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5화 (25/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5화

“이런 미친…….”

나나는 난장판이 된 NL의 지부를 둘러보다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복도에 널브러진 시신이며.

한쪽 벽면이 완전히 뜯겨나간 자료실.

이게 정말 일개 9급 칭호의 각성자가 한 짓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심지어 똑같은 전설 수호령의 소유자인 알렉스가 시체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처참하게 당했다고 한다.

흔적이라고 남은 건 그저 피 묻은 활 조각 몇 개 정도.

“이 새끼가.”

솔직히 이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공격을 해 온다?

게다가 여기 남아 있는 전투의 흔적을 보면 실력 자체도 심상치 않은 것 같다.

레이드 던전 안에서 조직원을 죽였다기에, 그 정도 실력 대의 각성자 중에서 꽤 강한 놈이겠거니, 라고만 생각했으나.

이제 이 건은 그렇게 적당하게만 볼 수준이 아니다.

“……감히 날 물 먹여?”

지부를 습격한 게 유신우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그를 쫓는 사냥개인 나나는 상부로부터 쓴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완전히 헛다리 짚은 건 물론이고, 이런 농락까지 당했으니 오히려 그녀가 중징계를 받지 않은 게 놀라울 정도였다.

물론 그건 조직이 그녀를 한 번 더 신임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 눈앞에 나타나기만 해봐. ……죽여 달라고 애원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나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일은 자기 손으로 반드시 끝내고야 말겠다는 다짐.

더 윗선에서 개입하기 전에, 유신우를 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리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 * *

{마나가 1 증가했습니다.}

마나 증가 메시지와 함께 나는 눈을 떴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행하는 일과.

마나하트를 이용한 마나량 늘리기.

이걸로 지금까지 난 정확히 30의 추가 마나량을 얻었다.

따지고 보면 그리 많은 건 아니지만, 이 추가 마나량 자체가 남들은 불가능한 경로로 얻는 추가 스탯이니, 그만큼 고스란히 격차로 쌓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꼭 그게 아니어도 지금은 단순 스탯만으로 9급 칭호 각성자들을 충분히 찍어 누를 수준이다.

{마나: 534/534 (마나하트 +30)}

{의지력: 79 (탈리스만 +5)(악룡혈 +534)}

지금 보유한 내 총 마나, 즉 모든 스탯 추가 상승치는 534.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다.

이대로라면 1년 안에 랭커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그 ‘트리스탄’이라는 전설 수호령의 각성자를 죽인 후, 나는 새로운 권능을 얻었다.

───

<페일노트 마탄>(파동축적기)

주먹에서 마력탄을 발사한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궤도를 비틀 수 있다. 10회 사용 시 ‘포격파동’을 축적한다. 악룡의 발톱 발동 중에만 사용 가능.

소모 마나량: 10

───

활을 투영무구로 사용하던 수호령답게, 나에게 맞게 변형된 이 권능은 원거리 공격기술이었다.

내가 얻은 최초의 원거리 공격기.

직접 시험 사용을 해봤는데, 궤도를 90도로 틀거나 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곡선을 그리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즉, 곡사가 가능한 투사체 발사 기술이라는 뜻이다.

‘이번 건 ‘포격파동’인가.’

중요한 건 그 기술 자체의 성능보다도, 파동에 관한 설명 부분이었다.

앞서 얻은 두 권능, 게 볼그와 칼라드볼그는 각각 ‘강격파동’을 축적하고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반면 이 페일노트는 ‘포격파동’축적기.

이걸로 축적한 파동으로는 강격파동을 사용하는 칼라드볼그를 쓸 수 없다.

즉, 파동의 종류에 따라 연계되는 축적기와 발산기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당연히 발산기의 화력이 더 높겠지. 칼라드볼그처럼. 그럼 상황에 따라 어떤 파동을 축적하느냐가 중요하겠군.’

이렇게 되면 권능의 연계가 매우 중요해진다.

마나를 소모하는 축적기.

파동을 소모하는 발산기.

내 몸에 존재하는 둘 이상의 자원을 모두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남은 마나량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종류의 파동을 축적해 놓았는지.

그게 말로는 간단할 것 같지만, 온갖 변수가 난무하는 실전 싸움에서 신경 쓰기는 매우 어렵다.

