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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08화 (108/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08화

백선율의 제안대로, 전설급 각성자를 여럿 만들어내서 신화 수호령을 얻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얻는 다이아는 남에게 양도할 수 없기 때문에.

하지만 이미 전설 수호령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신화 수호령을 얻게 해줄 수는 있다.

───

신계 <서천꽃밭>의 관문이 열립니다.

관문을 열기 위한 열쇠, 전설 수호령 ‘우투리’를 가진 각성자는 신화 수호령 ‘성주’를 획득하기 위한 시련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

작년의 이벤트는 아발론이었는데, 올해는 서천꽃밭.

그 둘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어찌 됐든 인간에게 주어지는 전설과 신화 수호령은 한국과 영국, 두 문화권의 전승에서만 나타난다.

북유럽 신화가 오크의 것이고 그리스 신화가 엘프의 것이었듯이, 켈트 신화와 한반도 신화는 인간의 것이라는 뜻이다.

‘그나저나, 우투리가 성주신을 얻기 위한 조건인 건가.’

한편, 나는 그 패치노트를 읽다가 문득 묘한 의문이 들었다.

‘아서 왕과 누아다도 그렇고……. 이건 대체 무슨 관계인 거지?’

그 의문은 신화 수호령을 얻기 위한 전설 수호령의 조건에 관한 것이었다.

분명 조건으로 제시된 건 그 두 수호령 간에 연결점이 있기 때문일 텐데, 대체 그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패치노트는 ‘이것이 이렇다’라는 사실만을 전할 뿐, 막상 그 이유와 전후 사정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다행히 내겐 그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

-화신이다.

바로 신화 속 세상의 시대를 직접 살아봤던 아흐리만.

그는 이전까지 되도록이면 말을 아꼈지만, 나와 협력관계가 된 후부터는 이런 사소한 것들도 모두 알려주고 있는 중이다.

‘화신?’

-신들이 자신의 힘의 일부를 떼어 살아 움직이는 생명으로 만든 존재. 그 화신이 죽어 전설 수호령이 된 거다.

‘그렇다면 아서 왕은 누아다의 화신이라는 건가?’

-맞아.

생각해 보니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신들의 왕인 누아다, 기사들의 왕인 아서 펜드래건.

후자가 전자의 화신, 즉 아바타라면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것이다.

‘우투리는 성주신의 화신이고.’

-물론.

이쪽도 마찬가지.

성주신이라는 게 사람들의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과 같은 존재이니, 우투리의 그러한 막강한 방어 권능들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 성주신은 하나의 존재가 아니라 각 집집마다 존재한다고 여겨지는데……. 하나의 수호령일 수가 있나?’

-네가 알고 있는 그 신화는 인간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 내용에 불과할 뿐이다. 실제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는 거지.

‘인간이 알고 있는 것과 실제의 차이라…….’

기존에 알려진, 전해 내려오는 내용과 실제는 다를 수 있다.

겨우 몇백 년 전 역사도 정확히는 알 수 없고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으니, 신화 또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 거겠지.

애초에 오크나 엘프의 존재를 상상의 산물로 취급하고, 그들의 신화를 인간의 것으로 알고 있는 것부터가 가장 큰 왜곡이기도 하다.

그리 생각하면 기존 상식으로 당연히 여기고 있는 것도 충분히 깨질 수 있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

어쨌든 결론은, 이진윤이 저 ‘성주신’을 얻기 위한 조건에 부합한다는 거다.

그가 지금보다 더 강력한 방어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 쪽에는 전력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처럼, 자기 목숨을 희생하게 될 일도 없을 테고 말이다.

‘서천꽃밭의 개방 날짜는 9월 초. 그럼 아직 반년이나 되는 시간이 남은 건데.’

물론 여기에는 작년의 아발론 때와 같이 개방 날짜가 정해져 있다는 제약이 있다.

그래서 당장 얻으러 갈 수는 없다.

원래는.

‘……이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고?’

그런데 백선율은 패치노트에 나와 있는 이 날짜보다 이른 타이밍에 신화 수호령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안다고 했다.

-매번 정해진 날짜를 기다려야 한다면, 어느 세월에 신화급 각성자들을 ‘양성’할 수 있겠나? 우린 시간이 없다고.

……라는 말을 하면서, 조건에 부합하는 전설급 각성자들만 만들어내면 자신이 얼마든지 신화 수호령을 얻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소릴 한 것이다.

‘확실히 최윤아의 그 다누라는 신화 수호령도, 패치노트의 예정에는 없는 수호령이었지.’

