 그런 이야기들이 흔히 나도는 허풍의 일종이라고 치부했었다.

애초에 내가 살던 예루살렘 왕국에는 항구가 없어서 그런 걸 본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그런데 지금 가까이 와서 보니, 바벨탑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

높이는 말 그대로 하늘에 맞닿았다고 할 만한, 구름 위로 솟아 있는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둘레가 엄청나게 두꺼웠다.

하나의 건축물이 섬 전체 면적을 다 차지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정도라면 정말 어지간히 멀리서도 충분히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후라 마즈다가 이 안에 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지금 이곳에 그놈이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곧장 아지다하카를 조종해 악의의 전당 무구들을 소환했다.

목표는 아후라 마즈다가 기다리고 있을 최상층.

‘신사적으로 1층부터 걸어 올라가 줄 생각은 없어.’

혹시라도 탑을 한 층씩 올라가며 그 사이에 위치한 온갖 장애물들을 돌파할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난 곧장 꼭대기 부분을 공격해서 직접 날아 들어갈 것이다.

‘업화의 구. 전탄 발사.’

슈콰콰콰쾅!

모든 무구에 검은 화염을 두르고 일제히 쏘아냈다.

창, 칼, 화살, 둔기, 예기.

종류를 불문하고 온갖 종류의 무기들이 바람을 찢고 탑을 향해 날아들었다.

탑의 최상층을 에워싸고 있던 구름들이 충격파로 인해 순식간에 흩어진다.

쿠쿵. 쿠쿠쿵.

동시에 탑 표면 벽이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냈다.

신계의 지각을 뜯어내던 악의의 전당의 위력을 떠올려 보면, 겨우 그 정도에 그쳤다는 것 자체가 바벨탑의 엄청난 내구력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콰우우우.

거대한 탑 안에 가득 차 있던 공기가 안에서 밖으로 세차게 불어 나갔다.

그 안에 서 있는 아후라 마즈다의 머리카락도 이리저리 휘날렸다.

“정말, 믿을 수 없는 놈이로군. 너라는 인간은 말이야.”

그가 아지다하카를 타고 하늘에 떠 있는 나를 보자마자 황당하다는 투로 말했다.

“바벨탑을 외부에서부터 무너뜨리고 들어오다니, 그런 발상 자체가 어떻게…….”

“다른 신들은 어디 있지?”

난 그 녀석의 말을 끊으며 탑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화아악.

그러자 갑자기 주변 공간이 왜곡되는가 싶더니, 나와 아후라 마즈다 사이의 거리가 급격하게 멀어졌다.

그건 그 녀석이 나로부터 도망친 게 아니라, 탑 내부가 외부에서 보는 것에 비해 실제로는 엄청나게 넓었던 탓이다.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실제 공간이 수백 배로 확장되며 이곳의 진짜 넓이를 드러냈다.

덕분에 아후라 마즈다는 가만히 선 채로 나와 엄청난 간격을 벌렸다.

“다른 신들? 글쎄.”

“날 갖고 놀 생각이라면 접는 게 좋을 거다. 지금 당장에라도 네놈을 죽일 수 있으니까.”

물론 그 간격이라는 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다.

이 정도 거리는 얼마든지 눈 깜짝할 사이에 좁히는 게 가능했기 때문에.

콱.

“크흡.”

난 순식간에 아후라 마즈다의 코앞까지 다가가 놈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문자의 권능을 사용한 순간이동 같은 건 아니었다.

단순히 빠른 속도로 이동한 것에 불과할 뿐.

이미 나와 이 녀석 사이의 힘 차이는 크게 벌어져 있는 상태였기에, 이제 와서는 문자의 권능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들 큰 문제도 아니다.

“어차피 죽는 건 똑같아. 얼마나 고통스러운가와 얼마나 치욕적인가의 차이일 뿐. 그러니까 대답 똑바로 해.”

“큭큭…….”

그러나 아후라 마즈다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넌 정말…… 의외성의 집합체야. 처음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줄곧. 아무리 술수를 쓰려고 해도…… 솔로몬처럼 권능을 빼앗기지도 않고…….”

으득.

“커헉!”

“말 돌리지 마.”

허튼소리를 할 기미를 보이자, 곧바로 놈의 관절을 꺾었다.

“다른 신들은 어디 있지?”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자취를 감춰버린 신들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뿐.

“그래…… 다른 신들……. 알려주지.”

아후라 마즈다는 그제야 내 의도를 따르기 시작했다.

“……신들은 ‘시스템’에 있어.”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게 뭔데? 똑바로 말해.”

“내가 만든 세상.”

“뭐?”

“너는 절대로 들어올 수 없는…… 우리들만의 이상향.”

우웅.

아후라 마즈다가 자신의 손에서 새하얗게 빛나는 칼 한 자루를 형성시켰다.

그 순간 난 날카롭게 세운 손톱으로 그 검을 막아냄과 동시에 빼앗으려 했다.

아테나의 특성을 발동시킬 것도 없이, 내 반응속도만으로도 충분.

투콱.

그러나 그 하얀 검은 내 예상과는 달리 여지없이 목을 관통했다.

칼을 들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목을 말이다.

“잘 가라. 흐흐…….”

아후라 마즈다가 자살을 함과 동시에 무수한 양의 메시지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시스템을 발동합니다.}

{현 시간부로 세계의 법칙은 자립 지능형 관리자인 시스템에 의해 무결성이 유지됩니다.}

{무결성 유지를 위해, 인가된 불멸자: <아후라 마즈다>로부터 관리자 권한을 박탈합니다.}

{<아후라 마즈다>는 [수호령 목록]에 종속됩니다.}

{신원 미상의 비인가 불멸자 발견.}

{당신을 시스템의 관리 영역에서 축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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