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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4화 (4/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4화

휙!

뒤에서 내 머리로 도끼가 날아들었고, 난 슬쩍 몸을 옆으로 틀어 그걸 간단히 피해냈다.

그냥 대놓고 공격하지 않고, ‘살려주겠다’며 방심하게 만든 다음 뒤통수를 치는 수법.

역시, 건달들답게 사소한 것 하나까지 비열하기 짝이 없다.

“엇?”

그 상태에서 주먹으로 공격자의 복부를 가격했다.

텅!

그 자는 그대로 눈알이 까뒤집힌 채 날아가서 자기 동료들과 부딪혔다.

“뭐, 뭐야?”

그들의 얼굴은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저놈부터 잡아!”

그 순간, 십여 명에 달하는 건달들이 일제히 나에게 달려들었다.

역할 분배 따위는 없는 오합지졸.

사용하는 무기가 죄다 도끼 아니면 칼 같은 근접무기다.

원거리 무기를 쓴다거나 후방에서 보조하는 인원은 하나도 없다.

‘쯧.’

난 속으로 혀를 차며 그들이 몰려오는 모습을 멀뚱히 지켜봤다.

아까 지네를 잡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저들은 느려진 시간 속에 갇혀 있고.

난 그로부터 자유롭다.

특수한 마법을 쓴 것이 아닌.

오롯한 격의 차이.

퍽! 퍼퍽! 퍽!

주먹으로 놈들을 하나씩 날려 버렸다.

한 방에 한 명씩.

전부 복부를 쳐서 쓰러뜨렸다.

그중에 죽는 사람이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장기가 멀쩡하면 산 거고, 안 멀쩡하면 죽은 거다.

털썩. 털썩.

건달들이 하나씩 나가떨어졌다.

과반수가 쓰러지고 난 다음에는, 놈들의 기세가 주춤했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전부 의식불명으로 만들어버렸다.

“으…… 으어어…….”

맨 앞에서 나머지 인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우두머리가 공포에 질린 채 바닥에 드러누워 있다.

그자가 마지막.

“자, 잘못했습니다! 제발…… 제발 살려주십쇼!”

비열 다음은 비굴.

역시, 우두머리답게 건달로서 갖춰야 할 모든 자질을 갖췄다.

“안 돼.”

콰직.

그놈에게 내가 내민 대답은 옆구리를 걷어차 날려 버리는 것.

놈은 동굴 벽에 머리를 부딪쳐 기절했다.

털썩.

그것으로 상황은 종료.

저대로 가만히 두면 전부 지네들에게 잡아 먹혀 죽게 된다.

그럼 저놈들은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존재가 지워지는 거다.

‘자업자득.’

남을 죽이는 일을 하면 자기도 죽을 수 있다는 걸 알았어야 한다.

그 이전에 각성자가 되고 무기를 쥔 순간부터, 저승사자의 명부에 미리 이름을 올려놓은 운명이기도 하고.

죽음이 무서웠으면 각성자로서의 삶은 진작 때려치웠을 거다.

그건 저들도 그렇고.

나도 마찬가지다.

“우, 우와…….”

이제 여기엔 이 범죄자들에게 살해당할 뻔한 남자만이 멀쩡히 의식을 갖추고 있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건 마치, 동경하는 연예인을 쳐다보는 열성 팬의 눈빛 같았다.

* * *

“감사합니다!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살해당할 뻔한 남자는 몇 번이고 그렇게 감사 인사를 건네더니, 황급히 떠났다.

이름이라도 물어볼 것 같이 굴더니, 그냥 우물쭈물하고는 가버린 것이다.

“나도 가야겠군.”

이쯤에서 내 사냥도 여기서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계속 머물다간 다른 사람이 와서 현장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물론 난 그냥 가진 않았고, 떠나기 전에 쓰러져 있는 건달들의 옷을 뒤졌다.

“쓸 만한 거 없나.”

일단 지갑은 전부 다 털었고.

이놈들이 쓰던 무기 중 내 것보다 더 성능이 좋아 보이는 너클을 발견했다.

<로마노프 31년식 너클 D형>

“뭐야…… 양아치 주제에 좋은 거 쓰네.”

로마노프 사는 러시아의 군수업체다.

마물 발생 이전에도 명품 총기 메이커로 이름을 날렸는데, 마물 발생 후에도 그 명성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군용 각성자 무기 제조업체로서 말이다.

“이건 내가 좋은 곳에 쓰도록 하지.”

그렇게 한 쌍의 너클을 챙기고, 다음으로는 ‘탈리스만’을 살펴봤다.

탈리스만은 언뜻 보면 펜던트 같기도 한 작은 부적 같은 물건인데, 이건 일종의 방어구다.

각성자가 몸에 지니고 있으면 신체를 얇게 감싸는 투명한 방어장을 형성하는 기능.

이것 덕분에 각성자들이 길거리에서 갑옷을 입고 다니거나 하는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펼쳐지지 않는 것이다.

대신 지금 나처럼 각자 입기 편한 평상복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찾았다.”