그것들은 모두 내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 감으로 느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 볼그 난격. 페일노트 마탄.’

난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허공에다 권능을 사용했다.

그러자 가슴에 두 종류의 파동이 형성되는 게 느껴졌다.

두근. 두근.

마나와는 섞이지 않는, 또 다른 형태의 에너지다.

생긴 것은 고리와 같으며, 그것이 내 심장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듯한 감각.

그중 하나는 무거웠고 다른 하나는 뜨거웠다.

무거운 것이 강격파동이고.

뜨거운 것이 포격파동이다.

서로 반어적으로 등치되는 형태는 아니었으나, 구분은 확실했다.

‘여기에 잔여 마나량까지 계속 신경 쓰면서 전투를 해야 한다는 거지.’

하급 격투술 수준에서와는 또 다른 영역의 테크닉.

그저 어떻게 주먹을 날려야 할까를 넘어,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의 전술적인 관리도 필요해지는 단계가 되었다.

* * *

지금 내 수중엔 250억의 돈이 있다.

복수자의 식칼 판매대금 450억 중 세금으로 200억을 내고 250억만 남은 것이다.

그 세금 때문에 법인을 세우거나 차명계좌를 쓴다거나 하는 귀찮은 짓은 하지 않았다.

더러운 짓은 깨끗한 돈으로 해야 뒤탈이 없기 때문이다.

‘신분 위조, 마피아와 거래…… 이런 짓을 하는 데 국세청과 금감원이 끼어들면 너무 귀찮아지니까.’

어쨌든 그만한 돈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만큼, 난 수월하게 NL과 대적할 수 있다.

“여기, 요주의 인물들에 대한 정보.”

쓰레기가 나뒹구는 모스크바 어딘가의 뒷골목.

이곳에서 험상궂게 생긴 스킨헤드의 남자가 나에게 USB를 넘겼다.

그건 내가 그에게 의뢰한 자료였다.

“노트북 있으면 지금 확인해도 좋고.”

남자의 이름은 다리우스.

‘니콜라이 패밀리’라는, 칼리닌스카야 브라트바와는 경쟁 관계인 러시아 마피아 조직의 일원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경쟁 관계라기보단 원수 관계라고 해야 하나.

칼리닌스카야가 러시아 정부와 결탁해서 NL이라는 합법적인 회사를 세우고 대놓고 활동하고 있는 반면.

니콜라이 패밀리는 오히려 정부로부터 청산 당하고 있는 입장이다.

고위 간부들이 모조리 암살, 혹은 투옥당한 상태이고, 조직은 러시아 전국에 점조직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태.

이들을 이렇게 만든 일등공신은 당연히 경쟁조직인 칼리닌스카야 브라트바다.

그렇다 보니 조직원 모두가 그들을 증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난 바로 이 니콜라이 패밀리에게 돈을 주고 NL의 원 조직인 칼리닌스카야에 관한 정보를 얻어냈다.

여전히 이 바닥에서, 아니, 오히려 더 깊은 음지에서 활동하는 그들의 정보력은 상당히 쓸 만했다.

“아니, 그건 나중에.”

그가 나에게 건넨 USB를 손가락으로 가리켰지만 난 곧바로 그걸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접선 시간이 길어지는 건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 그러다 내가 뒤통수라도 친 거면 어쩌려고?”

“…….”

“하핫! 농담이야, 농담! 나도 나쁜 놈이지만, 돈 잘 주는 사람 말은 잘 듣는다고.”

“그럼 이만.”

“그래, 그래! 더 필요한 거 있으면 말만 하라고. 뭐든지 다 갖다 줄 테니까!”

그는 뒷골목에서 거래하는 마피아인 주제에 목청이 커서 온 동네에 목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어차피 이 동네에 있는 자들이 다 뒤 구린 놈들인 건 마찬가지지만, 굳이 이목을 끌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일부러 저러는 건가.’

저벅. 저벅.

아니나 다를까, 나와 그를 탐탁지 않게 보던 몇몇 불량배들이 우릴 향해 걸어왔다.

아니, 몇몇이 아니라 거의 열 명쯤 되어 보이는 인원들이었다.

‘……뭔가 이상한데.’

