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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46화 (46/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46화

사슬을 무기로 삼겠다는 사고방식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그것은 나를 묶은 구속구가 아니라, 못으로 단단히 연결된 쇠창살을 찢는 무기가 되었다.

콰직. 콰지직! 쩌어억!

‘됐다!’

결국 속박의 해제에 성공하고 말았다.

검 없이는 도무지 불가능할 것 같던 마나의 운용을 기어이 터득한 것이다.

나를 이런 꼴로 만든, 적에 대한 분노에서 나오는 절박한 감정이 그 성장의 원천이었다.

쩌엉! 파캉!

그 상태에서 손에 쥐고 있던 사슬에 마나를 담아 내 발을 묶은 사슬을 내려쳤다.

그토록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던 것이 단박에 동강났다.

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무기도 아닌 사슬로 이런 위력을 내는 게 가능한 것이다.

아니, 오히려 힘의 순수한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서인지, 이전에 내가 휘두르던 검보다도 더 강하고 위력적이다.

‘난 지금까지 힘을 잘못 쓰고 있었던 거였어.’

이제야 알았다.

마나를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오로지 검기를 구현한다는 데에 갇혀 있던 사고방식에서 해방되자, 체내의 마나를 더욱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검에 맞추느라 불필요한 조정을 가했던 마나의 정수를, 그저 손에 쥔 무기에 담아 휘두르기만 하면 된다.

투쾅!

난 그 자리에서 사슬을 휘둘러 이 흘러넘치는 순결한 힘을 방출했다.

두꺼운 감옥의 바깥쪽 벽면이 무너짐과 동시에, 환한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이 드러났다.

‘야드가르를 구해야 해.’

이 힘으로 아들을 찾으러 갈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잡혀 간 사람들의 행방을 알아내야 한다.

그 정보는 다름 아닌 이 성채 안에 있을 것이다.

나를 가둬놓은 이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한 사람들에 관한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죄수가 탈출했다! 놈을 잡아!”

오크 병사들이 감옥 밖으로 나온 나를 발견하고 이쪽으로 몰려왔다.

난 그놈들을 향해 사슬을 휘둘렀다.

쩌렁!

검기와는 결이 다른 종류의 힘.

더 강하고, 더 과격하다.

다가오는 오크들은 시체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 으깨져 버렸다.

“시구르드가 직접 오지 않는 한은 나를 잡을 수 없을 거다.”

이곳에 그 증오스러운 시구르드 놈은 없다.

복수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지만, 그렇기에 더 수월하다.

성채 안에 나를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없다는 뜻이니까.

“아흐리만…… 대장님?”

“모나!”

몰려드는 오크들을 격파하며 앞으로 나아가던 도중, 성채의 마당에 있는 호송용 간이 감옥에서 모나를 발견했다.

그녀 또한 강한 힘을 가졌기 때문인지, 나와 같은 모습으로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조금 기다려라. 내가 풀어주지.”

끼기기긱!

그녀를 보자마자 손으로 철창을 통째로 뜯어버린 후, 엎드린 채 묶여 있는 모나의 옆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그녀의 손목엔 상처들이 가득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사슬을 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모양이다.

파캉!

난 이곳까지 오크들을 살육하며 돌파하던 중에 주운 도끼로 그것을 간단히 갈라버렸다.

“고마워요…….”

“아니다. 너야말로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그녀는 많이 지쳐 보였다.

마나 운용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낸 나와는 달리, 사슬을 끊지 못한 채 계속해서 힘을 써야 했던 지금까지의 시간은 끊임없는 소모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영양 공급이 이루어지지도 않고, 운동도 불가능하며, 더러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을 테니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건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것도 새롭게 발견한 마나 활용법으로 억지로 몸을 움직였기에 가능한 것.

“으으…….”

그녀가 신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아 있는 힘을 겨우 짜내 몸을 억지로 움직이는 게 고스란히 보였다.

그래도 그녀는 마나를 운용할 수 있어서 양호한 편이었다.

떨어진 체력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걸을 수 있겠나?”

“네. 저보단……. 다른 사람들부터…….”

모나가 맞은편에 있는 감방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성채엔 그녀와 나 말고도 또 다른 병사들이 감금되어 있었다.

그들 역시 상태가 매우 나빴다.

난 곧바로 이곳에 잡혀 있는 모든 병사들을 감금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 * *

“말해라. 나를 데리고 온 오크군은 어디로 갔지?”

“흐흐. 내가 순순히 말할 것 같나?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날 살려두지 않는 건 마찬가지일 텐데.”

이곳 성채를 관리하는 최고 지휘관을 붙잡았다.

이 오크를 심문해 다른 사람들이 잡혀간 경로를 추적할 생각이었다.

