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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화 (2/348)
  •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화

    당장 가진 돈을 다 털어서 다이아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던 그때.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원에 천 골드. 만 원에 만 골드. 어떻게 이렇게 딱 떨어질 수가 있지?’

    언뜻 생각하면 이상한 게 아니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실제 화폐와 가상화폐의 단위를 똑같이 하는 시스템은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거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다.

    ‘그럼 이 시스템을 누가 만들었는데?’

    세상이 게임처럼 변한 건 한국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이다.

    당장 이 서울역에만 해도 일거리를 찾아 해외에서 건너온 외국인 각성자들이 한가득이다.

    이런 세상에서, 갑자기 신이 한국인에게만 친절한 시스템 요소를 만든다고?

    말이 안 된다.

    [CURRENCY EXCHANGE]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지금 내 눈앞에 외화 환전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달러로 골드를 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지금 매매기준율은 달러당 1,201원.

    천원에 천 골드였으니, 1달러로 골드를 결제하면 1,201골드가 들어와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달러화를 쓰는 미국인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시스템이 된다.

    ‘결제.’

    은행 어플로 그 안 쓰는 계좌에 외화 송금을 한 후 달러로 골드를 구입했다.

    그러자.

    [보유 골드: 1]

    ‘……뭐야?’

    1골드가 들어왔다.

    1달러로 골드를 사니까, 1골드가 들어온 것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이딴 사기가…….”

    그런데 그 순간, 퍼뜩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잠깐.’

    1,000원에 1,000골드.

    1달러에 1골드.

    그리고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인도네시아 루피아’

    다시, 이번엔 인도네시아 루피아를 외화 송금으로 넣은 다음 결제해 봤다.

    한국 돈 1,000원당 12,820루피아였다.

    그걸로 골드를 구입하자.

    [보유 골드: 12,821]

    ‘알겠다.’

    이제 규칙을 알았다.

    이 미쳐 버린 시스템은 화폐 단위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즉, 같은 가치라면 단위가 큰.

    그러니까 단위 당 화폐 가치가 최대한 낮은 돈으로 골드를 사는 게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길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검색: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낮은 화폐]

    인터넷 검색이다.

    ‘짐바브웨…… 여긴 이미 폐지됐고. 베네수엘라, 이란…… 여긴 우리나라에서 환전이 불가능하고. 베트남 동…… 이거다!’

    현재 은행에서 매매할 수 있는 외환 중에 가장 단위가 큰 화폐는 베트남 동이다.

    달러 당 23,037동.

    일단, 당장 100만 원을 다이아로 바꿔본다.

    한국 돈 100만 원은 20,661,157동.

    이걸 골드로 바꾼 후 기존에 갖고 있던 것과 합쳐서 다이아 구입.

    {206,739 다이아를 획득했습니다.}

    “미친!”

    나도 모르게 기차역 한가운데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순간 주변의 시선이 내게로 모였다가 흩어진다. 불쌍하다는 듯 고개를 젓는 사람이 몇몇 보인다.

    스마트폰을 들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주식 하다 돈이라도 잃은 줄 아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난 오히려 그 반대다.

    [보유 다이아: 206,982]

    10다이아당 50만 원이니까.

    지금 난 103억4천2백만 원어치의 다이아를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겨우 100만 원가량의 돈으로.

    * * *

    다이아를 이용해 누릴 수 있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온갖 보조적인 용도로 쓰이는 잡동사니를 제하고서 가장 중요한 메인 디쉬는 단 하나.

    바로 수호령 재소환이다.

    ───

    <스테이터스>

    호칭: 없음

    본명: 유신우

    수호령: 호플리테스(하급)

    ───

    모든 각성자들은 각성하는 순간, 고유의 수호령을 갖게 된다.

    그 수호령의 능력이 곧 그 각성자의 능력.

    어떤 무기를 사용하고, 어떤 스탯에 가중치가 부여되고,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가 모두 수호령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게임으로 치면 클래스나 직업쯤으로 보면 된다.

    그런데 보통 게임에서 직업을 고를 수 있는 기회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지지만, 수호령은 그렇지 않다.

    하급, 상급, 희귀, 역사, 전설.

    이 다섯 단계로 나뉘는 수호령 중 어떤 수호령을 가질지는 완전한 무작위.

    운 좋은 사람은 각성자가 되는 순간 극히 낮은 확률로 전설 수호령을 부여받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하급 수호령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물론 영원히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건 아니다.

    300다이아, 그러니까 1,500만 원만 들이면 수호령을 다시 소환할 수 있으니까.

