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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49화 (49/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49화

모나가 오크군 행렬의 전방에서 잔존한 병사들을 처치하며 전진했다.

도중에 싸울 능력이 있는 자들이 갇힌 마차는 자물쇠를 해제하면서 움직였다.

노약자들은 마차 안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하므로, 건장한 청년들을 우선적으로 풀어준 것이다.

그렇게 풀려난 청년들은 바닥에 떨어진 오크 병사들의 무장을 장비하고 싸움에 가담했다.

모나를 필두로 한 해방군은 그렇게 길게 늘어서서 병력이 분산되어 있는 있는 오크군을 각개격파하며 나아갔다.

“이, 인간이다!”

“혼자다! 놈을 죽여!”

그사이 난 후방으로 달려왔다.

그러곤 오크 성채에서 챙겨 온 무기들을 마음껏 휘두르며, 잔존한 오크 병사들을 질풍처럼 휩쓸었다.

투콱! 쩌억!

“끄아악!”

나에게 대항할 만한 여지라도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오크는 이미 저격당해 죽은 지 오래였다.

지금 나와 모나가 상대하고 있는 이 녀석들은, 그저 머릿수만 많은 개미 떼에 불과하다.

“더, 더 이상 다가오면 포로들을 죽이겠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아니나 다를까 오크들은 잡혀 있는 포로들을 인질로 삼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도 다 예상범위 내의 행동.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디로 움직이려 하는지 내게는 다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나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

곧장 그 협박을 내뱉은 자의 왼손을 창으로 꽂고 나머지 오른손은 사슬로 감아 잡아당겨 뽑아버렸다.

콱! 쩌적!

“으아아아악!”

“히익!”

“포로에게 손대는 자는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도, 도망쳐!”

그 광경을 지켜본 오크들은 겁에 질려 줄행랑을 쳤다.

그렇게 하나둘씩 전투에서 이탈하자 나머지 병사들도 그들을 따라가기 시작했고.

마침내 놈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구출 작전은 신의 권능과 내 힘으로 완벽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 * *

“아빠!”

“야드가르!”

아들이 내게로 달려와 품에 안겼다.

“보고 싶었어.”

“아빠도 네가 보고 싶었다.”

시구르드와의 전투로부터 여기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

하지만 힘든 시간들을 거쳐서 그런 것인지 그 한 달이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

“아빠, 다친 데는 없지?”

“응?”

그런데 야드가르가 대뜸 내 안부를 물었다.

어린아이에게는 너무나 가혹했을 포로 생활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을 텐데, 야드가르는 지금 나를 먼저 걱정해 준 것이다.

게다가 단순히 누구에게 배워서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내 몸에 상처가 있는 건 아닌지 여기저기 살펴보는 행동을 취했다.

“……응, 그럼. 아빠는 괜찮다. 아무 데도 다친 곳 없어.”

“다행이다. 아빠가 안 아파서 다행이야.”

이런 어른스러움에 대견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아마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겠지.

대다수의 사망 원인은 온갖 크고 작은 상처가 곪으며 생긴 패혈증이었을 터.

야드가르는 가까운 사람들이 작은 상처 때문에 시름시름 앓다가 숨을 거두는 걸 여럿 봤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다른 사람의 상처에 대해 걱정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야드가르, 걱정하지 마. 이제부턴 아무도 안 다칠 거야.”

“아빠도 다치면 안 돼. 응? 그리고 다른 데로 가면 안 돼. ……흐흑.”

그렇게나 의연하게 말하던 야드가르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난 그런 아들을 감싸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래. 절대로 널 내버려 두고 가지 않을게.”

이제 다시는 잃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을 구해냈고, 오크와 맞서 싸울 힘도 얻었다.

앞으로 다시는 이종족의 침략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

아무 말 없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난 그녀에게 와도 괜찮다는 손짓을 했다.

“어……? 누나!”

아들이 그녀를 발견하고 기뻐하며 달려갔다.

난 그 둘이 마음껏 재회의 기쁨을 나누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그래, 이젠 억지로 막을 필요 없다.

모나도, 야드가르도. 그리고 나도.

잃은 사람들끼리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살아가면 된다.

“사령관님.”

“아, 아흐리만 대장.”

한편, 난 포로에서 풀려난 사령관을 찾아왔다.

“자네에겐 정말 고맙게 생각하네.”

“아닙니다. 저야말로 평소에 사령관님께 신세 지고 있었으니까요.”

“난 그저 나라를 위한 최선의 판단을 했을 뿐이지. 결국 영웅적인 일을 해내는 건 항상 자네였잖나.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역시 내게는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렇게나 제멋대로 구는 나를 신관들로부터 지켜주고, 내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 내가 그를 찾아온 건 이런 감사 인사를 나누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저, 사령관님. 이제 저희는…….”

구출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지만, 진짜 고난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제껏 나와 모나가 걸어왔던 그 멀고 험한 거리를 이 거대한 인원과 함께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령관에게 이와 관련한 의논을 하러 온 것이다.

