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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8화 (8/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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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레이드 던전이 개방됩니다.

기간: 2032년 9월 30일부터 10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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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는 각성자들이 직접 다 찾아내야만 했던 던전이나 퀘스트들과는 달리, 이런 식으로 모든 각성자의 상태창에 직접 알림이 나타났다.

날짜는 물론이고 정확한 장소까지 말이다.

각성자들을 한데 모아놓고 서로 경쟁하게 만들려는 시스템의 의도가 다분히 보인다.

물론 그 ‘시스템’이란 게 자의를 가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 시기가 되면 전 세계의 각성자들이 레이드 던전에 도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그곳에선 수많은 보상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무기와 탈리스만, 스킬, 스탯, 다이아까지.

어느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든, 한탕 제대로 해먹을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현시점 내게는 단기간에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그러니 레이드는 내가 세운 ‘115억 계획’의 핵심이었다.

지금까지 해 온 기초 작업이 다 이걸 위함이었던 것이다.

‘기초스탯 총합 75 미만. 조건도 맞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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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기초스탯 총합 75 미만: 시리아

기초스탯 총합 75 이상 135 미만: 인도네시아

기초스탯 총합 135 이상 180 미만: 핀란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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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스탯 총합.

레이드 던전은 그 수치에 따라 난이도가 나뉘는데.

기초스탯이란, 수호령이나 탈리스만, 스킬 등의 영향을 모두 제거했을 때의 순수한 스탯치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각성자들에겐 일종의 레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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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 10 (+ 1)

활력: 10 (+ 1)

반사 신경: 10 (+1)

집중력: 10 (+ 1)

의지력: 20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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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내 기초스탯 총합은 60으로, 바로 저 시리아에 가는 ‘75 미만 그룹’에 속한다.

수많은 신인 각성자들의 데뷔 무대와도 같은 구간.

물론 75 미만이라고 해도 다 같은 75 미만이 아니다.

좋은 수호령과 빵빵한 장비로 무장한 각성자들.

그들과 다른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지금 내가 악룡마공을 사용하기 전과 후에 엄청난 스탯 차이가 있는 것처럼.

‘작년까지, 아니,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 간극의 밑바닥에 있는 게 바로 나였지만, 이젠 아냐.’

이전엔 남들과의 경쟁 같은 건 꿈도 못 꾸는 위치였지만, 올해는 다르다.

이제 난 전설 수호령의 소유자니까.

그것도 남들은 꿈도 못 꿀, 올라운더형 전설 수호령.

“영수증은 안 주셔도 됩니다.”

나는 면세구역 편의점에서 음료 하나를 산 후 뒤로 돌았다.

그런데 그때, 이 앞을 지나가는 남자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그자는 나를 알아본 듯, 눈이 휘둥그레지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 어어?”

내게도 익숙한 얼굴.

“형님! 그때 그 형님 맞으시죠?”

그때 그 지네 던전에서 마주쳤던, 깡패들의 먹이가 될 뻔한 남자였다.

* * *

[(주)미리내인터내셔널 이사 이진윤]

그 어리숙한 남자의 명함.

아직 군대도 안 갔다 온 것 같은 앳된 티가 나는 그의 직함이 이사다.

당연히 밑에서부터 올라간 건 아니고, 부모님 후광을 받아 비상무이사로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

“헤헤.”

애초에 그런 던전에 비싸 보이는 무기를 차고 왔을 때부터 알아봤다.

잘사는 집 아들이구나.

지금 입고 있는 옷만 봐도 그렇다.

깔끔하면서도 평범한 옷차림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죄다 명품 브랜드.

“미리내…… 설마.”

그런데 문제는, 그 부잣집이 그냥 부잣집이 아니라는 것.

“미리내백화점?”

“네. 하하.”

이진윤이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미리내백화점으로 유명한, 미리내그룹.

그 그룹의 총수가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백산그룹의 전 회장인 백가덕의 여동생, 백순덕이다.

“미리내그룹 백순덕 회장이…….”

“제 외할머니예요.”

그러니까, 이 녀석은 한국 최대 재벌가문인 범백산가의 일원이라는 뜻이다.

한국 최강 각성자인 성황 백선율과는 6촌 친척 관계가 되는 셈이고.

“뭐야.”

여기까지 알고 나니, 그날의 상황이 오히려 수수께끼가 되었다.

“도대체 왜 그 깡패들에게 쫓긴 거야?”

이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런 곳에서 깡패들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게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일단 주변에 그를 보호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게 이상하다.