물론 그게 허풍은 아닐 것이다.

굳이 그런 허풍을 떨 필요도 없고, 실제로 그는 바로 자기 옆에 전례를 데리고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디 한번 봐야겠군.’

* * *

“가장 먼저 측근에게 신화 수호령을 준다! 좋은 생각이야.”

백선율은 이진윤을 신화급 각성자로 만들고 싶다는 내 이야길 듣고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물론 누구보다도 기쁜 건 당사자인 이진윤 본인일 것이다.

그 말로만 듣던 신화 수호령이 바로 지금 자기 손에 들어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보다 백선율한테 고맙다고 해.”

“……아! 선율 형님도 진짜 감사합니다!”

백선율은 그의 인사에 빙긋 웃으면서 손을 들어 올렸다.

“몸은 좀 괜찮냐?”

“예! 형님 덕분에 완전히 회복됐습니다. 오히려 죽을 위기를 넘겨서 그런지 예전보다 더 세진 것 같습니다!”

이진윤이 에테르 순환을 사용해 힘을 끌어올리더니 충만한 에너지를 과시했다.

물론 죽을 위기를 넘겨서 상처를 회복했다고 더 강해지거나 하는 건 없다.

저건 말 그대로 그냥 기분이 그렇다는 소리다.

“너 전투민족 아니야. 괜히 힘 빼지 마라.”

“헤헤.”

아무튼 이진윤은 만전의 상태가 되었다.

신화 수호령을 얻기 위한 시련에 도전할 준비는 완료.

“자, 그럼 이제 알려줘. 대체 무슨 수로 패치노트에 예정된 것보다 더 일찍 신화 수호령을 얻을 수 있다는 건지.”

한편, 난 여전히 그가 말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증이 풀리지 않은 채였다.

그저 계속해서 ‘나를 따라와 보면 안다’는 말만 반복할 뿐.

그러나 이진윤까지 여기로 데려온 마당에, 이제는 어느 정도 내용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계속 영문도 모른 채 따라다닐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게 조금 강하게 답을 요구했다.

“좋아. 그럼 알려주지.”

그 역시 내 의중을 알아챘는지,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았다.

“현재 인류 내에서, 유일하게 신계에 접근할 수 있는 각성자가 단 한 명 존재한다.”

“그게 누구지?”

“마존.”

그 말을 듣자마자 내 머릿속엔 바로 그자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벨그레이브의 1급 각성자 4인방 중, 토끼 가면을 쓰고 있는 동양인 여성.

소문으로는 이 세상의 모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사람이었다.

‘마존’이라는 칭호 자체가,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The master of all magics(모든 마법의 통달자)’라는 어구로 읽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진짜로 모든 마법을 쓸 수 있다는 뜻인지, 단순히 수사적 비유로 만들어진 칭호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만큼 마법에 관해서는 인류의 누구보다도 대단한 능력자임이 틀림없는 인물이다.

백선율은 바로 그런 사람의 능력을 사용해 신화 수호령을 얻게 하겠다는 것이다.

“마존? ……꽤 그럴듯하게 들리는군.”

“그래. 그녀는 아주 특별한 인물이야. 마법으로 시스템의 한계를 초월하기도 하는 사람이지. 신화 수호령을 얻는 것도 바로 그 일부고.”

‘시스템의 한계를 넘는다고?’

그 말을 듣자 내 머릿속엔 곧바로 아흐리만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왜지?

‘난 그런 존재가 이 세상에 너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궁금해진다.

마존은 도대체 어떤 인물이며, 그녀가 가지고 있는 진짜 능력은 무엇인지.

이참에 단순히 이진윤에게 신화 수호령을 얻게 해주는 걸 넘어 친분을 쌓아놓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눈으로 봐야겠어. 지금 당장 만나러 가자.”

“후훗. 그렇게 하지.”

백선율은 최윤아에게 손짓했다.

쿠궁. 콰지직.

그러자 그녀가 지난번처럼 우리가 서 있는 주변 땅에 원을 그려냈다.

땅을 접어 먼 거리를 이동하는 순간이동 권능.

그 권능으로 우리 네 사람은, 마존의 세력권 중심인 일본으로 갔다.

* * *

작은 키, 어깨까지 내려오는 새까만 흑발, 실제 나이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조막만 한 얼굴.

전형적으로 동양인 같은 외양과는 상반되게, 복장은 또 마치 전근대 유럽의 귀부인 같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폐허가 된 도쿄 한가운데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녀는 나를 향해 꾸벅 인사했다.

