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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63화 (63/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63화

이 개미굴 던전 퀘스트의 공략법은 간략하게 말해 두 단계로 압축할 수 있다.

동굴 엘프들이 살고 있는 거주 구역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들로부터 협조를 얻어 보스방으로 들어가는 것.

아까 전 모습을 드러낸 엘프 소년 덕분에, 우린 그 첫 번째 단계인 동굴 엘프 거주구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하아……. 하아…….”

“너무 힘들어…….”

동료들은 모두 지쳐 있었다.

소년의 안내를 받아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전에 만났던 마물들보다 훨씬 더 많은 마물들과 싸우며 전진해 와야 했기 때문이다.

엘프 소년은 이렇게 험한 길목을 아무런 무장도 없이 홀로 오갔던 것이다.

“알 가마르! 미두드라!”

그 아이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엘프 언어였지만, 대충 ‘저기가 우리 마을이에요!’라는 뜻으로 알아듣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그곳엔 정말로 다른 엘프들 다수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동굴 엘프 마을을 찾은 것이다.

‘그나저나…….’

한편, 난 아까부터 이 소년과 대화를 하며 머릿속에 의문 하나가 떠올라 있었다.

‘엘프들의 말도 오크나 고블린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건가?’

종족이 다르니 말도 다르다?

예전 같았으면 그게 당연하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지금의 난 신화시대의 기억을 들여다본 경험이 있다.

분명 그 기억 속 세상에서는 인간인 아흐리만이 오크들과도, 엘프들과도 아무 문제없이 의사소통하는 게 가능했었다.

딱히 다른 언어를 쓴다고 느껴지지도 않았고.

그런데 내가 현실에서 만난 오크들이나 엘프들은 전혀 다른 말을 쓰고 있다.

‘이봐, 뭐 아는 거 없어?’

난 이에 대해 아흐리만에게 물어봤지만.

-그건 나도 모르지.

돌아온 건 모른다는 대답뿐.

‘엘프 말이나 오크 말을 약간도 모르는 거야?’

-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애초에 그 당시엔 다른 언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다른 언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확실히 그곳은 실제와는 다른 세상이니 언어에 대한 개념도 지구와는 달랐던 모양이다.

아무튼 내가 언어 문제에 대해 이렇게 궁금증이 든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 퀘스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동굴 엘프들과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야바스 야 예뷰 하란떼!”

언뜻 들으면 프랑스어 같기도 하고 스페인어 같기도 한 이상한 말을 하는 엘프들이, 제각기 창과 칼, 활 등의 무기를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우리를 여기까지 안내한 엘프 소년을 홱 낚아채듯 데려갔다.

그러곤 곧장 무기를 들이밀며 우리에게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도통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질 못하겠네.”

“누구 저 친구들 말 이해하는 사람?”

파티원들 중에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 온갖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엘프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공략대로 하면 돼.’

물론 그렇다고 해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에 대한 해법은 이미 들어오기 전부터 다 알고 있었으니까.

“저쪽으로 지나가겠다.”

난 우리 앞을 가로막은 엘프들의 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들이 등지고 서 있는 마을을 지나, 커다랗게 구멍이 뚫려 있는 통로.

그곳은 거대한 공동으로 통하는 공간이었다.

“비! 푸아츠 레 알 디노르!”

내 말에 그들이 또 뭐라고 대답했다.

역시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고, 난 그냥 계속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막무가내로 말했다.

“저기로 가겠다고.”

그러자 엘프들이 겁에 질린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한눈에 보기에도 허술한 장비로 무장한 저들이, 전투의 프로인 각성자들과 전면전으로 붙는 건 자살행위란 것을 인지한 모양이다.

슬금슬금 물러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우리 눈치를 보며 길을 열어줬다.

물론 경계심은 여전히 유지한 상태.

난 그들 사이로 거리낌 없이 저벅저벅 걸어갔고, 파티원들은 모두 내 뒤를 따라왔다.

‘저 공동을 청소하고 아르웬이라는 이름의 혼혈 엘프를 구출해 오면 된다.’

그러고는 사전에 전달받은 공략법에 대해 되새겼다.

동굴 엘프와 우리 사이의 소통을 도와줄 존재.

그자가 저 안에 있다.

* * *

원래 동굴 엘프 마을은 두 개의 공동으로 이루어진 넓은 동굴 마을이었다.

