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1화 (11/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1화

그곳은 깎아지른 절벽 한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동굴.

위치도 위치지만, 그 입구가 극히 좁아서 밖에서 보면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장소다.

절벽이라 마물의 접근도 막을 수 있고, 그야말로 이번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에는 최적.

물론 나처럼 정보 노트를 구입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여기부터 오려고 할 터다.

이렇게 좋은 곳이라는 건, 누구나 다 탐낸다는 뜻이므로.

그러나 난 거의 일정이 시작되자마자 레이드 던전에 입장했고, 거의 쉬는 시간도 없이 제2 스테이지까지 내달렸다.

즉, 적어도 현재까지 난 최선두 그룹에 속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두 그룹은 따로 골드를 벌어들일 시간이 없다.

따라서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 나 외에 정보 노트를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누군가 찾아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부스럭. 부스럭.

‘일단 이 정도면 되겠지.’

난 동굴 바닥에 나뭇가지와 풀을 쌓아 잠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염장고기, 야채, 곡물을 포함해 만약을 대비한 장기 보존 식량까지.

인벤토리에는 7일간 먹을 식량들이 가득했다.

‘여기서 7일만 버티면 돼.’

그렇게 이대로 스테이지가 종료될 때까지 버틸 예정이다.

절벽이라 마물들도 찾지 못하는 곳이기에,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된다.

참고로 두 번째 스테이지부터는 조건에 따라 추가 적립되는 레이드 포인트가 있다.

이 추가 적립 레이드 포인트를 얼마나 더 얻을 수 있느냐에 다라, 최종 보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아무튼 그걸 얻으려면 각 스테이지마다 다른 특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번 스테이지의 추가 적립 조건은 바로.

[마물과 최대한 마주치지 않는다]

이 조건 때문에라도 최대한 은신처에 숨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생존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전투를 최대한 지양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만약 저 조건을 모른다면, ‘공적을 쌓는다’는 개념에 입각해 바깥에 있는 마물들을 최대한 많이 죽이고 다니려 했겠지.’

그러니 암시장에서 정보 노트를 구입하는 건 필수적인 행위인 것이다.

모르면 포인트를 얻을 수가 없으므로.

물론 또 그 골드를 구하려면 스테이지 진행을 늦춰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지만.

난 그 딜레마를 정면으로 깨부수고 들어왔다.

모든 면에서 모든 참가자들 중 가장 우월한 위치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 * *

한편, 이곳 은신처에 7일간 머물면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마나 호흡 숙련도 올리기다.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 스킬을 최대한 많이, 자주 사용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마나 호흡의 숙련도를 가장 빠르게 올릴 수 있는 방법은 하나.

인위적으로 마나를 소진시키고 그걸 다시 채우는 것이다.

그동안 레이드 참가 준비 등으로 인해 계속 시간이 없어서 이 단순한 작업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을 시간이 생겼다.

‘포인트도 얻고, 스킬 숙련도도 올리고.’

지금이야말로 가장 좋은 타이밍.

그렇게 마나 호흡 숙련도 100을 찍으면, 초당 10%라는 엄청난 회복 속도를 얻을 수 있다.

사실 내가 노리는 건 그보다도 그 뒤에 기다리고 있는 ‘진짜 보상’.

“후우.”

자리에 앉은 채로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냈다.

그러자 양손에 한 쌍의 세스터스가 장착되었다.

격투기 선수들이 하는 테이핑과 같이, 얇은 가죽끈이 내 손을 감싼 형태.

여기서 난 내 마나를 가장 빠르게 소진시키는 기술을 사용했다.

‘업화의 구.’

화륵.

오른손에서 검은 불꽃이 타올랐다.

순식간에 100의 마나가 사라졌고.

그 상태에서 마나 호흡을 사용한다.

“스으으읍.”

그러자 마나가 차오르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손에 붙은 불꽃이 꺼졌다.

원래 이건 마나 호흡의 페널티지만, 지금은 오히려 숙련도 작업을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이 되었다.

시전한 스킬을 처리하는 과정을 생략해 주는 것이다.

“후우우.”

그렇게 마나를 최대치까지 채운 후, 나는 다시 업화의 구를 시전했고.

곧바로 마나 호흡.

