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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31화 (31/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31화

눈발이 휘날리는 초원.

강추위가 들이닥친 12월의 그린란드 어느 인적 드문 사유지 한가운데에, 거대한 저택 하나가 우뚝 서 있다.

주변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담장은 그 숲의 바깥으로 쳐져 있을 정도로 넓은 부지.

그 안으로 한 대의 고급 세단 차량이 들어섰다.

달칵.

곧이어 저택 입구에서 차량이 정지했고, 운전기사가 내려 뒷좌석을 열었다.

뒷좌석엔 토끼 가면을 쓴 귀부인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아가씨, 도착했습니다.”

“고마워요.”

그녀는 한눈에 보기에도 값비싼 털 코트와 드레스를 입은, 전형적인 유럽 귀족 여성처럼 보였다.

가면 너머로 보이는 검은 눈동자와 검은 머리칼을 보면 동양인임이 틀림없지만 말이다.

“마존께서 입장하십니다.”

그녀의 정체는 바로, 검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최상위급 하이 랭커인 마존.

그녀가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입구에 서 있던 양복 차림의 경호원이 무전을 했다.

그러자 저택 내부에서 근무하고 있던 직원들이 VIP를 맞이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로 움직였다.

“이런 것 좀 하지 말라고 했는데.”

한껏 기품이 우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싸늘함과 자비로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덕분에 그 혼잣말이 단순히 직원들을 배려하는 차원의 의미로 한 것인지.

아니면 이들의 준비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날 선 반응인지 알 수가 없었다.

수행하던 책임자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자, 그녀가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이런 말 해봤자 안 바뀌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그녀의 손짓 한 번에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 결정된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모두가 랭커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마존의 말 한마디에 식은땀을 흘려야만 했다.

사실 그녀가 한 말을 진짜로 들어야 할 대상은 이곳 직원들이 아니라, 여길 관리하고 있는 또 다른 하이 랭커였다.

“아, 왔구나! 오랜만이야.”

늑대 가면을 쓰고 있는, 정장 차림의 키 큰 갈색 머리 남자, 염왕.

그가 마존을 보자마자 포옹을 하려고 팔을 활짝 펼쳤다.

우웅.

하지만 그녀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절대 영역이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저리 가시지.”

“하핫! 까칠하시네, 거 참.”

염왕은 거부를 당했음에도 그저 어깨를 으쓱했을 뿐, 가면 너머로 보이는 능글맞은 표정은 여전했다.

“늦어서 죄송해요. 제가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서.”

저택 내부의 회의실.

이곳에는 염왕 외에도 또 다른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검제와 성황이었다.

검제는 여전히 아무 장식 없는 하얀 가면을 마치 제 얼굴인 것처럼 쓰고 있었고.

모두가 잘 아는 성황,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의 일원인 백선율은 이곳에서 유일하게 자기 얼굴을 가리지 않고 있었다.

“바쁘면 공간이동 마법 쓰면 되잖아? 모든 마법의 통달자(The master of all magics: 마존의 영어명)이신데.”

염왕이 마존에게 비꼬듯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싸늘하게 되받아쳤다.

“당신은 아무런 책임감이 없어서 신경도 안 쓰겠지만, 전 그렇게 세상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마법을 함부로 쓰고 다니진 않아서요.”

그녀의 말대로 공간 조작 마법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존재했다.

그래서 굳이 평범한 이동수단을 이용한 것이다.

“거 참. 마법은 왜 그렇게 제약이 많은 거야? 그냥 좀 팍팍 쓰고 다니면 안 되나.”

“마법만 그런 게 아니라 원래는 당신 능력도 마음대로 팍팍 쓰면 안 되거든요?”

“둘이 그만하시죠. 이제 시간 다 돼가니까.”

티격태격하는 그 둘 사이에 기괴한 변조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검제였다.

“아으, 깜짝이야. 들을 때마다 적응이 안 된다니까. 가면은 그렇다 치더라도 목소리만이라도 어떻게 좀 하면 안 되냐?”

염왕이 그에 대해 투덜댔다.

