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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59화 (59/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59화

“정말 저놈 약점이 빛 속성 맞아?”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그 시선을 받는 대상은 다름 아닌 하비.

성검 엑스칼리버를 쥐고 있는, 이곳에서 가장 강력한 신성 공격을 행할 수 있는 각성자였다.

“으…… 젠장!”

촤악!

그가 검을 휘둘러 신성 속성 참격을 날려 보냈다.

그러나 늪지 망령에겐 전혀 피해를 주지 못했다.

“젠장! 대체 왜 안 먹히는 거야! 분명히 신성 속성으로 잡을 수 있다고 했는데……!”

하비가 관자놀이에 핏대를 세워 가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 말대로 우리를 ‘실전 속성 전투’라는 명목으로 이곳에 보낸 잭슨은, 늪지 망령을 죽일 수 있는 건 신성 속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파티에 그 신성 속성을 가장 강력하게 구사할 수 있는 하비를 배정해 줬다.

그러니 다들 이기는 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여긴 것이다.

‘난 벨그레이브가 저 녀석을 위한 독무대를 만들어주는 건 줄 알았는데.’

그래서 하비가 사람들 앞에서 마물을 동강 내고 기세등등하게 잘난 척하는 풍경이 펼쳐질 거라 예상했으나.

그러긴커녕, 저 녀석조차도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신성 공격만 안 먹히는 게 아니라, 다른 모든 속성이 다 닿지를 않는다.

아예 저걸 잡을 수 있을 거란 작은 희망조차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이봐, 안 되겠어! 포기하고 다시 도전하자고!”

바로 그때, 누군가가 공략을 여기서 그만두자는 말을 꺼냈다.

그러나 그건 그리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다.

“하지만…… 실패하는 팀은 육성 프로그램에서 퇴출된다고 했어.”

이건 일종의 시험이었다.

공략 실패 시 중도탈락.

여기서 포기하고 나간다면, 벨그레이브가 제공하는 그 귀중한 독점 스킬들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말도 안 돼. 애초에 이길 수가 없는 적에게 던져놓고 못 잡으면 퇴출? 이건 억지야.”

“그래,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해! 클랜에서 우리 수준에 안 맞는 퀘스트를 준 거야!”

“그게 아니면 벨그레이브 녀석들도 이 마물의 공략법을 잘못 알고 있는 거겠지.”

그럼에도 좌절은 삽시간에 사람들 사이로 퍼져 나갔다.

다들 이 싸움에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야. 분명 방법은 있다.’

하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벨그레이브는 중하위의 각성자가 성장하기 위한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가지고 있는 집단이다.

5년간, 각성자 발생 초창기의 패치노트들을 독점해왔을 테니 말이다.

수준을 가늠하지 못하는 것도, 공략을 잘못 아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애초에 우릴 여기에 보낸 의도는 ‘실전 속성 전투’를 경험해 보라는 거였어. 그런데 그냥 신성 속성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마물을 상대로 붙여준다? ……그건 말이 안 되지. 그럼 뭔가 다른 해결법을 써야 한다는 건데.’

난 이 싸움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했다.

‘젠장. 뭐가 맞는 거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혼자 생각해 봐야 전부 이론에 불과할 뿐.

그런데 갑자기 아흐리만이 나타나 툭, 하고 힌트를 던져줬다.

-쯧쯧. 망령이 왜 망령이 됐다고 생각하나?

‘……뭔 소리야?’

-저 망령이 가장 무서워하는 속성을 써라. 그러면 길이 보일 거다.

‘망령이 가장 무서워하는 속성?’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늪지 망령이 존재하는 이유가 떠올랐다.

저건 이 늪지에 빠져 죽은 자들의 원혼 결합체.

즉, 물귀신이라는 것이다.

‘그럼, 물 속성?’

-그래. 그거다.

‘하지만 그건…….’

아흐리만의 말은 그럴듯하지만, 문제는 이미 아까 전에도 물 속성 공격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늪지 망령의 반응은, 공격성이 더욱 증가하는 광폭화.

그로 인해 여러 파티원들이 다쳤던 것이다.

그래서 같은 속성 공격을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저놈이 왜 광폭화를 했다고 생각하나?

‘물이 무서워서?’

-그래.

‘어떻게 네 말이 맞다고 확신하지?’

-내가 말했잖아? 난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이것 또한 그 부분이야.

신을 죽인 아흐리만.

앙그라 마이뉴.

그의 말을 믿어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일단 밑져야 본전.

지금은 뭘 시도해도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다.

