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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2화 (22/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2화

레이드 포인트 보유량 1순위인 내겐 가장 먼저 보상을 가져갈 수 있는 혜택이 주어졌다.

거기서 내가 가져갈 것은 이미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복수자의 식칼.’

{유니크 단검 <복수자의 식칼>을 획득했습니다.}

보스가 투영무구의 매개체로 사용했던 무기.

유니크 무기는 말 그대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무기다.

자체 성능도 당분간 무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월등한 데다, 특별한 옵션도 붙어 있는데.

‘자신 혹은 동료가 피격당할 시 물리, 마법 공격력 증가’라는, 사실상 항시 발동 가능한 옵션.

이렇게 강력한 무기를 나는.

{<복수자의 식칼>을 당신의 영혼에 귀속시키겠습니까?}

‘아니.’

그냥 가지고만 있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건 팔아먹을 물건이기 때문이다.

다이아 경매에서 최종 낙찰자가 되기 위한 다이아를 사는 데 드는 금액 115억 원.

이거 하나면 그 돈을 다 벌어들이고도 남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 레이드에 참가한 목적이 바로 돈이었다.

‘게다가 이건 칼. 내 주 무기랑 맞지도 않아.’

사실, 지금 난 이 복수자의 식칼보다 훨씬 더 좋은 걸 얻었기 때문에 이런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특성이 사용자에 맞게 조정된다.}

{특성 <드래곤 하트>가 <악룡마공>과 결합해 완전한 힘을 갖는다.}

{<악룡마공>이 <악룡혈>로 변화했다.}

그건 바로 오크 각성자를 잡고서 얻어낸 새로운 특성이었다.

───

<악룡혈>

-(항시적용)용의 피가 혈관을 타고 흐른다. 모든 스탯이 최대 마나량 수치만큼 추가 증가한다. (단, 마나량 순환계산 없음)

───

‘이건…… 말이 안 나오는군.’

발동형 특성이었던 악룡마공이 항시적용 특성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모든 스탯이 ‘현재 마나량’이 아니라 ‘최대 마나량’ 수치만큼 증가한다.

이 말인즉, 전투 중에 아무리 마나를 소모해도 내 스탯이 떨어질 걱정은 없다는 소리다.

이러면 이제 난 권능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전투 중에 포션이라는 꼼수를 사용해 겨우 한 번 쓸 수 있을까 말까 하던 업화의 구를 마음껏 쓰는 게 가능하다.

새로 얻은 권능들 또한 마찬가지.

그렇게 소진된 마나는 전투 중에 기회가 날 때마다 마나 호흡으로 회복하면 되고.

따라서 앞으로 얻을 수많은 권능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난 또 다른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 그럼 더 이상 다른 스탯을 남겨둘 이유가 없잖아?’

지금 난 순수 의지력 34에 나머지 4개 스탯이 각각 10인 상태다.

그 10의 스탯들은 악룡마공을 발동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최소한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남겨둔 것.

하지만 이제 더는 악룡마공이 해제될 일이 없다.

그 특성은 항시 적용되는 ‘악룡혈’로 변했으니까.

유지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난 곧장 스탯들을 재분배하기 시작했다.

{다이아를 소모해 스탯 재분배를 실행합니다.}

지금 나에겐 아직도 70만 개의 다이아가 남아 있으니, 하나당 천 개의 다이아를 쓰는 스탯 재분배는 전혀 부담이 없다.

───

생명력: 1386 / 1386

마나: 461 / 461

근력: 1 (+ 461)

활력: 1 (+ 461)

반사 신경: 1 (+ 461)

집중력: 1 (+ 461)

의지력: 70 (+ 5)(+ 461)

───

난 모든 능력치를 깔끔하게 의지력에 몰아줬다.

만약 나에게 악룡혈 특성이 없었다면, 아마 곧바로 제대로 몸도 못 가누는 병자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난 그 반대다.

시구르드의 영혼을 흡수해 얻은 것과 탈리스만 추가량을 합친 의지력 75에 곱하기 6.

거기에 마나 하트 특성으로 꾸준히 쌓은 추가 마나 11을 더해, 총 461의 마나를 얻었다.

그리고 그 수치가 고스란히 모든 능력치에 반영.

바로 전까지 마나량 191이었던 때와 비교해 거의 2.5배나 강해진 것이다.

그것도, 능력치가 줄어들 걱정이 없는 형태로 말이다.

이걸로 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그 어떤 각성자들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의 힘을 갖추게 되었다.

“유신우 씨.”

그런 나에게 익숙한 얼굴들이 찾아왔다.

“전에 하던 얘기를 계속하고 싶습니다만.”

NL이었다.

* * *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의외로 NL은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레이드 보스전에서 적극적으로 다른 자들과 협력해 클리어를 돕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기들도 실익이 뭔지 계산했다는 건가.’

