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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04화 (104/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04화

부상당한 이진윤을 찾아갔다.

파아앗.

그 옆에는 전담 치유사가 붙어서 계속해서 그를 치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진윤아…….”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외부에서 함부로 자극을 주시면 안 됩니다.”

클랜 소속 NPC 치유사가 나를 다가오지 못하도록 제지했다.

그는 내 클랜원이지만, 아군을 회복시키는 데 있어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권한이 있다.

내가 그렇게 하도록 만든 것이다.

“미안하다.”

난 그저 이진윤이 누워 있는 걸 멀찍이 서서 지켜보기만 하고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어이! 친구.”

그때, 그 주변을 배회하던 다리우스가 내게 다가왔다.

그는 외상을 입은 탓인지 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피까지 토하고 정신을 잃어서 죽는 줄 알았더니만, 잘 걸어 다니네? 몸은 괜찮아?”

“난 괜찮아.”

사실 미스텔테인과 에테르 증폭 때문에 여전히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중상을 입은 이진윤이나 다른 클랜원에 비하면 이런 건 아픈 것도 아니었다.

“넌 언제 팔을 다친 거야? 적에게 당한 건가?”

“아, 이거?”

다리우스가 크흠, 하며 헛기침을 하더니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그…… 내가 소환한 기병에 부딪혀 버려서.”

그가 말하는 기병은, 아까 아델이 말했던 도주 수단.

자신은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하며 말하는 것 같았지만, 그만큼 도주할 때의 상황이 급박했다는 뜻이다.

자기 자신의 권능에 스스로 부상을 입을 만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니 말이다.

“그렇군. 고생했다.”

“응?”

“네 덕분에 살았어. 네 권능이 없었으면 기절한 사람들을 다 데리고 도망치기도 힘들었겠지. 정말 고마워.”

“하하, 아니야. 뭘. 고생은 너랑 진윤이 다 했지.”

겸손하게 대답하는 그.

난 그의 팔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나저나 그 정도 부상은 금방 치료할 수 있을 텐데, 왜 붕대를 감은 거야?”

“아……. 그게, 치유사가 부족해서.”

“치유사가 부족하다고?”

“중상을 입은 사람이 워낙 많거든. 그래서 그런 사람들 먼저 치료하느라, 이 정도 부상은 그냥 부목 대고 붕대만 감은 거야.”

그의 말을 듣고서 이진윤이 치료받는 천막 뒤로 가보니, 군진 전체가 부상자 치료로 매우 분주했다.

“회복 포션! 회복 포션 남는 거 없습니까?”

“이쪽도 다 떨어졌어요!”

“마나포션이라도!”

“그것도 없어요!”

내 인벤토리를 포함해 가지고 온 군수 물자들이 전부 동날 정도로 소모되었지만, 여전히 깨어나지도 못한 부상자들이 천지였다.

치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클랜원들이 전부 동원되었는데도 그렇다.

“하, 옛날에는 포션 하나만 꿀꺽 마시면 웬만한 부상은 다 나았었는데, 이젠 그게 안 된다니까.”

다리우스의 말대로, 각성자들의 치유 수단은 한계가 명확했다.

포션이 되었든 치유 마법이 되었든 한 번에 회복할 수 있는 회복량이, 기술과 스탯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거의 오르지 않기 때문일 터다.

그에 비해 각성자와 수비병들의 생명력은 한계도 없이 증가할뿐만 아니라 상향 평준화까지 되고 있는 상황.

이렇다 보니 스탯 수준이 낮을 때와는 달리 이제는 전투 상황에서 즉각적인 회복 같은 게 불가능하고.

후송되어 온 사람들을 긴 시간 동안 치료하는 ‘의무병 방식’으로만 치유사들이 운용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 오크들이 성 밖으로 나와서 우릴 공격하면…… 진짜 끝장일지도 모른다고.”

다리우스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확실히 지금 우리는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

반면 저쪽 오크들은 성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는 상황.

이쪽이 극히 불리한 형국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건 저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물론 아흐리만의 말대로 지금의 휴전 상황이 의미하는 바는, 저들 또한 우리와 다름없을 만큼 큰 부상을 입었다는 것일 터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했을 뿐이라면 퇴각할 때 진작 쫓아와서 끝장냈겠지.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도 위험하단 뜻.

