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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30화 (30/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30화

-크아아아악!

{오로바스의 미니언을 삼켰다.}

업화의 구가 일으킨 검은 불꽃에 악마가 집어 삼켜진다.

이로써 3번째.

총 세 마리의 새로운 악마들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당분간 새로운 권능을 얻는 데 문제가 생길 일은 없겠군.’

앞으로 무수히 많은 수호령을 흡수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시스템을 교란할 악마가 부족하다며 권능과 특성이 봉인되면 귀찮을 것 같아서 한꺼번에 몰아 잡아버렸다.

이렇게 하는 게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난번 메시지는 그저 ‘더 많이 잡으라’고만 말한 게 전부.

난 그 주문을 철저히 따를 뿐이다.

어쨌든 덕분에 새로 얻은 권능의 잠금을 해제할 수 있었다.

───

<마견 브란의 형(形)>(자동발현)

강격파동을 소모하는 기술을 사용할 시 1분간 근력이 10% 증가한다.

<마견 스칼론의 형(形)>(자동발현)

참격파동을 소모하는 기술을 사용할 시 1분간 반사 신경이 10% 증가한다.

───

이번에 얻은 권능들은 이전과는 달리 자동 발현되는 기술들.

권능을 사용하면 스탯을 추가 증가시키는, 버프 형식의 권능이었다.

‘참격파동이라.’

주목해야 할 점은 또 다른 종류의 파동이 언급되었다는 점.

이는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강격파동기와 포격파동기 외에, ‘참격파동’ 종류의 기술을 얻을 거라는 암시다.

그리고 그 이름대로 그쪽 계통의 권능은 보나 마나 베고 자르는 것에 특화된 기술일 터.

너클이라는 무기 하나만으로 이렇게 다양한 형식의 공격을 펼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이점이다.

지금 내가 가진 다른 특성, 특히 ‘악룡혈’도 마찬가지겠지만.

‘악의의 오른쪽 눈’이라는 특성은 그야말로 각성자들 사이의 균형을 보란 듯 무너뜨리는 능력이다.

일반적인 사냥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폭으로 스탯을 올려주고.

타인의 권능을 내게 유리한 형태로 재가공해 빼앗아 오는 힘.

이게 모두 그 ‘악의’라는 존재가 나에게 부여한 권능인 것이다.

‘아니, 이젠 앙그라 마이뉴라고 불러야 하나.’

한편, 지난번의 회상 이후로 대강 저 존재가 어떤 자인지 가닥을 잡았다.

유독 오크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기억 속 인물, 아흐리만.

나에게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는 ‘악의’라는 존재.

그리고 내 수호령인 아지다하카.

이 모두가 ‘악신 앙그라 마이뉴’와 동일한 존재라고 하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그것도 뭔가 이상해.’

그런데, 그걸 알고 나니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그 기억은 마치 내게 실제 있었던 역사인 양 환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게 진짜 과거에 있었던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비현실적이기도 하거니와, 무언가 굉장히 뒤틀려있는 것 같았다.

번개의 신 토르나 용살자 시구르드를 보면, 북유럽 신화는 마치 오크 종족의 신화인 것처럼 묘사된다.

당연히 북유럽인들은 오크가 아니라 사람이다.

게다가 조로아스터교의 절대 악인 ‘앙그라 마이뉴’가 사실은 인간이라는 것도 전승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는 얘기.

‘그 기억을 단순히 급조된 환영으로 여기기엔…… 나한테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큰데.’

애초에 5년 전에 시스템이란 현상이 나타났을 때부터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이 붕괴된 거나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현실의 신화와 전설이 단순히 ‘수호령 시스템’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내막이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되니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다.

‘대체 그 기억 속 세상은 어떤 곳일까.’

* * *

칼리닌스카야의 초급 전설 각성자는 세 명.

송형주, 볼코프, 알렉스다.

그리고 난 그 셋을 모두 죽여 버렸다.

그다음으로 노려야 할 것은 9급 칭호의 전설 각성자.

그건 두 명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미 내게 ‘처리당한’ 다리아였고.

나머지 한 명이 지금, 내 눈앞에서 마물 사냥을 하고 있는 인물인 바실리라는 자였다.

“뭐야? 당신들, 왜 여기 길을 막고 있어?”

