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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12화 (112/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12화

“이런, 젠장! 도대체 너희는 뭐야! 뭔데 날 방해하는 거야?”

모든 신수를 격파하고 나자, ‘소진랑’이라는 녀석이 다시 나타났다.

내게 공격당해 피떡이 되어 사라졌던 놈의 몸은 어느새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다.

“이 나쁜 놈들아!”

그 뻔뻔한 태도 역시 여전히 그대로였다.

“쟤는 뭐라는 거야?”

“정말 구제 불능이네요.”

우린 그 녀석이 악쓰는 모습을 심드렁하게 쳐다볼 뿐.

어차피 피해를 입히려고 해봤자 처음 봤을 때처럼 우리 힘만 빼는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이제 오방신수는 다 물리쳤고, 이 시나리오는 조금만 기다리면 끝날 테니 굳이 애쓸 필요도 없다.

“내가 어떻게 황우양 그놈을 속였는데! 조금만 더 하면 저 여자를 내 걸로 만들 수 있었는데!”

“……감히…….”

그리고 때마침, 그의 뒤에 이곳에 온 후로 처음 본 인물이 나타나 있었다.

그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손까지 떨고 있었다.

“내 아내를…… 탐한다고?”

족히 키가 2미터는 넘을 정도의 장신.

그런데 어깨너비가 그 큰 키보다 더 넓을 것 같은, 괴물 같은 체형을 가진 거구의 인간.

황우양.

그가 바로 소진랑이 범하려던 여자의 남편이었던 것이다.

“화, 황우양!”

“죽여 버리겠어. 이 개자식.”

옷이 상체의 거대함을 이기지 못했는지,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허리에 걸쳐져 있다.

그런 외양에 험악하기 그지없는 얼굴과 몸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니, 소진랑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자, 잠깐만! 이건…….”

“오해라는 말은 하지 마라. 방금 네가 네 입으로 내 아내를 탐한다고 말했으니까.”

“으, 으아아!”

소진랑이 술법을 사용하더니, 그의 몸 주변에 안개 같은 것이 몰려들며 하늘로 날아오르게 만들었다.

그러나 황우양은 그런 그를 놓치지 않았다.

뻐엉!

거의 순간이동에 가까운 수준으로 빠르게 뛰어올라, 하늘로 상승하던 소진랑의 정수리에 거대한 주먹을 내리꽂았다.

뿌지직. 빠각.

그렇게 살벌하기 그지없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은 그대로 공중분해 되었다.

내 악의의 전당에 맞아서 육신이 소멸한 것처럼, 순식간에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끝난 게 아니다.

‘소진랑 저놈은 죽어도 죽는 게 아닐 텐데.’

그는 육체의 제약에서 벗어나 영체 상태로도 의식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

유메미의 마법으로도 터치할 수 없는, 특수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실제로 정령마술 스킬로 영혼계를 감지하니, 아까와 같은 소진랑의 영체가 공중에 떠 있었지만.

우리 중 누구도 저 상태의 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화, 황우양! 제발 목숨만…… 목숨만 살려다오!

그런데 어째선지 지금의 소진랑은 아까와는 다르게 영체 상태에서도 황우양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어림없는 소리!”

당연히 통할 리 없는 구걸을 들은 황우양이 더욱 분노하며 소진랑의 영체에게 손을 뻗었다.

‘잡았다?’

그리고 그는 그걸 힘껏 움켜쥐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유메미조차도 어떻게 건드리지 못한 그런 존재를, 저 황우양이라는 자는 맨손으로 제압해버린 것이다.

-날 죽이면……!

“널 죽이면 내 속이 시원해지겠지!”

소진랑의 발버둥은 끝까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황우양은 그의 영체를 바닥에 짓이긴 채 발로 밟고서는 손으로 잡아 올려 찢어버렸다.

으드드득. 구우우웅.

-으아아아!

영혼계의 공간이 붕괴되고 물질계에는 왜곡 현상이 벌어진다.

그렇게 처절한 사투 끝에.

마침내 그는 영체마저 두 쪽으로 분리되어 처참한 몰골로 죽고 말았다.

“제 아내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잠시 후, 분노의 주살을 끝마친 황우양의 몸은 다시 평범한 청년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를 처음 봤을 땐 평범하기 짝이 없는 외모를 가진 소진랑이 대체 뭘 위장을 했다는 건가 싶었지만, 알고 보니 체격을 변화시키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분노하면 몸이 커지면서 괴력의 사나이가 된다……. 그런 거군.’

황우양의 아내 또한 그런 점 때문에 소진랑이 가짜임을 알아챘다고 말했다.

“저에게 그렇게 화를 내면서도 몸이 커지지 않는다는 게, 남편이 아니라는 증거였거든요.”