나 또한 같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실, 지금 난 그녀와의 만남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와…… 이건…… 또 뭐지?”

옆에서 이진윤이 입을 떡 벌린 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나도 그와 같은 마음이었다.

왜냐하면 도쿄 한가운데의 대로에,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깔끔하게 꾸며놓은 정원이 떡하니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말이 안 나오는군.’

주변엔 마물들이 득실거리고 건물들은 무너져 황폐화된 이곳에 조성된 고풍스러운 정원.

심지어 흐르는 개울과 그 위를 가로지르는 하얀 나무다리까지 있다.

이게 다 아스팔트 도로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마법인가?’

이 모든 게 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제야 눈앞의 사람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수호령: 바리공주(신화)}

마존 아리사카 유메미.

이 작은 몸집의 일본인 여자가 바로 모든 마법에 통달했다는 소문의 각성자였다.

“그쪽이 매튜 씨죠?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녀는 상당히 우아한 태도로 나를 대했다.

마치 유럽 귀족 여성 같다고 할까.

옷차림도 그렇고, 여기 만들어놓은 정원도 그렇고, 이런 컨셉을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다.

“패치노트의 노출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공성전에 관한 내용을 알려주신 부분에 대해서도 정말 고마워요.”

유메미가 방긋 웃으며 공성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참고로 난 미리 백선율에게 말해두었다.

백산 클랜뿐만 아니라, 다른 세력들에게도 공성전에 대한 정보를 퍼뜨려 달라고.

이건 차후를 위한 밑밥이었다.

인류가 괜히 사분오열해서 이종족에게 각개격파 당하게 두면, 그 각개격파의 마지막 차례는 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세력들이 살아남게 만드는 편이 낫다.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다행이군.”

이 모든 건 ‘매튜’라는 위장 신분 덕분이었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말 그대로 미지의 인물.

남들에겐 그야말로 지금까지 숨어 있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신흥강자처럼 보였을 것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고, 어떤 힘을 가졌는지도 모르는 인간.

그 덕분에 패치노트를 가지고 있다는 게 알려져도 함부로 시비 거는 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 여기까지 오신 이유는 뭐죠?”

유메미가 나와 백선율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신화 수호령 때문이다.”

“아. 또 저보고 신계의 문을 열어달라는 거군요.”

그녀는 아주 익숙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확실히 이전에도 백선율이 그녀에게 신화 수호령에 관한 도움을 받긴 받았던 모양이다.

“자꾸 부탁만 하게 돼서 미안하게 됐군. 하지만 이번에 도움을 요청할 건 내가 아니라 매튜다.”

“아하. 그렇다면야 더…….”

꿰에엑!

그녀가 밝은 얼굴로 부탁을 받아들이려던 찰나, 주변에서 듣기 거북한 마물의 괴성이 끼어들었다.

사실 그건 당연한 현상이었다.

왜냐하면 아까도 말했듯 이 정원 주변에는 마물들이 득실거리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특수한 결계 같은 거라도 있는지 그것들이 이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결계가 소리까지 막을 순 없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유메미가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꽤나 귀엽게 생겼다고 생각했던 그 얼굴이, 섬뜩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심하게 일그러졌다.

지이잉.

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 거대한 원이 생겼다.

새까만 배경에 하얀 점들이 번쩍이는…….

‘밤하늘? 아니, 저건…….’

우주였다.

콰아앙!

그 구멍에서 갑자기 조그만 바위 하나가 튀어나와 땅에 떨어진 건, 눈으로도 쫓기 힘들 만큼 극히 짧은 찰나.

우주를 유영하던 작은 천체가 대기의 저항을 일절 받지 않고 날아와 지표면에 직격한 것이다.

쿠구구구궁.

무지막지한 충격파가 도쿄 일대의 지반을 뒤집어엎는다.

폐허로나마 남아 있던 도쿄의 건물 잔해들은 전부 잿더미가 되고.

마물들은 흔적조차 없이 잘게 흩어져 사라졌다.

“으아아아!”

이진윤이 깜짝 놀라 주저앉으며 보호막을 전개했다.

물론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 운석 마법의 타격 범위 안에서 정원은 예외였기 때문이다.

“……그쪽을 도와드리도록 할게요. 저도 많이 도움을 받았으니까 말이죠.”

잠시 후 주변이 잠잠해지자, 유메미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어느샌가 이곳은 폐허 속의 정원이 아니라 사막 속의 정원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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