또한 아까 싸울 때 현장에서 회복 마법을 쓰는 오크가 없던 걸 보면, 부상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건 저쪽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우리나 저쪽이나 처지가 그리 다르지 않은 셈이다.

-거기에 저쪽은 신화급 각성자 하나를 잃었어. 이쪽은 너나 백선율이나, 최윤아 등과 같이 다들 멀쩡한 상태고.

‘그렇지.’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뭔지 알아?

‘뭔데?’

-이제 그놈의 무기가 네 손에 들어왔다는 거야.

* * *

적은 우리보다 더 강하다.

게다가 공성전에서 전술적으로 절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수비 측을 맡고 있다.

서로 부상 때문에 큰 피해를 입은 점이 동일하다손 치더라도, 그 기본 대전제만큼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새로운 전략을 쓸 수밖에 없었다.

약한 세력이 강한 세력을 상대하기 위해 쓰는 공격 행동.

바로 테러였다.

-그래. 굳이 어렵게 힘들일 필요는 없지. 우리에겐 상대를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릴 기술들이 있으니까.

그때 시련에서 아흐리만이 포보르 족을 상대로 했던 일을 떠올렸다.

악룡 포식을 통한 형태 변형으로 적진 사이에 불신과 공포감을 조장하는 도플갱어 전술.

그건 그야말로 테러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전술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오크 족을 상대로 하려는 것도 바로 그거다.

하지만 이번엔 그때와는 조금 상황이 다른 포인트가 몇 군데 있었다.

“넌 누구냐?”

성의 출입구를 막고 서 있는 오크 병사가 내게 창을 겨눴다.

그들은 지금 내 모습이 같은 오크 동족임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경계했다.

아무래도 전쟁 상황이다 보니 더 엄격하게 관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큭…… 살려줘……. 치료가…… 필요해.”

그래서 나는 내 몸에 직접 상처를 내 부상당한 낙오병인 척 연기했다.

“이봐, 저 친구……. 빨리 들여보내 줘야겠는데?”

“하지만 아무나 함부로 들여보내면…….”

“어차피 지금은 공성전 중이라 외부인은 이 던전에 못 들어오잖아. 여기 있는 오크는 다 우리 편이라고.”

“……알겠어.”

결국 그들은 날 안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믿을 만한 근거도 있었고.

-흥, 내가 썼던 방법을 그대로 쓰는군.

‘그래. 이것도 다 너한테 배운 거야.’

내가 굳이 이 방법을 써서 성의 정문을 돌파하는 방법을 쓴 이유는, 비밀 통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늘 오전에 나에게 신화급 각성자 하나를 잃은 후, 비밀 통로를 무너뜨려 폐쇄했다.

그렇게 무너뜨릴 수 있는 비밀 통로를 굳이 열어둔 건 그쪽으로 들어오는 침입자를 잡겠다는 의도였을 터.

그건 나에게 꽤나 제대로 된 한 방을 먹이긴 했지만, 어찌 됐든 결과적으론 실패한 계략이었다.

그래서 그런 일을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아예 통로를 무너뜨려 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쪽도 꽤나 궁지에 몰린 모양이군.’

덕분에 오크들은 방어를 더욱 단단하게 하고 농성을 벌이는 전략을 선택한 것 같다.

이 공성전의 제한시간은 10일.

그 시간 내에 함락하지 못하면 공격 측의 패배다.

시간은 저들 편이기 때문에, 그렇게 굳히기에 들어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내버려 둘 순 없지.’

따라서 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놈들이 내부로부터 스스로 무너지게끔, 공포와 악의를 퍼뜨려야 한다.

“뭔가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지는군.”

한창 성안 쪽으로 들어가던 도중, 골목 너머 먼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서리 너머에, 꽤나 능력이 강해 보이는 오크 마법사가 있다.

“예? 저는 아무것도…….”

“어리석은 놈. 눈을 감고 느껴봐라. 이 근처에 오크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자가 내 존재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감지한 듯했다.

이게 바로 아까 언급했던, 지난번 포보르 족 때와는 상황이 다른 포인트 첫 번째.

‘여기 있는 오크 각성자들은 그때 그 오거들보다 수준이 더 높다.’

그 당시의 오거들은 변신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곳의 오크 각성자들은 거기 있던 녀석들보다도 더 수준이 높은 자들이다.