특히 방금 우리가 지나쳐 온 바깥쪽 공동 외에 안쪽 공동에는 많은 양의 마정석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동굴 엘프들은 바로 이 마정석에서 나오는 마나를 주식으로 먹고사는 존재들이었다.

말하자면 안쪽 공동은 일종의 식량 생산지였던 셈이다.

키릭. 키릭.

그러나 지금 이곳은 엘프가 아닌 마수 식인식물들로 가득한 지옥도.

수많은 엘프 해골들이 곳곳에 널려 있고, 그것들을 잡아먹은 식인식물들은 흉흉한 이빨을 드러내고서 다음 희생자를 기다리고 있다.

옛날 마수들이 동굴 엘프들의 보금자리를 공격했던 일이 있었을 때, 그 마수들의 몸에 붙어 이곳까지 흘러들어 온 것이다.

‘저 안에 그 엘프가 갇혀 있다는 건가? ……대체 무슨 수로 살아남았다는 건지.’

바로 이곳에 엘프들과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줄 인물이 살고 있다.

그 인물을 구함과 동시에 이 공동에 있는 식인식물들을 처리해 주면, 우리를 그렇게나 경계하던 동굴 엘프들도 우호적으로 바뀌어 협조해 줄 것이다.

벨그레이브의 공략에는 그렇게 되어 있었다.

“모두 조심해. 식인식물들은 기동력은 떨어지지만 우리 공격을 흡수한다. 불필요한 공격을 행하면 일이 더 어려워질 테니 최대한 효율적으로 싸우라고.”

“알았어.”

파티원 한 명이 식인식물을 상대할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 말대로 식인식물은 다른 마수들보다도 상당히 까다로운 적이었다.

공격을 당하면 그 공격을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

심지어 그 흡수한 공격이 쌓이면 쌓일수록 군체 전체가 한꺼번에 강해지는 기믹도 갖고 있었다.

초장에 군집 전부를 한 번에 끝내지 못해서 전투를 질질 끌게 되면, 식인식물을 격파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지속 피해 공격은 쓰면 안 돼.’

그러니 여기선 업화의 구를 쓰지 않는다.

저것들은 그 검은 불꽃이 다 타오르기도 전에 불을 먹어치워서 어둠 속성과 불꽃 속성에 대한 내성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아군을 향해 그 까다로운 공격을 되돌려 주겠지.

“…….”

정적 속에서 모두들 날 쳐다보고 있다.

앞에서 해왔던 것처럼, 내가 먼저 움직이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식인식물의 약점 속성 파악……. 하지만 잘못 공격하면 기술을 흡수당한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난 그에 호응해 머릿속에 떠오른 대처법을 실행했다.

악의의 전당.

허공에서 칼 한 자루가 나타났다.

불 속성의 대검, 갈라틴.

그것을 조종해 천천히 식인식물 쪽으로 보냈다.

키리리릭!

그 극도로 위험한 마물은, 검이 근처에 다가오자마자 넝쿨을 날려 몸체를 휘감으려 했다.

난 갈라틴의 칼날을 가볍게 움직여 넝쿨을 베어냈다.

터억.

하지만 실패.

그 자체에 불 속성이 깃든 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인식물의 검에 상처는커녕 그을음조차 주지 못했다.

마치 아주 질기고 단단한 끈을 뭉툭한 검으로 쳤다가 걸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불 속성은 약점이 아니다.’

더 강한 공격을 가하면 데미지를 줄 수도 있지만, 어정쩡한 약점 속성 공격은 오히려 식인식물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일 뿐.

그 때문에 파동축적기로서의 발동 기술을 내지르는 대신 원격 제어로 가볍게 휘두르는 정도의 공격만 했다.

약점 속성이라면 이런 아주 약한 공격에도 큰 타격을 입은 표시가 날 테니까.

휘리리릭.

그렇게 공격에 실패한 갈라틴은 그대로 식인식물에게 휘감긴다.

‘회수.’

그러나 난 그걸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고 회수했다.

식인식물은 애꿎은 공기만 삼켜야 했다.

‘됐다. 이렇게 하면 저것들을 강화시키지 않고 약점 속성을 파악할 수 있어.’

이게 내가 떠올린 방법이었다.

마물들은 기본적으로 랜덤한 약점 속성을 가진 것들이 많아, 공략법으로는 알 수 없고 현장에서 직접 알아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식인식물도 그중 하나.