대규모 병력을 조직하고 지휘하는 능력은 나보다 그가 훨씬 더 뛰어났으므로, 이 시점에선 사령관의 능력이 필요하다.

“아아. 그래. 귀환에 관한 이야기를 하러 온 거군.”

“그렇습니다.”

“우선 상황부터 파악해야겠지. 우린 지금 500명이 조금 넘는 인원을 데리고 있다. 그리고 그중 4할이 노약자들이야. 장년층 중에서 지병이 심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절반이 넘고.”

“오백……? 오백이요? 포로로 잡혀 온 사람이 그것밖에 없습니까?”

“이동 중에 3분의 2가 사망했다.”

“이 망할 오크 놈들…….”

내가 주먹을 쥐고 분노를 발산하자, 사령관이 나를 진정시켰다.

“아니,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다.”

“예? 그럼…….”

“오크들은 우리가 최대한 죽지 않도록 나름대로 노력했다. 신에게 바칠 제물이니 가능하면 많이 살려서 데려와야 한다고 했거든.”

“그럼 뭣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은 겁니까?”

“병이다. 모두 병에 걸려 죽었다.”

그가 참담한 표정으로 이어서 말했다.

“풍부한 인력과 물자로 보호받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의 몸이 약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저 오크들에 비하면 근본적으로 허약한 육체를 지닌 우리가, 이 북쪽 땅의 가혹한 날씨를 견디는 건 불가능했다.”

“…….”

“이걸 바꿔 말하자면, 앞으로 우리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동안 또다시 그 끔찍한 환경을 겪어야 한다는 거다. 그것도 이번엔 오크들의 풍부한 물자도 없이.”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이곳은 적의 땅 한가운데.

물자를 지원받지 못하는 건 양반이고 공격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럼 어떻게…….”

“그러니 더 치밀한 전략하에서 움직여야지. 우선은…….”

사령관은 내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려 했다.

그런데.

피웅. 콱.

화살이 날아왔다.

그것은 사령관의 관자놀이를 꿰뚫었다.

털썩.

그는 쓰러졌다.

아주 짧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

“사령관님!”

* * *

나조차도 낌새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아르테미스로부터 부여받은 신적인 감각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피웅. 푸확.

다시 화살이 날아왔고, 이번엔 내 주변에 있는 또 다른 병사의 머리가 꿰뚫렸다.

그렇게 연달아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꺄아악!”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적의 공격이 또다시 시작된 것이다.

“모두 마차 뒤로 숨으십시오!”

난 곧바로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적의 공격은 계곡의 오른쪽으로부터 날아왔다.

그래서 그 반대편에 숨도록 지시했다.

‘젠장……. 어디 있지?’

그와 동시에 눈으로 적의 위치를 찾아내려 했다.

그런데, 보이지가 않는다.

이 막강한 추적 능력으로 적의 위치를 찾으려 해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이건…….’

이 능력으로는 화살이 날아온 궤적에 의해 흐트러진 공기까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날아오는 공격에는 그런 게 전혀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권능이다.’

적 또한 아르테미스에 준하는 신의 권능 사용자라는 뜻이다.

그것도 활을 쓰는.

피웅!

“커억!”

“아, 안 돼!”

그때, 또다시 화살이 날아왔다.

이번엔 수레를 관통해 그 뒤에 있는 사람을 공격했다.

“살려주세요! 제발!”

“젠장……!”

더 이상 인명피해가 생겨선 안 된다.

난 우선 체내의 마나를 방출해 거대한 힘의 장벽을 형성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그 뒤에 숨게 했다.

“모두 이쪽으로!”

피웅! 팅!

다행히 방호 효과는 있었는지, 이 다음의 화살 공격은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비효율적인 보호막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는 없다.

몸속의 마나가 마치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듯 줄줄 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지……? 계속 이러고 있을 순 없어!’

반격을 해야 한다.

지금 활을 쏘고 있는 공격의 근원을 제거해야 한다.

“대장님! 제가 가겠습니다!”

그때, 모나가 나섰다.

그녀가 장검을 손에 쥐고 적이 있는 산속으로 전속력으로 뛰쳐나갔다.

“안 돼! 너 혼자서는 무리다!”

내가 추적조차 할 수 없는 활을 쏘는 적.

그런 상대를 모나가 이길 가능성은 거의 0에 수렴한다.

하지만 그녀는 내 경고를 무시하고 온 힘을 다해 산속으로 달려갔다.

피웅! 팅!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화살은 날아왔다.

그 때문에 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발이 묶여서 이 자리에 계속 서 있어야만 했다.

결국 모나가 뛰쳐나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젠장…….”

그렇게 몇 분 동안, 간헐적으로 날아오는 추적 불가능한 화살을 계속해서 막아냈다.

일부러 내 마나를 모두 소진시킬 작정인 듯, 적은 뚫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보호막 위를 때렸다.

콰앙!