나름대로는 꾀를 부려 구분을 했다는 뜻.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유메미가 불쑥,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남편분이 본인한테 자주 화를 내시나 보네요?”

그 의도성이 다분한 질문에, 황우양의 아내는.

“……네.”

라고 대답하며,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게 무슨?’

난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나쁜 놈을 물리치고 봤더니 이쪽도 크게 다를 것 없는 놈이었다고?

이런 시궁창 같은 시나리오가 있나.

-내가 말했잖아? 신들 중에 제정신인 놈들 없다고.

{메인 시나리오 클리어}

{성주신 황우양의 시련이 종료됩니다.}

황우양은 다름 아닌 신계 서천꽃밭 신들의 일원인, 성주신이었다.

그리고 아흐리만의 기억에서도 보았듯, 신들은 대체로 인격의 나사가 하나씩 빠진 놈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 중에도 마나난 막 리르처럼 예외가 있기는 하겠지만…….

이쪽은 그런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한국인이라서 그런가, 한국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그래도 좀 멀쩡했으면 싶었는데…….’

-무의미한 소리. 저 신들이란 존재는 인간이 ‘민족’이나 ‘국가’라는 개념을 가지고 정체성을 인지하기도 훨씬 전에 살던 존재들이다.

‘흠.’

-애초에 내 눈엔 같은 인간끼리 민족을 따지고 경계를 구분하는 것부터가 이해가 되지 않는 얘기다.

아흐리만은 내 생각을 강하게 질책했다.

하긴, 애초에 필멸자로서의 인생 전부를 이종족과 싸우는 삶을 살았던 그 입장에선, 같은 인간끼리 피부색이나 생김새가 좀 다르다고 차별하고 싸우는 게 무척이나 한심해 보였을 것이다.

파아앗.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찝찝한 결말만을 맞이한 채 성주신의 수호령을 얻은 이진윤과 함께 원래 세계로 돌아왔다.

* * *

───

<오방신수의 힘>

-오행에 해당하는 속성 원소마법 시전 시, 신수의 힘을 빌려와 위력을 더욱 증폭시킨다.

───

“마법?”

난 마지막에 기린을 죽이고 얻은 새 특성을 살펴봤다.

그 강력한 신수의 힘을 빌려온다니, 분명 좋은 특성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그 매개가 ‘마법’이라는 게 너무 애매했다.

“정령술에 이어서 마법까지……. 이젠 아예 작정하고 마법 계통으로 넘어가라는 건가.”

물론 지금 난 스탯상으로 마법을 사용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수준.

하지만 악의의 전당이라는 걸출한 권능이 있는데, 그걸 버리고 마법을 새로 배운다는 게 너무 애매했다.

뭔가 자꾸만 능력이 여기저기 분산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봐, 아흐리만. 뭔가 방법이 없나? 이것도 결국 네가 손댄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특성 아냐?”

-악룡 포식은 내가 만들어 낸 권능이긴 하지만, 그게 무슨 작용을 일으킬지는 나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게다가 나도 기존에 존재하던 규칙들을 조금씩 비트는 수준에 그칠 뿐,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불가능해.

“그래서, 이 특성을 내가 쓰기 좋게 고칠 방법이 없는 건가?”

-고친다? 어떤 식으로?

“예를 들면, ……뭐, 마법이 아니라 악의의 전당 활용으로 신수의 힘을 발동한다거나.”

-그런 게 말처럼 쉽게 될 리가…….

아흐리만이 말을 하던 도중에 잠시 멈칫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뭔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목소리가 달라졌다.

-……있겠군. ‘그걸’ 이용하면 되겠어.

“그걸?”

그의 혼잣말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는, 잠시 후 내 앞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서 알 수 있었다.

{특성 <오방신수의 힘>이 특성 <극 파동제어>와 병합된다.}

{두 특성이 병합되어 신규 특성 <오색 파동제어>로 변형되었다.}

아흐리만이 말한 ‘그것’은, 다름 아닌 파동제어.

아지다하카의 힘을 완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된 뒤로, 난 더 이상 파동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어떤 무기든 그냥 소환해서 마음껏 발동 기술을 전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하나하나 발동기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무구들을 통째로 발사시켜서 여러 번 공격하는 게 훨씬 빠르고 강해서 그조차도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잘 쓰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덕에 ‘파동축적’이나 ‘파동발산’ 같은 건 더 이상 사용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흐리만이 그 쓸모없어진 특성을 새로 얻은 애매한 특성과 결합해 리뉴얼한 것이다.

───

<오색 파동제어>

-마나를 소모해 청색, 적색, 흑색, 백색, 황색 파동을 축적할 수 있다.

-파동의 크기는 소모한 마나량에 비례해 커진다.

-축적한 파동은 적합한 속성의 무기 기술 발동으로 발산할 수 있고, 해당하는 신수의 힘을 빌려 위력을 가중시킨다.

