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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7화 (17/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7화

두 시간 전.

모든 방어대책이 구비된 후, 리치와의 전투 준비를 하기 위해 최윤아와 마을 주민들의 역할을 정하고 있던 중 이진윤이 나를 찾아왔었다.

“형님, 저는…… 할 일이 없을까요?”

“너? ……음. 글쎄.”

난 솔직히 괜히 방해가 되지나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그냥 어디 한 곳에 틀어박혀서 가만히 있기만 하는 게 최선.

어차피 이번 스테이지에선 최윤아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런 말을 면전에서 대놓고 하진 않았다.

‘어쨌든 이 녀석은 레이드 이후에 꼭 필요한 녀석이니까.’

지금 당장은 쓸모없지만, 그렇다고 막 대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이유 때문에라도 이진윤은 최대한 안전하게 둬야 한다.

괜히 나서다가 죽기라도 하면 난 돈줄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다.

“……알고 있어요. 제가 못 미더우신 거죠?”

그는 자기가 어떤 존재로 인식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 그럼 제 권능 한번 보여드리면 어떨까요?”

내가 한 말의 의미는 ‘네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진윤은 그걸 ‘어떤 종류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받아들인 모양이다.

“아니…… 그래, 그럼 한번 보여줘 봐.”

그래서 어쨌든 일단 한번 보기로 했다.

보나 마나 차고 있는 검에 무구를 투영한 모습을 보여주겠지.

수호령 등급이 전설이니만큼 그 위력이나 성능은 상당히 강할 테지만, 그래 봐야 사용자가 이진윤.

싸움에 쥐약인 인간에게 아무리 대단한 무기를 쥐여줘 봐야 활용은 무의미할 터다.

철그럭.

그런데 그 녀석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칼이 아니라 등 뒤에 메고 있던 방패를 꺼내 들었다.

그러더니 거기에 마나를 주입해 무구를 투영했고.

지이잉.

이내 방패는 푸른색으로 빛나는가 싶더니, 수백 개의 작은 알갱이로 나누어져 이진윤의 주변을 맴돌았다.

우웅. 우웅.

곧이어 마나 알갱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서서 공명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낸 것은 지름이 십 미터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반구형 보호막.

‘방어형 투영무구?’

“이게 제 능력이에요!”

이진윤이 마치 자기 능력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말했다.

“얻은 지는 얼마 안 돼서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방어 성능은 엄청 좋아요!”

‘당연히 좋겠지.’

전설 수호령의 방어 무구인데, 성능이 나쁠 리가 있나.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있던 나는, 그걸 보고 그의 능력에 관해 조금 흥미가 돋았다.

‘저 겁쟁이 녀석이 첫 번째 스테이지를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가…… 저것 때문인가.’

주 무기가 검이 아니라 방어무기라면 말이 달라진다.

아무리 겁이 많아도 방패 뒤에 숨을 수 있다면 두려울 게 없어진다.

더군다나 사각이 없는 전방위 보호막.

그걸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펼치거나 거두는 게 가능하다면, 방패로서의 장점은 최고 수준인 동시에 단점은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너 그럼…… 그걸로 사람들 지키는 역할 한번 해볼래?”

그래서 난 곧장 그에게 역할을 하나 부여했다.

때마침 저 능력이 필요한 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요! 지키는 거라면 자신 있습니다!”

“저기.”

난 마을의 서쪽 방향 성벽을 가리켰다.

“저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위험한 공격이 날아올 것 같으면 방어막으로 사람들을 보호하면 돼.”

그 방향은 바위와 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유독 장애물이 많은 지역이었다.

마을 중앙의 탑 위에서 저격을 하는 최윤아에게는 상당히 골치 아픈 방향이 될 구역.

저곳 때문에 수비군 배치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때마침 이진윤이 나타난 것이다.

난 이 녀석이 최윤아가 저격에 실패했을 경우에도 한 번 정도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보험이 되어줄 거라고 판단했다.

“아,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저쪽으로 가겠습니다!”

그는 군기가 바짝 든 이등병처럼 서쪽 성벽을 향해 부리나케 달려갔다.

아직 보스전이 시작되려면 멀었는데도 말이다.