그런데 난 거기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냥 이 상황만 놓고 보면, 동네에서 남의 나라 말로 주절대는 모습이 꼴 보기 싫은 현지 불량배들이 시비를 건.

그야말로 이런 데선 충분히 일어날 법한 상황.

하지만 그 불량배들이 하나같이 다 각성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도 전부 희귀급.’

여긴 세계의 각성자들을 거르고 걸러서 모아놓은 레이드 던전이 아니다.

그냥 대도시의 뒷골목.

이런 곳에 희귀 수호령을 가진 각성자가 열 명이나 모인다?

이건 분명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나를 쫓아온 거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스터스 착용. 악룡의 발톱.’

난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내고 무구를 투영했다.

그러곤 다리우스를 쳐다봤다.

이 상황이 만약 그의 작품이라면, 그가 여기서 가장 주시해야 할 상대다.

{수호령: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역사)}

그는 유일한 역사급 각성자였기 때문이다.

“어이! 이놈들, 형씨랑 아는 사이인가?”

그런데 다리우스는 오히려 나에게 이들의 정체를 물었다.

연기를 하는 건가, 라고도 생각해 봤지만 이미 나를 포위한 상황에서 굳이 저런 말을 할 필요는 없고.

“전혀.”

“그럼 너넨 뭐야? 저리 안 꺼져?”

그는 주변으로 몰려든 각성자들을 위협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처음엔 영어로 말했다가, 이어서 러시아어로도 소리쳤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단순히 겁먹지 않는 수준을 넘어, 아예 반응 자체가 없다.

‘뭐지?’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얼굴에 핏기가 없다.

이건…… 살아 있는 게 아니라 시체들 같았다.

카학!

그 순간, 그 각성자들 중 하나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우리 쪽으로 달려들었다.

손에는 푸른빛이 감도는 단도를 쥔 채였다.

타타탕!

그러자 허공에서 다수의 총알이 날아들어 그자의 몸에 박혔다.

핏기없는 각성자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봐, 괜찮아?”

탄환은 허공에 일렬로 떠 있는 십여 정의 머스킷에서 쏘아 보내진 것.

그리고 그것은 다리우스가 소환한 것이다.

그는 오른손에 30센티미터 정도 길이의 심플한 나무막대를 들고 있었다.

‘마법사형 각성자였군.’

일종의 지휘봉처럼 보이기도 하는 저것은,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술봉인 완드(Wand)다.

수호령이 나폴레옹이라기에 어떤 능력을 가졌을까 싶었는데, 마법으로 군세를 구현하는 권능을 쓰는 모양이었다.

그의 큰 덩치와 험악한 인상과는 조금 맞지 않는, 꽤나 신사적인 이미지의 능력이다.

“너흰 도대체 뭐야? 투영무구를 들고 있는 걸 보니 전부 각성자 같은데.”

그는 그제야 지금 우리를 감싸고 있는 게 각성자들이란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다.

그러곤 이제 진심으로 싸울 생각인지, 다시 완드를 휘둘러 머스킷 대열을 우리의 앞뒤로 구현했다.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다 죽일 거야! 내 고객을 건드리는 놈들은 가만 안 놔둬!”

그는 신의를 지키는 데에 꽤나 진심인 것처럼 굴었다.

물론, 굳이 저 말을 영어로 한 걸 보면 대놓고 나 들으라고 하는 립서비스일 뿐이겠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이놈들은 도대체 뭐야?’

그보다 지금 중요한 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희귀급 각성자들의 정체다.

누가 봐도 명백히 죽은 자를 되살려낸 듯한 모습.

강령술을 사용하는 누군가가 우리를, 혹은 나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벽 안!’

위험.

아무도 없을 것 같은 내 오른쪽 벽 너머에 도사리는 위험이.

이곳에 있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노리고 다가온다.

탓!

콰앙!

벽이 무너지면서 내가 서 있던 자리를 폭력적인 기운이 덮쳤다.

난 그 직전에 간신히 피했고, 다행히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NL인가.’

이 순간 그들이 나를 찾아냈다는 걸 직감했다.

왜냐하면 지금 그 벽을 무너뜨린 자가, 전설 수호령의 각성자였기 때문이다.

{수호령: 저승차사 강림(전설)}

그 검은 단발머리의 동양인 여성은, 주먹에서 죽음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