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8화
다리아는 내 추궁에 못 이겨 결국 모든 걸 실토하고 말았다.
“다리우스의 어머니도 네가 죽인 거지?”
“아니, 원래 그럴 의도는 아니었…… 하. 그래. 내가 그랬는데 어쩔래?”
이런 게 도둑이 제 발 저린 상황이라고 해야 하나.
“와, 너 진짜 대단하다. 여기 애들도 2년 동안이나 속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거야?”
물론 그녀가 이렇게 모든 걸 쉽게 털어놓는 건 바보라서가 아니다.
수호령의 등급, 그리고 그 종류가 무엇인지 안다는 것.
그건 그야말로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걸 다 안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게 역사, 전설 수호령 같은 유니크한 수호령이라면 더더욱 엄중하게 관리되는 정보일 것이다.
그래서 다리아는 내가 상부에서만 접근이 가능한 고급 정보까지 전부 간파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잘 생각해 봐. 그게 너희가 나한테 엿 먹고 있는 이유니까.”
“하…… 진짜, 짜증 나네.”
그녀는 한숨을 푹 쉬었다.
하지만 입가엔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근데, 너 그거 알아?”
“뭘?”
“여기서 나랑 싸우면 네 친구들도 무사하진 못할걸? 난 죽더라도 곱게 죽진 않을 거거든.”
그녀는 마치 남 얘기를 하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분명 방금 2년 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했으면서.
여기서 자신을 공격하면 자고 있는 다리우스와 보그단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다리우스의 여자친구 행세를 하면서도, 그에게 일말의 동정심조차 가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응?”
그런데 나라고 해서 다리우스에게 무슨 특별한 감정이 있을까?
내가 이들과 ‘복수’ 운운하며 협력하는 건 건 순전히 날 위해서일 뿐.
만약 내 발목을 잡는다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
정보 원천을 잃는 것도 위험하긴 하지만, 그보다 더 크고 직접적인 위협이 있다면 그것부터 제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감정 같은 너저분한 요소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난 상관없어. 이 사람들이 죽건 말건.”
“뭐어? 너 진짜 매정하구나?”
“그건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
다리아는 아무런 말도 없이 입을 꾹 닫았다.
내겐 그런 그녀의 눈동자가 돌아가는 게 보였다.
휙!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아까 다리우스가 쓰던 마법봉.
그녀가 그걸 집어 들기 위해 빠르게 손을 뻗었다.
투콱!
“꺄악!”
물론 내가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다.
곧장 용발톱으로 그 손목을 잘라버렸다.
촤아악!
그리고 연이어 추격타를 날리기 위해 반대 손을 치켜들었다.
“이게……!”
다리아 역시 남은 손으로 술수를 펼치려던 찰나.
달칵.
“뭐야? 무슨 일이야?”
그녀가 소리를 지른 탓에, 자고 있던 다리우스와 보그단이 깨버렸다.
“어……? 다샤!”
그러곤 손목이 잘려서 바닥을 뒹굴고 있는 다리아를 발견했다.
방금 나에게 반격하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 여자는 가증스러운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아아으…… 아파…….”
“이 자식! 무슨 짓이야!”
당연히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는 내게 적개심을 내뿜으며 품에서 마법봉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제, 젠장! 분명 안주머니에 넣어놨었는데…….”
“그거, 네 여자 친구가 몰래 가지고 나온 것 같은데.”
“무슨…….”
그가 다리아 옆에서 뒹굴고 있던 마법봉을 발견했다.
“아니, 다 필요 없고, 다샤! 너 괜찮아?”
다리우스는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아악…… 아파.”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을……. 이봐! 패밀리로 받아줬더니 이게 무슨 짓이야!”
그가 극도로 분노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오늘 어머니도 잃었는데, 갑자기 사랑하던 여자친구의 피까지 보면, 꼭지가 돌 수밖에 없다.
난 그런 그에게 싸늘한 진실을 알려줬다.
“이리 나와. 그 여자가 네 어머니를 죽게 만든 배신자다.”
순간 다리우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반론을 펼쳤다.
“무슨 근거로? 증거 있어?”
“그 여자는 전설 수호령의 각성자다. 너한텐 그걸 2년 동안 숨기고 있었고.”
