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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18화 (118/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18화

“당신이 이 지옥의 주인이라고?”

“훗.”

자신을 솔로몬이라 칭한 남자는 정원 가꾸기를 멈췄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도구들을 내려놓은 다음, 손을 툭툭 털더니 나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안으로 들어오게. 진실을 보여주지.”

“진실이라니, 무슨…….”

“자네가 보고 싶어 하는 것.”

난 그가 하는 말에 홀린 듯 따라갔다.

숲 가운데에 세워진 저택의 입구로 들어간다.

집사나, 하인 같은 건 없다.

이곳엔 이 남자 혼자밖에 없는 것 같았다.

끼이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펼쳐진 광경은.

“와아아아아!”

“죽여라!”

거대한 원형 경기장이었다.

중앙에서는 온갖 종류의 악마들이 뒤섞여 서로 죽고 죽이는 대결을 펼치고 있고, 관객석에는 그런 그들을 보며 잔뜩 흥분해 소리를 질러대는 악마 관중들이 있는 곳이었다.

내부와 외부가 전혀 일관성이 없는 공간.

마치 저택의 문을 통해 서로 다른 두 공간을 강제로 이어 붙여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앉게. 여기서 보면 잘 보일걸세.”

솔로몬은 그 안에 들어가서 관객석 어느 한구석에 걸터앉았다.

나도 그를 따라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헐벗은 여성의 모습을 한 악마 하나가 다가와 우리 둘에게 음료를 권했다.

헐벗은 여성의 형상이라지만, 막상 외형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추했다.

얼굴은 썩어 문드러져 있고 온몸의 피부에서 촉수가 튀어나와 흐물거리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고마워.”

“난 됐어.”

나는 이런 곳에서 주는 음료를 받아 마시고 싶지는 않아 거절했다.

솔로몬은 용케도 그걸 벌컥벌컥 들이켰지만 말이다.

“이예에에에! 죽여버려!”

투콱! 촤아악!

경기장 가운데에서 혈투를 벌이던 악마들 중 하나가 다른 악마의 목을 물어뜯었다.

그러고는 손톱으로 연달아 공격을 행했다.

콱! 콰콱! 콱!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난자했다.

그럴 때마다 관중들은 더욱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며 그 광경을 즐겼다.

“그렇지! 하하하하!”

그건 솔로몬도 마찬가지였다.

“어떤가? 자넨 즐겁지 않은가?”

물론 난 그 즐거움이 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생명의 소중함이니, 그런 걸 다 떠나서 저런 하급 악마들 간의 시시한 싸움이 뭐가 즐겁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난 잘 모르겠는데.”

“잘 모르겠다고?”

“그냥 빨리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그 ‘진실’이 뭔지나 가르쳐주면 안 되나?”

그래서 재촉했다.

내가 보고 싶은 건 이런 정체불명의 광기 어린 결투 따위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지금 자네가 보고 있는 게 바로 진실이네.”

“이깟 시시한 싸움이 대체 무슨 진실이란 거지?”

“그래, 시시한 싸움. 바로 그거야. 그게 바로 진실이야.”

“뭐?”

“삶은 가까이에서 보면 처절한 비극이라네. 지금 저 안에 서 있는 당사자들에겐 방금의 경기가 생사를 오가는 혈투였듯이 말일세. 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지. 즐거움, 혹은 시시함. 제삼자의 눈에 남의 일은 그런 하찮은 감정으로 느껴질 뿐인 희극이란 말이네.”

하지만 솔로몬은 계속 이상한 헛소리나 하며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난 말장난이나 하러 온 게 아닌데.”

“나도 말장난을 하려는 게 아니네.”

“하아.”

내가 답답해하며 한숨을 내쉬자, 솔로몬은 그제야 내가 조금 알아들을 만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신의 영역을 넘보다 지옥에 떨어지게 된 하계의 필멸자. 맞지?”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건가?”

그는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나도 똑같다네.”

* * *

“난 원래 자네처럼 평범한 필멸자였지.”

“평범한 필멸자……. 그럼 당신도 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신과 같은 존재가 된 것인가?”

“그런 셈이지. 다만 자네와는 조금 다른 케이스지만.”

“다른 케이스?”

“말이 나와서 그런데, 이 경기가 시시하다면 조금 더 재미있는 걸로 바꾸도록 하겠네.”

솔로몬이 갑자기 허공에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마법 술식을 그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훨씬 간단한 움직임이었다.

쿠궁. 쿠구궁.

잠시 후, 경기장의 바닥이 반으로 갈라지며 그 아래에서 또 다른 땅이 솟구쳤다.

원형이었던 경기장이 길쭉한 타원형으로 바뀐 것이다.