“그래. 맞아. 넌 어차피 죽을 거다. 단지 두 가지 죽음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의 차이일 뿐.”

“……음?”

“똑바로 말하면 이 자리에서 너를 참수시켜 주겠다. 하지만 끝까지 버티겠다면, 사슬로 묶고 땅에 묻어서 아사하게 만들어주지.”

“큭…….”

오크들과의 숱한 전투 경험 덕분에 난 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다.

오크들은 적과 싸우다 죽는 것을 명예롭게 여긴다.

아니, 명예를 떠나 그렇게 해야만 자신들이 ‘발할라’라 부르는 천국으로 간다고 믿는다.

그러니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그의 목을 베어버리면 그는 천국으로 가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아사나 자연사와 같이 전투와는 상관없는 방법으로 죽게 된다면, ‘헬’이라는 춥고 어두운 사후세계로 가게 된다.

이 이야기들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크들이 그걸 믿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

“말하고 싶지 않나? 좋아. 그럼 영원한 공허 속으로 보내주도록 하지.”

철그럭.

그가 끝까지 말을 하지 않고 버티자, 난 곧바로 나를 묶었던 사슬로 그를 포박했다.

그러자 놈의 얼굴이 극심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자, 잠깐! 잠깐만!”

“왜, 말할 마음이 생겼나?”

역시, 이 광신도 같은 놈들에겐 이 방법이 통한다.

“그래! 말하겠다! 대신…… 약속은 꼭 지켜다오!”

“물론이지.”

천국에 가기 위해 자기 목을 쳐 달라고 부탁하는 꼴이라니.

신이란 놈들은 이런 걸 보고 즐긴단 말인가.

“자…… 잡힌 인간들은 비프로스트로 갔다고 들었다.”

“비프로스트? 그건 또 뭐야?”

“신계 아스가르드로 건너가는 다리다. 인간들은 그곳의 바다에 오딘 님의 제물로 바쳐질 것이다.”

붙잡힌 사람들이 바다에 던져질 거라는 이야기.

시구르드가 했던 말과 같았다.

‘미친놈들.’

난 속으로 분을 집어삼키며 그에게 되물었다.

“그럼 그 비프로스트란 곳은 어디 있지?”

“북쪽, 노르드 왕국의 수도 해안가.”

“그래? 믿어도 되겠지?”

“물론이다. 신의 이름에 맹세하고.”

이놈들이 이렇게까지 말할 땐 정말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좋아. 나도 약속을 지켜주지.”

투콱!

난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 그의 목을 깔끔하게 쳐냈다.

그가 정말 천국에 갔는지 어떤지는 모른다.

그저 내게도 편한 방법이라는 게 중요할 뿐.

‘이걸로 후환 없이 깔끔하게 끝냈으니, 서로 이득이지.’

그렇게 난 야드가르가 붙잡혀 끌려가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 * *

“대장님!”

다섯 명의 병사들과 모나가 밖에서 나를 맞이했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렇게 대장님을 다시 보게 될 줄은…….”

그들은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라도 찾은 것처럼 좋아하고 있다.

그만큼 나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일 터.

“모두들 무사해서 다행이다.”

물론 나 또한 혼자보다는 함께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안심할 수 있었다.

그게 특히나 모나 같은 실력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대장님,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람들이 다른 데로 끌려가는 걸 봤습니다!”

병사들 중에는 이쪽으로 호송되어 오는 도중에 의식이 남아 있는 자도 있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그들 역시 사람들이 잡혀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 그 말대로다. 오크들은 지금 우리 외에 다른 사람들을 모두 북쪽으로 데려가고 있는 것 같다.”

“북쪽이라면…… 오크들의 고향 말씀이십니까?”

“그들이 대체 왜 인간들을?”

“그건 나도 모른다.”

난 그 이유에 대해 병사들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분개하는 건 나 혼자만으로 충분하니까.

괜한 감정의 동요를 일으킬 필요는 없다.

대신 난 이들에게 희망을 던져줬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돌아간다고 한들, 갈 곳도 없다.

그렇기에 이 병사들을 돌려보내는 대신, 함께 북쪽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사람들을 구하러 가자. 지금이라도 움직이면 따라잡을 수 있다.”

물론 이것이 허황된 기대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쳐들어오는 오크군을 막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

군대를 일으켜 대규모 원정을 간다고 해도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구출하는 건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도박이다.

하물며 지금 우린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그저 패잔병일 뿐.

하지만 아주 작은 확률이라 하더라도 나아갈 수밖에 없다.

야드가르는 내게 있어 마지막 남은 삶의 전부니까.

선택지가 없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 소중한 가족이 잡혀 있는 이들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네! 저희는 모두 대장님들 따르겠습니다!”

“아흐리만 대장님 옆에서 싸울 수 있다면 얼마든지 사지에 걸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병사들이 내 의지에 호응해 줬다.