“말도 안 돼. 다샤가 무슨……. 아니, 그렇다 하더라도 그게 칼리닌스카야의 첩자라는 것과는 무슨 상관인데?”
“그건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면 알겠지.”
이미 나에게 정체가 탄로 난 이상, 다리우스에게 구질구질한 설명을 할 필요는 없다.
진실은 나중에 확인시켜 주면 그만.
곧바로 다리아를 처치하기 위해 빠르게 주먹을 뻗었다.
“꺄아악!”
“안 돼!”
날카로운 용발톱 끝부분이 그녀의 배를 향해 찔러 들어갔다.
그러자 그녀는 아까 전에 하려던 술수를 펼쳤다.
카아앙!
맨손에서 분사되듯 뿜어진 마나가 내 용발톱을 튕겨낸 것이다.
“칫! 무능하긴!”
그리고 그녀는 멀쩡한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다리우스의 마법봉을 집어 들었다.
“다, 다샤! 이게 무슨…….”
2년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연인의 모습.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다리우스는 충격받은 모습이었다.
파앗!
하지만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다리아가 마법봉을 휘두르자, 그 끝에서 녹색의 에너지가 뿜어 나와 개의 형상을 이뤘다.
“죽어!”
그 형상은 내가 아닌 무방비의 다리우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키게 만들려는 속셈이군.’
그 짧은 순간, 난 그녀의 의도를 파악했다.
동료를 공격하는 것으로 방심을 끌어내겠다는 의도 말이다.
내가 다리우스를 보호하려 그쪽으로 뛰어든다면, 그 틈을 타 도주할 것이다.
그녀가 혹시나 칼리닌스카야에 돌아가 이 상황을 보고라도 한다면 아주 골치 아파지겠지.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을 터다.
이 집안에서 싸운다는 것 자체가, 그를 인질로 잡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미안하지만 그 판단은 틀렸어.’
그러나 아까 말했던 대로, 이들 때문에 발목이 잡힐 생각은 없다.
오히려 이건 다리아 본인을 공격할 기회.
촤악!
나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녀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용발톱이 마법봉을 쥔 팔을 잘라냈다.
“아아악!”
털썩.
그걸로 상황은 끝.
손을 쓸 수 없는 마법사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도망치기 위한 이동용 마법 시전조차도.
다리아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쩌엉!
“크윽! 브로! 괜찮아?”
다리우스를 노리고 날아가던 늑대 형상의 공격은 보그단이 나이프를 휘둘러 막아냈다.
확실히 전설급의 마법이라 버겁긴 했던 모양이지만, 어쨌든 둘 다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 같다.
결국, 다리아의 공격은 완전히 실패하고 되레 허점을 보이기만 한 꼴이 되어버렸다.
“지…… 진짜 신경을 안 쓰다니……. 동료가 죽을 뻔했는데…….”
“아까 내가 한 말은 귓등으로 들었나?”
“으으…… 흐으으…….”
그녀는 주저앉아 흐느꼈다.
더 이상 저항하는 것도,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
저벅. 저벅.
난 그 앞으로 다가갔다.
슬쩍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멍하니 넋을 잃고 주저앉아 있는 다리우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머릿속으로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다는 게 훤히 보인다.
‘혼란스럽겠지.’
2년 동안 그렇게 서로 죽고 못 살던 모습과는 정반대로.
자신을 죽이려고 살의를 품은 채 마법을 시전하던 방금 전의 모습.
그 둘이 뒤섞여 어느 쪽이 진짜 모습인지 구분이 안 될 거다.
“잘 가라.”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곧 두 눈으로 진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아, 안……!”
서걱.
난 조용히 발톱으로 다리아의 목을 베어버렸다.
* * *
{핀 막 쿨의 영혼을 흡수했다.}
{권능 <브란 소환>을 훔쳤다.}
{권능 <스칼론 소환>을 훔쳤다.}
{의지력이 5 증가했습니다.}
{아지다하카와의 동화율이 상승했습니다. 6.59%}
이번엔 두 가지 권능을 얻었다.
다리아가 소환했던, 개를 불러내는 권능.
{시스템을 교란하기 위한 악마가 부족하다.}
그런데 또다시 이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 때문에 다시금 얻은 권능이 봉인 상태가 되었다.