특히나 이 안에서도 마력의 감지에 능한 자라면 더더욱 그러할 터.

그래서 이런 때를 대비한 무기를 미리 준비해 두었다.

그게 바로, 지난번과 상황이 다른 두 번째 포인트였다.

‘호드. 지금이다.’

저벅. 저벅.

내 명령에 따라, 아까 전에 흡수했던 신화 수호령 ‘호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내가 불러냈던, 형상만 인간일 뿐 여전히 마력 덩어리로 보이던 정령들이 아니라.

실존했던 오크 족 어둠의 신, ‘호드’가 본래의 모습 그대로 이 세상에 강림한 것이다.

* * *

고등 정령마술.

심화 정령마술보다 더 위 단계의, 고위 마법사형 각성자들도 대다수가 배우지 못한 고급 스킬.

이걸로 소환해낸 정령은, 더 이상 정령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과거 신화시대에 존재했을 원본 신.

그 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이곳에 현현시킨 것이다.

-그때 내가 봤던 그대로다. 정말 비슷하게 생겼군.

아흐리만이 그 실감 나는 구현에 감탄했다.

하지만 그도 잘못 알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비슷하게 생긴 게 아니라, 본인 그 자체야, 저건.’

지금 내가 소환해 낸 건 그저 생김새만 같은 유사품이 아니다.

진짜 오크 신 그 자체, 당사자였다.

이 오른쪽 눈 안에 봉인되어 있던 바로 그 불멸자 신의 영혼을 그대로 현실에 불러온 것이다.

“당신은……? 누구?”

“이봐, 여기서 뭘 어슬렁거리는 거야? 얼른 막사로 들어가!”

그렇다 보니 저 마력에 대한 감이 예민한 마법사 오크조차도 저것이 무엇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호드는 신이고 불멸자이기 이전에 오크 족.

그 덕에 저자에게도 그저 누군지 모를 한 마리의 오크로 보이는 것이다.

‘저 녀석을 앞세워서 침투한다.’

바로 그 점을 이용해, 난 저 녀석을 원격 스파이 로봇처럼 이용하리라 작정했다.

나보다 훨씬 더 진짜 오크 같은 개체라 아까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발각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더 발전된 침투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게, 지난번 시련 때와는 다른 두 번째 포인트였다.

저벅. 저벅.

호드가 내성 입구로 진입한다.

난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을 만한, 민가 안에 숨어 그를 원격 제어했다.

최대 통제 거리는 300미터.

그리 길지는 않지만, 또한 짧은 것도 아니다.

“이봐! 어이!”

“뭐하는 거야!”

“누구 마음대로 안에 들어오라고 했나!”

그나마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저 녀석이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

그 덕분에 지금, 아군이긴 하지만 허가를 받지 않은 자가 아무런 말도 없이 보안 구역에 진입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여긴 고위 각성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다. 넌 누구지? 엔피씨인가?”

“지금은 엄중한 상황이다.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클랜의 규율에 따라 목을 날리겠다.”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졌다.

조금만 더 있으면, 정말로 아군조차 목을 쳐버릴 기세였다.

내성에 경비를 서고 있는 각성자들 여럿이 호드를 둘러싸고 있어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여기까지인가.’

난 거기서 더 이상의 전진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곧, 그 안에 들어온 호드의 목이 떨어지고 그것이 진짜 오크가 아니라 누군가가 소환한 정령이라는 사실이 발각될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이 벌어지기 전에,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

‘미스텔테인 전개.’

그건 바로 테러였다.

“뭐, 뭐냐!”

스릉!

호드가 손에서 미스텔테인을 불러내자, 그를 둘러싸고 있던 경비병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 들었다.

“나뭇가지……?”

그리고 그들이 기이하게 생긴 호드의 무구에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 그는 손에 쥔 것을 높이 치켜들었다.

‘최대 위력으로.’

그리고 아까 전 맹인 오크가 한 것처럼, 마력을 헤집어놓는 파장을 주변 넓은 공간에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때보다 훨씬 더 높은 강도로.

그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자기 자신의 신체마저 단숨에 붕괴시킬 정도로.

주변 모든 생명을 무자비하게 갉아먹는다.

“끄아아아악!”

“크아아악!”

이것이 바로, 정령을 활용한 자살 폭탄 테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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