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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5화 (15/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5화

“미스터 송과 박, 둘 다 죽은 것 같습니다.”

“젠장, 생각지도 못하게 일이 꼬여버렸군.”

두 남자가 주점 밖으로 걸어 나오는 유신우를 보며 말했다.

송형주 패거리는 그 주점 안에 들이닥친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각성자 의뢰 전문기업 NL.

이들은 모두 그 회사에 소속된 직원들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러면 계획이 크게 꼬이는 거 아닙니까?”

“일단 후발대들이 제2 스테이지를 끝내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NL에선 무려 147명의 각성자가 이번 레이드에 참여했다.

게다가 그중 두 사람이 벌써 죽긴 했지만, 전설 수호령 각성자가 셋이나 있었고, 역사 수호령 각성자도 열한 명.

나머지는 모두 희귀급으로, 이 정도면 웬만한 대기업의 역량으로는 동원할 수 없는 규모였다.

“저놈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남자는 유신우가 어떻게 저런 힘을 가졌는지 몹시 궁금했다.

분명 사전정보조사는 완벽했다.

세계 각국에서 이번 레이드에 참가하는, 희귀급 이상 각성자들의 면면은 모두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웬만해서는 알기 어려운 각국 정부 소속 특수요원들의 신원까지 빼낸 정보력이었다.

당연히 그 데이터베이스에는 유신우에 관한 정보도 있었지만.

거기엔 그저 하급 수호령을 가지고 있다고만 나타나 있었다.

“미스터 송을 이길 정도면…… 저놈은 아무리 못해도 전설 수호령을 가지고 있단 뜻인데.”

보통 그 정도 급의 각성자들은 사람들은 대개 이미 이름이 알려진 부자이거나.

혹은 그 수호령을 가지고 큰돈을 벌어 이름이 알려진 경우다.

아니면 국가에서 대대적인 자원을 투입해 육성하는 중요 인물인 정도.

NL에서 그런 존재에 대해 완전히 착각하고 있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레이드 기간 직전에 운 좋게 전설 수호령을 뽑은 게 아닐까요?”

물론 그 말처럼 전설 수호령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위 예시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 것치고는 너무 강한데…….”

하지만 유신우는, 갓 전설 수호령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전투 능력을 보여줬다.

“감각 자체가 타고난 싸움꾼인 것 같던데요?”

“아니, 그런 얘길 하는 게 아니야.”

“네?”

“싸움 감각, 기술 같은 건 적어도 비슷한 신체조건을 가진 사람 간의 대결에서 영향을 주는 요소지.”

“그럼…….”

“애초에 저자의 신체 능력 자체가 갓 전설 수호령을 가진 사람의 것이 아니란 뜻이야. 무슨 뜻인지 알겠어? 스탯이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이건 시간이라는 물리적 한계에 관한 이야기다.

상급 이하 수호령을 가지고 있는 각성자들은 성장에 한계가 있다.

스탯이 높을수록 더 강한 마물과 싸워야만 성장이 가능한데, 수호령 등급이 낮으면 그게 불가능해서 어느 순간 정체되고 만다.

그래서 유신우가 무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각성자로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총 스탯이 60도 안 되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다.

하지만 희귀 이상의 수호령을 가지게 되면 그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그것만으로 유신우의 케이스를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

“만약 저 녀석이 예전부터 희귀 이상의 수호령을 가지고 있어서 이미 스탯이 높았다면, NL의 데이터베이스 어느 한 군데라도 그에 대한 언급이 있었겠지. 하지만 이걸 봐.”

그가 자기 동료에게 태블릿을 들이밀었다.

그곳엔 유신우의 얼굴과 함께 그의 각성자 경력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 하급 각성자로서 백산그룹의 의뢰를 받아 다이아 퀘스트를 하던 이력이 꼼꼼히 드러나 있다.

“이 녀석은 한 달 전까지는 확실히 하급 각성자였어. 미리 스탯을 얻어놓는 것도 불가능하단 뜻이야.”

