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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05화 (105/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05화

“이게 무슨 소란이냐? 공격이라도 벌어진 건가?”

뇌신 토르의 수호령을 가진 오크 계 최강의 각성자, ‘라르스’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한 오크 병사에게 물었다.

“허억……. 허억…….”

그 병사는 눈이 벌겋게 충혈되고 귀와 코에서 피를 흘리는 채로 절뚝거리며 도망치고 있었다.

“으아아아!”

그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오크들도 마찬가지였다.

내성은 이미 아비규환에 빠졌다.

수상해 보이는 자가 갑자기 칼을 빼 들면, 그 주변의 오크들이 피를 쏟으며 모조리 죽어 나갔다.

그것도 엄청난 고통 속에서.

그 영향력 범위 밖으로 간신히 도망쳐 살아남은 자들도, 만신창이가 된 채 임박한 죽음 앞에 서서히 쓰러져 갔다.

바로 지금 라르스의 품에 안겨 있는 병사처럼 말이다.

“이런……. 정신 차려라! 내가 곧 너를 치유사에게 데려갈 테니!”

“허억…… 라르스…… 님……. 끅…….”

“말하지 마라! 눈을 감지 말고 정신을 집중해라!”

그는 끝까지 자신의 병사를 살리기 위해 안아 들고 달려가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철퍽. 철퍽.

팔과 다리가 떨어졌다.

마치 빚다 만 진흙 인형처럼, 병사의 몸은 붕괴되어 떨어져나갔다.

“이런…….”

“허억…… 그쪽으로…… 가면…… 안 됩…… 흐으…… 흐으…….”

그렇게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천천히 숨이 잦아드는 병사.

끝내는 마지막 호흡을 멈췄다.

라르스는 그런 그의 유해를 감싸 안고서 눈을 감은 채 기도했다.

부디 다음 생에는 이런 잔혹한 세상이 아닌,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길.

자신의 바람이 닿길 간절히 기도했다.

“쯧쯧.”

그런데 그 거룩한 모습을 보고 혀를 차는 오크가 있었다.

그는 신화 수호령, 풍신 오딘의 각성자인 ‘에길’이었다.

“고작 NPC 하나 따위가 죽은 걸 가지고 그렇게 신파를 찍고 있나?”

에길은 라르스와는 달리 NPC 병사들을 진짜 생명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라르스는 그런 에길을 혐오했다.

“닥쳐. 이 공성전만 아니었으면 네놈은…….”

“아니었으면, 어떻게 할까?”

그 둘은 서로가 적이라고 해도 이질감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의 살기를 내뿜었다.

당장에라도 무기를 뽑아 들고 상대를 죽여버릴 듯한 기세.

“아니지. 굳이 그런 걸 따질 필요가 있나? 지금이라도 네놈을 죽이면 돼. 너 같은 망치쟁이 하나쯤 없어도 저 약해빠진 인간 놈들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우우웅.

에길이 뽑아 든 창에 충만한 마나가 넘쳐 흐르기 시작했다.

궁니르.

풍신 오딘의 무구가 그 창에 투영됐다.

“지금 아군에게 무기를 들이밀겠다는 거냐? 이 쓰레기 같은 놈.”

라르스 역시 망치를 꺼내 그에게 맞설 태세를 갖췄다.

묠니르.

뇌신 토르의 무구가 그 망치에 투영되었다.

눈이라도 깜빡이는 순간, 각자가 행할 수 있는 최대의 공격이 날아든다.

두 오크의 천둥과 폭풍이 격돌하려는 순간.

“이봐, 멈춰!”

외팔의 오크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신화 수호령 검신 티르의 각성자, ‘요르겐’이었다.

“지금 뭣들 하는 거냐!”

“넌 저리 빠져.”

“아니, 절대 그럴 수 없다! 이건 내가 관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채앵! 탁!

요르겐은 왼손으로 검을 휘둘러 라르스의 묠니르를 제압하고 한 발로는 에길의 궁니르 창끝을 밟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결투를 관장하기도 하는 검신 티르의 각성자답게, 그의 근접거리 움직임은 매우 빠르고 날카로웠다.

“이거 놔! 그렇지 않으면 네놈도…….”

에길이 요르겐의 그런 행동에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두 사람에게 호통쳤다.

“지금은 이종족과 전쟁 중이다! 그런데 어째서 아군끼리 무기를 들이미는 거냐! 잊은 건가? 같은 오크끼리 힘을 합쳐 이겨 나가기로 한 약속을!”

“그건…….”