불은 꺼지고 마나가 차오른다.

이걸 몇 번이고 반복했다.

{마나 호흡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16 / 100}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숙련도가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 속도대로라면 금방 최고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더 빠르게.’

반복의 속도는 계속해서 빨라진다.

숙련도가 오르면 오를수록 마나 호흡으로 회복되는 마나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초당 2% 정도.

전체를 채우려면 50초가량이 걸렸지만.

나중에는 20초, 그리고 숙련도가 100 근처에 이르렀을 때는 겨우 1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게 된다.

권능 사용, 마나 호흡, 권능 사용, 마나 호흡.

이 작업을 채 10초가 되지 않는 간격으로 계속 되풀이한다.

이건 무협지에서처럼 운기조식을 하며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일 같은 게 아니다.

7일 동안 이 좁은 동굴 안에서 1분 1초를 생생하게 느끼며, 계속해서 같은 행위만을 끝없이 시행하는 작업인 것이다.

그러다 시간이 되면 음식을 먹고, 잠을 자고, 잠깐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앉아서 작업을 시작하는 일상이 이어졌다.

솔직히 말해서 미칠 것 같았다.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통신기기도 사용할 수 없는, 외부와 차단된 이 공간에서 이 일을 하는 건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차라리 밖을 돌아다니며 자연을 구경하고 하루하루 처절하게 마물과 싸워 살아남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버티자. 버티는 게 이기는 거다.’

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겨우 7일이다.

밖에선 언제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짧은, 찰나에 불과한 시간.

그 정도도 버티지 못해 밖으로 뛰쳐나갈 수는 없다.

그렇게 온전한 정신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견뎌내길, 정확히 만으로 엿새.

{남은 시간: 0일 22시간 49분 17초}

{마나 호흡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100 / 100}

드디어 달성했다.

마나 호흡 숙련도 100.

그리고.

{그동안 꾸준히 체내에 마나를 공급해온 원천이 새로운 형태로 변화합니다.}

{당신의 가슴에 마나의 방이 형성됩니다.}

{특성 <마나 하트>를 습득했습니다.}

그 ‘진짜 보상’이 나에게 주어졌다.

우우웅.

가슴에 울림이 느껴졌다.

그건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 같은 게 아니었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진동 같은 것도 아니었다.

제6의 감각.

몸 안에 흐르는 마나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는 여섯 번째의 감각이었다.

‘몸 전체에 퍼져 있던 마나가 움직인다.’

그것을 느끼려고 하자, 이 관측 행위 자체가 영향을 주어 몸속에 파문을 일으켰다.

난 그 파문을 좀 더 인위적으로 조작해 몸속의 마나를 내 마음대로 움직이려 했다.

그러자 순환하기 시작했다.

손끝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배로, 배에서 다리로, 다시 발끝을 찍고 머리 위로 올라오는 힘의 물결.

이 물결을 내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느끼면 느낄수록 그 감각은 더욱 선명해져 갔다.

처음엔 파문을 일으켜 물길을 밀어내는 정도일 뿐이었지만, 나중엔 그 물길을 끌어낼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는 몸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던 모든 마나를, 가슴의 한 점에 밀어 넣는 데에 성공했다.

거기서부턴 마나의 컨트롤이 훨씬 쉬워졌다.

제6의 감각으로 물결의 끝부분을 잡고 밧줄을 당기는 끌어내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마나의 파도로 몸 전체를 청소하듯이 한 번 크게 움직였다. 그러자.

{마나가 1 증가했습니다.}

마나량이 늘었다.

“하, 하하…… 하하하하!”

그 메시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의 그 지루한 작업이 저 1이라는 숫자 하나로 전부 보상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

<마나 하트>

-꾸준한 호흡으로 체내의 마나 원천이 변형되었습니다. 마나에 대한 감각이 활성화되고, 운행을 통해 최대 마나량을 영구히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

이 새로운 특성이 모든 각성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라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의지력이 주, 혹은 부 스탯이 아닌 각성자들에게도 마나량을 늘릴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도 권능과 스킬을 사용하려면 마나가 필요한데, 이게 있으면 의지력 스탯과 상관없이 마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의지력은 마나량뿐만 아니라 마법 저항력 및 일부 마법의 성능에도 관여하기에, 완전히 대체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튼 마나 하트가 모든 각성자들에게 필수적인 물건이라는 건 변함없는 얘기.

