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66화 (66/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66화

{비온데타를 배신한 동굴 엘프들의 범죄 전모가 밝혀졌습니다.}

{동굴 엘프들이 비온데타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우리는 동굴 엘프 마을에서 비온데타의 부인을 살해한 자들을 색출해냈다.

이곳에서 나를 포함한 각성자들의 무력은 일방적이었고, 그저 누구의 말을 믿느냐에 따른 선택만이 있었을 뿐.

나는 비온데타의 말을 믿기로 했고, 그 결과.

{패시브 스킬 <증폭 에테르 조작>을 습득했습니다.}

───

<증폭 에테르 조작>

-에테르를 조작하는 방법을 깨닫게 됩니다.

-증폭: 붕괴의 위험을 감수하고 영적 한계를 초과하는 분량의 에테르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

우리가 원래 얻기로 되어 있던 것보다 더 우수한 스킬을 얻는 데 성공했다.

“고맙다. 앙그라 마이뉴. 네 자비는……. 절대로 잊지 않겠다.”

그리고 배신자에게 복수한 비온데타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으며, 우린 퀘스트를 종료하고 현실 세계로 되돌아왔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 건지 모르겠군.”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앙그라 마이뉴는 또 뭐고.”

파티원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물론 비온데타부터가 당사자인 나만 아는 소리를 하고 있고, 여기서 패치노트의 존재를 아는 사람도 없으니, 일의 선후 관계를 짐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었을 터다.

“신우, 넌 대체 뭘 믿고 그 악마의 말을 믿은 거야?”

“음, 직감?”

“하, 정말 비범하기 따로 없군.”

그들 중에 내 결정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결과적으로 원래 얻기로 되어 있던 것보다 더 좋은 스킬을 얻었다는 건 다들 인정하는 사실이므로.

다만 모든 사람들이 다 내게 전적인 호감을 가진 것은 아니다.

“유신우!”

턱.

현실 세계로 돌아오자마자 하비가 내 멱살을 잡았다.

“너 이 새끼, 누가 네 멋대로 클랜에서 가르쳐 준 공략과는 다른 방식으로 클리어하라고 했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기 마음대로 가겠다고 난리 치다가 내게 제대로 엿 먹은 녀석이다.

그런 놈이 이제 와서 이런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이다.

자기 딴에는 내가 했던 말을 내게 되돌려 주려고 했던 모양이다.

“미안하게 됐군. 변덕 부려서.”

“이 새끼……. 오늘 있었던 일은 상부에 다 보고할 거다.”

“그래? 어디 한번 보고해 봐. 클랜원들이 제멋대로 움직이더니 기존 공략법보다 더 좋은 루트를 찾아냈다고.”

하나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정석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는 건 같지만, 놈은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냈고 나는 더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그러니 지부에서 이에 대해 딴죽을 걸려고 해도 뭐라 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기껏 해봐야 ‘다음엔 그러지 말라’는 소리나 듣는 정도겠지.’

게다가 클랜원들에게 수뇌부가 자신들이 얻은 것보다 더 좋지 않은 보상을 얻도록 유도했다는 게 알려지면, 곤란해지는 건 본인들일 것이다.

“이…… 개자식.”

하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녀석도 그동안 속고 있었던 것이다.

한 번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다시 같은 퀘스트는 발동할 수 없으니, 내가 없었으면 영원히 한 단계 수준 낮은 스킬들을 배우며 살았어야 하는 것이다.

“정신 차려. 너도 고위 관계자의 후광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하고 있지만, 실은 속고 있는 거야. 널 우리와 같은 아랫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헛소리하지 마!”

놈은 멱살을 쥔 손을 강하게 흔들어 나를 밀치려고 했다.

하지만 애처롭게도, 겨우 하급 수호령을 가진 그는 내 몸을 흔들 만큼의 힘조차 가지지 못한 상태다.

“내가 아랫것이라고? 웃기지 마. 난…… 너 같은 천민이랑 달라.”

“풉. 천민? 넌 무슨 귀족이라도 되는 모양이지?”

“그래. 난 귀족이야. 너 따위가 이런 식으로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이 녀석, 뭔가 착각해도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주변 동료들이 그의 헛소리에 다들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진심으로 저런 생각을 하는 인간이 존재할 줄이야.

사춘기도 지나지 않은 애새끼 같은 사고방식에 이젠 슬슬 질릴 지경이다.

“그래. 존중해 줄게. 뭐 그런 너만의 세계가 있겠지. 네 안에.”