“더구나 지금 상황을 봐라! 예상치 못한 강적 때문에 고전하는 것도 모자라, 지금 내성은 적의 침투 교란 때문에 난리가 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끼리 싸워 얻을 수 있는 것? 오직 패배뿐!”

오크들은 승패에 관한 명예를 매우 중시한다.

그리고 이번 공성전은 이종족과 벌이는 최초의 전투.

그런 이런 싸움에서 패배한다면, 그만큼이나 불명예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결국 자신들끼리 싸워서 아군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는 곧 자기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어리석은 짓일 뿐인 셈이다.

게다가 이로 인한 악영향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오크계 최강인 우리가 혹시라도 이곳에서 죽게 되면 우리 세계는 큰 위기에 처하게 된다. 예정되어 있는 다음 공성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오크 계 내에서도 서로 다른 클랜에 소속된 최강자들.

이들은 원래 세계에서 서로 적대하던 원수지간이었지만, 올해의 종족 간 공성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일시적인 연합을 맺었다.

다이아 경매 승리로 패치노트의 소유자가 된 요르겐의 발 빠른 협정 제안 덕분이었다.

때마침 오크계는 연말에 클랜장끼리의 회합이 있었고, 그는 그 자리에서 모든 걸 밝혔다.

전적으로 유신우보다 더 운이 좋았던 덕에, 이런 거대한 연합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이 연합의 최강자들이 희생당하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계속 진행될 공성전에서 오크계는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지금은 공성전 기간 동안 주민들을 잠시 다른 영지로 이주시켰기 때문에 패배해도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전력의 약화로 인해 계속 패배를 거듭하고, 그로써 거주할 수 있는 영지가 줄어든다면 말이 달라진다.

그때는 명예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 대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라르스와 에길 사이의 분쟁은 막아야 한다.

이미 신화 수호령 호드의 각성자인 호바르도 죽어버렸는데, 이 이상 희생이 늘어난다면 이번 공성전은 물론 다음 공성전에서도 차질이 생길 게 분명하다.

“이건 비단 우리의 명예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친구들, 우리의 가족, 우리의 국가, 그리고 오크 종족 전체의 생존이 달려 있는 싸움이다. 그러니 헛된 행동은 그만둬라!”

“……쳇.”

요르겐의 일장 연설을 들은 에길이 먼저 무기를 거뒀다.

처음부터 싸울 마음이 크지 않았던 라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우리를 공격하고 있는 적의 실체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게 가장 시급한 일. 우리는 각자 흩어져서 수색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결국 라르스와 에길은 분쟁을 멈추고 그의 말을 따라 성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젠장, 너, 넌 누구야!”

“난 적이 아니야! 제발 믿어줘!”

“소속을 말해!”

“소속…… 그러니까…….”

“저놈이다! 저놈이 적이다!”

화끈한 폭탄 테러를 연달아 일으킨 다음부터는, 내가 기대했던 현상들이 벌어졌다.

아흐리만이 포보르 족에 일으켰던 것과 같은 현상.

상호간 불신과 공황, 공포.

그로 인한 무고한 아군의 희생.

그러한 악의 순환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주 훌륭하군. 그것도 내가 한 것보다 훨씬 더 발전시킨 수법으로.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하! 자존심이 넘치는군. 그러다 언제 한번 큰코다칠 거다.

아흐리만이 나에게 경고하듯 말했다.

확실히 그 말 그대로, 그 오크 계의 최강자들이 순순히 나를 살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쯤이면 혼란을 인지하고 나를 찾아내려 혈안이 되어 있을 터.

‘이쯤에서 자리를 옮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저 경비들부터 없애야겠지.’

난 마나 호흡으로 체내의 마력을 최대치까지 채운 후, 다시 한번 호드를 소환했다.

그러고는 이 근방에서 경비가 가장 삼엄한 구간에 그를 내보냈다.

“정지! 넌 누구냐!”

역시나 다른 오크들이 그 앞을 막아섰다.

물론 문제는 없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저들이 방심한 사이에 가까이 접근해서 미스텔테인으로 전부 날려버리면 그만.

“어, 어엇! 가까이 오지 마!”

오크들이 호드에게 무기를 겨누며 저지하려 했지만, 섣불리 조치를 취하진 못했다.

저들의 눈에 호드는 그저 이상하리만치 말 없는 ‘진짜 오크’로만 보일 뿐이었으니까.

그렇게 머뭇거리다 호드가 칼을 꺼내는 순간, 주변 일대의 모든 오크들은 고통 속에 죽어간다.

‘됐다. 이제 여기서 미스텔테인을 꺼내면……!’

그렇게 저 경비 구역을 초토화시키려던 찰나.