* * *

난 무너진 방어탑 잔해 사이에서, 보호막으로 마을 주민들을 보호하고 있는 이진윤의 모습을 확인했다.

‘저 녀석…… 그래도 나름 한 건 하긴 했네.’

그의 대처는 백 점은 아니었다.

애초에 번개구름이 형성될 때부터 성벽 위에서 보호막을 펼쳐 마을 주민들을 보호했으면, 화염구는 방어탑 대신 보호막을 직접 때렸을 테고.

그러면 방어탑이 무너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 큰 기대겠지.’

보호막은 내부와 외부를 완전히 차단하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아군 또한 바깥의 적을 공격할 수 없다.

즉, 서쪽 방면 주민들의 수비를 방해하지 않으려면, 이진윤이 보호막을 풀고 있다가 리치의 마법 시전을 확인하고 타이밍에 맞춰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저런 겁쟁이가 그런 센스 있는 수행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저 방어탑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주민들이 다급하게 들어오자 보호막을 펼친 게 다일 터.

물론 귀중한 레이드 포인트인 주민들의 목숨을 지킨 건 마찬가지이므로, 저 정도만 해도 할 만큼 한 것이다.

“이진윤!”

“넵!”

“저쪽 방어탑으로 들어가!”

“아, 넵! 알겠습니다!”

난 그에게 서쪽 성벽과 이어져 있는 다른 방어탑으로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목숨이 중요한 건 주민들뿐만 아니라 이진윤 본인도 마찬가지.

그러곤 주변에 있는 오크들을 최대한 정리한 후, 다시 원래 있던 북쪽 방면으로 돌아갔다.

지금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움직였다.

[오크 워로드는 북쪽 방면에서 나타난다. 등장 시간대는 불확실.]

‘아직이겠지?’

달리면서 흘끗 시선을 옮겨 최윤아 쪽을 바라보았다.

탕! 타앙!

그녀는 전과 같이 리치를 찾아내 계속 저격하고 있다.

오히려 이전보다 반응속도가 훨씬 빨라진 느낌이다.

아무튼 그렇게 전력으로 달린 끝에, 난 북쪽 지역으로 되돌아왔다.

[워로드는 최우선 사살 대상. 리치가 그 몸에 빙의하게 둬서는 안 된다.]

정보 노트에 담겨 있던 내용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워로드의 강인한 육체와 리치의 고화력 마법.

정보 노트에선 절대로 그 둘이 결합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라아아악!”

쿵!

때마침 워로드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덩치와 강렬한 포효.

이 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마나 포션. 업화의 구.’

난 그걸 보자마자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마나포션을 꺼내 마시며, 오른손에 업화의 구를 시전했다.

그러곤 다시 한번 최윤아 쪽을 흘끗 바라봤다.

역시, 그녀의 시선이 워로드 쪽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난 그런 그녀를 향해 반대쪽 손을 들어 허공에 X자를 그린 후 다른 방향을 보라는 표시를 했다.

‘워로드에 신경 쓰지 말고 다른 방향의 리치를 죽여라’

최윤아는 그런 내 지시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타앙!

이윽고 다른 방향에서 나타난 리치가, 그녀의 총탄에 맞고 죽었다.

그렇게 육신을 잃은 그것이 향할 목적지는.

‘워로드.’

이 전장에서 가장 강한 존재의 몸일 것이다.

난 그 일이 벌어지는 동안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게 바로 내가 원하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정보 노트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주의사항을 정반대로 이행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리치가 오크 워로드의 육신을 빌려 자신의 모든 힘을 현세로 이끌고 옵니다.}

{나베리우스의 미니언이 강림합니다.}

악마를 소환하기 위해서였다.

타앗!

난 곧장 그 악마를 향해 뛰쳐나갔다.

내 오른손은 검은 불꽃에 둘러싸여 있었다.

지옥의 업화가 깃든 일격.

이 일격을 저 악마에게 적중시킨다.

그 한 방으로 끝난다.

-하! 이 몸이 강림하도록 내버려 두다니, 넌 참으로 멍청한…….

“닥치고 이거나 먹어.”

내 머릿속으로 걸어오는 말 따윈 무시했다.

세 개의 개 머리가 달린 기괴한 인간 형상을 한 그 악마를 향해.

화아아악!