난 놈의 정신연령 수준에 맞춰서 반응해 줬다.

내 멱살을 붙잡은 손을 가볍게 떼 내고, 손가락으로 가슴을 툭툭 두들겼다.

하비는 내 손가락 힘에 밀려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잘 생각해 봐. ‘이 퀘스트의 초창기에 들어온 각성자’들이 얻어 간 보상보다, 지금 클랜이 우리에게 얻도록 유도한 보상의 성능이 떨어진다는 게, 너한테 무슨 의미인지. 과연 네가 말한 그 ‘귀족’들이 진짜 널 같은 귀족으로 여기고 있기는 한지.”

놈은 내 충고를 듣고서 조용히 입을 다문 채 주먹 쥔 손만을 부들거리고 있었다.

* * *

에테르는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영혼의 에너지다.

사람이 강해질수록 점점 더 크기가 커지는, 보이지 않는 힘.

에테르 웨폰이 사용자와 함께 성장하는 이유가 바로 이 에테르 덕분이다.

그러나 스킬이나 권능을 사용하는 데 소모하는 마나와는 달리, 이 에너지를 각성자가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개미굴 던전 퀘스트에서 얻은 ‘에테르 조작’ 스킬이 있다면, 그것을 가용 에너지로 전환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에테르는 여러분의 전투 스타일, 수호령, 무기에 관계없이 모두 동일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잭슨으로부터 에테르 조작 스킬을 사용하는 방법에 관해 배우고 있었다.

무슨 요가라도 하는 마냥, 각성자들이 넓은 공간에 줄 맞춰 각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말이다.

“이 영적 에너지는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실례합니다만, 강사님.”

이 분위기 자체가 웃기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누군가가 장난스럽게 잭슨을 ‘강사님(Instructor)’이라 부르며 설명을 도중에 끊었다.

“제가 장소를 잘못 찾아온 걸까요? 우린 무슨 중국 요가 같은 걸 하러 온 게 아닌데.”

요가와 중국은 아무 상관 없는 단어지만, 아마 저 히스패닉 남자는 동양식 ‘기 수련’ 같은 걸 말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지금 이곳의 풍경은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일어나십시오.”

그 비아냥대는 듯한 이야기를 들은 잭슨이 엄격한 얼굴로 그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킥킥. 큰일 났다, 쟤.”

“선생님한테 혼 좀 나겠구만.”

주변에선 그에 대해 조롱하는 듯한 말들이 오갔다.

실제로 이곳에서 무력으로는 잭슨을 이길 자가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 어떤 방식이든 심각하게 두들겨 맞고 실려 나가는 그림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제 이야기를 끊은 걸 보니, 배움이 급한 분이신 것 같군요. 당신에겐 특별히 에테르 조작 스킬을 가장 먼저 사용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잭슨은 의외로 그를 매우 친절하게 대했다.

그런 반응이 오히려 더 불안해서 그런지, 당사자는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느껴보십시오. 당신이 가진 영혼의 힘을.”

“예? 어…….”

“혼자서 하는 게 힘들다면, 제가 조금 도와드리겠습니다.”

잭슨은 마치 처음 자전거를 타는 아이를 가르치는 듯한 태도였다.

그가 남자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잠시 기다리자.

“……오오!”

“느껴지십니까?”

“네!”

“그게 당신의 에테르입니다.”

남자는 매우 상기된 얼굴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전까지는 본 적 없던 거대한 장관을 마주하기라도 한 듯, 감동받은 표정을 짓고서 말이다.

“그 풍부한 에너지를 자신의 힘의 근원으로서 이용하도록 돕는 것. 그게 바로 에테르 조작 스킬입니다.”

“아……. 이거라면…….”

잭슨의 유도에 남자가 작게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표정에 굉장한 자신감이 떠올랐다.

곧이어 그가 이를 악물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쿠궁.

한순간, 그의 몸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순수한 에너지 파장이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

그로 인해 아주 잠깐이지만 이 방 전체가 진동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

“……허억!”

하지만 그 직후, 그는 곧바로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헉……. 헉…….”

“힘을 과하게 끌어올리셨군요.”

“헉……. 네……. 처음 발견한 잠재력에…… 저도 모르게 그만…….”

그는 헐떡거리면서도 상당히 만족한 것처럼 보였다.

짧은 순간이지만, 자신이 가진 힘의 한계를 돌파하는 경험을 했을 테니 말이다.

“익숙해지면…… 방금 거기서 더 강해질 수도 있겠죠? 헉…… 헉…….”