이 안에서도 자기 신분을 철저히 숨기기 위해서인지, 검제는 목소리까지 변조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자세히 보면 가면 너머의 얼굴을 대충 파악할 수 있는 염왕, 마존과는 달리, 검제의 가면 너머의 얼굴은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마치, 가면 자체가 얼굴과 일체가 된 것 같은 형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인간이 아니라 마물이라고 느낄 법한 외양이었다.

“……다음엔 더 듣기 좋게 바꿔보도록 하죠. 어쨌든, 네 사람이 모두 모였으니 곧바로 본론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검제는 태블릿 PC로 준비해 온 여러 가지 문서들을 화면에 띄웠다.

그러자 나머지 인원들도 각자 자리에 앉아 제각각의 기기로 공유된 문서들을 확인했다.

세계 최강의 하이 랭커 네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회의.

“지난번 레이드 종료 후 우리 측에서 획득한 유니크 무기는…….”

“……노르웨이의 마물 침공의 희생자 0명…….”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일들에 관해 보고와 사후강평을 했다.

겉보기엔 젊은 각성자 넷이서 감당이 될까 싶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인원은 거의 백여 명에 육박한다.

각자의 가면과 옷, 기기에 부착되어 있는 통신장비로 수많은 전문가들의 통합된 의견이 전달되고.

네 사람은 각자가 소속된 가문, 혹은 기업집단의 대표로서 이곳에서 그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금월 25일에 예정된 ‘클랜 시스템’ 추가에 관한 대비는 완료했습니다.”

이 거대한 힘이 모인 세력의 이름은 ‘벨그레이브’.

전근대 시절부터 이어져 온, 세계정세를 뒤에서 흔드는 비밀 결사였다.

“그럼 마지막으로.”

이 흑막의 정점이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가장 중요한 이유.

“내일부터 시작될 일정에 대한 논의만 남았군요.”

그건 바로 다이아 경매였다.

* * *

{공지! 다이아 경매가 시작됩니다.}

{기간: 2032년 12월 16일 00시부터 동년 12월 21일 00시까지}

이맘때가 되면 온 세상이 들썩거린다.

특히, ‘이번엔 우리가 최종 낙찰자가 될 것이다’라며 이목을 끄는 인간들이 우후죽순 고개를 내민다.

그런 자들은 실제 경매가 끝나고 나서도, 다들 자기가 낙찰자라며 떠들어댄다.

그러고는 온갖 말도 안 되는 물건을 얻었다느니 어쨌느니.

그걸로 사기도 치고, 살인도 나고, 별의별 일들이 다 벌어진다.

어차피 낙찰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게다가 낙찰품도 ‘신화 수호령’인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사실 그 진짜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이 랭커들이 확실히 전설급을 뛰어넘는 수호령을 가졌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하나 올해는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직접 쟁취해서 확인해 보면 되기 때문이다.

‘전전년도 낙찰가가 다이아 17억 개. 전년도는 23억 개. 가면 갈수록 늘어나고 있군.’

시스템 등장 이후 지난 5년간, 총 네 번의 다이아 경매가 있었다.

다들 초창기에는 다이아를 벌기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도 있었고.

뭔지도 모를 물건에 비싼 다이아를 쓸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 때문에 경매가 그렇게 치열하지 않았지만.

2년 차부터는 경쟁이 급격히 심화되었다.

억 단위의 다이아, 그러니까 한화로 환산하면 조 단위의 금액이 오가는 걸 보고,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증가하는 관심은 현재진행형.

작년 입찰가가 23억 개였으니, 올해는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의 다이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지금 내 수중에 있는 돈이 250억…… 당장 움직일 활동비로 10억 정도는 남겨놓는다고 치면, 쓸 수 있는 돈은 240억.’

나는 다이아 한 개당 5원꼴로 구입을 할 수 있으니, 240억 원을 전부 바꾼다 치면 48억 개까지 구할 수 있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실제 금액으로는 240조 원.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

이건 설령 미국 정부가 나선다고 해도 어찌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왜냐면 그쪽도 국가인 만큼 정해진 예산이 있을 텐데.

