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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25화 (125/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25화

악마들이 신들의 포화에 휘말려 죽어 나간다.

전쟁의 신 아테나의 지시대로, 하급 악마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언뜻 보면 대악마나 신들의 압도적인 힘 때문에 하급 악마들이나 필멸자 병사들 따위는 전황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마치 가랑비에 옷이 젖는 줄도 모르는 것처럼, 하급 병종들에 의해 누적되는 피해는 강자들 간의 싸움에서 크게 불리한 작용을 한다.

아레스의 장창병들, 아테나의 비병들.

그들이 휘두르는 창칼의 풍압에 몇 번 스치고 나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제우스의 벼락이 더욱 매섭게 다가온다.

언뜻 보기에 작은 차이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승패를 가르게 되는 것이다.

“전하, 이대로라면 군단이 전멸할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후방으로 빠져서 제1, 제3 야전군의 지원을 기다리는 게 옳다고 판단됩니다!”

벌써 서른 번이 넘게 부활한 푸르푸르가 내게 후퇴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 역시 아몬처럼 상당히 힘이 약해져 있었다.

“…….”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나는 올림포스 신들의 계략에 완벽히 휘말렸다.

생각지도 못한 두 전쟁의 신의 권능 연계와 그중 하나인 아테나의 전술적 판단.

그리고 일점에 화력을 쏟아붓기 위해 주신마저 체통을 가리지 않고서 전장에 모여든, 저 방심하지 않는 태도까지.

“퇴각은 없다.”

“전하!”

그럼에도 나는 끝까지 거기에 맞선다.

맞서야만 한다.

이건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물러나면 상황은 저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

올림포스 신들은 내 발목을 잡기 위해 추가 투입을 하는 대신 총력전을 택했다.

전술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난 선택.

하지만 이건 바꿔 생각하면, 올림포스를 직접 공격하려 했던 당초의 내 목적을 그들이 달성시켜준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난 저들 전체를 상대로 싸우려고 했으니 말이다.

다만 지금은 그 목적 자체를 지극히 불리한 상황인 채로 달성한 것일 뿐이다.

‘전략적 패배. 하지만 그로 인해 벌어진 격차를 능력으로 찍어 누른다.’

다행스럽게도, 내겐 이 불리한 상황을 극적으로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다.

이 세상에서 나만이 가지고 있는 바로 그 힘 말이다.

그걸 사용한다면, 이 위기는 오히려 내 목적을 달성할 기틀이 될 수도 있다.

“푸르푸르.”

“예!”

“나를 엄호해라. 내가 싸우는 동안, 주변의 적들이 나를 방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견제를 쏟아내도록 해라. 너희는 이기지 않아도 된다.”

“……전하.”

그가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각오를 다잡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지정 그룹 <제2 야전군>에 소속된 구성원 전체에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그에게 내렸던 것과 같은 명령을, 지금 이 전장에서 싸우는 모든 악마에게 보냈다.

{내용: 총지휘관 앙그라 마이뉴를 엄호}

그런 명령을 내린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만.’

난 저것들과는 달리, 불멸자를 완전 봉인시키는 게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불멸자의 힘을 내 것으로 만들어 쓸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 놈만 잡아먹으면 된다.’

그리고 그것은, 단 한 번의 성공만으로도 이 불리한 전황을 극적으로 뒤집을 수 있는 역전 창출의 기회였다.

‘목표는 제우스.’

적 화력의 중심과도 같은, 저 뇌신을 잡아먹음으로써 말이다.

* * *

때로는 절묘한 전략 전술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성공을 힘으로 찍어 눌러 무효화하는 경우가 있다.

시대를 거쳐 전승되는 무수한 영웅담에는 지혜를 발휘하는 영웅들이 반드시 악을 처단하고 승리를 쟁취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연성을 무시할 정도의 행운과 타고난 조건들이 결과를 결정짓는 경우가 무수히 많다.

그리하여 권선징악이 아닌, 악이 선을 이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것이다.

정의의 여신 아테나의 전술은 완벽했지만.

지옥의 군주인 앙그라 마이뉴에겐 그 전술을 무너뜨릴 반칙과도 같은 권능이 있다.

‘악의 승리를 보여주마.’

콰르릉!

슈콰쾅!

불벼락과 무구들이 하늘에서 동시에 교차하며 서로를 향해 떨어진다.

