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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10화 (110/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10화

고오오오!

하늘을 메운 청룡의 포효에 천지가 울렸다.

고작 초가집 안에 있는 사람 하나를 지키는 시련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대한 적.

물론 신화 수호령을 얻기 위한 시련이니 이해는 가지만…….

‘스케일이 작다는 생각은 취소해야겠어.’

이건 누아다의 시련에 비하면 복잡하지 않을 뿐, 규모 면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시나리오라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모두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이진윤은 시작과 동시에 보호막을 전개하고 아군을 보호했다.

한 손에 벌써부터 갈댓잎을 짜내고 있는 걸 보니,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진윤 씨. 보호막 잘 유지하고 계세요.”

“예? 당연히…… 오오옷!”

유메미가 그런 그의 몸을 마법 막대로 가리켰다.

화르륵!

그러자 푸른 마나로 이뤄진 보호막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강화 마법으로 이진윤의 보호막을 화염 속성 보호막으로 바꾼 모양이었다.

단순히 속성만 바꾼 게 아니라, 반구의 크기도 훨씬 커지고 두께도 엄청나게 두꺼워졌다.

‘막’이 아니라 ‘벽’이라고 해도 될 정도.

‘화염 속성……. 그렇군.’

유메미는 상대가 청룡이라는 것만 보고도 이미 파악한 것 같았다.

청룡은 오방 중 동쪽을 수호하는 신수로, 상징하는 오행은 나무다.

수목 속성의 청룡이 행하는 공격이라면, 불 속성 보호막으로 훨씬 더 용이하게 막을 수 있을 거라 예상한 것이다.

고오오오오!

그 순간 청룡이 또다시 포효를 지르며 첫 공격을 행했다.

콰과과광!

사방 여기저기에서 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언뜻 봐서는 대지 속성 공격을 행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건 수많은 식물들이 땅을 강제로 뚫고 올라오는 것이었다.

주변 일대는 순식간에 수목으로 뒤덮여 울창한 숲이 되었다.

지독하리만치 기분 나쁜 숲으로 말이다.

콰지직! 화륵!

거대한 나무와 덩굴 식물들이 우리 쪽을 향해 신체 일부를 뻗어 뭔가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를 감싸고 있는 불 속성 보호막에 가로막혀 순식간에 타올랐다.

“아, 아차! 집 안에 있는 황우양 씨의 아내분!”

그런데 그때, 이진윤이 그제야 보호 대상이 혼자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허둥거리며 뒤를 돌아봤다.

벌써 뒤쪽의 초가집 주변으로도 청룡이 만들어낸 숲이 자라나고 있었다.

“빨리도 눈치챘다.”

“어떡하죠? 형님!”

“걱정하지 마.”

난 그런 그에게 자세히 보라는 듯 손가락으로 집을 가리켰다.

“저 집은 우리가 전멸할 때까지는 공격받지 않는 것 같으니까.”

자세히 보면, 초가집 주변으로 공간이 괴리된 듯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건 아마도 시스템상의 조치였던 모양이다.

“애초에 저걸 소환한 그 소진랑이라는 놈의 목표가 저 집 안에 있는 여자를 범하는 거니까, 저 사람을 죽일 리가 없죠.”

유메미 또한 내 말을 거들었다.

“아…… 다행이다.”

이진윤은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단지 시나리오의 실패 조건에 대한 걱정 때문만은 아니고, 정말 사람이 죽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같아 보였다.

엄밀히 따지면 저건 그저 이 ‘상주신의 기억’ 속에 있는 환영일 뿐인데도 말이다.

화륵. 화르륵.

한편, 그 와중에도 청룡이 만들어 낸 숲의 수목들이 이진윤의 보호막 위를 때렸다.

물론 때린다기보다는 괜히 다가와서 불타버린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나저나 생긴 것에 비하면 별거 아니네요, 청룡. 번개 같은 거라도 떨어뜨릴 줄 알았더니 고작 식물로……. 이런 거라면 얼마든지 버틸 수 있겠는데요?”

이진윤은 그런 청룡의 공격을 우습게 여기고 있었다.

확실히, 저 스케일에 비하면 들어오는 공격이 그리 매서운 편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식물로 물리 타격을 주거나 옭아매려고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 더 일어나기 전에 저 녀석에게 불 속성 공격을 퍼부어서 한 번에 끝내도록 하는 게 어때?”

여기서 백선율이 집중 공격을 제안했다.

수목 속성의 적에게 화염 속성의 공격.

아주 당연한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각성자들은 모두 자신의 주 속성 외에도 다른 속성의 공격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 불가능할 것도 없다.

“그걸로 될까?”

“일단 해봐야 아는 거지. 처음 보는 적은 직접 부딪혀서 알아본다. 항상 해왔던 일이잖아?”