전설급 각성자 두 명이 모두 여기에 와 있는 걸 보아하니, 이들 또한 1군 전력을 다 보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레이드 보스를 잡지 못하면 본인들도 최종 보상을 얻지 못한다는 뜻.

결국, 일단 얻을 건 얻기 위해 고분고분 보스전에 참여한 것이다.

물론 그 상황이 끝나고 나서 돌변하는 건 당연한 수순.

“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볼코프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왜 제 제안을 거절하시는 겁니까? 우리 같은 기업에 소속되는 게 당신 입장에서도 분명 도움이 될 텐데 말입니다.”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하는 거지.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글쎄요. 저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집단이 저희뿐일까요? 내 편이 안 될 거라면 미리 제거해서 싹을 잘라야 한다고 생각할 집단이?”

그는 마치 내게 설교하듯 장황한 연설을 늘어놓았다.

“당신 같이 송곳처럼 튀어나온 사람들은 결국 어딘가에 소속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그럴 거라면 차라리 저희와 함께하는 게…….”

물론 내겐 그게 다 개소리로밖엔 들리지 않았다.

“바보 아냐? 그럼 다른 훨씬 좋은 곳에 들어가겠지. 나 같은 인재가 너희 같은 쓰레기 기업에 들어가고 싶겠어?”

“……뭐라고요?”

“대놓고 퀘스트 계약으로 족쇄부터 채우려는 놈들이 퍽이나 마음에 들겠다. 할 거면 제대로 대우하든가.”

“대우는 저희가 충분히…….”

난 내 다리 사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기어봐.”

“……네?”

“내 다리 밑으로 기어서 지나가 보라고. 나 정도 되는 사람을 스카웃 해가고 싶으면 그 정도 충성심은 보여줘야지.”

그러자 시종일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고급 영어를 구사하던 볼코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의 주변에 있던 부하들 또한 굉장히 당황하는 모습.

“……지금 저를 모욕하시는 겁니까?”

“왜? 나 데리고 가고 싶다며? 그렇게 하면 진짜 너희 회사로 갈게.”

“도가 지나치시군요.”

“그러긴 싫어?”

그래서 그에게 쐐기를 박았다.

“싫으면 혓바닥 놀리지 말고 내 앞에서 꺼져.”

“…….”

그 말을 끝으로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내가 이렇게 대담하게 나올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한 반응이다.

볼코프가 입술을 깨물었다.

“……점잖게 대해주려고 했더니.”

‘그게?’

저 녀석은 자신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모양이다.

정식으로 조건을 제시하고 서로 조건이 안 맞으면 깔끔하게 인사하고 헤어지는 것, 그런 게 ‘점잖은 스카웃’이다.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스릉.

그러기 전에 놈은 이미 칼을 뽑아 들었다.

“어디 한번 도망쳐 보시죠. 당신이 밖으로 나간다고 해도 우린 끝까지 당신을 찾아낼 겁니다. 애초에 여기서 나가지도 못하겠지만.”

스릉. 스르릉.

그러자 주변에 있던 또 다른 각성자들도 각자 무기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혀, 형님……?”

“뭐야, 너희들!”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이진윤과 최윤아가 각각 방패와 권총을 꺼냈다.

하지만 난 그들을 제지했다.

“너흰 빠져 있어.”

“예?”

“윤아 씨는 은신으로 숨으시고, 진윤이 너는 방어막 안에 틀어박혀 있으라고.”

“하, 하지만 형님…….”

“그러고 있으면 다 끝날 거야.”

내가 이들에게 한국말로 말하자, 볼코프 역시 자기 부하들에게 러시아어로 지시를 내렸다.

그의 눈에는 내가 이 두 사람과 뭔가 작전을 짜는 것처럼 보인 모양이다.

난 그 모습을 가만히 쳐다봤다.

스윽.

놈이 손에 쥐고 있던 칼날을 치켜들어 내게로 내민다.

그러고는 볼코프는 세로 방향으로 들고 있던 검을 가로로 눕혔다.

철컥!

그것이 신호였다.

화아아악!

대기하고 있던 역사급 각성자들이 정면에서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볼코프 자신도 마찬가지.

쐐액!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양쪽 측면에서 후방으로 비스듬하게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그건 모두 저 뒤에 서 있는 활을 든 전설 각성자가 쏜 화살이었다.

가만히 서 있으면 정면에 있는 각성자 무리의 공격을 받고, 옆이나 뒤로 빠지려고 하면 화살에 맞게 된다.

팀워크가 살아 있는 꽤나 치밀한 공격.

이걸 파훼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앞의 놈들을 다 패버리면 된다.

퍼퍼퍼퍼펑!

내 양손에서 뻗어 나온 서른 개의 관념화 된 에너지 주먹이, 접근하는 모든 적들의 몸에 적중했다.

그 연속 타격은 힘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권능.

