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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41화 (41/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41화

패트릭이 유신우에게 적극적인 동조를 하고 있었음에도 그의 클랜에 소속되지 않고 있었던 것은.

본인의 소속이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사 패트릭의 소속은 바로.

마르쿠스 남작가.

마르코시아스가 만들어낸, 원래 이곳 알포드 성에는 시스템상 실재할 리가 없는.

태생부터가 이질적인 존재.

“앙그라 마이뉴가 재림했다!”

이마에 세 개의 뿔이 돋아난 거인, 대악마 나베리우스가 분노로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쿠구궁!

그러자 하늘에선 벼락이 내리치고 지상에선 화산이 분출했다.

천재지변에 휩쓸린 무수한 하위 악마들이 떼로 죽어 나갔다.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들은 죽은 동료들의 시체를 기다렸다는 듯 뜯어먹는다.

이곳 지옥에서는 일상과도 같은 풍경.

다만 그와는 별개로 나베리우스가 입 밖으로 내뱉은 이름은 대악마들 사이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켰다.

“앙그라 마이뉴가!”

“어떻게!”

이들은 가까이 있지 않지만 원한다면 얼마든지 공간을 초월해 서로 소통할 수 있었다.

이 정신적 연결망을 통하면 생각뿐만 아니라 감정도 공유가 가능했다.

“끄으으아아아!”

그로 인해 모든 대악마의 마음에 강렬한 증오심이 들끓었다.

그건 이 연결망에 포함된 한 존재의 폭주하는 감정.

증오심은 악마들에게 있어 힘의 원천이기에 이를 마음껏 누리는 것이 정상이나, 지금의 감정은 이들이 받아들이는 허용 수준을 넘어섰다.

모든 대악마들은 이내 자신의 판단이 흐려질 것을 우려해, 증오의 원천이 되는 자로부터 감정의 연결을 차단했다.

“마르코시아스! 진정해라! 그건 결코 올바른 힘의 분출이 아니다!”

그 증오심의 원천은 다름 아닌 마르코시아스.

악마들의 우두머리인 바엘이 금세 그의 생각을 읽고 만류했다.

하지만 지극히 충동적인 대악마의 행동은 아무리 우두머리라 하더라도 막지 못한다.

그것은 악마가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나는 반드시 놈을 죽이고 말 테다!”

“네 마음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을 건드려서는 안 돼!”

바엘이 그를 만류했던 것은, 그의 머릿속에서 시스템을 조작하겠다는 계획을 읽어냈기 때문이다.

“우리의 무한한 힘도 시스템 안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괜찮은가?”

“상관없다!”

“거기엔 불멸조차도 포함되는데도 말이냐?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너는 영멸하게 된다!”

“지금 당장 앙그라 마이뉴를 죽일 수만 있다면…… 뭐든 상관없다…….”

여기까지 온 이상, 마르코시아스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막으려 한다면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영원한 전쟁을 벌여야만 할 것이다.

그의 앙그라 마이뉴에 대한 원한은 그만큼 깊었다.

“좋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 중 누구도 너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너를 돕지 않을 것이다!”

“마음대로 해라.”

그렇게 그는 바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앙그라 마이뉴를 죽이기 위해 시스템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유신우를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

패치노트 획득이 명백한 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좋은 보상과 쉬운 난이도의 퀘스트들.

혹시라도 새어나가지 않게끔, 그는 여러 개의 조작된 퀘스트를 배치함으로써 넓고 촘촘한 그물을 쳐 두었고.

유신우는 그 중 하나, 알포드 성이라는 함정에 걸어 들어간 것이다.

{성주: 데미안 남작}

{수정 -성주: 마르쿠스 남작}

원래라면 지극히 평범한 공성전 튜토리얼용 NPC였을 성주가, 주민들의 피와 살을 탐하는 악마 같은 인간으로 바뀌었다.

NPC들은 지옥에서 건너온 기이한 마물들로 변이했다.

던전 포탈 또한 봉쇄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피와 살육의 광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마르코시아스 본인이 그곳에 직접 강림하기에 이른다.

그에게 벌어졌던 모든 기이한 현상들은 모두, 유신우, 아니, 앙그라 마이뉴를 죽이기 위한 마르코시아스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신과 동등한 존재인 대악마가 영멸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스템마저 조작해 가며 현세에 개입하는데.

지구상 그 어떤 존재가 이를 피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인간에게는 너무나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운명의 굴레’.

초월적 존재가 제멋대로 정해놓은 규칙에 따를 수밖에 없는, 필멸자의 저주인 것이다.

-귀속되지 않은 에테르 웨폰을 네 심장에 넣어라.