사실 우리 중 ‘오방신 청룡’이라는 마물을 마주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메미가 보호막에 화염 속성을 걸어 공격을 막는다는 발상을 한 것도, 단지 실제 신화에서 청룡이 오행 중 ‘나무’를 담당한다는 상식을 이용한 것일 뿐.

그렇다 보니 지금은 정말 백선율의 말대로 무작정 공격을 행하고 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는 것이다.

“빨리하세요. 지금 저 마법 시전 끝났으니까.”

유메미는 이미 공격을 펼칠 준비를 끝낸 것 같았다.

한 손에 쥔 마법 막대를 청룡 쪽으로 내민 채 반대쪽 손으로 그 손에 마나를 공급하고 있다.

마나를 극한까지 짜낸, 최대 위력의 마법을 시전할 생각인 듯하다.

“좋아, 그럼 해보자.”

나, 백선율, 최윤아 모두 그 의견에 따라 화염 속성 공격을 준비했다.

난 아르테미스의 활에 업화의 구를 덧씌워 화염 속성 화살을 시위에 메겼다.

그리고.

“그럼, 갑니다!”

유메미의 신호에 따라 네 명의 각성자들이 일제히 준비해 둔 공격을 청룡에게 퍼부었다.

그 순간.

……퍼퍼퍼펑!

의도하지 않은 대폭발이 우리를 감싼 주변 공간에서 발생했다.

* * *

귀가 먹먹하다.

시야가 흐리다.

의식이 오락가락한다.

삐이이.

이명이 계속해서 귓가에 맴돈다.

-……신 차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시면 안 돼!

그건 나를 깨우는 아흐리만이었다.

-가루를 들이마시면 안 돼!

“흐읍.”

그의 말에 본능적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고 숨을 참았다.

제대로 된 의사 판단이 되지 않았음에도, 아흐리만의 말을 듣고 그대로 따른 것이다.

‘……어떻게 된 거지?’

그리고 상황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

-독성 가루다. 저 녀석이 조성한 숲의 식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루. 그게 이 주변 공간을 빼곡하게 메운 상태에서, 너희가 화염 공격을 퍼부은 탓에 분진 폭발이 일어나 방어막이 깨진 것이다.

‘……이런 젠장. 멍청한 짓을 해버렸군.’

뭣도 모르고 자충수를 두고 만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걸 예상할 수도 없었다.

일단 지금 사방에 퍼져 있는 가루는,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극도로 발달한 내 시력으로도 볼 수 없었고, 유메미마저 몰랐던 걸 보면 마력으로도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더 중요한 건, 이진윤의 화염 보호막에 의해서는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명 가루가 우리 주변에 퍼져 있었다면 다른 것보다도 이진윤의 화염 보호막에 의해 먼저 연소반응이 있었을 텐데.

우리가 공격을 퍼부을 때까지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어쩌면 가루의 상태나 형태를 저 청룡이 의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심지어 단순한 분진폭발만으로 이진윤의 그 보호막을 깨고 신화급 각성자들까지 쓰러뜨린 걸 보면, 저 가루 안에 무언가 특수한 성질을 담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나저나 다른 사람들은…….’

정신을 차린 나는 주변의 상황을 살펴봤다.

최윤아, 이진윤은 완전히 기절한 것 같고, 백선율과 유메미는 나처럼 겨우 정신을 붙잡고 있는 상태인 것 같다.

콰드드득.

그들 주변으로 숲의 식물들이 접근한다.

저 자체는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무방비 상태인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치명적인 공격이 될 수 있다.

그나마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게 된 내가 그들을 지켜야 한다.

‘독성 가루를 마시게 하면 안 돼.’

다른 것보다도 지금 공기 중에 퍼져 있는 이 가루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

기절한 사람들, 아직 몸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사람들 모두 저기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가루를 없애려면……. 바람.’

바람을 일으켜 가루를 날려버린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무구 중에 그렇게 하기에 가장 적합한 게 있다.

‘아론다이트.’

용을 베어 죽인 바람의 마검.

타앗!

난 아군에게 마수를 뻗치는 식물들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갔다.

이어서 무게중심을 한껏 낮추고 횡 베기 자세를 취했다.

‘발동.’

파동은 필요 없다.

아지다하카의 힘으로 악의의 전당에 등록된 무구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시점부터, 더 이상 무구의 발동 기술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제약은 없었다.

굳이 파동을 쌓지 않고도, 이 검이 가진 본래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콰아아아아!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며 허공에 참격의 원을 그렸다.

그 원을 중심으로 맹렬한 바람 칼날이 일어 소용돌이를 형성한다.

츠카가각!

주변의 식물들은 바람 칼날에 산산 조각나고.

허공에 가득하던 가루들은 소용돌이를 타고 하늘로 치솟는다.

한순간, 뿌옇게 시야를 가렸던 사방이 깨끗해졌다.

“……으으. 지금…… 마법을.”

바로 그때, 머리를 부여잡고 간신히 정신을 차린 유메미가 마법 막대를 치켜들었다.