그러던 중, 산속에서 커다란 마나 폭발이 발생했다.

모나였다.

‘저자인가……?’

그 지점을 집중해서 쳐다보니, 모나가 한 오크 전사와 싸우는 게 보였다.

그 오크는 등 뒤에 활과 화살통을 둘러메고 있었고, 이때부터 간헐적으로 날아오던 화살 공격이 멈췄다.

그로 보아 우릴 급습한 건 바로 저 오크 전사였던 듯하다.

카앙! 캉!

그런데 전세가 심상치 않다.

역시 모나에겐 너무 버거운 상대였던 걸까.

적이 거의 압도적인 수준으로 모나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저대로 내버려 두면…… 죽는다.’

당장 그녀를 도와야 한다.

하지만 직접 달려가서 돕기엔 너무 늦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아르테미스의 활.’

시위를 당긴 상태에서 힘을 집중시킨다.

화살촉 끝에서 은은한 초록빛이 퍼져 나오고.

난 그것을 지금 모나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싸우는 적을 향해 조준했다.

-자기 손으로 쏜 화살에 자기 연인을 죽게 만든 비극.

재수 없게도 하필 여기서 아르테미스가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이 화살을 잘못 맞출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모나가 목을 관통당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장면이 빠르게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니…….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불행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그런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자, 내 집중력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몸에 있는 모든 감각이 적을 명중시키기 위한 기관으로 작동했다.

고도의 동체시력에 의해 사물의 움직임이 매우 느려진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우우웅.

그렇게 점점.

점점 더 느려지다가.

뚝.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정지했다.

세상이 멈췄다.

‘모나를…… 지킨다!’

이 세상에서 움직이는 것은 나 하나뿐.

피웅!

실수의 여지는 없다.

그저 가만히 서 있는 오크를 조준하고 그 자세 그대로 쏘았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초감각이 만든 가상의 조준선을 따라 그대로 날아갔고.

오차 없이 정직하게 목표한 대상을 명중시켰다.

그렇게 목덜미를 관통당한 오크가 눈밭에 피를 흩뿌리며 쓰러지는 모습까지 확인한 후에야.

느려진 세상의 시간은 원래 속도로 되돌아왔다.

* * *

“이럴 리가 없어…….”

새빨갛게 물든 설원 위에 무릎을 꿇는다.

내 앞에는 모나가 목을 관통당한 채 쓰러져 있었다.

“말도 안 돼……. 난…… 분명…….”

분명히 마지막 순간에 적중한 대상은 모나가 아니라 오크였다.

맞힌 부위도 정확히 목이었고, 그 오크가 피를 쏟으며 쓰러지는 것도 확인했다.

그런데 왜 여기에 모나가 쓰러져 있단 말인가?

“왜 제가 거기 쓰러져 있을까요?”

바로 그때, 내 옆에 또 다른 모나가 나타났다.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모습의 멀쩡한 모나와 목을 꿰뚫린 채 죽어 있는 모나.

두 사람이 동시에 이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어떻게 된 일이냐구요?”

화아악!

갑자기 멀쩡한 모습의 모나가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졌다.

아니, 옷이 아니라 껍데기를 벗어 던졌다.

-이렇게 된 일이지.

그러자 껍데기 아래에 있던 가짜 모나의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백옥처럼 새하얀 피부.

길고 뾰족한 귀.

섬뜩할 정도로 깊은 눈망울에 긴 초록빛 머리칼을 가진 엘프 여성.

-아하하하하!

누구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왜냐면 난 그녀의 사도니까.

“당신은…….”

-가련한 필멸자. 내가 꾸민 장난에 제대로 걸려들었구나. 아하하하하!

그녀가 본래의 음성으로 말함과 동시에 머릿속으로 이 모든 상황의 이면에 관한 진실이 흘러들어 왔다.

이 일들은 아르테미스가 꾸민 일이었다.

나에게 모나를 오크처럼 보이게 하고, 자신은 가짜 모나로 위장해 내 손으로 진짜 모나를 죽이게 만든.

저열하고도 악랄한 장난.

장난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모나를 되살려 주는 것도 아니다.

아르테미스에겐 그럴 의도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대체 왜 이런 짓을……?”

-왜 이렇게 하냐고? 재밌으니까!

“사람이 죽는 게 재밌다고……?”

-그러엄. 필멸자들을 가지고 노는 게 신들이 하는 일이니까. 근데 너, 지금 나한테 대드는 거야?

“이…… 미친…….”

엘프 여신이 내 중얼거림을 듣고 피식, 비웃으며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꽈악.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한 움큼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미친? 입 조심해. 필멸자 주제에 신 앞에서 까불면 안 되지.

“이…… 개 같은…….”

-하아. 안 되겠다. 넌 그냥 죽여야겠다.

내겐 그 여자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더러운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로만 들릴 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임계점에 도달해, 무너진 댐에서 물 폭탄이 터지듯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아르테미스…… 이 개 같은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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