그러나 그런 필멸자도 언젠가는 초월적 존재의 억압을 벗어나 자유의 날개를 펼칠 것이다.

바로 그날을 위해, 아흐리만은 영겁의 시간을 기다려왔으니까.

* * *

가슴에서 피가 흐른다.

정신이 아득히 멀어져 간다.

그저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가슴에 구멍이 뚫려버렸다.

“영웅님!”

아델이 나를 부축하러 다가오는 게 보였다.

{최대 마나량이 영구적으로 1 감소합니다.}

시스템 메시지는 거의 1초에 10개씩 나타나고 있었다.

어느새 시야를 전부 뒤덮을 정도로.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지금 내 마나량이, 지금 내 모든 능력치가, 1초에 10씩 떨어져 가고 있다는 뜻이겠지.

‘메시지 좀…… 치워…….’

우선 앞을 보기 위해서 경고 메시지를 모두 제거했다.

그러자 내 앞의 상황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쿵! 쿠쿵!

-앙그라 마이뉴! 크아아아!

“꺄아아악!”

저 먼 곳, 마을 한가운데서 거대한 늑대가 광견병이라도 걸린 듯 날뛰고 있었다.

집 따위는 한 발로도 간단히 깔아뭉개버릴 수 있을 만큼 덩치가 컸다.

양 어깨에 돋아나 있는 날개는, 마수 융합체의 거미 다리처럼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여 사람들을 토막 내버렸다.

내 가슴에 구멍을 뚫어버린 것은 바로 저 날개 끝에 달린 날카로운 발톱 같은 기관이었다.

‘여기까지 날아와 버린 건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난 지금 저 마을 한가운데에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마수 융합체를 죽이기 위해, 모든 병력을 이끌고 공격했다.

저걸 없애버리면 이 모든 기현상을 끝내고 집에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란 마음으로.

하지만 그런 희망이 무색하게, 난 아무런 공격조차 해보지 못한 채 당해버렸고, 단번에 거의 수백 미터를 날아 이곳까지 튕겨 나왔다.

“어, 어떻게…… 어떻게 해야…….”

아델이 쓰러진 나를 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지금까지 어떤 어려운 상황에도 절대 꺾이지 않던 그녀가, 처음으로 그런 모습을 보였다.

“아델…….”

“네에……?”

“……가져와.”

“뭐……라고요?”

온몸에 힘이 빠져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난 좀 더 힘을 줘서 다시 그녀에게 안에 있던 말을 천천히, 또박또박 읊조렸다.

“금고에 있는…… 쇠공…… 가져오라고…….”

아까 전부터 내 안에서 들려오던 목소리.

-귀속되지 않은 에테르 웨폰을 네 심장에 넣어라.

그건 지난번 내 귓가에 속삭였던 악마의 목소리였다.

지금 난 그 목소리가 시키는 것을 그대로 실행하려고 한다.

“그, 금고에 있는……?”

“얼른…….”

“네! 알겠어요!”

이미 오크군을 동원한 성의 점령은 다 끝나 있었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금고 안에 있는 에테르 웨폰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상황.

사실 이미 저쪽 세계에서 에테르 웨폰을 얻었기에, 다른 하나는 그냥 팔아서 자금을 마련하는 용도로 쓰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돈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에테르 웨폰을…… 심장에 넣으라고?’

악마의 목소리는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 존재, 그러니까 ‘앙그라 마이뉴’는 이전에도 내게 힌트를 준 적이 있었다.

오크들을 잡아 특성을 개방시킨 것.

하위 악마들을 잡아 훔친 권능을 활성화시킨 것.

다만 그때는 메시지였고 지금은 음성의 형태라는 차이점이 있긴 했지만, 난 이번에도 이 녀석의 말을 믿어보려고 한다.

‘안 믿으면 어쩔 거야…….’

이미 난 죽어가고 있다.

가슴에 구멍이 났다.

비물질인 마나 하트만 사라진 게 아니라, 내 생명 활동을 유지시켜 주는 심장이 물리적으로 손상을 입었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하지만 내게는 각성자로서의 강인한 신체가 있었고, 잠깐이지만 죽음의 유예 기간을 얻었다.

‘조금만 더…… 버티자…….’

이런 상태에서, 나에게 주어진 선택은 둘 중 하나.

그냥 그대로 죽음이 올 때까지 기다리든지, 아니면 악마의 속삭임이 시키는 걸 하든지.

그뿐이다.

그래서 난 후자를 선택했다.

어차피 가만있으나, 그거라도 하다가 실패하나, 죽는 건 마찬가지니까.

‘아델…… 빨리…….’

이제 남은 건 그녀가 얼마나 빠르게 에테르 웨폰을 가져오느냐에 달렸다.