나와 제우스.

지옥의 군주와 올림포스의 주신.

두 존재가 천지를 뒤흔들며 하늘에서 공격을 주고받았다.

-감히 이 몸에게 직접 공격을 퍼붓겠다는 거냐?

“감히 이 몸께서 친히 널 상대해 주는 거지!”

-어딜 함부로 입을 놀리느냐! 이런 건방진 놈이!

난 저 재수 없을 만큼 고압적인 태도의 신을 향해 루의 창을 내질렀다.

이 창 역시 번개의 속성을 머금은 물건이라, 제우스의 번개와 맞물려 상쇄되는 현상을 일으켰다.

쩌렁!

-그깟 장난감 같은 번개로 이 몸에게 해를 입히려 하다니!

콰르르릉!

그러자 놈은 그보다 훨씬 더 크고 강대한 규모의 뇌격을 전신에서 뿜어냈다.

무기의 성능에 의존하는 전격 공격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순수한 힘에서 발현되는 직접적인 뇌전 공격.

그것도 한 신계의 주신이 사용하는.

당연히 루의 창 같은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강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어떻게든 그 뇌격을 다른 무구로 받아내 피해를 줄이는 것뿐이었다.

“큭…….”

파사삭.

팔과 다리가 잿가루로 변해 허공에 흩날렸다.

겉으로 보이는 부상이 그 정도였고, 이미 초고압의 전류가 몸 전체를 관통한 내 육신이 멀쩡히 살아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난 더 이상 공격을 당해서 힘을 소진하기 전에, 악의의 전당 무구를 나 자신에게 발사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육체 재구성.’

그리고 곧장 부활.

멀쩡한 몸 상태로 순식간에 회복한 채 제우스에게 다시금 공격을 퍼붓는다.

슈팡!

몇 번이고 죽고 죽어도 끝없이 되살아나 이어지는 공격.

쐐애애액!

거기에 이따금 나 이외의 다른 악마들이 쏘아 보내는 투사체들도 날아들곤 했다.

-이놈들! 감히 나를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냐!

파지지직!

제우스는 버럭 화를 내며 사방으로 방전 뇌격을 발산했다.

“끄아아악!”

대악마 벨리알이 내 앞을 막아서며 나 대신 번개를 받아냈다.

“……앙그라 마이뉴! ……큭. ……가라!”

그는 나를 위해 스스로 육신의 붕괴를 감수하고서 번개를 맞아준 것이다.

“고맙다.”

난 벨리알의 희생을 발판삼아 제우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원거리 공격은 놈에게 통하지 않는다.’

파지직!

끊임없이 날려 보내는 악의의 전당 무구들이, 날아가던 도중에 전류에 의해 요격당한다.

저것 때문에 아까 전부터 내 공격은 어느 하나도 제우스에게 닿지 않았다.

결국 근거리에서 내 손으로 욱여넣는 직접 공격만이 정답인 것이다.

그런 결론을 도출한 나는 사방으로 뇌격을 남발해 대는 제우스에게 거침없이 돌진했다.

그건 마치 폭풍의 눈을 향해 기어들어 가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모험이었다.

파지직! 쐐애액!

그렇게 몇 번이고 반복되는 시도 끝에, 난 제우스의 코앞까지 다가가는 데 성공했고.

-네놈! 절대 나를 건드릴 수는……!

푸확! 투콱!

나와 그는 각자의 주 무기인 창을 내밀어 서로의 가슴을 꿰뚫었다.

파지지직!

화르륵!

그리고 제우스의 손에 쥐어진 창에서는 뇌전이.

내 손에 쥐어진 창에서는 검은 불꽃이.

각자가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을 방출해 서로의 몸을 맹렬하게 태우고 찢어발겼다.

물질계에 존재하는 육체를 먼지 하나 남기지 않고 소멸시킬 때까지, 서로를 향해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렇게 상호 간의 죽음을 끌어낸다.

“큭…… 큭큭큭큭.”

이전까지 놈은 나를 몇 번이나 죽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이제야 단 한 번 그를 죽였을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겼다. 올림포스의 주신.”

그놈의 영혼이 육체를 벗어나 내 오른쪽 눈으로 빨려 들어오는 게 보였다.

악의 승리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 * *

주변의 시간이 멈춘다.