아무튼 이 녀석들이 가진 것 중 가장 쓸 만해 보이는 걸 발견했다.

───

<만능의 오크 워리어 탈리스만>

방어장 충전량: 98

모든 스탯 +1

───

스탯을 올려주는 탈리스만.

무기도 그렇고, 이 녀석들, 장비에 돈깨나 쓴 것 같다.

“이것도 잘 쓸게.”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싸구려 탈리스만을 버리고, 그 녀석의 것을 몸에 지녔다.

그리고 스탯을 확인했다.

───

생명력: 276/276

마나: 97/114

근력: 97 (+ 1)

활력: 97 (+ 1)

반사 신경: 97 (+ 1)

집중력: 97 (+ 1)

의지력: 97 (+ 1)

───

추가 의지력 +1이 특성1인 강대한 마력의 적용을 받아 마나량을 6 증가시켰다.

그리고 그렇게 증가된 마나량만큼, 특성2인 악룡마공에 의해 모든 스탯이 6씩 상승했고.

그러니 난 이 탈리스만 하나를 착용함으로써 모든 스탯이 무려 7씩 증가하게 된 셈이다.

“털어먹을 건 다 털었군.”

이제 나갈 시간이다.

나머지 깡패들의 소지품들은 다 두고 갈 생각이다.

어차피 남이 가진 장비들은 장물이라 함부로 팔지도 못한다.

이놈들처럼 평소에 남의 물건 뺏으러 다니는 놈들이야 아는 장물아비가 있겠지만, 난 아니다.

난 선량한 시민이니까.

그래서 당장 내가 쓸 물건들만 챙긴 것이다.

“뭐…… 소득이 나쁘진 않네.”

뜻하지 않은 장비 업그레이드를 마치고, 던전 밖으로 나가는 입구 쪽으로 향했다.

키이익!

앞에서 지네 마물 세 마리가 나를 반겼다.

난 아까 전보다 한층 더 깔끔하게 가다듬은 자세로 스텝을 밟으며 나아갔다. 그리고.

텅!

가장 앞에 있는 지네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으깨버렸다.

연이어 뒤에 있는 두 마리의 지네들에게도 단숨에 접근.

펑펑!

스트레이트, 레프트 훅, 라이트 훅의 콤비네이션으로 세 마리의 지네를 없애버렸다.

확실히 러시아제 무기가 좋아서 그런 건지, 아까보다 펀치가 훨씬 더 깔끔하게 박히는 것 같다.

“후우.”

그런데 바로 그때, 나에게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지다하카와의 동화율이 상승했습니다. 0.01%]

[과제 달성! 권능 <고통: 업화의 구>가 잠금 해제되었습니다.]

특성이 수호령으로부터 부여받는 힘의 일부라면.

권능은 그 수호령을 직접 불러내 현실에 그것의 힘을 현현시키는 것이다.

───

<고통: 업화(業火)의 구(構)>

아지다하카의 전신에서 뿜어 나오는 시커먼 지옥의 불꽃.

(1단계) 너클에 검은 불꽃이 얽힙니다. 적에게 닿으면 옮겨붙어 화염과 암흑 지속 피해를 입힙니다.

소모 마나량: 100

───

‘무기에 속성을 부여하는 권능?’

첫 권능부터 범상치 않다.

아지다하카라는 수호령의 정체성을 한껏 머금은 기술.

근접전을 하는 전사형이면서, 동시에 마법 스탯까지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내 특성과 아주 잘 어울리는 권능이다.

다만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마나 소모량이 너무 크군.’

내 마나 총량이 114인 지금, 저 권능을 한 번 써 버리면 마나가 최대치인 상태에서도 14까지 떨어져 버린다.

그렇게 되면 전체 능력치도 그만큼 하락하게 되고.

당연히 근접전도 안 된다.

적과 맞붙어서 그 불을 붙이려 하다, 내가 먼저 위험에 빠지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은 활용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권능이다.

‘역시…… 이 수호령의 힘을 제약 없이 사용하려면 마나를 회복할 방법이 꼭 있어야 해.’

다시 한번 마나 회복 수단의 필요가 절실하게 느껴진다.

* * *

그렇게 집으로 복귀한 나는, 마나 회복 수단에 관한 정보를 찾던 중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발견했다.

[‘신화 수호령’. 혹시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현재 알려진 최고 등급인 전설 수호령보다 더 위의 존재에 관한 사이트 운영자의 담론이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소문으로 이름만 알려진 등급. 세계 최강의 각성자인 ‘검제’나 우리나라의 ‘성황’ 같은 사람들이 그 ‘신화 수호령’을 가지고 있을 거란 추측이 있습니다.]

“신화 수호령이라.”

지금 이 정도만 해도 엄청난 힘이라 생각했다.

내 앞에 주저앉아 공포에 떨던 그 건달.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우러러보던 남자.

그 기억만 떠올려도 전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 성장하며 한없이 강해질 나에게 그건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위의 힘이 존재한다니.

[현재 알려진 바로는, 연말에 나타나는 ‘다이아 경매’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고 합니다.]