그때까지 숨이 붙어 있길.

나는 나 자신에게 기도했다.

“하아…… 하아…….”

쿵! 쿵!

하지만 애석하게도, 세상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찾았다! 네놈! 죽어라!

저 무지막지한 늑대 악마가, 나를 발견하고 이쪽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젠장…….’

피할 수 없다.

남은 힘을 쥐어짜 내 몸을 움직이려 해봤자, 저 크고 빠른 괴물로부터 도망치는 건 불가능.

번쩍.

바로 그때, 갑자기 몸이 떠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봐! 죽으면 안 돼!”

패트릭이었다.

그가 나를 안아 들고 악마를 피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큭…… 젠장. 아무런 권능도 쓸 수 없는 건가?’

마르코시아스는 현세에 강림했으나 온전한 힘을 사용할 수 없었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긴 했지만, 대악마로서의 무한한 권능들 중 그 어느 것도 사용할 수 없을 줄은 몰랐다.

‘시스템을 조작한 페널티가 이렇게 클 줄이야……. 이래서는 꼴이 그냥 거대한 마수 한 마리에 불과할 뿐이잖은가.’

지옥의 대악마 중 하나인 자신이 이곳에서는 한갓 거대한 괴물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

심지어 이 몸뚱이조차도 원래 가진 힘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

‘그렇지만, 그래도…… 이걸로도 충분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유신우를 죽이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지금의 그 또한 앙그라 마이뉴가 가진 원래 힘에 비하면 극히 미약한 미물에 불과한 수준이었으니까.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

덕분에 마르코시아스는 오히려 성급하게 놈을 직접 처리하기로 한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느꼈다.

현세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려면 이만큼이나 큰 페널티가 주어지는데.

앙그라 마이뉴는 이곳에서 점점 원래 자신의 힘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놈이 약할 때, 조금이라도 빨리 잡아 죽이는 게 맞는 것이다.

늦어지면 걷잡을 수 없이 강해져서 영영 복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찾았다! 네놈! 죽어라!

그는 만신창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진 유신우를 발견했다.

이대로 달려가서 발로 짓밟기만 하면 끝.

화악! 탓탓탓탓!

그런데 방해꾼이 나타났다.

웬 인간 놈이 그를 안아 들더니,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크아아아아!

마르코시아스는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며 더 난폭하게 소리를 질렀다.

저 더럽고 천박한 존재를.

감히 고귀한 순혈 마족인 자신의 자존심을 짓밟은 앙그라 마이뉴를.

감싸고도는 모든 것들은 소멸시켜버려야 한다.

살육의 충동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쿵! 쿵! 쿵!

날개 달린 거대한 늑대는 사냥감을 향해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덩치가 큰 만큼 보폭도 무시무시했고, 게다가 발의 움직임마저 어지간한 마수 늑대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빨랐다.

“으아아아! 젠장!”

패트릭은 겁에 질려 괴물로부터 도망치려 했다.

물론 자신이 아무리 빠르게 달린다 해도 벗어나는 건 불가능.

‘주, 죽는다……!’

저 괴물이 노리는 것이 유신우라는 걸 안다.

지금이라도 그를 내버려 두고 도망치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기사의 긍지를 저버리는 일.

결국 그는 그렇게 모진 일을 할 수는 없다는 판단 하에, 끝이 뻔한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앞으로 내달렸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받아요-!”

죽음이 임박한 찰나, 앞에서 아델의 목소리가 들렸다.

패트릭의 시야에 그녀가 뭔가를 던지는 게 들어왔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걸 받았다.

착.

“이건……?”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쇠공.

에테르 웨폰이었다.

“그걸 영웅님의 심장에-!”

“……수고……했어.”

패트릭에게 안겨 있던 유신우가 그의 손에서 에테르 웨폰을 낚아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차르르륵.

귀속되지 않은 에테르 웨폰이 그의 영혼에 엮여 형태를 변환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시스템 상 귀속자에게 가장 적합한 주무기의 형상으로 바뀌는 게 정석.

당연히 오크 성에서 얻었던 것처럼 너클의 한 종류인 장갑으로 바뀌는 것이 맞을 터다.

그러나 유신우에게는 시스템의 법칙을 무너뜨리는 힘이 있다.

그 힘이 지금, 에테르 웨폰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쓸 수 있도록 작용하고 있다.

차르르륵.

‘만신무장 본원회귀(萬神武裝 本源回歸).’

‘악의의 전당.’

지금까지 흡수한 모든 수호령들이 가졌던 힘의 원형.

총 여덟 자루의 무구들이, 그와 패트릭 주변에 실체화하며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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