기대감에 가득 찬 표정.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수련을 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을 거란 그의 활기찬 희망은.

“아니요.”

단칼에 거절당했다.

“당신은 방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테르를 거의 전부 소진했습니다.”

“……예?”

“에테르는 당신의 영혼 그 자체. 즉, 방금 그 행위로 인해 스스로의 영혼을 영구적으로 깎아 먹었다는 뜻입니다.”

“그게…… 무슨……?”

“에테르는 마나와 다릅니다. 다시 채워 넣을 수 있는 종류의 에너지가 아니죠.”

잭슨은 그 남자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

“이제 당신은 영원히 그렇게, 숨조차 쉬기 힘든 불구로 살아야 할 겁니다. 몸이 아닌 영혼의 문제이니, 과학으로든 마법으로든 치료할 방법도 없습니다.”

“마, 말도…… 안 돼…….”

“데리고 나가세요.”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관계자 한 명이 바닥에 주저앉은 남자를 둘러업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아까 하던 것처럼, 사람들 앞에 서서 ‘강의’를 이어갔다.

“자, 보신 것처럼 에테르는 한 번 소모하면 영원히 회복이 불가능한, 일종의 생명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아까와는 달리 모두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결국 이러한 에테르를 힘으로써 활용한다는 것은, ‘소모’ 혹은 ‘발산’이 아닌, ‘순환’의 과정임을 이해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그 이후로 에테르에 관한 장황한 이론 설명이 이어졌다.

당연하게도 이 공간에서 그 설명을 흘려듣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느 누구도 아까 그 남자처럼 불구가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 * *

‘이게…… 내 에테르?’

잭슨의 가르침에 따라, 내 영혼에 깃든 에테르를 느껴보았다.

그야말로 엄청난 크기의 에너지.

아까 그 실려 나간 사람이 왜 그렇게나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더불어 잭슨이 희귀 수호령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강한지도 알 것 같았다.

이건 수호령의 등급과는 관계없이 개인이 쌓아 올린 무의 업(業)이 반영된 에너지였다.

이 순결한 에너지를 직접 사용할 수 있다면, 단숨에 힘의 경지를 몇 단계나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아냐. 자제하자.’

하지만 섣불리 건드려선 안 된다.

아까 직접 두 눈으로 봤듯, 저 에너지는 유출되면 다시 충전하는 게 불가능하다.

나 자신의 힘은 물론이고 생명마저 깎아 먹게 될지도 모른다.

“신우 씨.”

그렇게 다들 자신의 잠재력에 대해 놀라고 있던 그때, 클랜원들을 가르치고 있던 잭슨이 나를 불렀다.

“나오십시오.”

그가 내게 바깥으로 따라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뭐지?’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위층의 어딘가로 데려갔다.

도착한 곳은 일반 클랜원들이 함부로 접근하기 힘든 구역의 사무실.

신화 사냥꾼의 본능을 통해 문 너머의 기척을 들여다본 결과, 방 안은 비어 있었다.

덜컥.

“데리고 왔습니다.”

아니, 안에는 사람이 있었다.

다만 지난번 이진윤과의 약속 장소에서 레아를 만났을 때와 같이, 내가 그 기척을 느끼지 못했을 뿐.

“넌 나가 있어.”

“알겠습니다.”

잭슨에게 손짓으로 나가라고 명령한 그 사람은, 금발의 키 큰 백인 남자였다.

옷차림은 평범했으나, 얼굴은 마치 영화배우같이 잘생긴 남자.

{수호령: 해모수(신화)}

그 이국적인 외모와는 반대로 내게 아주 친숙한 이름의 수호령을 가진 그는, 인터넷에서 자주 봤던 늑대 가면을 손에 쥐고 있었다.

‘염왕이구나.’

난 단숨에 그의 신분을 알아봤다.

얼굴은 처음 봤지만, 저 늑대 가면은 너무나 유명했기 때문이다.

“네가 유신우구나.”

그리고 그도 나를 알아봤다.

내 얼굴을 보고 쓰윽, 입꼬리를 올리는 염왕.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 의자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퍼억!

“큭.”

다짜고짜 내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쳤다.

저항할 생각조차 들지 못하게 만드는 강한 힘이었다.

‘갑자기 왜 이래?’

그 순간 난 대체 초면에 왜 이러는 건가 싶었다.

혹시나 패치노트를 가졌다는 게 발각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중한 걱정과는 달리,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보다 훨씬 더 가벼운 종류의 것이었다.

“감히 내 동생을 건드려?”

염왕은 하비의 친형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