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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06화 (106/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06화

한밤중의 알포드 성에 번갯불이 번쩍였다.

{수호령: 토르(신화)}

새까만 어둠 속에서 빛나는 토르의 번개는 이곳에 있는 누구든지 훤히 볼 수 있을 만큼 환했다.

쩌렁! 콰르릉!

‘장난 아닌데, 진짜로.’

그리고 그 위력은 화려한 외관에 충분히 걸맞았다.

아니, 보이는 것 이상이었다.

“하찮은 인간 놈! 오크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고 본모습을 드러내라!”

토르 오크가 망치를 휘두를 때마다 뇌전이 휘몰아치듯 뻗어 나왔다.

그건 단순한 번개 광선 같은 것이 아니라, 마치 억지로 가둬놓았던 파괴적인 자연재해를 한순간에 방출하는 듯한 공격이었다.

콰릉! 콰르릉!

그럴 때마다 난 미스텔테인을 날려 보내 간신히 상쇄시키고 있긴 하지만, 어느 틈에 저 번개가 내 몸에 꽂힐지 알 수 없어 두려운 감정마저 들었다.

쿠구궁.

번개에 스친 민가들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어 무너졌다.

석재 건축물은 벌겋게 달아오르며 액체로 용융되었다.

무지막지한 신의 권능이 저 오크의 몸을 통해 분별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미쳤군. 뭐 저런 게 다 있지?’

이곳에 온 후로, 신화급 각성자들을 조우할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모든 공격을 파쇄하는 미스텔테인부터 시작해, 엄청난 검 실력을 가진 외팔의 검사와 미친 듯한 화력광 토르까지.

심지어 백선율의 묘사대로라면 아직도 이런 녀석들이 둘이나 더 남았다.

‘활을 쏘는 녀석과 창을 쓰는 녀석. 그렇게 더 있다고 했지.’

아흐리만은 그들을 스카디와 오딘으로 추정했다.

지금 저 앞에 있는 녀석들도 둘 다 티르와 토르로 맞아떨어졌으니, 나머지도 틀림없을 거다.

“먼저 싸움을 걸어놓고 도망만 치는 거냐? 제대로 덤벼라!”

토르는 나를 끝까지 추격하며 그 무시무시한 번개를 쏴댔다.

거기에 난 그저 미스텔테인을 내밀어 공격을 상쇄시킬 뿐.

저 도망친다는 말도 어불성설이었다.

조금이라도 방어에 소홀했다간 내 뒤통수에 번개가 꽂히게 생겼는데, 등을 보이고 도망칠 수 있을 리도 없기 때문이다.

‘3 대 1의 구도에서 3 대 2의 구도로 바뀌자마자 형세가 완전히 반전됐어.’

루와 호드, 두 기의 정령들도 나의 가세가 없어지자 외팔 오크에게 조금씩 공격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단 한 명의 적이 늘어났을 뿐임에도, 공수의 주도권이 확연하게 뒤바뀐 것이다.

-쯧. 이러다 죽겠군.

‘조용히 좀 해. 집중에 방해되니까.’

-집중이고 자시고, 겨우 둘 상대로 이렇게까지 밀리는데 적이 더 늘어나면 버틸 수나 있겠나?

‘버텨야지. 안 버티면 어쩌겠어.’

아흐리만의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난 어떻게든 무구를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두 정령들을 적극적으로 희생시켜 이 교착 상태를 유지했다.

미스텔테인과 고등 정령마술.

그 두 가지가 없었다면 난 이미 진작 죽었을 것이다.

그렇게 토르와 티르의 각성자들을 상대로 몸을 불사르는 분전을 하는 도중.

큐웅!

어디선가 광선이 날아와 내 어깻죽지에 꽂혔다.

자세히 보니 그건 창이었다.

“크흑!”

참을 새도 없이 고통 섞인 신음이 터져 나온다.

피하는 건 불가능.

그나마 피격 직전 몸을 틀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심장에 맞았을 것이다.

‘세 번째 신화급 각성자……인가.’

그 창을 던진 자가 저 멀리서 모습을 드러낸 채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인다.

{수호령: 오딘(신화)}

티르, 토르에 이어 오딘 수호령을 가진 각성자까지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결국 오크 놈들의 신 중 가장 강한 삼신이 다 모였군.

이제 힘의 균형은 더욱 저쪽으로 기울 것이다.

어떻게든 공격을 받아내던 방어도 완벽하게 유지하는 건 불가능할 테고 말이다.

어쩌면 여기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다.

그만큼 강렬한 위기감이 몸을 타고 흘렀다.

-난 모르겠다. 이 작전.