또한 그 외에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일단 한번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

* * *

‘업화의 구 해제.’

이젠 공격에 화염과 암흑을 더해봐야 아무런 쓸모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권능의 순수한 잠재 속성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폭류인 앵거바딜.’

지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물 속성 공격은 바로 이 무기.

아까 전 페일노트 사격으로 포격파동은 이미 축적되어 있었고, 그걸 사용하기만 하면 되었다.

콰아아아아!

맹렬한 유수(流水)의 마나 스트림이 소환된 앵거바딜의 칼끝에서 뿜어져 나간다.

물길이 망령의 본체에 끼얹어졌다.

구오오오오오오오!

쿵쿵쿵쿵!

그러자 놈은 기괴한 소리를 내지르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아까 전과 같이 광폭화하며 더 난폭하게 파티원들을 공격했다.

“이런 미친! 너 뭐 하는 짓이야!”

그때 하비가 망령에게서 멀리 도망치며 내게 손가락질했다.

“물속성 마물한테 물속성을 쓰면 어떡해? 너 때문에 다 망쳤잖아!”

놈은 마치 저걸 공략하지 못할 이유가 나 때문이라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었던 주제에 말이다.

‘저거다.’

하지만 그 한심한 놈과는 달리, 오히려 난 지금 돌파구를 찾았다.

‘아흐리만. 네 말이 맞았어.’

아까 전엔 공격을 피하는 데 집중하느라 보지 못했던 게 보였다.

신화 사냥꾼의 본능이 발동되어 사냥감의 약점이 시각화되어 나타난 것이다.

“저놈 때문에 안 되겠다! 철수!”

그 와중에 동요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비가 내게 책임을 전가하며 철수하자는 말을 꺼냈다.

가장 ‘믿음직한 리더로 보이는’ 그가 그렇게 말하니, 다른 사람들도 함께 따라가려 했다.

그러나 여기서 그가 빠지면 안 된다.

“가긴 어딜 가!”

“억!”

덥석.

왜냐하면 지금 약점을 노출한 늪지 망령의 핵을 벨 수 있는 사람은, 여기서 유일한 신성 공격 사용자인 그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이거 놔! 죽여버리기 전…….”

이 녀석이야 벨그레이브로부터 그 많은 다이아 지원을 받을 만큼 강력한 뒷배가 있으니 상관없겠지만.

난 여기서 탈락하면 끝.

그로 인해 벨그레이브의 독점 스킬들을 포기하는 건 너무 큰 손해다.

“저놈의 머리를 공격해라!”

그러니 어쩔 수 없다.

하비가 검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수밖에.

“……머리?”

“지금 약점이 노출됐잖아! 네 눈엔 저게 안 보이는 거냐?”

난 망령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망령의 미간이 초록빛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그건 신화 사냥꾼의 본능에 의한, 시각화된 약점 부위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하비에겐 보일 리가 없는 것이다.

“멍청아! 눈을 똑바로 뜨라고!”

그저 이 녀석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한 도발.

뒤에선 최윤아가 보고 있다.

내가 보는 걸 자신이 못 본다?

그만큼 자존심 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 그, 그래! 그렇지!”

어차피 틀려도 내게 뒤집어씌우면 끝.

하비는 검기를 날려 원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다.

접근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니, 일단 내 말대로 지르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파앗!

엑스칼리버가 호선을 그리며 하얀빛으로 된 칼날을 날렸다.

하비의 검을 떠난 검기가 늪지 망령의 머리를 향해 쇄도한다.

신성 속성을 가득 담은 그 공격이 흥분하며 날뛰는 영체의 머리 부분에 닿는 순간.

퍼억!

그 어떤 속성 공격을 가해도 눈으로 보이는 피해를 전혀 입지 않던 그것이.

머리가 양쪽으로 갈라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철퍽. 철퍽. 철퍼덕.

전신을 이루고 있던 위상 물질이 딱딱하게 굳은 채 갈기갈기 찢어지며 늪지 위에 쏟아졌다.

마침내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던 적을 죽인 것이다.

“……자, 잡았다!”

누군가 소리쳤다.

“망령을 잡았다! 하비가 저 녀석을 베었어!”

그리고 얼떨결에 검을 휘두른 하비가 주인공이 되었다.

* * *

“하비! 정말 대단했어!”

모두의 찬사는 하비에게 돌아갔다.

과정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그냥 마지막 순간에 검을 휘두른 그가 영웅이 된 것이다.

“훗, 다 너희들 덕분이지. 내가 잘 싸울 수 있게 옆에 받쳐줬으니까.”

