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화
5년 전.
현실 세계는 마치 게임처럼 변해버렸다.
징조도. 이유도. 현실성도.
전혀 없었다.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는 모두 무의미한 일로 돌아갔다.
그저 사람들은 변화된 세상에 적응해 나갈 뿐.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
<퀘스트 일지>
(주간)고블린 던전 클리어
보상: 다이아 10개 -완료!
───
{계약이 발동되었습니다.}
{계약의 내용에 따라, 퀘스트의 보상이 <성황(1급)>님에게 이전됩니다.}
내가 완료한 퀘스트의 보상이 모두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난 그 메시지를 그저 보고만 있다.
“수고하셨습니다. 일당은 내일 오전 중으로 입금될 겁니다. 여기, 계좌번호 맞는지 확인하시고.”
대가는 50만 원.
하루 일한 대가치고 절대 적다고 할 수는 없는 금액이다.
“그럼 다음 주에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각성자님들.”
난 선택받은 사람이다.
나에겐 ‘상태창’이 보인다. 그리고 퀘스트가 주어진다.
그중 돈이 되는 것은 주간 다이아 퀘스트.
다이아는 여러 기능들에 활용되는 각성자들만의 재화다.
부자들은 그 재화를 이용해 자신의 능력을 강화하고, 나 같은 일반인들은 부자들에게 그 재화를 팔아 돈을 번다.
원래는 다이아를 직접 양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계약’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퀘스트 보상을 이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주어지는 다이아 퀘스트로 돈을 버는데.
책정된 가격은 앞서 봤던 것처럼 10다이아 퀘스트 하나당 50만 원.
한 달에 4일만 일하고도 200만 원을 벌 수 있다.
거기에 추가적인 의뢰나 던전 공략으로 월 300에서 400만 원까지 수입을 내고 있다.
단지 각성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버젓한 집 한 채도 없이, 단칸방 월세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성자들은 돈을 쉽게 버는 만큼, 나가는 돈도 많기 때문이다.
[MS-117 뇌속성 장창]
[가격: 49,900,000원]
무기 하나가 차 한 대 값에 맞먹는다.
최하 난이도의 던전을 도는 내 수준에 맞는 무기가 말이다.
그렇다고 새 무기를 사지 않을 수도 없다.
현 상황을 유지하려고 해도, 그 유지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각성자는 적어도 수입이 한 달에 천만 원 정도는 나와야 숨통이 트이는 직업.
물론 그 시점부터는 삶의 질이 확 달라지기는 한다.
그때까지 나를 포함한 99%의 평범한 각성자들은 고치 안의 애벌레 신세일 뿐인 것이다.
[결제하시겠습니까?]
“후.”
스마트폰으로 찾아볼 수 있는 인터넷 무기 쇼핑몰.
난 굳게 마음을 먹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그래도 이게 있으면 좀 더 높은 수준의 던전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제쯤 다이아를 내 손으로 직접 쓸 수 있는 날이 올까.”
지금 내겐 이게 최선이다.
장비 맞추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다이아를 직접 사용한다는 건, 그야말로 천상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천억 원 대의 돈은 기본인 수준이고, 진짜 제대로 뭘 해보려면 조 단위의 돈이 필요하다.
그러니 당장은 아예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 있어 10다이아란 그냥 50만 원일 뿐이다.
* * *
재벌가 자제들이라고 하면, 대개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갑질, 오만, 문란, 방탕, 뭐 그런 단어들이 따라붙는 이미지들 말이다.
물론 진짜 그런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그런 건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인간 자체가 말종이라 그렇다.
단지 그런 인간이 그 많은 돈으로 문제를 일으키니 일도 더 커지고 더 부각되는 것일 뿐.
진짜 정상급 재벌가의 자제들은 오히려 점잖다.
흔히 말하는 ‘로열패밀리’.
그런 사람들은 자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
-‘성황’의 칭호 소유자로 알려진 백산그룹 재벌 4세 백선율 씨가 일본에서 토벌전을 마치고 오늘 귀국했습니다.
내 다이아 퀘스트 계약의 주 고객인 남자가 기차역에 비치된 대형 텔레비전 너머로 얼굴을 드러냈다.
난 한 번도 직접 만난 적 없는 인물이다.
나와 대면하는 사람은 말단 직원들뿐.
아무튼 그는 오늘도 세계 평화와 인류 수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게이트. 거기서 몰려나와 인류의 생활권을 침공하는 마물들.
그걸 방어해 내고 귀국했다고 한다.
나 같은 개미들의 다이아들을 하나하나 모아 얻은 힘으로 말이다.
물론 저런 행위 자체가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는 걸 생각해 보면, 저것도 다 이익 관계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뭐가 어쨌든 중요한 건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그를 칭송한다는 거다.
그에 비해 나는 그저 저런 주인공들이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그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밑에서 뒤나 닦아주는, 들러리일 뿐이지만.
‘아…… 부럽다.’
저런 삶을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주연의 삶.
한 번만이라도 저런 사람의 삶을 살아봤으면 좋겠다.
솔직히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보는 망상일 것이다.
‘알고 보니 내가 재벌가 핏줄’ 같은…….‘
됐다. 그런 막장 드라마 클리셰 같은 일이 나한테 일어날 리가 없지.
달칵.
“응?”
열차 탑승 시간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발밑에서 느껴진 기묘한 감촉에 바닥을 확인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아, 이런!”
스마트폰이다.
누군가 떨어뜨린 것을 내가 밟고 만 것이다.
‘괜찮나?’
혹시 어디 부서진 데는 없나 살펴보았다.
다행히 금이 가거나 한 곳은 없어 보인다.
‘휴…… 근데.’