한 스페인인처럼 보이는 각성자가 바실리 일행에게 물었다.

칼리닌스카야의 조직원 몇 명이 던전 한 모퉁이로 진입하는 통로를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 패스.”

그 조직원은 그렇게만 말했다.

그러자 그 외국인 각성자가 더욱 화를 냈다.

“무슨 소리야? 난 여기 정식으로 돈을 내고 들어왔어. 비켜.”

“노. 패스.”

“하, 미치겠네. 오늘 여기에 소환되는 던전 보스 때문에 추가금까지 냈다니까?”

이곳은 던전 보스가 소환되는 거미 던전.

얻을 수 있는 부속품이 비싼 값에 팔리는 건 물론이고, 단순히 사냥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큰 폭의 스탯 상승을 누릴 수 있다.

그래서 던전 보스가 소환되기로 하는 예정일에는, 던전 관리 기업이 평소보다 더 비싼 입장료를 받는 게 보통이다.

저 유럽인 각성자도 뭔가 얻고 싶은 게 있어서 비싼 돈을 내고 들어온 것 같은데.

막상 칼리닌스카야 조직원들이 길을 막고 아무도 통과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노 패스.”

“젠장할!”

그런데 우스운 사실은, 이 던전, 사실 NL이 소유하고 있는 부지였다.

즉, 저들에게 입장료를 받은 본인들이 던전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 중이란 뜻.

‘완전 양아치가 따로 없네.’

물론 저놈들이 무슨 쓰레기 짓을 하든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어차피 내가 노리는 건 하나니까.

{수호령: 태양의 기사 가웨인(전설)}

저 마피아 놈들도, 내겐 그저 한낱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에 불과할 뿐.

파앗!

이쪽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사이, 저 통로 안쪽에서 빛과 함께 거대한 거미 마물이 나타났다.

그러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근처만 맴돌던 다수의 일반 각성자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저, 저기! 던전 보스가!”

“어떡하지? 저놈들 때문에 근처에 가보지도 못할 것 같은데…….”

“일단 한 대만이라도 때려!”

그들 중 한 명이 활을 꺼내 들고 시위를 당겼다.

입구를 막아선 마피아들의 머리 위로 화살을 쏘아 보스를 타격할 속셈.

피잉!

던전 보스를 한 번이라도 공격하는 순간, 토벌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되어 격파 시 스탯 증가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사실 그것만으로는 칼리닌스카야 놈들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니다.

스탯 증가 자체는 그냥 참여자들 모두가 공평하게 얻는 이득이니까.

백 명이 때렸건 천 명이 때렸건, 증가량은 개개인이 다 똑같다.

그러니 저 정도 행동은 충분히 가만히 놔둬도 될 법하지만.

푸확!

“끄악!”

입구를 막고 있던 조직원 한 명이 그 활을 쏜 각성자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가슴에 칼을 꽂았다.

그는 시종일관 포커페이스를 보이던 방금 전과는 달리, 매우 화난 것처럼 보였다.

“왜, 왜……!”

“내가 말했지. 노 패스라고.”

이유를 짐작하자면, 자기 머리 위로 화살을 날린 게 기분 나빠서, 정도겠지.

“사, 살인이다!”

“이런 미친!”

“너희들 뭐야!”

그때부터 이곳은 완전히 난장판이 되기 시작했다.

몇몇은 겁먹고 도주했고, 몇몇은 저들의 패악질에 분개해 반항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미 피를 본 이상, 마피아들도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챙! 파캉! 화아악!

소규모 국지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가 벌어진다.

바로 이 상황.

기회를 노리면서 잠자코 지켜보던 내게는 아주 좋은 타이밍이었다.

‘그래. 서로 싸워라.’

원래는 보스전을 하는 놈들의 뒤통수를 칠 예정이었는데, 오히려 더 잘 됐다.

입구에선 사람들과 싸움이 벌어지고, 안쪽에선 마물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

난 여기서 눈치를 보며 조용히 접근해 목표물의 목만 따고 오면 된다.

‘들키지 않으면 베스트야.’

이 상황에서 저자가 죽으면 칼리닌스카야 놈들도 어쩌다 일어난 사고쯤으로 인식하겠지.