이런 인물이면 기본적으로 옆에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갖춘 각성자가 경호원으로 붙어 다니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호원이 아니더라도, 본인의 무력부터가 남달랐을 터.

집안에서 지원해 준 빵빵한 자금으로 장비든 수호령이든 그런 깡패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좋은 걸 갖췄을 텐데.

왜 거기서 그렇게 무력하게 당한 거지?

내 물음에 이진윤이 머쓱해하며 대답했다.

“그, 실은…… 제가 겁이 너무 많아서요.”

“뭐?”

“위험한 상황만 되면 얼어붙어서, 그냥 머릿속이 하얗게 되거든요. 그래서 그날도…… 도망만 다녔고.”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다행히 그놈들이 탈리스만 방어장을 못 뚫어서 살았다”고 한다.

즉, 그날 이 녀석은 엄청나게 성능이 좋은 탈리스만을 차고 있었고.

그 깡패들은 여럿이 모여서 이놈을 칼과 도끼로 죽도록 두들겨 팼다는 거다.

그러고도 방어장을 못 뚫어서 추격과 도주를 반복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이놈이 마음만 먹었으면, 그냥 몸으로 공격을 받아내면서 그 깡패들을 다 쓰러뜨릴 수 있었다는 소리다.

근데 겁이 많아서 그걸 그냥 맞고만 있었단다.

“참 나……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왜 혼자 있었던 건데? 경호원 없어? 부모님이 그냥 보내주디?”

“그래서 담력을 키우려고 거기에 갔던 거죠.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하고요.”

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결국 그날 일은 철부지 왕자가 멋대로 왕궁을 탈출했다가 죽임당할 뻔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걸 내가 구해준 거고.

참 답답한 놈이 따로 없다.

물론 그 얘길 듣는 내 입가엔 오히려 웃음기가 새어 나오려 했다.

난 애써 그걸 숨겨야만 했다.

‘이거 완전 돈 많은 호구잖아.’

내 입장에선 너무 좋은 상황.

돈은 넘치고, 하는 짓은 어수룩한 재벌에게 빚을 지운 것이다.

“아무튼 형님, 그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날은 제가 혼이 빠져서 그냥 도망가 버렸는데, 오늘이라도 형님을 만나서 다행입니다.”

그가 굉장히 예의 바른 태도로 머리를 숙였다.

가정교육 하나는 제대로 받은 것 같다.

“고마운 거 알면 됐어.”

“제가 어떻게든 사례를 꼭 해드리고 싶은데…….”

“그래?”

난 씩 웃었다.

그러곤 한껏 여유 부리며, 그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그럼 나중에 술이나 한잔 사든가.”

급하게 갈 필요 없다.

천천히.

여기서 당장 뭔가를 요구하는 건 하수다.

이런 자들은 멀리 내다보고 관계를 유지하면서 인맥으로 만드는 게 진짜 이득이다.

“아유,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이진윤은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형님, 연락처 주시면 제가 다음에 꼭 한 잔 사겠습니다!”

난 그에게 통성명을 하며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야! 이진윤!”

그때, 멀리서 그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응! 윤아야!”

“빨리 와! 비행기 타야 돼!”

“알겠어! ……형님, 그럼 다음에 한국 돌아오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그러고는 공손히 인사하며 허겁지겁 떠났다.

그 손에는 비행기 티켓이 쥐어져 있었고, 도착지는 다음과 같았다.

‘DXB’

두바이 국제공항.

‘레이드 가는구나.’

시리아에 가기 위한 중간 경유지로, 내가 타는 항공편과 똑같은 루트다.

오늘 이 시간의 공항은 유난히 각성자가 많은 날이었다.

* * *

13시간의 비행 후, 시리아에 도착.

여기서 레이드 던전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시스템의 유도만 따르면 되었기 때문이다.

북적북적.

레이드 던전 입장 포탈 주변에는 이미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있었다.

원래는 인적 없는 허허벌판 초원이었던 곳인데, 지금은 천막들과 차량이 가득히 자리 잡고 있다.

레이드에 도전하는 각성자들.

그 각성자들에게 각종 물품을 판매하는 상인들.

이 광경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

취재하러 온 언론인들.

각양각색의 신분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언뜻 보면 마치 축제라도 벌어진 듯한 분위기.

하지만 이렇게 많은 각성자들이 몰려든 곳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나 마찬가지다.

뉴스에서 ‘군사적 긴장’ 얘기를 했던 건 결코 기우가 아니었다.