{경기장의 형태가 변화합니다.}

{설정: 200 대 200 깃발 뺏기}

그러더니 내 눈앞에서 반투명한 문자들이 나타났다.

아르테미스에게 받았던 계시.

바로 그 계시와 같은 형식의 문자가 나에게 나타난 것이다.

“이게 대체…….”

“보이는가? 문자의 권능이?”

“……문자의…… 권능?”

“이게 바로 내가 가진 힘일세. 세계의 법칙을 문자로써 비틀고 조정하는 힘.”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단순히 땅을 부수거나 치솟게 만드는 마법에서 그치지 않고, 세계의 법칙을 조정한다고?

“카아아악!”

“죽여버려!”

새로 만들어진 타원형 경기장에선 방금 솔로몬이 만든 규칙에 따라 악마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양쪽의 깃발을 빼앗아 자신의 진영으로 가져오는, 단순하지만 치열한 전쟁.

정말 말 그대로 그 ‘문자’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건…… 정말로 전지전능한 힘이잖아.’

솔직히 그 신이라는 것들의 정체를 알고 나서는, 그 명칭에 비하면 딱히 대단한 존재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필멸자에 비해 한참 압도적인 권능을 부리고, 계시와 가호를 내려 자신의 힘을 빌려줄 수 있으며, 죽지 않는 능력이 있다는 것 정도.

그냥 좀 압도적으로 강한 생명체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솔로몬이 행하는 건 그런 범주를 벗어나 있었다.

{날씨를 변경합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하늘을 어둡게 바꿉니다.}

{새로운 악마를 생성합니다.}

자신의 힘을 가해서 간접적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세상의 규칙 그 자체를 직접 바꾸고 있다.

이런 건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능했다면 애초에 나 같은 존재가 태어나게 만들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어떻게…… 이런…….”

“이게 다 ‘금단의 지식’ 덕분이지.”

솔로몬은 자기가 어떻게 이런 힘을 얻게 되었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밝혔다.

오늘 처음 만난 내게 경계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자신과 같은 인간 출신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자신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못할 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서인지.

별안간에 그는 과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 국가의 왕이었다네. 언제나 백성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또 그들을 위해서만 일하는 성군이었지.”

“자기 입으로 성군이라니, 그건 좀 웃기는군.”

“객관적인 세간의 평가일세.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니라.”

“아무튼, 그래서?”

“그렇게 나라를 열심히 다스리던 나도, 결국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네. 국가가 쇠퇴하기 시작한 거였지.”

“국가가 쇠퇴했다라…….”

난 그 얘기를 듣고 아후라 마즈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자신이 가호를 내려 번성시키던 국가를 ‘질렸다’는 이유로 쇠퇴시켰다던 이야기.

그걸 들어보면 나라의 흥망은 군주의 역량보다도 신이 얼마나 도움을 주느냐에 달려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너희 신은 너희를 도와주지 않았나 보지?”

“그렇다네. 신의 가호가 사라진 것도 그즈음이었으니까.”

그런데 솔로몬이 통치했던 국가도 그와 비슷한 케이스였던 모양이다.

“그런 일이 또 있었나 보군.”

“비일비재한 일이긴 하나, 자네가 생각한 것처럼 ‘또’는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그 케이스였다.

“왜냐하면 난 예루살렘 제국의 황제였으니까.”

예루살렘 제국.

내가 살고 있던, ‘예루살렘 왕국’의 전신이 되는 인간 종족의 고대국가.

그렇다.

지금 나는 수천 년 전 고대의 선조를 만나고 있던 것이었다.

“뭐? 그럼 당신이…….”

“주신은 아후라 마즈다. 우리의 신앙에서 절대적인 존재이자 유일신. 바로 그 신께서 내 나라를 버린 걸세.”

아후라 마즈다……. 그 증오스러운 신.

내 아내가 죽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갈 때는 나타나지 않다가, 정작 내가 불멸자로서 각성하게 되자 허겁지겁 정체를 드러낸 쓰레기.

꽈악.

난 그 말을 듣자마자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 와중에도 솔로몬은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어떻게든 내 나라를 지키고 싶었지. 설령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한이 있더라도. 그러던 도중에 손대게 된 게 바로, 이 ‘금단의 지식’이었다네.”

“그걸로 신이 되려 한 건가?”

“그래. 그걸 얻게 된 순간, 난 신이 되었다. 아니, 신보다 더욱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었다.”

“그놈들이 그런 걸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을 텐데.”

“맞아. 처음엔 이 ‘문자의 권능’으로 신들에게 맞섰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지. 세계의 법칙을 뒤바꾼다는 것도 무제한의 힘은 아니었고, 결국 자네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이곳, 지옥까지 떨어진 것이라네.”