“아니, 그럼 겨우 한 달 만에 미스터 송보다 더 높은 스탯을 얻었다는 겁니까?”

“그래.”

송형주의 스탯은 이번 레이드의 참가 조건인 ‘총 스탯 75 미만’을 정확히 맞춘 74였다.

그에 비해 그와 싸우던 당시 유신우의 실제 총 스탯은 겨우 61.

13이라는 차이가 나고 있음에도, 오히려 유신우가 일방적으로 우세한 싸움을 했다.

순수 스탯이 더 낮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압도적인 힘을 보여준 건, ‘악룡마공’이라는 상식 밖의 특성 덕분.

그걸 지금 이들이 알고 있을 리가 없으니, 그에 대해 미스터리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지사다.

“지금 저 녀석은 단순한 전설급 각성자를 넘어서, 규격 외의 존재야. 어쩌면 하이 랭커가 될 씨앗일지도 모르지.”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가장 좋은 건 우리 편으로 만드는 거겠지만.”

남자는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아니라면 무조건 제거해야지.”

그러곤 자기 부하의 어깨를 두드렸다.

“손에 피 묻힐 각오 하라고, 칸딘스키.”

“예.”

정권과 결탁한 러시아 최대의 레드 마피아, ‘칼리닌스카야 브라트바’.

NL이라는 기업명으로 세계 각국에 지사를 두고 각성자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그들이.

유신우를 타깃으로 점찍었다.

* * *

나와 최윤아, 그리고 이진윤은 제3 스테이지에 입장했다.

-굳이 저 녀석을 꼭 데려가야 한다고요?

-……네.

이진윤을 데려온 건 내 의지가 아니라 최윤아 때문이었다.

아무리 답답해도 이진윤은 꼭 자기랑 같이 가야 한다면서.

그녀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난 처음엔 그 둘이 뭔가 애틋한 관계 같은 거라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강 사정을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오해하진 마세요. 기업 관계 때문에…… 그렇게 됐어요.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이 둘은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의 부모님이 소유주로 있는 회사 간에 지분 관계 같은 게 엮여 있는 듯한 모양.

최윤아가 미리내 그룹에 잘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진윤은 집안에서 그가 각성자 활동을 하는 걸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수행원 역할을 하는 각성자가 하나도 따라붙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때마침 같은 각성자였던 최윤아에게 일종의 호위무사 역할이 주어진 것이다.

어린 나이에 자기 부모님 회사를 위해 친구의 수발을 드는 처지가 된 셈.

물론 이 둘을 보고 있으면 마냥 수발을 드는 느낌은 아니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결국 그녀의 능력이 필요했던 난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진윤까지 데리고 제3 스테이지로 들어왔다.

제3 스테이지의 클리어 목표는 한 마을을 마물들로부터 방어하는 것.

그리고 추가 레이드 포인트 습득 조건은.

{마을 주민들을 최대한 많이 생존하게 해야 한다.}

‘이것 때문에 동료가 필요했지.’

나 혼자서는 드넓은 스테이지 전체를 다 커버할 수 없다.

내가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최윤아는, 이번 스테이지에 데리고 오기에 최적의 인물이었다.

“영웅님이 오셨다!”

스테이지에 입장하자마자, 마을 주민들이 우리를 반겼다.

이곳도 전형적인 중세 유럽을 모티브로 한 판타지 세계.

다만 정비 공간인 도시와는 달리, 여긴 소규모 마을이었다.

“느닷없이 이런 부탁을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만, 제발 저희 좀 살려주십시오!”

“무슨 일이시죠?”

최윤아가 마을 주민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녀는 정보 노트가 없기 때문에 이번 스테이지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른다.

그래서 저렇게 모든 등장인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희를 갈취하던 오크 족 도적 떼가…….”

물론 난 그 대화를 굳이 듣고 있을 필요가 없었기에, 도중에 끼어들어 말을 잘랐다.

“쳐들어오니까 막아 달라, 그거 아닌가?”

“그, 그렇습니다! 어떻게 저희 사정을 그렇게…….”