이 기세라면 당장에라도 사람들을 구출해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도중에 무슨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난 너희들의 가족을 반드시 구해낸다. 그러니 나를 믿어라.”

“예!”

난 그런 그들에게 믿음을 줬다.

“…….”

하지만 내 말에도 모나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아무래도 가족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없는 모양이다.

* * *

지금 우리가 밟고 서 있는 이 땅은 완전한 이종족들의 영역.

만약 인간임이 발각되면 그 자리에서 즉시 살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이런 곳에서 생존하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우린 지금부터 우드 엘프 순례자로 위장할 거다.”

나는 병사들에게 전신을 덮을 만큼 크고 펑퍼짐한 로브와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뾰족한 모양의 물건 한 쌍을 나눠줬다.

“로브는 알겠는데…… 이 나뭇가지는 뭡니까?”

“귀다.”

“귀?”

“가짜 귀. 그걸 이렇게…… 귀에 걸면 엘프들의 뾰족한 귀처럼 보일 수 있다.”

“네에? 이런 걸로 말씀이십니까?”

“물론 대놓고 보여주는 용도가 아니라, 여기에 후드를 뒤집어써서 모양만 나게끔 해주는 거다.”

“아…….”

우드 엘프는 엘프들 중에서도 키가 작은 편인 동시에 피부가 갈색에 가까운 종족이었다.

즉, 귀를 제외하면 우리와 가장 유사한 외모를 가진 셈이다.

따라서 이런 도구와 로브를 이용해 귀 부분만 어떻게든 커버하면, 그럴듯하게 위장하는 게 가능하다.

이런 위장법과 이종족들의 관습은 예전에 적지에 침투했을 때 익혀두었던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우리는 그 오크 성채에서 곧장 북쪽으로 올라가던 중, 밤이 되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한 엘프 마을에 도착했다.

모든 것들이 마법으로 이루어진 별천지 같은 장소.

병사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본 온갖 신비한 구조물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물론 인간이란 걸 티 내고 다녀서는 안 되기에, 다들 두리번거리지 않도록 미리 주의를 주었다.

“아르테미스 님의 사제분들이시군요. 이쪽으로 오십시오.”

이곳에는 엘프 족 신들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를 모시는 신전이 있었다.

숲과 사냥에 관련된 신이라나.

그게 주로 우드 엘프들의 성향과 맞아서, 그들로 위장한 우리에겐 가장 알맞은 존재였다.

우린 이 마을에서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받을 작정이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중에는 편안하고 따뜻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중요한 법.

그렇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쳐서 제대로 싸울 수 없게 된다.

앞으로 북쪽의 오크 영토에 들어서면 이런 게 불가능해질 테니, 그나마 지금 주어진 이 환경을 최대한 잘 사용해야 한다.

-그나저나 대장님, 정말 괜찮을까요?

한편, 내 위장 계획을 들은 모나가 마을에 도착하기 전,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었다.

-물론 저희는 체격이나 얼굴, 피부색 다 우드 엘프로 혼동하기에 충분히 비슷하지만……. 그러려면 안에서 계속 후드를 쓰고 있어야 하고, 또 가까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발각될 수밖에 없을 텐데요.

확실히 일견 허술해 보이는 이 위장 침투 방법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나에겐 확신이 있었다.

-기도를 하면 된다.

-기도요?

한 신의 가호 안에 있는 자가 다른 신의 신전에 들어가 기도를 하게 되면, 그자는 강력한 저주를 받게 된다.

그러니 같은 종족이라도 신앙이 다른 자가 다른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건 사실상 자살행위.

이들에게 있어 타 종족이 자기네 신당에 와 기도를 올린다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일일 터.

-그럼 우리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건가요? 신이 없기 때문에?

-그렇지.

덕분에 우린 아무런 제재 없이, 전혀 의심받지 않고 손쉽게 엘프 마을 안에서 사제로서 대우받을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은 오랜 군 생활 동안 죽음을 넘나들며 알아낸 정보였다.

“이곳에서 기도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우린 가짜 기도를 하기 위해 신당 안으로 들어와 석상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그러고는 진짜 사제라도 된 듯 눈을 감고 뭔가 고뇌하는 듯한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모나와 병사들 역시 내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했다.

‘야드가르. 조금만 참거라. 곧 내가 널 구하러 가마.’

그렇게 아들 생각을 하며 기도 아닌 기도를 시작한 지 몇 분이 지났을 즈음.

적당히 눈치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날까 생각하고 있었던 내 앞에.

{여신 아르테미스가 너에게 호기심을 가진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괴현상이 나타났다.

{프로메테우스의 자손도 아닌 필멸자가 자신을 불러낸 것에 의아해한다.}

진짜 신으로부터의 계시가 눈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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