그런 낯뜨거운 칭찬을 그는 잘도 만끽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겸손한 영웅 행세를 하는 걸 보면 코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그 신우인가 하는 한국 녀석이 싸지른 똥도 내가 다 치웠지.”

심지어 나에 대한 비방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 멍청한 자식만 아니었어도 금방 끝내는 건데. 지금 치료받고 있는 너희 동료들도 다 그놈 때문에 다친 거야.”

놈은 내가 바로 앞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빤히 쳐다보며 저런 말을 지껄였다.

자기가 어떻게 늪지 망령을 베었는지는 까먹은 모양이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갈 텐데.

조용히 입 다물고 있는 나한테 고마워해도 모자랄 판에, 대놓고 시비를 건다.

아까 전에 도발하는 과정에서 했던 말이 심기를 건드렸다는 걸까.

-짜증 나는군. 내가 해준 조언 덕분에 이겨놓고, 고마워해도 모자랄 판에 저딴 식으로 말한다고?

그럼에도 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조용히 무시했다.

저놈이 무슨 말을 하든, 난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넌 화도 안 나는 거냐? 저 꼴을 그냥 보고 있을 거냔 말이다!

‘아직 때가 아니니까 기다려.’

물론 나도 하비 놈의 시비가 짜증 나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서 분에 못 이겨 사고를 친다?

그럼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온갖 보물들을 다 잃는 것이다.

같은 클랜원을 공격하는 건 철저한 금기사항.

잘못하면 한순간에 이곳에서 쫓겨나고, 내가 생각한 모든 계획이 어그러지게 되는 것이다.

‘감정에 휩쓸려서 일을 그르칠 필요는 없지.’

벨그레이브의 독점 스킬들.

수호령 아서 펜드래건.

그리고 그것의 투영무구인 열쇠검 엑스칼리버로 실행할 계획.

난 그중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행동할 뿐이다.

* * *

육성 프로그램에서 속성 스킬을 가장 먼저 중급으로 올리고, 심지어 ‘실전 경험’이라는 명목으로 테스트까지 치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앞으로 얻어 나갈 스킬들의 획득 과정이, 속성 전투를 반드시 수반해야 할 정도로 수준이 높기 때문이었다.

타앙! 화륵!

최윤아의 얼음 속성 탄환과 내가 쥔 갈라틴의 화염 칼날이 동시에 적에게 날아들었다.

목표는 마나 사슬로 연결된 두 마리의 마수 박쥐.

불과 얼음, 상반되는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적중시켜야만 처리할 수 있는 마물이다.

이런 식의 복잡한 기믹을 가진 적들이 이 던전 안에는 무수하게 깔려 있었다.

“젠장, 겨우 이동 스킬 하나 얻자고 이 고생을 하라고?”

누군가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번 던전 탐사 퀘스트의 보상은 기동력을 높여주는 이동 스킬.

하지만 여기에 대해 많은 각성자들은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쯤은 근력 스탯만으로도 충분한데 말이지.”

“저번부터 뭔가 이상하지 않아? 자꾸 고생만 시키는 게, 속성 스킬도 막상 쓰려니까 이것 때문에 머리만 더 아파진 느낌이야. 뭘 알기는 알고 우리한테 시키는 건지…….”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강해졌다는 느낌도 안 들어.”

저들은 이 스킬이 없으면 이런 던전 자체를 공략조차 하지 못할 거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벨그레이브는 지금 클랜원들로 하여금, 높은 수준의 퀘스트들을 보통보다 훨씬 빠르게 클리어하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속성 친화력 강화 스킬이 거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이번 퀘스트의 보상인 이동 스킬도 굉장히 유용한 물건일 터.

‘패치노트라는 게 있는 줄 모르는 입장에선 의심스럽게 느껴지나 보군.’

아무래도 이런 건 벨그레이브가 가진 정보의 가치를 모르면 체감하기 어려운 요소라 그런 듯하다.

“그래서 이 갈림길에서는 어디로 가야 하지?”

한편, 파티는 현재 방금 그 마수 박쥐를 쓰러뜨린 후, 두 갈래로 나눠진 통로 앞에서 멈춘 상태.

물론 여기서 어디로 가느냐를 결정하는 건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이번 퀘스트는 시험이 아니므로 벨그레이브가 상세한 공략법을 다 가르쳐줬기 때문이다.

“여기서 오른쪽…….”

난 정석대로 오른쪽이라 대답하려 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내 말을 가로챘다.

“왼쪽으로 가자.”

그건 하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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