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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50화 (50/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50화

필멸자이면서 스스로의 의지와 힘만으로 신의 영역에 도달한, 최초의 승천자(昇天者)가 탄생한 날.

-신을 죽여라!

-저년을 없애버려!

-복수해야 해!

내 안에서 무수히 많은 악의 의지들이 눈앞의 여신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면 그건 수많은 업보들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나라는 존재를 통해 방출된, 세계의 신에 대한 징벌일지도 모른다.

“아르테미스…… 이 개 같은 년!”

-뭐? 이런 천박한!

화악!

눈앞의 저 혐오스러운 것에게 손을 뻗는다.

-어딜!

여신은 마치 벌레를 털어내듯 내 손을 가볍게 쳐내려고 했다.

신의 손짓 한 번이면 보통의 필멸자들은 손을 대기는커녕 목숨조차 부지할 수 없겠지.

하지만 지금 나는 보통의 필멸자가 아니었다.

꽈악.

-……어? ……어어?

아르테미스는 내게 목덜미를 붙잡혔다.

-컥! 컥컥! 이거…… 놔…….

“너도 공포를 알아야 해. 너도 누군가에게 죽임당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아야 해.”

-너…… 넌 누구…….

까드드득!

그러곤 그녀의 어깨를 물어뜯었다.

“꺄아아아악!”

살점이 한 움큼 떨어져 나와 내 입안에 머금어졌다.

신들은 피를 흘리는 대신, 상처 부분에서 새하얀 빛을 뿜어냈다.

“너도 고통을…… 느껴야 해.”

-놔! 이거 놔! 이 미친 악마!

쾅! 콰쾅! 투쾅!

아르테미스는 온 힘을 다해 두 손을 마구 휘저어 내 몸을 두들겨댔다.

물론 그녀는 여전히 신이었고, 그 발버둥 치는 듯한 공격 하나하나는 산을 깎아낼 만큼 위력적이었다.

쿠구구구궁.

어느새 눈으로 가득 덮인 설원과 산맥은 사라졌고, 지평선 너머까지 무미건조한 사막이 펼쳐졌다.

지각이 통째로 떨어져 나가고 기반암이 드러난 것이다.

그럼에도 나와 내가 서 있는 자리의 뒤쪽, 야드가르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영역은 여전히 멀쩡하다.

그녀의 힘은 나에게 미치지 못한다.

-이거 놓으라고! 으아아아!

신이 내게 공포를 느낀다.

공포는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아르테미스가 저렇게 발악을 하면 할수록, 난 더욱더 강해진다.

“더 두려워해라. 더 괴로워해라.”

-제발…… 제발 이거 놔…….

여신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걸 본 나는 손에서 슬쩍 힘을 풀어줬다.

-에잇!

내가 손에서 힘을 풀자마자 온 힘을 다해 도망치려 했다.

곧장 차원문을 열고 신계 올림포스로 되돌아가기 위해 앞으로 손을 휘저었다.

하지만 그녀의 앞에 나타난 건 차원문이 아니라 내 송곳니다.

콰득!

-아아아악!

여신의 한쪽 팔을 베어 물었다.

그리고 손으로는 나머지 한쪽 팔을 꽃처럼 꺾어서 뜯어냈다.

으드드득!

“아아아악!”

{여신^@&%%^죽ㅇ[email protected]#6$#^ghhf%$67sA$^}

{u7$%살려줘g0%k!df%fd제발8TG%d}

눈앞에 기이한 문자들로 가득 찬 계시가 나타났다.

물론 난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 이상 저건 내가 모시는 신이 아니다.

나는 사도가 아니다.

“도망쳐 봐. 할 수 있으면.”

-으으으……. 으으으…….

양쪽 팔에서 빛이 끊임없이 새어 나온다.

신의 근원과도 같은 기운이 잘린 사지를 통해 흩어지고 있다.

저것 때문에 아르테미스는 그렇게나 자랑하던 힘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터억.

-살려…… 줘…….

난 그 더러운 여신을 붙잡아 아직 남아 있는 몸과 다리를 물어뜯었다.

이젠 더 이상 반항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게 느껴졌다.

으드득. 으드드드득.

-아…… 아…….

다신 살아나지 못하도록.

또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로운 비극을 만들어내지 못하도록.

아르테미스의 몸뚱이를 단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웠다.

“하아…… 하아…….”

물론 이렇게 한다고 그녀가 죽은 건 아니다.