그놈들은 아직 다리아가 죽은 것도 파악하지 못했고, 지난번 ‘저승차사 강림’과의 싸움 이후론 여전히 내가 도망 다니고 있는 줄로만 알고 있다.

그들이 나라는 인간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는 타이밍을 늦출 수 있다면, 최대한 그렇게 해야 한다.

“뭐야? 밖에 무슨 일이야?”

“외국인 놈들과 싸움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놈들은 러시아어를 하고 있었지만, 대충 표정과 몸짓만 봐도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목표물인 바실리가 던전 보스 공략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뒤를 흘끔거린다.

“쑤까 블럇!”

그러더니 욕지거리를 하면서 던전 보스를 조직원들에게 맡기고는, 뒤돌아 혼자서 통로 쪽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자기 손으로 밖의 상황을 정리할 심산인 듯하다.

‘지금이다.’

이 상황을 바위 뒤에 숨어 몰래 지켜보고 있던 나는, 그가 두 집단 사이 혼자 동떨어진 순간을 포착했다.

타타탓!

“음?”

눈 깜짝할 사이.

놈이 인지하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른다.

권능은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 가지고 있는 권능들은 조용히 암살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기술들뿐이므로.

그 대신 놈과의 압도적인 스탯량 차이만으로도 충분하다.

촤아악!

“어……?”

서걱.

바실리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전에, 날카로운 용발톱은 몸통을 동강 내버렸다.

그리고 나는 스쳐 지나가듯, 달려가던 관성 그대로 현장을 이탈했다.

반사 신경이 따라주지 못하는 일반 각성자들은, 무언가 휙 하고 지나가더니 바실리의 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쓰러지는 것으로만 보일 것이다.

‘암살 성공.’

{너의 눈이 육신 잃은…….}

난 앙그라 마이뉴의 메시지가 채 다 떠오르기도 전에, 이미 던전 밖으로 나와 있었다.

{가웨인의 영혼을 흡수했다.}

{권능 <태양검 갈라틴>을 훔쳤다.}

{의지력이 5 증가했습니다.}

{아지다하카와의 동화율이 상승했습니다. 7.66%}

* * *

“다음 목표는?”

“8급 칭호의 각성자. 이름은 세르게이이고 마법사형 각성자다. 동선은 이미 파악했고, 이 계획서에 나온 날짜대로 맞춰서 움직이면 돼.”

“수고했어.”

난 다리우스에게 USB를 받아 챙겼다.

다리아가 사라진 후로, 방해요소가 사라진 그는 훨씬 더 과감하게 계획을 수립했다.

그 원천이 되는 정보는 칼리닌스카야의 턱밑에서 정보를 빼돌리는 보그단과 니콜라이 패밀리의 다른 조직원들.

그때 보그단이 했던 말 그대로, 이들은 아직까지 ‘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거 이렇게 막 죽이고 다녀도 되는 건가?”

하지만 이것도 영원하진 않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칼리닌스카야가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멍청이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리우스는 그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당장은 다리아의 노트북으로 역정보를 흘려서 혼선을 주고 있지만, 언젠가 그놈들도 알게 될 거야. 게다가 이런 식으로 조직 내의 전설급 각성자들의 씨를 마르게 하면 분명…….”

“나도 알아. 그놈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랭커급을 움직이겠지.”

“대책은 있어?”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계획 세우는 건 네가 할 일 아닌가?”

“뭐라고?”

다리우스가 진심으로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런 식으로 떠넘기다니’라는 말이 대번에 눈빛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이봐, 난 네가 그렇게 자신만만하기에 뭔가 큰 거라도 뒤에 있는 줄…….”

“훗, 농담이다.”

“하?”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간 떨어질 뻔했네. ……그래. 그렇지. 너한테도 뭔가 있겠지. 안 그래?”

“맞아.”

“혹시 뭔지 알려줄 수 있나?”

“그건 안 돼.”

“역시, 비밀병기라 이건가.”

다리우스가 슥 웃어넘겼다.

‘그래. 비밀병기지. 나도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잘 모르는. 하지만 엄청난 거라는 것만은 확실한 것.’

나는 휴대폰으로 날짜를 확인했다.

12월 15일.

이제 곧 시작할 때가 되었다.

다이아 경매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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