혼신의 힘을 다한 주먹을 내질렀다.

내 오른손에서 뻗어 나온 새카만 화염 용발톱이 맹렬한 기세로 쇄도했다.

퍼엉!

-크윽! 이, 이건……!

공격이 닿자마자, 곧바로 뒤로 빠져 놈의 상태를 지켜봤다.

역시, 저번과 마찬가지로 악마는 업화의 구로 만든 불길에 상당히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악마들은 이걸로 한 번에 죽일 수 있는 건가.’

바포메트의 미니언.

그때 그 악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자의 불꽃’이라는 말.

마치 권능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최근에 나에게 일어난 일들도 그렇고.

어쩌면 이 권능의 주인인 아지다하카는, 지옥의 악마들 중에서도 상당히 권위가 높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개 악마들 정도는 속성 같은 건 무시하고 단숨에 집어삼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 말이다.

그래서 난 이번에도 이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때의 그 메시지, ‘더 많은 악마를 거둬들이라’는, 지시를 완료하기 위함이었다.

-크아아아아!

검은 화염은 꺼질 줄 모르고 더욱 크게 타올라, 나베리우스의 미니언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현세에 나타나자마자 아무런 저항조차 못 해보고 재로 변해 사그라진다.

제3 스테이지의 최종 보스는, 그렇게 아무것도 못 해보고 허무하게 소멸해갔다.

{<하급 격투술>의 숙련도가 증가했습니다. 100/100}

{<하급 격투술>이 <중급 격투술>로 강화됩니다.}

보스의 격파와 동시에 격투술 스킬의 숙련도가 최대치에 도달해 중급 격투술이 되었다.

그리고.

{나베리우스의 미니언을 삼켰다.}

{오류 발생!}

{제3 스테이지에 치명적 결함이 발생했습니다.}

{원활한 레이드 진행을 위해, 이후 진행되는 제3 스테이지는 보스전 없이 강제 속행합니다.}

{보스전이 누락된 스테이지에서는 난이도에 맞춰 보상이 하향 조정됩니다.}

* * *

세 번째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후 돌아온 도시의 분위기는 매우 험악했다.

“이런 젠장! 이게 말이 돼?”

“뭐야,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이런 건 나도 처음 보는데…….”

나베리우스를 잡은 직후에 나타난 ‘오류 메시지’는 나 혼자만 본 게 아니었다.

현재 레이드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에게 나타난 것이다.

“이러면 선발대만 유리하잖아! 이딴 게 어딨냐고!”

그 오류 메시지가 말하는 바를 해석하자면 이러했다.

나베리우스의 미니언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니 이후에 제3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리치, 즉 보스가 나타나지 않을 거다.

그에 따라 제3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골드와 레이드 포인트도 줄어든다.

그렇게 줄어든 보상은 무려…….

“아무리 그래도 10분의 1로 줄어드는 게 어디 있냐고!”

90%.

나는 추가 지급 포인트와는 별개로, 제3 스테이지의 클리어 보상만으로 50점의 레이드 포인트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 다른 참가자들은 클리어 보상으로 겨우 5점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추가 지급 포인트도 ‘난이도가 쉬워졌다’는 명목하에 그만큼 줄어들고 말았다.

즉, 지금 난 다른 레이드 참가자들의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 것이다.

───

<레이드 포인트 순위>

1위: 165점 (본인)

2위: 122점

3위: 119점

……

37위: 101점

38위: 56점

38위: 56점

40위: 55점

……

───

덕분에 선발대와 후발대의 점수 격차가 확 벌어져 버리고 말았다.

지금 저 38위 이하 순위에 있는 참가자는, 앞으로 37위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거의 0에 수렴하는 거나 마찬가지.

골드를 벌어들이면서 천천히 진행하다, 마지막에 점수를 따라잡으려던 실력자들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뭐, 나한텐 오히려 잘된 일이지.’

어차피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내게 그 아래 순위 싸움은 별 의미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 모를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한 셈이다.

변수를 쳐냈으니 모로 보나 이득.

‘어쨌든 그건 그렇다 치고.’

한편, 지금 나에겐 저 레이드 포인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권능 목록이다.

───

<권능 목록>

……

3. 게 볼그

───

사라졌던 훔친 권능이 다시 목록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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