집중을 하기 위해 입으로는 “마법”을 연신 중얼거리며, 주문을 시전하는가 싶더니.

“죽어버려.”

화아악!

막대 끝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거리는 한참 떨어져 있는데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고열 불꽃.

그 불꽃이 대량으로 뿜어져 나와 하나의 형상을 이뤄냈다.

그건 다름 아닌 악마였다.

콰아아아!

저 하늘을 가득 메운 청룡에 버금갈 정도로 웅장한 크기의 화염 악마.

아까 그녀가 사용하려던 것이 바로 저것이었던 모양이다.

그것이 양팔을 펼치고서 청룡을 향해 덤벼든 순간.

콰콰콰콰콰쾅!

하늘에 거대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아까 전 발생했던 것과 똑같은 규모의 분진 폭발이다.

다만 그때는 가루들이 지상에 있었던 탓에 폭발력이 우리를 해쳤지만.

이번에는 가루가 전부 하늘로 치솟은 덕에 되레 청룡에게 타격을 입혔다.

유메미는 내 아론다이트 공격을 보고서 곧장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고오오오오!

하늘의 청룡이 포효한다.

이번엔 우릴 위압하는 포효가 아니라 고통에 몸부림치는 비명이다.

“화염 공격 할 수 있는 거 있으면 당장 날 도와줘요!”

유메미가 그 화염 악마를 유지한 채 청룡을 계속 불태우면서 말했다.

‘업화의 구, 아르테미스의 활.’

나도 거기에 호응하기 위해 다시금 일전의 공격을 반복했다.

무구 발사로 닿지 않는 거리의 적에게 가장 확실하게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수단.

피잉! 화아아악!

광선처럼 날아가는 화살의 궤적 주변으로, 광범위한 검은 화염 돌풍이 몰아친다.

곧 화살은 거대한 청룡의 몸에 박혔고, 유메미가 사용한 마법과는 다른 종류의 불꽃이 그 신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큭……. 나도 돕겠다.”

백선율 또한 정신을 가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나 공격에 가담했다.

그의 등 뒤에서 하얀 날개가 펼쳐졌고, 예의 신성 탄환 대신 화염 탄을 뿜어냈다.

쿠오오!

세 사람의 합동 공격에 청룡은 더욱 괴로워하며 몸부림쳤다.

쿠궁. 쿠구궁.

지상에 조성된 숲이 무너진다.

식물들은 청룡이 몸부림치는 것과 같이 제멋대로 꿈틀거린다.

그 과정에서 아까보다 더 많은 양의 독성 가루들이 숲에서 뿜어져 나왔지만.

촤아악!

그럴 때마다 나는 아론다이트를 휘둘러 그것들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덕분에 오히려 그 가루에 의한 분진폭발이 청룡에 더 큰 타격을 입히는, 피해의 역 증폭이 이어진다.

“떨어진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이어지는 일방적 공격 끝에, 하늘에 떠 있던 청룡이 땅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상태를 보아 더 이상 싸울 힘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저 거대한 덩치가 지상에 추락하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일으킬 거라는 점이다.

“하늘로 날아요!”

유메미가 그 충격을 피하기 위해 비행 마법을 사용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아직 땅에 쓰러져 있는 최윤아와 이진윤도 띄워 올렸다.

백선율은 하얀 날개로, 난 검은 날개로 날아올랐다.

콰콰콰콰콰!

잠시 후, 거대한 청룡은 결국 지상에 추락했고.

부피에 걸맞은 질량 덕분인지, 충돌 순간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주변 일대를 흙먼지로 뒤덮었다.

* * *

새까맣게 타버린 청룡이 땅 위에서 끝을 모르고 뻗어 있다.

그 거대한 덩치에서 나오던 위엄이, 이젠 그저 잘 요리된 뱀 정도로만 보인다.

다른 누구보다도 특히 나에게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지금의 나한테는 이것이 매우 먹음직스러운 먹이였기 때문이다.

‘악룡 포식.’

난 손을 뻗어 아지다하카의 머리를 불러내 청룡을 뜯어먹게 했다.

레비아탄 때보다도 훨씬 더 몸집이 큰, 그야말로 진짜 괴수.

덕분에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만큼의 보람이 있었다.

{신수 청룡의 정수를 흡수한다.}

{근력이 1,282 증가했습니다.}

{활력이 1,131 증가했습니다.}

{반사 신경이 1,356 증가했습니다.}

{집중력이 1,190 증가했습니다.}

{의지력이 1,225 증가했습니다.}

나는 다시 한번 한계를 뛰어넘었다.

더 이상 이 정도의 극적인 스탯 증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운 좋게, 그동안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막강한 마물 개체를 만나, 엄청난 수준의 강자들과 함께 그걸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그 보상이 고스란히 내 뱃속으로 들어왔다.

‘이런 걸 버스 탔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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