작년 낙찰가의 2배 이상 금액을 5일 안에 갑자기 마련하는 건 아무리 ‘천조국’이라도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중요한 건, 이건 ‘다이아’ 경매라는 것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다이아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다이아 퀘스트.

그걸 직접 깨거나, 혹은 계약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다른 각성자로부터 보상을 양도받는 것뿐이다.

즉, 다이아는 ‘사고파는’ 게 아니라, ‘구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살 수는 없고 채굴만으로 얻을 수 있는 암호화폐로 비유가 되겠군.’

따라서 아무리 돈이 많다 한들, 다이아를 얻으려면 기본적으로 시간을 들여야 한다.

갑작스러운 변수에 대응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다.

하지만 그에 비해 나는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원하는 만큼의 다이아를 무한정 구입할 수 있다.

단순히 금액적인 이득 외에, 이렇게 즉각적인 취득이 가능하다는 것도 나만이 가진 우위였다.

“헤이, 브로! 방금 뉴스 봤나?”

그때, 내 방 밖에서 보그단과 다리우스의 대화가 들려왔다.

“무슨 뉴스?”

“다이아 경매. 우리나라도 거기에 참여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브로.”

“러시아가?”

“예압.”

러시아 정부의 경매 참여 소식.

그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인터넷을 살펴봤는데,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고 찌라시 같은 거였다.

그런데 그냥 넘길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런 언급이 나온 원인부터가, 미국, 중국에서 이번 경매를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유출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왜 하필 올해에…… 젠장.’

그게 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이번엔 확실히 예년보다 훨씬 경쟁이 심해질 것 같다.

‘일단 돈부터 환전하고 보자.’

어쨌든 나도 물러설 생각은 없다.

전 재산을 때려 박아서라도, 돈 나올 만한 구멍을 전부 털어내서라도 올해의 입찰자는 내가 되어야 한다.

왜냐면 칼리닌스카야 놈들과 맞서려면 무기 하나는 있어야 하니까.

{4,000,000,000다이아를 획득했습니다.}

우선은 현금 200억.

물론 이것도 엄청나게 큰 금액이다.

사실 이렇게 큰돈을 막 환전해서 빼돌리면 무슨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일단 지금까지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아무래도 돈을 환전하는 것 자체는 어디까지나 국내은행의 내 계좌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해외로 반출하거나, 현금으로 출금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인 듯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일일 정산을 하는 은행 입장에선 갑자기 사라지는 돈의 행방이 문제가 되겠지만…….

‘어차피 이렇게 다이아를 사는 것 자체가 기적인데 뭘.’

이 능력의 정확한 원리도, 은행의 내부사정도 모르는 난 그 이상에 관한 건 알 길이 없다.

아무튼 난 환전한 다이아 40억 개로 적당한 타이밍에 뛰어들 생각이다.

‘오늘이 16일. 아직 5일 남았어.’

천천히, 조금씩 올라가는 금액을 주시하다가, 경매가 종료되기 직전에 크게 질러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그게 대량의 다이아를 빠르게 수급할 수 있는 나만의 우위를 살리는 전략이다.

* * *

12월 21일 밤 12시 정각.

다이아 경매는 끝자락에 도달했다.

{입찰가: 4,000,000,000다이아}

{지금부터 5초간 신고가 갱신이 되지 않을 시, 현재 입찰자가 낙찰을 받게 됩니다.}

{5, 4, 3, 2, 1}

{다이아 경매가 종료됩니다.}

낙찰자는 당연히 바로 나.

예측을 벗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시시했다.

환전했던 200억 원보다 더 많은 돈을 들일 필요조차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시하게 끝난 경매로 얻은 낙찰품은 절대로 시시한 게 아니었다.

“미친…… 이건…….”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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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 예정 패치노트>

1. 신규 유니크 무기 7종이 세계에 추가됩니다. 해당 무기들의 성능과 획득 방법은 아래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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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6차 정규 레이드 시즌 일정 및 세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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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종의 신규 히든 퀘스트가 세계에 추가됩니다. 발동조건 및 클리어 방법, 보상에 관한 세부사항은 아래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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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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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년에 일어날 일들이 무엇인지 미리 알려주는 답안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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