그는 나보다 앞서서 나와 같은 존재가 된 자였다.

아후라 마즈다는 마치 나 같은 케이스가 처음인 것처럼 말했지만, 알고 보니 전례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전례를 말하지 않았던 건, 당연히 나를 속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만약 그 이야길 했다면 내가 솔로몬의 행방에 대해 궁금해했을 테고, 그로 인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면 아발론으로 가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한편, 난 이쯤에서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런 능력이 있다면…… 지옥의 문을 열고 나갈 수는 없는 건가? 세계의 규칙을 바꿀 수 있는 힘이라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할 텐데.”

문자의 권능.

혹시 그거라면 지옥 밖으로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한 물음이었다.

물론 대답을 듣지 않아도 왜 그가 아직도 여기에 있는지는 대충 알 것 같다.

결국 탈출엔 실패한…….

“가능하지.”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가능하다고? 그럼 왜 여기 있는 거지? 지금 당장 나가서 그 신들을……!”

“그런데 왜 그렇게 해야 하나?”

“……뭐?”

“어차피 다시 돌아간다고 한들, 저 신들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을 테고 난 다시 고통만 받다가 이 지옥에 떨어질 텐데.”

일부러 탈출하지 않은 것이었다.

솔로몬은 이곳에서 스스로 ‘악마왕’이 되길 선택했던 것이다.

“여기에 있으면, 적어도 이 지옥 안에서만큼은 누구도 나를 방해할 수 없다네. 수많은 악마들도 모두 내 ‘문자의 권능’ 앞에서는 쩔쩔매는 피조물에 불과할 뿐이야.”

“하.”

“저길 봐.”

그가 내 한숨에도 아랑곳 않고 손가락으로 타원형 경기장을 가리켰다.

무수한 악마들의 시체, 뼈와 살점들이 낭자하게 흩뿌려져 있는 전쟁터 위에서.

마지막 남은 소수의 악마들이 깃발 하나를 두고 끙끙대며 싸우는 장면이 보였다.

“아까 자네는, 저 싸움이 시시하다고 말했지? 하지만 덧없게 느껴지리만큼 무수한 시간을 보내온 나에게는 너무나도 흥분되는 일이라네. 전투의 규모나 웅장함, 화려함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이 말이야. 중요한 건 살고자 하는 생의 의지!”

솔로몬의 동공이 커진다.

눈빛이 점점 전에 익숙하게 봤던 눈빛으로 바뀌어 간다.

“불멸에 익숙해진 우리 같은 존재들은 아무리 싸워 봐야 저런 감정을 가질 수가 없지. 하지만 생명이 하나밖에 없는 저것들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치열하게 서로를 물고 뜯는다네.”

그는 이미 더 이상 과거의 찬란하던 예루살렘 제국의 인간 황제가 아니었다.

“전투와 전쟁뿐만이 아니지. 희, 로, 애, 락. 우리가 느끼고 행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의 감정에서, 필멸의 존재들은 불멸의 존재보다 훨씬 더 크고 격렬한 파동을 가지고 있단 말일세.”

저 바깥세상의 혐오스러운 신들과 똑같은 족속이 되어 있었다.

“바로 이곳에서, 난 그 삶의 진리를 찾고 말았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 되는 그 삶의 진리를 말일세. 이제 난 되지도 않을 과거의 영광을 좇는다는 명목으로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는 않을 걸세. 바깥에서 편안히 앉아 방관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삶을 즐기며 살아갈 거라네.”

결국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 금단의 지식으로 신의 영역에 도달한 그 역시 똑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이야기.

불멸.

결코 죽지 않는다.

신들에게서 인간성을 빼앗아간 건, 다름 아닌 ‘영원한 시간’이었다.

수천 년, 수만 년.

그 이상을 살아왔고 살아가야 할 그들에게, 겨우 백 년 남짓을 살아가는 필멸자의 생명이 하찮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두렵다.

그만큼의 시간이 흘러 나 역시도 저들과 마찬가지인 괴물이 될까 봐.

‘……난…….’

혼란스러워졌다.

지금 내 앞에, 미래의 내가 될 사람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꼈다.

“큭큭.”

솔로몬이 괴로워하는 나를 보며 음침하게 비웃었다.

“혹시라도 희망을 가질까 봐 미리 말해두는데.”

그러고는, 아직 닥쳐오지도 않은 그 먼 미래보다 더욱 시궁창인 현실을 나에게 마주하게 했다.

“내 권능의 힘을 빌려 지옥을 벗어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생각은 접어두게. 자네 역시 내 장난감이니까.”

{당신의 주인 솔로몬이 당신의 무릎을 꿇게 합니다.}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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