나와 제우스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심상 세계 속, 고요하기 그지없는 작은 동산에서 독대를 했다.

“네놈…….”

제우스는 아까와는 달리 분한 듯하면서도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

이다음에 벌어질 일이 무엇일지, 이미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르테미스와 같은 꼴이 될, 자신의 운명을 말이다.

“모든 걸 버려서라도…… 날 그렇게나 죽이고 싶었던 것이냐?”

“그럼 넌 왜 나한테 그 개짓거리를 한 건데?”

나는 마지막까지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제우스를 몰아붙였다.

“적어도 그때, 반론을 제기할 수 있었던 거 아니야? 가만히 있던 나를 지옥에 떨어뜨릴 필요는 없었잖아?”

“너는 아르테미스를 죽였다.”

“아니, 아르테미스는 아직 내 안에 살아 있어. 어쩌면 그녀를 다시 꺼낼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때 아발론에서, 일을 좋게 풀어나갈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신들이 만약 나에게 용서와 협력을 구했다면, 난 흔쾌히 그에 응해줬을 것이다.

나와 야드가르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편안한 삶을 보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보장해 주는 대신.

봉인된 아르테미스를 되돌릴 방법을 함께 찾자고 했다면.

난 그 제안을 충분히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좀 더 평화롭게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지? 그렇게까지 싫었나? 필멸자였던 내가 불멸자가 된 게? 다짜고짜 아이를 빼앗고 지옥에 처넣을 만큼?”

“……그래. 싫었다. 너무나도 싫었다.”

“뭐?”

왜냐하면 이놈들은, 권위에 찌들다 못해 그게 정신병 수준으로까지 확대되어 버린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참을 수가 없었다. 일개 필멸자 따위가 우리와 동등한 존재가 되었다는 게. 온몸이 가렵고 어딘가에서 악취가 풍기는 망상이 들 정도였다.”

“하.”

“그런데 그것으로도 모자라 신을 죽일 수 있다고? 그건 역겨움을 넘어선 공포였다. 제거하지 않고서는 하루하루가 불안정한 공포.”

“단지 그 역겹다는 기분과 ‘죽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나를 그렇게 했다는 거냐?”

“그래. 넌 언젠가는 우리 모두를 없애버릴, ‘잠재적 위협 인자’였으니까.”

“‘잠재적’? 미친 새끼.”

“그리고 지금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다. 너는 이제 ‘잠재적’이 아닌 진짜 위협 인자가 된 것이다.”

제우스의 썩어빠진 논리는 받아들이기가 힘겨울 정도로 기이하게 왜곡되어 있었다.

이 모든 일을 일어나게 된 원인 제공자는 자신들이면서.

내게서 모든 걸 빼앗고 영원히 지옥에 가둬 놓으려고 한 건 다름 아닌 자신들이면서.

이로 인해 복수를 행하는 나를 살인마 취급하는 것이다.

그에겐 그 어떤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르테미스도, 루 라바다도, 제우스도, 최후의 순간까지 오직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놈들이었다.

“이제 난 끝이다. 그리고 넌 이 세상을 완전히 끝장내겠지. 너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그 순간, 세계의 멸망은 정해져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는 되지도 않을 정신승리를 하며, 자신의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였다.

“큭큭……. 그것이 이 세상이 정해 놓은 운명이라면, 거부하지 않으마.”

난 그런 그에게 마지막 일침을 날려줬다.

“신이란 직함을 달고 있으면서 지 운명도 제 마음대로 결정 못 하는 병X.”

“……흐흐. 그렇게 말해봐야…….”

“세상은 멸망하지도 않을 거고, 넌 영원히 봉인된 채 나에게 속박되어 살아갈 거다.”

“…….”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내고 말 거다. 네놈들 신 전부에게 목줄을 채워서, 물질계로 불러낸 다음, 개처럼 굴려 먹을 방법을.”

“……잠깐. 그건…….”

“잘 가라. 뇌신. 아니, X신.”

{제우스의 영혼을 흡수한다.}

{흡수한 영혼에 내재된 힘을 추출}

{추출된 힘은 <특성>과 <권능>으로 분리}

{특성 <뇌격 방출> 습득}

{권능 <뇌격창 아스트라페> 습득}

{권능 <뇌격부 케라우노스> 습득}

올림포스 신계의 주신은 그렇게, 참으로 볼품없는 최후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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