신들은 불멸의 존재이기에 육신은 물론이고 영체마저도 소멸시킬 수 없다.

그러나 여신이 다시 살아난다 하더라도, 악의로 가득 찬 내 영혼 속에서 절대 빠져나가지 못한다.

아르테미스는 영원히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공포 속에 갇혀 있어야 할 것이다.

{신화시대의 기억이 끝난다.}

{기억을 되찾음으로써 잠들어 있던 아르테미스의 힘을 개방한다.}

{특성 <신화 사냥꾼의 본능>을 개화했다.}

{권능 <아르테미스의 활>을 개화했다.}

* * *

“……아!”

긴 잠에서 깨어난 기분이 들었다.

“엇! 일어났다!”

그런데 내 눈앞에…….

“모……나……?”

모나가 있다.

모나가 살아 있다.

난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에엣?”

“꿈이었구나. 꿈이었어.”

“네에?”

그런 나에게 그녀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물었다.

“꿈이라뇨? 모나는 또 뭐예요?”

이상하다는 반응에 난 다시 그녀의 얼굴을 살펴봤다.

까무잡잡한 피부, 큰 눈.

머리카락이 좀 짧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분명 모나였다.

“모나. 나야! 모르겠어?”

“그게 무슨……. 영웅님, 정신 차리세요! 저 아델이에요!”

“아델……?”

……아.

다시 보니 그녀의 옷차림이 달랐고, 팔도 왼팔 하나밖에 없었다.

여긴 신화시대가 아니라 현실 세계였다.

나는 아흐리만이 아니라 유신우다.

“아, 그, 그렇지. 아델.”

그제야 상황파악이 되었다.

이번에는 그 기억 속에서 너무 오랫동안 지낸 탓에, 나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물론 착오를 일으킨 건 그 이유뿐만은 아니었다.

‘너무 똑같이 생겼잖아.’

아델은 모나와 너무나도 닮았다.

아니, 닮은 정도가 아니라 그냥 같은 사람이었다.

심지어 여자치고 큰 키에 탄탄한 체격을 가졌다는 점까지 동일했다.

환생이라도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어차피 나랑은 상관없나.’

물론 난 아흐리만이 아니라 유신우다.

내게는 환영 속 세상보다 현실세계의 일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원래의 나로 돌아오기 위해 애썼다.

“아, 그렇지. ……그 괴물은 어떻게 됐지?”

“네? 그게 무슨?”

“그 마수 융합체들이랑 대악마 마르코시아스. 공격받고 있었잖아.”

내가 이 이야기를 꺼냈는데도, 아델은 계속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것도 꿈이었나?’

그런데 아델이 어리둥절해한 건, 내가 없는 말을 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 악마는 영웅님이 쓰러뜨리셨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내가?”

“갑자기 막 무기들을 소환하시더니, 그걸로 악마를 쓰러뜨리고 검은 불꽃으로 불태워 없애셨는데……. 그것도 기억이 안 나세요?”

“검은 불꽃?”

검은 불꽃이라면 내 권능인 업화의 구를 말하는 것일 터다.

마르코시아스도 악마였으니 그걸 써서 퇴치했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만…….

문제는 난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 맞아, 미귀속 에테르 웨폰을 가슴에 넣으라는 음성을 따라서 그렇게 했었어. 그러곤…… 그 후론 아무 기억이 없는데. 신화시대의 기억을 보기 전까지는.’

그사이 내가 몽유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제 스스로 움직이기라도 했다는 것일까.

-풉. 웃기는군.

그런데 그때, 갑자기 내 머릿속에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그건 나 자신의 목소리였다.

“뭐야!”

-멋대로 나를 너와 동일시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나 혼자서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하자, 아델이 더욱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여, 영웅님……. 괜찮으세요?”

“아, 괜찮아. ……잠깐만 나 혼자 있게 해줘.”

“아, 네! 그럼 좀 더 누워 계세요. 혹시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구요. 성채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알겠어. 고마워.”

일단 그녀를 밖으로 내보냈다.

그러고는 나에게 말을 건 그 존재에게 물었다.

“너.”

-왜?

“앙그라 마이뉴, 맞지?”

목소리를 듣자마자 직감했다.

끊임없이 내 주변을 맴돌며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던 그 악마.

그리고 신화시대의 기억 속에서 마침내 신을 죽이고 승천자로 거듭난 인간 아흐리만.

그 모두가 동일한 존재이며, 동시에 지금 이곳에서 내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호오, 눈치가 빠르군. 그래. 내가 앙그라 마이뉴다. 그리고 그 기억 속의 아흐리만이기도 하지.