    다만 그렇게 하더라도 더 좋은 걸 뽑을 확률이 극도로 낮다는 게 함정일 뿐.

    [집계 단체마다 제각각 다르긴 하지만, 해외 통계에 따르면 희귀 이상의 수호령이 나올 확률은 0.05% 미만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역사와 전설 등급은 그보다 훨씬 더 낮아서, 각각 0.003%와 0.00025%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수호령 재소환 1회의 다이아 300개를 시가로 따지면 1,500만 원의 금액이니, 전설 등급 수호령을 불러낸다고 하면 기댓값이 약 6조 원이 되는군요!]

    그러니까 이 각성자의 세계에서 강자가 되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억세게 운이 좋거나, 아니면 엄청난 양의 다이아를 쏟아부을 수 있는 자금력을 가지는 것이다.

    “6조 원…….”

    딸깍. 딸깍.

    난 그 말도 안 되는 금액의 돈을 나직이 되뇌며 마우스를 움직였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수호령 재소환과 관련된 정보를 찾는 중.

    이것들이 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보다시피, 일반인들은 도저히 접근조차 하기 힘든 규모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 내가 보는 곳은 꽤나 신뢰할 만한 정보가 제공되는 사이트다.

    이전에도 이 사이트를 자주 이용하기도 했고.

    [6조 원이 너무 싸다고요? 당신이 전 재산 15조 원의 한국 최고 재벌, 백산그룹 회장님보다 돈이 더 많으시다구요? 그럼 지금 당장 도전하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역사와 전설 수호령처럼 이름이 있는 것들은 모두 다 유일무이한 존재들이기 때문이죠. 한 사람이 차지하는 순간, 다른 사람은 같은 걸 얻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너무 늦으면 안 됩니다. 나중엔 돈이 있어도 전설 수호령을 못 얻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그래. 늦지 말아야지.”

    난 히죽 웃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웃음이 허탈함을 의미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 나에게 다이아란 건, 헐값으로 살 수 있는 흔해 빠진 재화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말 재벌이 된 것 같은 기분이군.”

    막장 드라마처럼 갑자기 재벌가의 자손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그에 맞먹는, 아니, 그보다 더 높은 가치의 물건을 얻었다.

    “이 스마트폰……. 이건 신이 나한테 주신 선물이야.”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다.

    평범한 스마트폰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비범한 성물이라는 것을.

    “그래, 해보자.”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20만여 개의 다이아.

    전부 사용하면 총 689번의 재소환을 행할 수 있다.

    난 망설이지 않고 그 다이아를 전부 사용할 각오로 수호령 ‘뽑기’를 시작했다.

    {수호령을 재소환하시겠습니까?}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나고, 지금껏 거의 본 적 없는 생소한 장면들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호플리테스가 사라지고, 그 대신 빛과 함께 다른 형상이 등장한다.

    {하급 수호령: 로닌을 획득했습니다.}

    일본도를 들고 있는 검객.

    쓰레기다.

    다시 재소환을 했다.

    {상급 수호령: 다이어 울프를 획득했습니다.}

    이번엔 상급.

    하지만 이런 걸로 성에 찰 리가 없다.

    다시.

    …….

    그렇게 재소환된 수호령들은 대부분이 하급이었고, 이따금 상급 수호령이 나오기도 했다.

    “희귀급만 뽑자.”

    내가 노리는 것은 희귀.

    그것만 얻으면 전설까지는 금방이다.

    희귀 수호령을 가지게 되면 대기업에서 일당이나 받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중추 부서에 입사하는 게 가능.

    거기서 받는 억대 연봉으로 차곡차곡 돈을 모아 역사, 전설로 업그레이드해 나가면 된다.

    그렇게 전설 수호령을 가지는 순간, 장비값에 허덕이며 살던 이전까지의 삶과는 영원히 안녕이다.

    “희귀급만, 희귀급만…….”

    그렇게 간절히 기도를 하며 하나씩 수호령을 갈아치우던 그때.

    {역사 수호령: 사자심왕 리처드를 획득했습니다.}

    오늘따라 재수가 좋으려니, 운이란 것도 기세를 따라붙는 걸까?

    기대하지도 않던 것이 불쑥 내 눈앞에 튀어나왔다.

    “아…….”

    그걸 본 순간, 난 눈이 뒤집히고 말았다.

    * * *

    예전에 다른 일 때문에 카지노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난 도박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고, 그걸로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을 워낙 많이 봐서 오히려 경계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시간이 많이 남기도 했고, 때마침 주머니에 돈도 조금 있어서 슬롯머신을 한번 건드려 보았다.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화려하게 돌아가는 화면과 시끄러운 소음.