서걱.

호드의 목이 잘렸다.

“아, 아니!”

“요르겐 님!”

외팔의 검사.

{수호령: 티르(신화)}

티르라는 신화 수호령을 가진.

오크 측 신화급 각성자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호드를 죽였다.

그리고.

-놈이 너의 존재를 찾아냈다!

호드와 연결되어 있던 소환 주체.

정령의 통제자인 내 머릿속에 그의 정신이 파고든다.

이어서 검이 움직인다.

“거기냐!”

쉬이이이이익!

반지름 300미터.

반원형의 횡 참격이 나와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구조물들을 일도양단한 후.

간신히 자세를 낮춘 내 머리카락 몇 가닥을 베어냈다.

조금만 늦었으면 베인 것은 머리카락이 아닌 목이었을 것이다.

* * *

적 신화급 각성자가 내 위치를 파악해 냈다.

마법사들조차 구분하지 못한 진짜 오크인 호드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그리고 정신을 파고들어 내 위치를 찾아낸 게 어떤 원리의 기술인지, 알 방법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적이 나와 아흐리만조차 예상하지 못할 만큼 강력한 감지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과.

또한 그 감지능력이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질 만큼 대단히 실력이 높은 검사라는 것뿐.

‘루 라바다. 호드 소환.’

그런 그를 대적하기 위한 최적의 수호령은 소수전에 특화된, 루와 호드일 것이다.

루는 예측하지 못한 궤도에서 찔러 들어가는 ‘전창 게 아살’을.

호드는 상대의 공격을 봉쇄하고 무력화시키는 ‘미스텔테인’을 사용한다.

백선율은 저 검사에 대해 근접전의 스페셜리스트라 평했으니, 그에 대적하기 위한 조합을 쓴다.

이 급박한 순간, 난 그 모든 계산을 끝내고 가장 적합한 수를 꺼냈다.

츠카가가가각!

한편, ‘요르겐’이라 불린 그 외팔의 검사는 엄청난 속도로 이쪽을 향해 접근했다.

그와 동시에 돌풍 같은 참격을 마구 쏟아냈다.

카캉! 카가가가강!

호드가 미스텔테인으로 그 참격들을 막아냈지만.

검격 자체의 스피드가 한 수 위다.

호드의 검술 능력만으로 저 공격을 모두 쳐내는 건 무리.

‘무구의 성능에 의존하는 게 아닌, 순수한 검의 실력……. 맹인 오크와는 결이 달라.’

그 외팔의 오크는 무구의 성능차이로 어찌할 수 없는 막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특수한 기예 없이 오로지 힘과 테크닉으로 밀어붙이는 타입.

물론 그런 특성 자체가 저자의 수호령 능력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 됐건 간에, 지금 난 임자를 제대로 만난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나도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그럼에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반나절 전보다 훨씬 성장한 상태다.

그건 다름 아닌 고등 정령마술을 습득한 덕분이었다.

쐐애애액! 투쾅!

루 라바다의 창이 지그재그로 휘며 호드를 몰아붙이는 외팔 오크의 옆구리를 찔러 들어갔다.

“큭!”

저것들은 내 마력의 한계 안에서 신의 힘을 최대한 원전에 가깝게 불러낸 소환물들.

이전까지 고기방패처럼 쓰다가 미스텔테인 한 방에 소환 해제당하던 정령과는 격이 다르다.

그런 개체들의 공격을 하나라면 모를까, 둘을 동시에 받아내는 건 아무리 강자라도 힘들 것이다.

‘악의의 전당.’

콰콰쾅!

거기에 소환자인 나까지 직접 전투에 합세할 수 있으니, 나를 상대하는 적은 더더욱 까다로운 선택을 강요받는다.

“큭!”

외팔 오크는 결국 처음의 그 압도적인 기세가 한풀 꺾인 채 수비 일변도로 태세를 전환해야만 했다.

콰르릉! 투쾅!

루의 까다로운 창 공격과 호드의 미스텔테인, 그리고 내 악의의 전당이 하나의 적에게 연이어 날아든다.

‘이걸로 끝장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위치를 발각당하고 선제공격을 당했지만 역으로 상대를 몰아넣는 데 성공하자, 난 이참에 아예 저 신화급 오크 각성자를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도 크시지.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흐리만 역시 그게 안 될 거라는 걸 알았다.

이곳은 적진 한가운데.

그 많은 적들이 내가 이렇게 마음껏 활개 치고 다니도록 내버려 둘 리가 없기 때문이다.

파지직.

쩌렁!

번개가 내리침과 동시에 눈앞에 망치를 든 오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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