“레이드에서 도움이 되는 아이템! 꼭 사 가세요! 안 사고 들어가면 후회합니다!”

좌판을 깔아 놓고 잡동사니를 파는 잡상인들이 레이드 던전에 입장하는 포탈 주변을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다.

저들이 길을 막은 탓에 정작 레이드에 들어가려는 각성자들은 입장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비켜! 비켜!”

“뭐 하는 짓이야? 왜 남 장사하는 걸 방해해?”

“저기 기다리는 사람들 안 보여? 당신 때문에 못 들어가고 있잖아!”

“그게 왜 나 때문이야? 다른 사람보고 비키라고 하던가!”

그 과정에서 드잡이질도 서슴지 않는다.

문제는 저들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

혹시라도 잘못돼서 폭력을 행사하는 순간, 이 거대한 인파가 모인 공간은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하고 말 것이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한 명 한 명이 다 대량살상병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새끼가!”

“왜? 한 판 붙어보게?”

“어어! 누가 저 사람들 좀 말려요!”

시비가 붙은 두 사람이 각자 무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들의 무기가 파랗게 빛난다.

금방이라도 두 수호령의 투영 무구가 충돌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나를 포함해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수많은 각성자들은 모두 긴장했다.

저러다 언제 어떻게 주변으로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잠깐, 잠깐!”

그런데, 그 심각한 상황을 어떤 발랄한 목소리가 한 방에 깨뜨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서슴없이 두 사람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빛나는 칼날과 창날을 맨손으로 붙잡았다.

“싸우지 말고 말로 해요! 드와이트 씨, 당신도 흥분 좀 가라앉혀요.”

레아였다.

그녀는 단숨에 두 사람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한쪽과는 이미 구면인 듯한 모습.

거기서 무어라 몇 마디 말을 나누더니, 갑자기 남자와 잡상인이 악수를 했다.

그러곤 화해를 하는 분위기가 펼쳐졌다.

그렇게 되기까지 겨우 5분.

‘뭐야, 저 친화력.’

레아는 그 짧은 시간 만에 방금 전까지 서로 죽이려 하던 두 사람을 친구로 만들었다.

정말, 혹시 수호령의 권능 같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능력.

그렇게 상황이 종료되고, 다시 분위기가 아까와 같이 어수선해지려던 찰나.

“헤이! 신우!”

레아가 나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그냥 뭐. 너는?”

“난 완전 잘 지냈지!”

“너도 여기 레이드 참가하러 온 거야?”

난 자연스레 그런 질문을 던졌다.

지난번에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각성자가 올 법한 구역에서만 두 번째 만남.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그녀 역시 각성자인 건 확실한 것 같다.

“아니아니!”

그런데 그녀는 내 물음에 손사래 치며 고개를 저었다.

“난 친구 사귀러 왔지!”

“뭐?”

“이거 봐.”

그러고는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줬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찍은 사진이 그득하게 차 있었다.

그게 다 오늘 찍은 사진들이다.

그런데 그 사진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었다.

‘전부 다 엄청나게 비싼 무기들만 차고 있잖아?’

그걸 보고서야 내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주변의 그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곳곳에 평범한 각성자들은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무리가 여기저기 포진해 있다.

그 무리에 속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름 있는 기업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오너 일가이거나, 아니면 본인이 오너 그 자체이거나.

이곳은 일종의 부자들을 위한 사교 파티장이었던 것이다.

특히나 순수 스탯 총합 75 미만의 초급 각성자들이 모인 이곳은 그 의미가 더 남달랐다.

‘각성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자들의 데뷔 무대……. 그러니 더더욱 많은 관심이 쏠리는 자리인 거군.’

레아는 그런 자들과 친목을 다지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그들은 각성자라는 새로운 계급이 등장한 이 시대, 미래의 유망주들이니까.

“……그렇구나.”

“응. 넌 어때? 넌 레이드 참가하러 온 거지?”

그녀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뭐…… 그렇지.”

“너도 나랑 같이 사진 찍자!”

그러더니 갑자기 내 어깨를 감싸고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찰칵. 찰칵찰칵찰칵.

얼떨결에 난 그녀의 ‘갑부 친구들’ 목록에 들어가고 말았다.

저 말도 안 되는 친화력엔 나마저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파이팅! 끝나면 꼭 연락해!”

그러곤 순식간에 인사하고 가버렸다.

또 다른 강자들과 친목을 다지러.

난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멀뚱히 쳐다봤다.

남녀를 불문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저 매력적인 미소.

그 뒤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지.

이때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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