───

그 결과, 뭔가 굉장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물건이 나왔다.

아니, 어찌 보면 전보다 훨씬 더 간단해진 것 같기도 하다.

“파동을 축적하고 무기 기술로 발산……. 기존처럼 연계기 형태는 아닌 건가?”

-그래. 어차피 제약에서 벗어난 네가 굳이 파동을 그런 용도로 사용할 필요는 없지. 그래서 발동기술에 대한 부가적인 보조 효과로 만들었다.

“말하자면, 기존 무구들의 공격력을 증폭시키는 강화기라는 얘기군.”

-맞아.

대충 개념은 알 것 같지만, 중요한 건 직접 써봐야 한다는 거다.

“그럼 우선……. 적색파동축적.”

난 가장 먼저 직관적으로 알 것 같은 색상의 파동을 축적했다.

적색은 주작. 주작의 속성은 불.

적당한 양의 마나를 소모해 파동을 변형시키자, 가슴 속에서 맹렬한 화기(火氣)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전의 강격, 참격, 포격파동과는 똑같은 고리 형태이면서도 결이 다른 느낌.

또한 그 축적 방식도 이전처럼 특정 무기 기술을 사용해서 축적하는 게 아니라, 곧장 마나를 소모해 축적하는 방식이다.

굳이 그 상황에 필요 없는 무구를 꺼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걸…… 화염 속성의 무구에.’

그 상태에서 난 갈라틴을 꺼냈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무구 중 유일한 순수 화염속성의 무구.

속성 피해를 주려면 업화의 구를 써서 얼마든지 화염을 덧씌운 공격을 할 수도 있지만, 그 불꽃은 이 파동을 사용하기 위한 조건과는 별개다.

주작의 힘을 발산하려면, 순수한 화염 속성 무구에.

내 몸의 감각이 그렇게 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간다.’

난 곧바로 파동의 화기를 검에 담아 휘둘렀다.

그건 이전의 파동발산기를 사용하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방식이었다.

쉬익!

두 손으로 대검을 잡고 휘두르는 정직한 가로베기.

원래는 검에서 뻗어 나온 기다란 화염 칼날이 전방 일정 범위를 베어내는 기술이다.

하지만, 주작의 힘이 담긴 적색파동이 부여되자 완전히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슈화아아악!

갈라틴에서 뿜어져 나온 대량의 화염이 타오르는 새의 형상을 이루고.

화조(火鳥)는 참격의 궤적을 따라 반원을 그리며 날아 전방의 광범위한 영역을 크게 휩쓸었다.

화르르륵!

그 새의 몸을 이룬 고온의 화염이 닿는 모든 것들을 눈 깜짝할 사이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온갖 마물들과 폐허로 남은 구조물들까지 말이다.

“……이거 좀 좋은데? 아니, 조금이 아니라 많이.”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단순히 느껴지는 위력만 해도 악의의 전당 전 무장 발사보다 훨씬 더 강했기 때문이다.

물론 별개의 기술로 생각할 것도 없는 게, 기린을 잡을 때처럼 이 발동 기술과 무구 발사를 병행하면서 쓸 수도 있다.

그 활용도는 전적으로 내 숙련도와 집중력에 달려 있는 것이다.

“하. 이 정도면…….”

난 곧바로 다음 기술을 이어서 써 보았다.

모든 마나를 소모해 최대 위력을 내면 어느 정도의 위력이 나올까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청색파동축적.’

이번엔 고리 모양의 파동에서 수목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도 아까보다 훨씬 더 크고 묵직하게.

‘청색은 청룡. 청룡의 속성은 나무였으니, 지금 내가 가진 것들 중 가장 적합한 무구는…… 아르테미스의 활.’

꽈아아악.

곧장 활을 소환해 시위를 최대로 당겼다.

목표는 저 멀리 하늘을 날고 있는 용족 마수인 와이번.

그것을 정조준한 채로 잡고 있던 시위를 놓았다.

촤아악!

고오오오오!

아르테미스의 활이 갈라틴보다 위력이 높은 신화급 무구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모든 마나를 갈아 넣어 짜낸 파동이기 때문일까.

방금 전의 적색파동 갈라틴보다 훨씬 더 크고 강렬한 게 튀어나왔다.

“이, 이건…….”

콰우우우!

날아가는 화살을 중심으로 거대한 청룡이 나선을 그리면서 나아간다.

그 경로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목표로 했던 와이번도 그 앞에서는 그저 항공기에 부딪히는 작은 참새 한 마리로 보일 만큼 거대한.

용의 일격.

“……류우요, 와가 테키…… 크흠.”

왠지 10년도 더 전 어렸을 적에 잠깐 해봤던 고전 게임이 생각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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