그런데 나에게는 이게 단순한 ‘필수’ 정도의 수준을 넘은 의미였다.

마나량이 곧 스탯인 나에게, 마나 하트가 의미하는 바는…….

‘이론적으로 무한히 스탯을 높일 수 있다.’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시간만 주어진다면 누구든지 꺾을 수 있는 최강의 기반을 얻은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쌓여나가는 저 1의 마나들이, 나와 다른 각성자들과의 격차를 점점 더 크게 벌리는 작용을 할 것이다.

* * *

그대로 제2 스테이지는 종료.

난 7일간 단 한 번도 마물과 마주치지 않았고, 조건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모든 레이드 포인트를 얻었다.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으로 15점, 그리고 추가 조건 달성으로 43점.

이로써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총 점수는 68점.

‘이 시점에서 제3 스테이지를 클리어 한 사람이 있지 않은 한, 나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은 없다.’

첫 스테이지에는 추가 보상이 없었고, 두 번째 스테이지에는 얻을 수 있는 모든 추가 보상을 얻었다.

그리고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정보 노트를 얻고, 움직였다.

이게 존재 가능한 최선의 루트이니, 현시점 1등은 당연히 나였다.

───

<레이드 포인트 순위>

1위: 68점 (본인)

2위: 47점

3위: 45점

……

현재 클리어된 최고 스테이지는 제2 스테이지입니다.

───

이대로만 진행한다면, 최종 보상이 내 손에 들어올 것은 자명한 사실.

나중엔 어떻게든 정보 노트를 입수해서 레이드 포인트를 벌어들이며 쫓아오는 사람이 생겨나겠지만, 그땐 이미 늦었을 것이다.

내가 먼저 최종 보스를 클리어할 테니까.

아무튼 이제 제3 스테이지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할 차례다.

‘제3 스테이지는 협력이 필수적인 스테이지인가. 귀찮게 됐네.’

제2 스테이지는 추가 레이드 포인트 조건 때문에 협력이 오히려 함정이었다.

수가 많아지면 적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스테이지에는 그 조건이 전과는 정반대였다.

최대한 넓은 반경을 움직이며 적과 많이 부딪혀야 하는 조건.

그 때문에 정보 노트엔 반드시 팀을 구성해서 시작해야 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팀원. 팀원이라…….’

그걸 알게 된 나는, 우선 같이 움직일 동료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 방문한 곳은 도시에 있는 주점.

들어서자마자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나를 반긴다.

독일어, 아랍어, 영어, 중국어.

온갖 나라의 서로 다른 언어들이 뒤섞여 내 고막을 때린다.

여기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모두 다 레이드 참가자들이었다.

저들의 현대적 복장과 중세 유럽식 판타지 세계의 배경이 기묘하게 섞여 진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기묘한 건, NPC들은 모두 한국어를 쓰고 있지만 그들과 대화하는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언어를 쓴다는 점.

아무래도 NPC의 말은 각자의 언어에 맞게 저절로 통역되어 들리는, 그런 신기한 시스템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어쨌든 이곳에서 다음 스테이지에 같이 갈 만한 사람을 찾아낼 생각이다.

지금 난 지난번 얻은 세 번째 특성으로 수호령 등급을 판별해 어느 정도 실력자를 가리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내 손엔 당장 사람을 꼬드길 만한 수단도 차고 넘친다.

그러니 팀원을 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음?”

“어…… 어어……?”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던 중,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이곳에서 만났다.

“형니이임! 어떻게 여길!”

이진윤.

그 녀석이 나를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내 시선은 그런 그의 얼굴이 아닌 머리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이 녀석…….’

생각지도 못한 인물.

이진윤이 레이드에 참가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당연히 여기서 만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고.

그럼에도 그가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된 이유는.

‘수호령이 전설이었잖아?’

이 술집 전체를 샅샅이 살펴봐도 아무도 갖지 못한, 유일한 전설 수호령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수호령: 아기장수 우투리(전설)}

물론 그게 좀, 특이한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전설은 전설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