아흐리만이 체념한 듯, 그렇게 한마디를 던지고선 입을 다물었다.

“젠장! 에길! 날 또 방해할 셈이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네놈이 저 인간 하나를 제대로 못 해치워서 이 몸이 도와주는 것 아니냐!”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토르 수호령의 오크가 방금 창을 날린 녀석에게 대뜸 화를 낸 것이다.

‘분열? 같은 편끼리 사이가 나쁜 건가?’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저 둘은 진심으로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덕분에 오히려 수가 늘었음에도 공격의 집중도가 감소했다.

‘이유가 어찌 됐든, 이러면 나한텐 더 좋지.’

작은 행운이 얹어졌다.

물론 그런 행운이 없었어도, 상황 자체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체적 흐름은 어디까지나 내가 의도한 계획의 일부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화급 각성자를 셋이나 끌어들였으니, 이제 슬슬 시작해야겠어.’

외팔 오크를 몰아붙였던 초장에 도망치지 않은 것.

그 상태로 굳이 시간을 끌다 다른 각성자들이 난입하게 만든 것.

그건 전부, 내 테러에 연계한 공격을 실행하기 위한 작전의 일부였다.

‘원래는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이들의 주의를 끌 생각이었지만.’

물론 언제나 그렇듯, 모든 일이 항상 예상한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저 외팔 오크가 알 수 없는 능력으로 내 위치를 감지해 낸 건 나도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당초의 계획에 비해 그리 크게 틀어진 부분은 없다.

약간의 불운으로 인해 생긴 결함은 약간의 행운이 채워줬으니 말이다.

‘클리브 솔리쉬 소환.’

난 누아다의 대검을 불러내 하늘 높이 날려 보냈다.

그리고 상공에서 검에 담긴 신성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슈팡!

칠흑 같은 어둠 속, 밤하늘은 그 새하얀 빛의 파동으로 환히 빛나기 시작했고.

이윽고 또 다른 종류의 빛이 이곳, 전투가 벌어지는 구역의 반대편으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쿠구궁. 쿠궁.

“뭐지?”

나를 강하게 밀어붙이던 세 명의 신화급 각성자들이 일제히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설마…….”

그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들이 테러범인 나를 잡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이.

바깥의 성 반대쪽에선 백선율을 비롯한 우리 쪽 병력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 * *

번쩍.

하늘에서 빛이 퍼져 나간다.

알포드 클랜장인 ‘매튜’가 사전에 얘기해 뒀던 바로 그 신호다.

“지금이다!”

백선율의 신호와 동시에 최윤아, 아델, 그리고 상급 병사들이 일제히 성의 결계 한쪽을 향해 공격을 쏟아부었다.

이 공격 작전에 참가한 자들은 모두 오전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을 완전히 회복한 이들이었다.

콰우우우!

최윤아의 손끝에서 세찬 물결이 뻗어 나와 결계를 두드린다.

백선율은 하얀 날개를 펼쳐 별빛 소나기를 일점에 쏟아부었다.

모스크바를 초토화시켰던 바로 그 공격.

그걸 넓은 범위가 아닌 한 점에 집중시킨 것이다.

그 둘뿐만 아니라, 알포드 성에서 훈련받은 고위 병종들이 쏴대는 검기와 마법 또한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을 발산한다.

“적이 오기 전에 결계를 깬다!”

이 결계만 깨면 내성은 바로 코앞이다.

그러면 외성 입구 쪽에 모여 있는 강자들보다 먼저 내성에 도달해 점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전의 전투 때는 온갖 방해꾼들에 의해 가로막혀 결계를 제대로 타격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정말 아무런 방해 없이 마음껏 타격하고 있다.

이게 다 알포드 클랜의 클랜장인 ‘매튜’가 저 앞에서 신화급 각성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어준 덕분일 것이다.

‘과감한 작전……. 과연 패치노트를 얻어낸 자답군.’

백선율은 그에 호응해 이번 공격으로 오크들을 끝장낼 생각이었다.

피이잉!

그런데 그때, 화살 하나가 날아와 그들 사이의 바닥에 꽂혔다.

“쳇!”

백선율은 그걸 보자마자 무엇인지 알아채고 그 화살 위에 광선을 발사했다.

화살은 한순간 강렬한 냉기를 사방으로 흩뿌리려다가 백선율의 광선과 부딪혀 상쇄되며 사라졌다.

“하나가 남아 있었군.”

달갑지 않은 방해꾼.

오전의 전투에서 그리도 자신을 귀찮게 만들던, 활을 쏘던 신화급 각성자였다.

‘매튜’가 그까지 잡아두진 못했던 모양이다.