단 두 번의 펀치로는 존재할 수 없는 30번의 타격을, 수호령의 기적으로 실재하도록 구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게 볼그 난격이다.

푸확! 퍼퍽!

“크헉! 쿨럭!”

여기서 고통에 찬 신음 소리를 내는 사람은 단 한 명, 전설 수호령의 각성자인 볼코프뿐이었다.

왜냐하면 나머지 역사급들은 온몸이 산산 조각나 버려서 소리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쿨럭! 쿨럭! 크허어억……. 흐어어…….”

볼코프는 끈적한 붉은 웅덩이에 처박힌 채 연신 기침을 해대며 숨을 몰아쉬었다.

“어, 어떻게…….”

그는 목에서 울컥대며 터져 나오는 피 때문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분명…… 컥……. 아까 보스전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 는데……. 허어억…….”

“아니었지.”

그 난 말대로 아까 전까지만 해도 이 녀석들이 전부 덤비면 절대 이길 수 없는 상태였으나.

“근데 방금 세졌어.”

보스를 잡고 얻은 특성.

악룡마공과 드래곤 하트가 결합된 악룡혈이, 눈 깜짝할 사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

“말도 안…….”

콰득!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놈의 머리통을 밟아 으깨버렸다.

“한 놈 더.”

그리고 곧장 고개를 들어 저 먼 곳을 내다보았다.

다음 타깃, NL 놈들의 후방에서 활을 쏴 대던 전설 각성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는 이미 냅다 사라져 버렸군.”

하지만 놈은 없었다.

영리하게도, 이길 수 없다는 걸 금세 깨닫고 잽싸게 도망친 것 같다.

{너의 눈이 육신 잃은 수호령에 반응한다.}

아쉽게도, 나는 하나의 전설 수호령만 추가 획득하는 데에 만족해야 했다.

* * *

슈우웅!

초음속 전투기가 시리아의 청명한 하늘을 가른다.

상공 수만 피트의 고도에서 비행체가 굉음을 흩뿌리며 지나간 자리.

거기서, 한 인영(人影)이 낙하한다.

콰아아!

낙하산도, 윙슈트도 없이, 지상을 향해 미사일처럼 차렷 자세로 똑바로 떨어지던 그는.

사뿐.

아무런 소음 없이 초원의 흙바닥 위에 가볍게 착지했다.

“도착했습니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코트를 입고, 하얀 가면을 쓴 장발의 검객.

허리춤에 두 자루의 짧은 칼을 패용하고 있는 그는 인류 최강의 각성자, 검제였다.

-그래. 네가 잘 도착했다니까 안심이 되네. 발목 삐끗한 건 아니지?

그가 착용하고 있는 이어폰 너머로 비아냥대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왜 이렇게 심술이 나셨습니까.”

-네가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니까 그렇지.

“뭐가 말도 안 된다는 말입니까?”

-굳이 거길 직접 갈 필요가 있어? 지부에 있는 사람 아무나 보내기만 해도 싹쓸이할 수 있을 텐데.

“그래도 이왕이면 제가 직접 움직이는 게 더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인류의 미래인데.”

-아이고, 뉘에뉘에, 우리 인류애 넘치시는 검제님 말씀이 맞습니다. 인류의 미래는 자기 손으로 직접 지켜야죠.

“바로 그겁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 온 겁니다.”

-어휴.

이어폰 너머의 여자는 검제의 태연한 대답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승인 부탁드립니다.”

-뭘?

“에테르 블레이드 사용 승인.”

-그걸 쓰겠다고?

“깔끔하게 처리하기 위해서입니다. 괜히 잔존병력 남겨두면 뒷말만 나오고 더 귀찮아지지 않겠습니까.”

-그래, 네 맘대로 해라. 다 해.

“감사합니다.”

-대신 진짜 뒷말 안 나오게 처리해. 테러리스트 한 놈이라도 살려두면 안 된다. 알겠어?

“물론입니다.”

검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바로 테러리스트 소탕.

그들이 레이드 일정이 시작되던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음에도 아무런 충돌 없이 조용히 넘어갔던 건.

레이드가 끝난 후에 보상을 한가득 들고나올 각성자들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검제는 바로 그 계획을 첩보로 알아챘고, 테러범들의 마수로부터 초급 각성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 움직인 것이다.

척.

그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권능을 발동했다.

‘무구 투영.’

쿠구구구.

곧, 심상치 않은 소음이 시리아 공역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대기를 가르며 떨어지는 대낮의 별똥별.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인공위성에서 사출된 유니크 장검, 에테르 블레이드였다.

후웅.

그렇게 맹렬한 기세로 낙하하던 검은, 어느 순간 마치 물리법칙을 무시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갑자기 공중에 멈춰 섰다.

‘의지에 응하는 검, 프라가라흐.’

검제가 에테르 블레이드에 투영한 자신의 무구.

신화 수호령 마나난 막 리르의 보물이 이곳에 현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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