“다 필요 없고. 마을회관은 어디지?”

“마을회관은 왜 찾으십니까?”

“다 너희를 위한 거니까 빨리 길이나 안내해 줘.”

“아,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촌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앞서 나갔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최윤아가 의아하다는 듯 나에게 물었다.

“이 사람들 설명 안 들어도 돼요? 아직 스테이지 룰도 모르는데…….”

“걱정 마세요.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음…….”

그녀가 못마땅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먼저 나를 따르겠다고 한 사람이 그녀이니, 딱히 반박은 없었다.

“여기가 마을회관입니다!”

촌장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마을회관.

그 한가운데에 두꺼운 책이 펼쳐진 책상이 있었다.

난 가까이에 다가가 책을 손으로 건드렸다.

그러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

<마을수비대책>

1. 화살 탑 건설 (5,000G)

2. 목제 가시방벽 건설 (2,000G)

3. 1단계 주민 무장 (20,000G)

4. 마을회관 업그레이드 (50,000G)

───

이번 스테이지는 본격적으로 골드를 소모하게 만드는 스테이지다.

게임으로 치면 일종의 디펜스 게임.

사방에서 몰려오는 적을 상대로 골드를 사용해 마을의 수비를 강화하면서 버티는 것이다.

‘여기서 많이들 고민하겠지.’

그런데 기껏 모아놓은 골드를 스테이지 하나 클리어하자고 소모해 버린다?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에게 그건 너무 아까운 일이다.

여기서 쓴 골드가 환급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다음 스테이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차라리 조금 버겁더라도 자신이 가진 순수한 힘만으로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마음이 들 것이다.

안 되면 그때 가서 방어시설 건설을 하면 된다고 생각할 테고.

‘하지만 그건 큰 오판이지.’

문제는, 이번 스테이지는 이 수비요소를 모두 이용해도 클리어가 버겁다는 것과.

저 하나하나의 구비가 모두 다 꽤나 긴 시간이 든다는 것.

그러니 가능하면 시작부터 최대한 빨리 수비요소를 갖춰야 한다.

부우우우우.

“아니?”

“저, 적이다!”

벌써 뿔나팔 소리가 들린다.

오크 무리가 공격해 온다는 의미다.

‘화살 탑 4개 건설. 목제 가시방벽 12개 건설. 주민 무장. 마을회관 업그레이드.’

그래서 난 곧바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비요소를 구비했다.

{11,400골드를 지불하시겠습니까?}

‘그래.’

{화살탑이 건설됩니다. 남은 시간: 14분 59초}

{목제 가시방벽이 건설됩니다. 남은 시간: 2분 59초}

{대장간에서 연철 무기와 가죽갑옷이 생산됩니다. 남은 시간: 24분 59초}

{마을회관이 업그레이드됩니다. 남은 시간: 59분 59초}

모든 대화를 스킵하고 곧장 시작했는데도 이 정도다.

즉, 지금 쳐들어오는 오크들은 현재 마을 내의 유일한 전력인 각성자들이 하나하나 직접 다 격퇴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희생자가 발생한다.

이다음 습격부터는 방어시설이 갖춰져서 좀 더 수월하게 막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첫 번째 공격에선 추가 레이드 포인트를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

“저기요!”

최윤아가 내 어깨를 거칠게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지금 뭐 해요! 빨리 밖에 나가서 막으러 안 가요?”

그녀는 꽤나 초조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사람은, 그럴 수밖에 없다.

던전 공략을 하러 갈 때도, 숙련자들은 능숙하게 나아가지만 초행인 사람들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다.

그와 같은 이치로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난 그런 최윤아에게 여유롭게 대답했다.

“가만히 있으세요.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

“뭐라고요? 그게 무슨……!”

{다이아 1,000개로 마을 회관 업그레이드를 즉시 완료하시겠습니까?}

그 순간, 우리가 서 있던 장소는 눈 깜짝할 사이 허술한 나무집에서 돌로 된 요새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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