    정신을 차려 보니, 난 어느새 50만 원이란 돈을 그 작은 기계에 쏟아붓고 있었다.

    포커나 블랙잭처럼 큰돈을 베팅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몇천 원짜리 도박만으로 말이다.

    거기서 가산을 탕진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당연히 난 아무것도 잃은 게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도박이 그만큼 무서운 것이라는 건 확실하게 배웠다.

    그때 나에게 불을 지핀 것이 무엇이었냐 하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터진 100배 잭팟.

    단 몇 초 만에 천원이 10만 원으로 변하는 경험을 하고 나니, 몇만 원은 돈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었다.

    지금이 딱 그렇다.

    재소환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역사 수호령 하나를 뽑으니, 이게 정말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그보다 더 위의 단계.

    조금만 더 도전하면, 전설 수호령에도 얼마든지 닿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0.00025%의 확률.’

    그리고 그런 생각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게 아니었다.

    ‘기댓값으로는 6조 원. 이 스마트폰 어플과 베트남 동의 환율을 이용하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그날부터 난 돈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녔다.

    주문한 무기 구매 건도 취소하고, 적금도 깨고, 대출도 썼다.

    그렇게 구한 돈을 베트남 동으로 환전하고, 골드를 사고, 다이아로 바꿨다.

    거의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수호령 재소환에만 매달려 있었던 것 같다.

    “……됐다.”

    매일매일 환전과 결제, 뽑기를 반복하는 나날들.

    이 기간 동안 난 1금융권뿐만 아니라 2금융권까지 동원해서 약 4억 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됐어.”

    환전한 금액은 88억4736만1797동.

    다이아로는 88,473,617다이아.

    재소환 횟수는 총 294,912회.

    이걸 현재 시가로 환산하면?

    4조4236억8천만 원.

    이 천문학적인 비용의 수호령 작업으로.

    “됐다고!”

    {전설 수호령: 악룡 아지다하카를 획득했습니다.}

    얻고야 말았다.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몇 년은 더 빠르게 말이다.

    * * *

    3억이 훌쩍 넘는 빚이 생겼다.

    그것도 사채까지 포함해서.

    정말 미친 짓이다.

    근데 이젠 그게 걱정이 되지 않는다.

    나에겐 전설 수호령이 있기 때문이다.

    ───

    <악룡 아지다하카>

    -세상을 파괴로 몰아넣는 앙그라 마이뉴의 화신. 강대한 마력을 지녔으며, 신의 피조물들로부터 목숨을 빼앗기 위해 온갖 사악한 술수를 사용합니다.

    ───

    비범하기 그지없는 설명.

    비범하기 그지없는 외양.

    그것은 세 개의 머리를 가진, 포악하다는 말로밖에 묘사할 길이 없는 외모의 괴물 드래곤.

    이게 이 세상에서 나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무이한 수호령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단순히 최상급이라는 점을 넘어 좀 더 큰 의미가 부여되는 기분이다.

    “근데…… 이거 성능이 왜 이래?”

    ───

    속성: 암흑

    무기: 너클

    주 스탯: 의지력

    부 스탯: 없음

    동화율: 0.00%

    [특성 목록]

    [권능 목록]

    ───

    한데 왜인지 성능이 너무 언밸런스하다.

    마법 관련 스탯인 의지력이 주 스탯인데, 무기는 힘에 영향을 받는 너클.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이 수호령으로는 주먹질을 하면서 싸워야 하는데 스탯은 마법 관련 스탯이 증가한다는 소리다.

    심지어 부 스탯은 아예 없고.

    “이게 무슨 의미지?”

    난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특성 목록을 열어보았다.

    저 요소들이 어떤 특성과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

    1. 강대한 마력

    -(항시적용)의지력 1당 마나 증가량이 3에서 6으로 상승합니다.

    ───

    “마나량 두 배 상승?”

    이게 마법사형 수호령의 것이라면 조금 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굉장히 김빠지는 특성.

    그럴 거면 차라리 마법 공격력 같은 걸 늘려주는 게 훨씬 낫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 무기가 너클이다.

    ‘아무리 봐도 마법사형 수호령의 무기가 아닌데.’

    머릿속에 의문만 가득 품은 채, 난 그 아래에 있는 두 번째 특성을 확인했다.

    ───

    2. 악룡마공

    -발동 시 모든 스탯이 현재 마나량과 동일한 수치가 됩니다(단, 마나량 순환계산 없음). 마나를 지속적으로 소모합니다.

    ───

    “……이거였구나.”

    그리고 모든 퍼즐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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