‘이거 불편하네…….’
언제 한번 악마를 여러 마리 잡아놓든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 같다.
“잠금 해제했다, 브로.”
한편, 난 다리우스와 보그단에게 다리아의 노트북을 보자고 했다.
그 안에 중요한 정보가 들어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노트북은 홍채식별과 지문인식, 두 가지를 동시에 행하는 것으로 해제할 수 있었다.
덕분에 시체의 손과 눈을 가져다 대어 해제하는, 찝찝한 짓을 해야만 했지만.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2030년 1월 5일]
[니콜라이 패밀리 내의 오브차카인 다리우스에게 접근 성공.]
그 안엔 보고서가 들어있었다.
날짜는 말했던 대로 2년 전부터 시작했다.
[다리우스: 35세. 칼리닌스카야에서 탈취한 내부정보를 가장 많이 다룰 수 있는 인물. 컨트롤에 성공할 경우 니콜라이 패밀리의 정보 장악 가능.]
……
[목표에게 접근해 연인 관계를 맺음. 침투는 순조로움.]
……
[고위 간부 A-11 신원정보 전송.]
[고위 간부 A-7 신원정보 전송.]
[고위 간부 O-3 신원정보 전송.]
[연락체계 구조도 전송.]
[고위 간부 B-1 신원정보 전송.]
다리아는 니콜라이 패밀리 내에서 높은 수준의 정보 접근 권한이 있는 다리우스를 이용해 수많은 정보를 빼돌렸다.
내가 그와 계약한 이유가 바로 그의 정보 수집 능력 때문이었는데, 알고 보니 칼리닌스카야도 그걸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젠장.”
쾅.
다리우스는 책상을 내려치며 절망했다.
그녀가 그동안 자신을 이용해서 조직의 정보를 빼돌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니, 더 큰 배신감이 들었을 것이다.
아니, 배신감보다도 자괴감이 더 컸을 것이다.
[청산작업 시작. 현재 도주 중인 간부 위치 정보 전송.]
심지어 조직이 철저하게 와해되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게 바로 그녀가 빼돌린 내부 자료였다.
달리 말하자면, 니콜라이 패밀리를 붕괴시킨 일등공신이 다름 아닌 그 자신이었던 것이다.
[‘홍차 독살 작전’은 실패. 목표가 아닌 목ㅍ]
그리고 마지막 문서는 ‘홍차 독살’에 관한 미완성 보고서.
방금 전 그녀가 작성하다 멈춘 바로 그 문서였다.
“X발……. 내가…… 내가 우리 패밀리를…… 우리 엄마를…….”
쾅!
쾅! 쾅! 쾅! 쾅!
다리우스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출했다.
달리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다.
속은 자신의 잘못이었으니까.
“왜…… 왜 내가 그걸 몰랐지? ……젠장! 젠장!”
“진정해라, 브로.”
“명색이 오브차카라는 놈이, 바로 옆에서 정보가 새고 있는 걸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고!”
칼리닌스카야가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가지고 놀았다.
자기 옆에 기생충을 붙여두고, 모든 상황을 통제하며 철저하게 농락했다.
그리고 그 기생충에 의해 말라 죽어가는 줄도 모른 채 그걸 좋다고 끌어안고 살았다.
동료들의 피와 살까지 내다 바치면서 말이다.
다리우스는 그런 생각 때문에 스스로가 무척이나 혐오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어쩔 거냐? 그렇게 화만 낸다고 다 해결되냐, 브로?”
“…….”
이런 와중에도 보그단은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너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됐다’는 원망을 할 법도 한데 말이다.
“마미와 패밀리의 복수를 하자. 지금이라도 종양을 잘라냈으니, 이제부터 그 새끼들을 박살 내면 된다, 브로.”
“복수…….”
“우리가 더 철저하게 짓밟아버리자. 브로가 싫다고 해도 난 그렇게 할 거다.”
“……그래. 하자.”
다리우스가 보그단이 내민 손을 잡았다.
그러곤 낮에 했던 것처럼, 서로의 어깨를 부딪쳤다.
“니콜라이 패밀리는 죽지 않는다, 브로!”
그들은 그렇게 비장한 결의를 다졌다.
‘그래. 그래야지.’
조용히 그 장면을 지켜보던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