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32화
그 패치노트 안에는 미래의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
내년에 새롭게 세계에 등장할 유니크 무기들부터 시작해, 각종 스킬, 장비 등 각성자라면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는 요소들의 획득 경로가 상세히 쓰여 있다.
심지어 내년 레이드에 관한 정보들까지 말이다.
‘그럼, 지금까지의 다이아 경매 낙찰자들은 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었다는 건가?’
이제야 알았다.
그 하이 랭커들이 어떻게 그만큼이나 빠르게, 비정상적으로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인지.
그리고 왜 매년 다이아 경매의 낙찰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왔던 것인지.
‘이건 분명 한 사람, 혹은 한 집단이 계속 독점해왔던 거야.’
내가 이 정보를 처음으로 접한 순간 바로 들었던 생각은, 매년 진행되는 다이아 경매를 한 번이라도 놓쳐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다음 해에 나올 정보를 나 아닌 다른 사람이 갖게 둔다면, 난 그만큼 뒤로 밀려나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세상은 계속 바뀌고 있다. 그리고 다이아 경매의 승리자만이 그 바뀌는 세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
이런 생각은 당연히 나만 한 게 아니라, 이 ‘패치노트’를 처음으로 점유했던 자도 했을 터.
그러니 매년 열리는 다이아 경매에서 천금을 지불하고서라도 낙찰자가 되려고 했을 것이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비정상적인 변수를 꺾지는 못했다.
‘지금쯤 난리가 났겠는데…… 검제.’
난 그 정보 독점자가 검제임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이 정도로 엄청난 미래정보를 가진 자가 최강이 되지 못했다면 그거야말로 말이 안 되니까.
그는 아마 이번 경매의 낙찰자가 누구인지 눈에 불을 켜고 찾아내려 할 것이다.
‘그나저나 이건,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감이 안 올 정도군.’
한편, 패치노트에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양의 정보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하나같이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의 고급 정보들로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적혀 있는 정보들 중 상당수는 지금의 나로서는 건드릴 수조차 없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세상이 변화한 지 5년 차…… 세계에 신규 추가되는 요소들은 대부분 선행 각성자들을 위한 것투성이야.’
내 힘으로 클리어는커녕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던전에 꼭꼭 숨겨져 있는 장비들.
패치 노트만 읽고서는 도무지 뭘 말하는 건지 이해조차 안 되는, 고위 각성자 전용의 보상들.
당장 내가 뭘 시도하기엔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정보들이 거진 90% 이상은 되어 보였다.
‘이래서야…… 가치가 확 줄어드는 기분인데.’
물론 이런 고급 정보를 파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럼 저번에 팔았던 유니크 무기와는 차원이 다른 액수의 돈이 내 손에 들어오겠지.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더 이상 각성자 활동도 할 필요 없이 그냥 평생 놀고먹기만 해도 될 것이다.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하나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가진 게 많으면 많을수록 도사리는 위험도 늘어나게 마련이니까.
특히나 지금처럼 개인의 무력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대엔 더더욱 자기방어의 필요성이 증가한다.
세계 유수의 기업가들이 괜히 그 많은 돈을 들여서 각성자를 키우는 게 아니다.
그 천문학적인 비용의 돈만큼이나 힘을 기를 필요성이 생겼으니 그런 거다.
‘무엇보다도 지금 내 입장이 태평하게 그런 정보를 사고팔 처지가 아니거든.’
그런 일반론적인 얘기 외에도, 더 직접적인 이유를 들자면, 지금 내겐 칼리닌스카야라는 최대의 적이 있다.
이미 시작한 이상 한 쪽이 끝장나야만 종료되는, 전쟁 아닌 전쟁.
이걸 먼저 해결해야만 그 돈으로 잘 먹고 잘 살든 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뿐인가.
이런 정보들을 시중에 팔기 시작하면 누군가의 시선을 반드시 끌 수밖에 없다.
바로 검제.
말했듯이 전년도까지의 다이아 경매 낙찰자였을 게 분명한 인물.
그의 입장에서는 미래정보를 이용해서 잘만 취하고 있던 이득을 뺏긴 셈이다.
절대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다.
‘검제와 칼리닌스카야…… 둘이나 되는 거물이 걸림돌이 되고 있군.’
머릿속이 복잡하다.
현 시대 힘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존재들.
그에 비하면 티끌에 불과한 나.
이런 거대한 힘의 격차 속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무모한 일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고 물러설 순 없지…… 그래.’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던 도중.
‘그거야.’
불현듯 한 단어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이제이.’
오랑캐로 오랑캐를 다스린다.
지금 내 상황에 딱 맞아떨어지는 말이었다.
* * *
나나는 갑자기 상부에서 떨어진 명령에 짜증이 치솟았다.
“도대체 조직 분위기가 갑자기 왜 이래?”
새해가 밝고 보름 후.
안 그래도 갑자기 감쪽같이 모습을 감춰버린 유신우 때문에 화가 나 있던 차였다.
니콜라이 패밀리 내에 침투한 정보원, 다리아로부터는 계속 시원찮은 정보만 들어오고 있고.
번번이 헛다리만 짚은 게 너덧 번은 되었을 무렵, 갑자기 칼리닌스카야 전체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크렘린궁에서 저희를 수사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러니까 대체 왜?”
“정확한 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죽여 버리기 전에.”
“네, 넵! 그게 그러니까, 보스가 뭔가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이유랍니다.”
“뭐? 그건 또 뭔 헛소리야?”
“그 이상은 저도 잘…….”
나나는 부하의 멱살을 잡았다.