다이아 경매는 나도 알고 있다.

매년 12월 중순쯤이 되면 전 세계 모든 각성자들의 시스템 메시지로 시작되는 이벤트.

수많은 갑부들이 엄청난 양의 다이아를 들여 입찰하지만, 낙찰받는 건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뿐.

[작년의 낙찰가는 약 23억 다이아였네요. 시가로는 96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5조 원 정도가 되겠습니다.]

115조 원이면 항공모함 20척을 구입할 수 있고.

대한민국 국방비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금 이 웹사이트에서 하는 이야기는, 바로 그 어마어마한 금액의 다이아 경매 낙찰품이 ‘신화 수호령’이라는 것이다.

[세상에 그런 돈을 한 번에 쓸 수 있는 개인, 혹은 단체가 몇이나 존재할까요? 아마 미 국방성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거긴 말 그대로 1년에 국방비 1,000조를 쓰는 ‘천조국’이니까요.]

[물론 그것도 추측일 뿐입니다. 아직까지 미국 정부에서 그 부분에 대해 직접 밝힌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뭐가 어찌 됐든, 매년 그만한 돈을 쓰는 개인 혹은 단체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는 것과 ‘하이 랭커’라 불리는 최상위권 각성자들 중에 그 낙찰자가 있다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난 잠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한화로 다이아를 사면 500배 이득.

그런데 베트남 동은 한화보다 단위가 20배 정도 크니까, 합치면 10,000배 이득.

그럼 시가 115조 원의 금액은 나에게…….

‘115억 원.’

거기까지 생각하고선 히죽 웃었다.

‘해볼 만한데.’

제아무리 전설 수호령의 소유자라도 대한민국 국방비의 2배에 달하는 돈을 벌 수는 없지만.

강남 고급 아파트 2채 정도를 살 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국방비와 고급 아파트.

나에게 주어진 우위는, 그 둘 사이의 격차를 간단히 뛰어넘게 해주는 미다스의 황금손과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를 통해 난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감춰진 비밀에 도달할 수 있다.

신화 수호령.

이 세상의 아주 일부만이 독점하고 있는, 바로 그 신비한 비밀에 말이다.

‘내가 차지해 주지.’

목표가 확립되자 머릿속에 계획이 세워진다.

돈을 벌기 위해선 일단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거기에 약간의 투자금도 들어갈 테고.

다행히 지난번 수호령 뽑기를 위해 빌렸던 돈 중 남은 돈이 조금 있다.

‘이걸로 지금 나에게 가장 시급한 것부터 얻는다.’

난 그 즉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 * *

챙! 챙! 타타타탕!

창칼과 총을 든 다수의 각성자들이 고블린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곳은 서울 근교 산 중턱의 포탈로 입장하는 국영 고블린 던전이다.

접근성도 좋고 국영이라 입장료도 따로 없기에, 많은 하위 각성자들이 와서 사냥을 하는 곳이다.

여긴 지난번 지네 던전처럼 좁고 어두운 동굴이 아니라, 탁 트인 이세계의 평야 한가운데가 배경이라 공간도 아주 넓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사람이 붐빈다.

‘다신 안 올 줄 알았는데.’

물론 얼마 전까진 나도 자주 왔던 곳이기에, 이 풍경은 금세 익숙해져서 질릴 정도였다.

아무튼 그 수많은 사람들과 고블린 사이를 지나쳐, 내가 도착한 곳은 던전의 한 끄트머리.

멧돼지의 두개골을 꿰어놓은 창 하나가 덩그러니 땅에 꽂혀 있고, 그 뒤로는 푸른색의 불투명한 벽이 가로막고 있는, 던전의 경계선이었다.

거기서 난 조용히 명령어를 읊조렸다.

“히든 퀘스트 시작.”

내 힘에 비해 한참 수준이 낮은 던전에 온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물론 말이 히든이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퀘스트였다.

세계 각지의 웬만한 고블린 던전에서는 다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히든 퀘스트 <타락한 고블린 주술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그래.”

그렇다면 난 왜 진작 이 퀘스트를 완료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왜 저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도전하지 않는가?

그건 바로, 발동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서였다.

{퀘스트를 발동하기 위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홉고블린의 척추가 필요합니다.}

{다이어 울프의 이빨이 필요합니다.}

{웨어베어의 쓸개가 필요합니다.}

{린드웜의 독주머니가 필요합니다.}

다른 재료는 그렇다 쳐도, 드래곤의 일종인 린드웜의 독주머니를 구하는 게 극악이다.

물론 와이번이나 드레이크 같은 것에 비하면 한참 격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용은 용이다.

한갓 고블린 던전의 히든 퀘스트를 깨기 위해 구한다기엔 너무 뜬금없는 재료인 것이다.

그런 걸 구하려면 아주 많은 돈을 쓰거나 엄청난 시간과 인력을 들여야만 한다.

그런데, 지금 난 그 재료도 없으면서 왜 이걸 시작하러 왔느냐고?

{다이아 350,000개로 즉시 시작하시겠습니까?}

이것도 현질로 스킵하는 게 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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