“괜찮으세요?”

“괜찮아. 넌 계속 결계 파괴에 집중해. 저 녀석은 내가 맡을 테니, 다른 병력의 지휘는 너에게 맡기겠다.”

“알겠습니다.”

백선율은 최윤아에게 현장 지휘를 맡긴 후, 곧장 하늘로 날아올라 적의 화살 사격을 자기 쪽으로 유도했다.

조금 귀찮은 게 들러붙긴 했지만, 그럼에도 상황은 아까보다 훨씬 좋다.

상대해야 할 강적이 여럿 있고, 그들을 받쳐주는 병사들이 주변에 가득하던 오전 전투에 비하면.

고작 신화급 각성자 하나를 상대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 * *

“후방에서 적이 공격해 오는 것 같다!”

“에길! 요르겐! 저쪽은 내가 상대할 테니, 여길 맡긴다!”

“닥쳐, 라르스! 저쪽은 내가 막는다!”

“둘 다 그만 싸우고 아무나 한 명만 가!”

토르, 오딘, 티르.

북유럽 삼신의 수호령을 가진 이 오크들은 성이 기습공격을 당한 이 와중에도 서로 티격태격하며 싸웠다.

아무리 봐도 한 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오합지졸 같은 팀워크.

‘혹시 이 공성전 때문에 일시적으로 연합 같은 걸 맺은 건가?’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런 추측이 절로 들 수밖에 없다.

애초에 처음부터 이번에 상대해야 할 적 클랜이 하필 오크 세계의 최강자들만 모아 놓은 클랜이라고 가정하는 것보다.

이번 공성전을 위해 각기 다른 세력의 강자들이 일시적으로 힘을 합쳤다는 게 더 현실적이기도 하고.

‘그렇다 하더라도 이 짧은 시간에 뭉친 건 대단하군.’

우리 쪽 인간계로 따지자면 이들은 과거 벨그레이브의 최강자들이다.

염왕, 검제, 마존, 성황이 하나로 힘을 합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서로 간의 불신과 갈등으로 분열됐던 그들을 다시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들처럼 서로 싸우는 꼴이 될 테고.

그렇게 생각해 보니 한 종족을 통합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실감된다.

“젠장! 그럼 네가 가라, 에길!”

“흥! 너 따위가 말하지 않았어도 갈 거다!”

어쨌든 지금 저 삼인방 중 하나가 나와 내 두 정령을 상대하던 도중에 백선율 쪽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등을 돌려 후퇴하려고 하고 있다.

-놓치지 마라.

‘당연하지.’

물론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다.

애초에 이 세 사람의 주의를 끈 것 자체가 이들을 후방 방어선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기 위해서였기 때문이었다.

“어딜 가려고!”

파지직. 파앙!

광전포 타흘룸.

손에 쥐고 있던 둥근 포탄이 전자기장으로 발생된 추진력에 의해 초고속으로 발사되었고.

그 묵직한 질량탄은 뒤돌아 날아가려던 오딘 수호령의 각성자에게 적중했다.

콰앙!

“으헉!”

하늘에 떠 있던 그가 예상치 못하게 빠르고 강한 원거리 공격을 얻어맞고 추락했다.

“아무도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다! 등을 보이는 순간 반드시 내 표적이 될 거다!”

이어서 나는 지금 내 앞의 삼인방에게 엄포를 놓았다.

싸울 거라면 확실하게 나에게만 집중하라고.

저 삼인방이 뭉친 순간부터 나는 완전체 정령 둘을 동원하고도 확연하게 밀리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함부로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저놈이…… 미쳤나? 감히 우릴 붙잡는다고?”

오딘 수호령의 각성자는 나에 의해 격추당하고서 얼굴에 분노를 가득 담은 채 내 쪽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다른 두 각성자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은 마찬가지다.

“하! 정말 여기서 죽고 싶은 모양이군!”

쩌렁!

토르 수호령의 각성자가 번개를 날렸다.

난 그걸 미스텔테인으로 받아쳤다.

아까와 달라진 건 없다.

“널 반드시 죽여주마!”

“날 무시하지 마라!”

난 다시 혼자서 저 두 명의 괴물 같은 각성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버티기도 버거운 공격들이 더욱 맹렬하게 쏟아진다.

정령들의 도움은 바랄 수도 없다.

그것들은 티르 수호령의 오크를 상대하고 있어야 하므로.

하지만 이걸로 충분하다.

애당초 내 목적은 이 녀석들을 이기는 게 아니라, 시간을 끄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쩌적. 쩌저적.

하늘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콰창!

그리고 금은 곧 거대한 균열이 되었다.

결계가 깨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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