“하…….”

그에겐 물어볼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대체 이 시스템의 법칙을 무시하는 능력들은 다 무엇이고.

그 신화시대라는 건 도대체 어느 세상을 말하는 건지.

그리고 나에게 자신의 과거 기억을 보여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른다.

“뭐? 난 아직 아무 말도…….”

-방금 그렇게 생각했잖나. 거기에 대한 답변이다. 난 아무것도 모른다.

“젠장.”

난감하다.

정작 이 악의라는 존재와 직접 대화할 수 있게 되었는데,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무것도 없다니.

-아, 물론 신과 악마들이 아주 나쁜 놈들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너도 봤잖아? 그 기억 속에서 신이란 놈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이 목소리가 앙그라 마이뉴라면, 아흐리만 본인이라면 확실히 그렇게 느껴질 법도 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만.

“그 말은 너도 내가 들여다본 신화시대의 기억에 한해서만 알고 있다는 뜻이잖아.”

-맞아. 뭐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한데.

“그런 것만은 아니라니, 그건 또 무슨 뜻이야? 알아듣게 말해.”

-그 마르코시아스라는 개X끼랑 싸울 때는 좀 달랐지. 그 상황이 아주 친숙하게 느껴진 걸 보면 마냥 아무 기억도 안 나는 건 아닌 것 같다.

“잠깐……. 그럼 네가 그놈을 죽인 건가? 내 몸을 움직여서?”

-그래. 아주 엉망진창이더군. 그래서 좀 바꿔줬어.

“바꾸다니, 뭘…….”

삐걱.

“으윽.”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몸이 굉장히 뻣뻣하고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팔과 다리가 내 것이 아닌 듯한 느낌.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설마……. 스탯창.”

난 마지막에 나에게 나타났던 메시지들을 떠올렸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감소하던 마나.

그것도 ‘영구적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그때의 감소 속도를 생각해 본다면, 지금 내 몸은 완전히 약체가 되고도 남았을 터였다.

{근력: 5}

{반사 신경: 6}

{집중력: 3}

{의지력: 3 (+ 5)}

아니나 다를까, 마법 스탯은 물론이고 신체 스탯까지 완전히 일반인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심지어 그나마 순수치만큼은 높았던 의지력마저.

‘이건 또 왜 이래?’

{활력: 1,595}

뭔가 또 시스템이 이상하게 왜곡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수치.

오히려 원래 이전에 내가 멀쩡할 때보다도 무려 세 배나 더 높은 수준이었다.

-내가 말했잖아? 네 몸을 바꿔놨다고.

“그러니까 뭘 바꿨냐고? 제대로 설명해 봐.”

-한 번만 말할 테니 똑바로 들어.

목소리는 나에게 내가 기절해 있는 동안의 상황을 얘기해줬다.

자신이 내 몸의 지배권을 얻어 내 몸의 장기와 골격을 에테르 웨폰으로 교체하고, 체내에 흐르는 용혈을 순수한 아지다하카의 피로 만들었다는 것.

그로 인해 이전의 의지력으로 모든 스탯을 증가시키던 악룡혈 특성의 효과는 이제 없다.

대신, 체내의 용혈을 직접 활성화시켜 힘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메커니즘이 바뀌었다고 한다.

-아까 내가 말했지? 기억이 전부 사라진 것만은 아니라고.

거기에 덧붙여, 그는 매우 중요한 말을 했다.

-‘왜?’라는 질문에는 답할 수 없지만, 난 지금 네가 가진 모든 힘과 잠재력을 ‘어떻게’ 해야 개방할 수 있는지는 알고 있다.

잠재력의 개방.

다른 각성자들이라면 몰라도, 나에겐 너무나 절실한 이야기였다.

지금 난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난 힘들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인터넷에서도, 패치노트에서도 얻을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 앙그라 마이뉴 본인만이 알고 있는 정보다.

“……좋아. 그럼 내게 그걸 가르쳐 줘.”

난 그에게 그 정보를 요구했다.

실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지금까지 해왔듯, ‘악의’가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

단지 지금은 그의 목소리를 더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게 된 것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 대신 조건이 있다.

물론 이것도 예상했다.

악마가 내게 아무런 조건도 걸지 않을 리가 없다.

“조건? 뭐든 말해봐.”

다만 그 조건의 내용이 생각보다 훨씬 과하다는 게 문제일 뿐.

-내게 몸을 넘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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