“똑바로 말해. 그게 무슨 뜻인데?”
“저, 저도 모릅니다. 정말! 저도 딱 거기까지만 들었습니다!”
“하.”
그녀는 부하를 놔주고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다니.
아무리 보스라지만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하며.
또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그게 어째서 러시아 정부가 조직을 압박하는 이유가 되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또 다른 배신자를 찾아냈다. 아래의 인물을 죽여라.]
그리고 그와 관련해서 상부에선 배신자를 처단하라고 한다.
이런 일들은 가끔 있긴 했지만, 문제는 최근 들어 이렇게 내려지는 명령의 빈도가 가끔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번 주 들어 벌써 일곱 명째.
개중엔 아무리 봐도 무고한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인물도 있었다.
주어진 대상의 목숨을 빼앗는 데에 거리낌이 없던 그녀도, 이젠 슬슬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다가 정말 조직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젠장……. 내가 직접 알아내야겠어.”
결국 그녀는 자기 스스로 지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알아내기로 했다.
* * *
어느 날 인터넷에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네세 보고 따라 했더니 유니크 무기 획득!]
그건 ‘네세’라는 SNS에 올라온 정보 글대로 따라 했더니, 유니크 무기를 얻었다는 한 각성자의 이야기였다.
그는 그 무기 하나로 엄청난 떼돈을 벌었고, 영상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당연히 그자가 따라 했다는 SNS인 ‘네세’는 조회 수가 폭증.
거기에 올라오는 글은 전 세계 대다수 각성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실제로 일반적인 정보 글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 정보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러자 이 관심은 단순한 열풍을 뛰어넘어 사회현상이 되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세계 각국 첩보부대의 이목을 끄는 지경까지 와버린 것이다.
그 정도 급의 정보기관이 움직인 이상, 해당 네세 계정 주인의 신상이 밝혀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게 드러난 인물이 바로.
블라디미르 미하일로프.
칼리닌스카야 브라트바의 두목이었다.
‘그래서 지금 크렘린궁에선 보스를 의심하고 있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내막을 알게 된 나나가 어이없다는 듯 머리를 쥐어뜯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고. 그런 정보를 알고 있으면 보스가 독차지하겠지, 왜 남들에게 알려줘? 거기다…… 애초에 그분이 무슨 SNS 같은 걸 할 리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논리적으로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고급 정보를 다룰 수 있을 만한 다른 주체가 마땅히 없다는 사실 때문에 그게 다 합리화됐던 모양이다.
결국 러시아 정부는 미하일로프가 네세에 글을 올린 게 미국과 모종의 거래를 하고서 저지른 행위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이게 다 그 스파이 놈들의 짓이라는 건가.’
그런데 일이 그렇게 최악으로 치닫고 있던 와중에,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 타이밍에 보스의 뒤를 캐고 있던 내부자들이 발각된 것이다.
이번 사건과 연관해 조직의 몇몇 간부들이 뭔가를 알아내려고 시도한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금 나나에게 내려진 척살 지령은 바로 그 첩자들을 잡아내라는 지령이었다.
“벨그레이브.”
나나는 조용히 그 이름을 읊조렸다.
“이 개자식들, 전부 죽여 버리겠어.”
처단 과정에서 밝혀졌다.
오래전부터 칼리닌스카야 브라트바 내부에 침투해 있었던.
‘벨그레이브’라는 정체불명의 집단에 소속된 첩자들.
칼리닌스카야 내부에서는 조직이 함정에 빠진 게 바로 그들의 소행 때문이라고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하필 이 타이밍에 그들이 이렇게나 대범하게 활동하는 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쾅!
나나는 아파트 문을 거칠게 발로 차며 안으로 들어갔다.
“당장 나와. 더러운 첩자 놈.”
집안은 조용했다.
하지만 그게 아무도 없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쾅! 쾅!
그녀는 집을 돌아다니며 주먹으로 문을 하나씩 박살 내고 다녔다.
단순한 주먹질이 아니라, 문을 부숨과 동시에 그 뒤의 방안 전체를 휩쓸어버리는 에너지 방출 권능이었다.
“쳇. 여기도 없나. 그럼…….”
방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그녀가 다음으로 화장실 문을 부수려던 순간.
“타아아앗!”
이번엔 역으로 문이 갈라지며 남자 하나가 나이프를 들고 뛰어들었다.
“흥!”
부웅! 콰당!
하지만 근접전에서 나나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달려드는 남자의 팔을 잡아당겨 업어치기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사, 살려……!”
콰직.
그러곤 그 자세 그대로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살아남을 일말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는, 과격하면서도 깔끔한 사형집행.
“네놈들은 우리 조직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어. 퉤.”
나나는 머리 없는 시신의 몸통에 침을 뱉었다.
그러고는 집 안에 있는 온갖 전자기기들을 가방에 쓸어 담은 후, 유유히 아파트를 떠났다.
첩자가 가지고 있던 모든 기록들은 철저하게 분석되어 ‘벨그레이브’란 집단의 정체를 밝히는 데 이용될 것이다.
저벅. 저벅.
그렇게 칼리닌스카야의 사냥개가 떠나고.
달칵.
시체만 남은 아파트엔, 또 다른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인물.
그는 조용히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신을 응시했다.
화아아악!
곧이어, 허공에 떠 있던 보이지 않는 에너지 덩어리가 그의 오른쪽 눈으로 빨려 들어갔다.
{모드레드의 영혼을 흡수했다.}
{권능 <반역자의 검 클라렌트>를 훔쳤다.}
{의지력이 6 증가했습니다.}
{아지다하카와의 동화율이 상승했습니다. 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