그래서 이것저것 속성 공격을 가해 반응을 보는 게 중요했지만.

여기선 그런 전투방식이 오히려 독이 된다.

그래서 그 대신 적에게 흡수당할 걱정 없는, 약한 공격을 이것저것 시도하는 방법을 떠올린 것이다.

다양한 속성 무구의 소환과 회수가 자유로운, 악의의 전당이라는 기술만으로 행할 수 있는 방법.

‘그나저나, 식물인데도 불이 약점이 아닌 건가……. 뭐 하나 간단한 게 없군.’

지금까지 속성 공격을 구사할 수 있게 된 이래로 모든 적이 이런 식이다.

겉모습에 맞는 약점을 갖춘 마물은 그걸 공략하는 방법이 난해하고, 그게 아니면 아예 약점 자체가 아리송하다.

결국 무수한 시도와 시행착오 끝에 정답을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서걱.

‘찾았다.’

그렇게 여러 가지 무기들을 그렇게 사용한 끝에, 드디어 식인식물의 약점 속성을 찾아냈다.

식인식물의 약점 속성은, 빛.

‘엑스칼리버 회수.’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빛 속성 공격수단은 하비에게서 빼앗은 수호령 아서 왕의 무구, 엑스칼리버다.

“어어? 신우!”

그 검을 소환하고 제어하는 모습을 본 파티원 하나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그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래?”

난 그와 동시에 하비 쪽의 얼굴을 살펴봤다.

그는 미간을 팍 좁히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거…… 분명 하비가 쓰던…….”

“그럴 리가. 네가 잘못 봤겠지.”

“그런가?”

“내가 하비의 투영무구를 빼앗기라도 했다는 거야?”

“그, 그런 게 가능할 리가…….”

“그래, 잘못 본 거라니깐.”

의문을 제기한 동료에게 말하면서, 날 쳐다보는 하비를 향해.

씨익.

노골적인 미소를 날려줬다.

까드득.

놈이 이를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드디어 눈치챘군.’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다.

자기 수호령이 어디로 간 건지.

이전까지 그런 적이 없었는데, 왜 이번엔 죽어서 힘이 사라졌는지.

왜 굳이 내가 여기서 ‘빼앗는다’는 표현을 쓴 건지.

그 이상 현상의 내막을 알아버린 것이다.

“이…… 개…….”

“큭큭큭.”

난 부들거리는 하비를 뒤로한 채, 찾아낸 약점 속성으로 공동 안에 있는 식인식물들을 향해 기술을 사용했다.

‘가시창 게 볼그.’

전격 속성의 가시창이 소환되었다.

그것을 전방으로 날리는 대신, 난 내 손안에서 파괴시키는 것으로 발동 효과를 대신했다.

통하지도 않을 전격 속성 공격을 날릴 필요는 없다.

파캉!

게 볼그가 유리처럼 산산이 깨지며 강격파동을 형성시켰다.

‘엑스칼리버 소환.’

이어서 빛의 힘을 머금은 검이 나타났다.

난 그것을 쥐고 식인식물 군체의 바로 앞까지 걸어간 후, 횡 베기 시작 자세를 취했다.

‘구출해야 할 목표보다 조금 더 높게.’

식인식물들이 가득한 위험지대 한가운데, 살아 있는 인간형 개체의 존재가 어렴풋이 느껴진다.

난 내 공격이 그 개체에게 닿지 않도록, 검의 궤적을 살짝 높게 설정했다.

키리릭!

그사이 주변의 식인식물들이 한꺼번에 넝쿨을 날려 보냈다.

하지만 그보다 내 공격이 더 빠르다.

강격파동발산기

성검 엑스칼리버

재귀강격파동발산기

클라렌트 성검반전

쉬쉭!

어지간한 반사 신경으로는 절대 육안으로 포착 불가능한, 고속의 신성 속성 좌우 2연 베기.

시작할 때는 엑스칼리버를 쥐고 있었지만, 끝날 때는 클라렌트가 쥐어져 있다.

직전의 공격을 그대로, 동일한 속성으로 반전시켜 복사하는 클라렌트의 발동 기술은.

거대한 공동을 빼곡하게 메운 식인식물 군집에게 엑스칼리버의 신성 참격을 2배로 꽂아 넣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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