그러곤 바로 주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구 거지?’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내 근처는 텅 비어 있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내 근처에만 아무도 없었다.
‘뭐야…….’
그래서 별생각 없이 그걸 분실물 센터에 갖다 놓으려고 했다.
주인이 있으면 알아서 찾겠거니, 하는 생각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띠리링.
그 순간, 알림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알림의 내용은 너무나도 눈에 띄어서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언제까지 남들 바닥이나 깔아주고 있을 거야?]
“…….”
마치 일부러 나더러 보라는 듯, 정곡을 콕 찌르는 문장.
그건 문자도 아니고, SNS 메시지도 아니었다.
어떤 어플의 이름이었다.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난 그 자리에 서서 멀뚱히 그 알림 메시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필 내가 주웠을 때 이런 이름의 어플에서 알림이 뜬 건 무슨 우주의 조화란 말인가.
피식, 썩은 웃음이 터져 나오려던 찰나.
“잠깐, 이거 왜 이래?”
갑자기 휴대폰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금 화면이 해제되고, 그 기묘한 이름의 어플이 자기 스스로 실행되었다.
그러더니 검은 화면에 복잡한 코드들이 가득히 채워졌다.
[동기화 중…… 99%…… 100%.]
[사용자 <유신우>, 동기화.]
마지막엔 내 본명이 화면에 나타나며, 나를 멋대로 사용자로 등록해 버린 것이다.
‘뭐야, 이거 왜 멋대로……. 아니, 내 이름을 어떻게 안 거지?’
난 직접 조작한 게 아무것도 없다.
그저 휴대폰을 들고 있었을 뿐인데, 자기 마음대로 작동한 것이다.
심지어 내 이름까지 그대로 언급하면서 말이다.
‘뭐지?’
난 처음에 이 휴대폰의 주인이 그저 나와 동명이인인 사람인 줄 알았다.
이 괴악한 어플 이름이야 세상에 얼마든지 있을 수도 있고.
그런데 문제는 그 화면에 나와 있는 항목이었다.
[보유 다이아: 23]
나에게 귀속된 다이아의 개수와 정확히 일치하는 수량이 거기에 쓰여 있는 것이다!
* * *
예전에 나도 다이아 한번 모아보겠다고 계약 없이 직접 퀘스트와 사냥을 나가본 적이 있다.
물론 바보짓이었다.
뽑기를 한 번 돌리려면 다이아를 300개나 모아야 했기 때문이다.
기회비용으로 따지면 1,500만 원.
그런데 확률이 너무 극악이라 그 돈으로 차라리 장비를 사는 게 훨씬 낫다.
이걸 깨달은 때는, 이미 다이아가 나에게 귀속된 후였지만.
아무튼 그렇게 쓰지도 못하고 처치 곤란으로 남은 다이아가 23개.
그리고 지금 이 어플에 나타난 ‘사용자 유신우’의 다이아도 23개.
‘우연이라고 하기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없다.
유신우라는 이름의 각성자에게 다이아가 23개 있다는 사실을 찍어서 맞춘다?
이런 정보가 든 스마트폰을 하필 당사자인 내가 우연히 줍는다?
그건 말도 안 된다.
이건 누군가 의도적으로 나를 노리고 한 짓임이 틀림없다.
‘근데 난 내가 다이아를 23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한테도 알린 적이 없는데…….’
물론 그래도 의문은 남지만, 어쨌든 이 상황은 그렇게 생각해야 개연성이 맞다.
무엇보다도 이 어플엔, 그야말로 수상한 기능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이아 구입]
그 항목의 내용을 살펴보니, ‘골드’라는 재화가 있고, 그걸로 다이아를 구입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골드는 현금 결제로 살 수 있다고 한다.
‘사기네. 역시.’
그것도 친절하게 계좌에서 바로 입금할 수 있도록 결제 시스템까지 갖춰 놓았다.
너무 뻔히 보이는 수작.
현금으로 다이아를 직접 산다는 얘긴 들어본 적도 없다.
다이아는 오직 퀘스트로만 얻을 수 있는 재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기를 누가 속아?’
근데…… 솔직히 자꾸 눈이 간다.
어플 상단에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는.
[언제까지 남들 바닥이나 깔아주고 있을 거야?]
라는 저 문구가.
‘……그게 난가?’
결국 난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보기로 했다.
‘큰돈 쓰지 않고 조금만 해서 확인해 보면 알 수 있겠지’란 생각에서였다.
‘혹시 모르니까 안 쓰는 은행 계좌로…….’
만약을 대비해서 내 주거래 은행이 아니라 다른 은행의 안 쓰는 계좌를 통해 결제하기로 했다.
난 곧장 내 스마트폰의 은행 어플로 그 계좌에 1,000원을 송금하고, 이 수상한 어플로 같은 금액을 결제했다.
‘근데 1,000원에 골드를 얼마나 주는지는 안 나와 있네?’
라고 생각한 순간.
[보유 골드: 1,000]
1,000골드가 들어왔다.
꽤나 심플하다. 1,000원에 1,000골드.
‘그럼 이걸 다이아로 교환하면…….’
다이아 교환 항목에 들어가 보니, 1다이아당 100골드라고 되어 있다.
1,000골드면 다이아 10개로 교환 가능.
난 곧장 그걸 눌러봤다.
‘한번 무슨 개수작을 부리는지 보자. 이 사기꾼들아.’
반신반의도 아니었다.
장난 반 호기심 반.
그저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을 뿐, 진심으로 믿진 않았다.
그런데.
{10다이아를 획득했습니다.}
이번엔 메시지가 그 스마트폰이 아니라 내 눈앞에 홀로그램 형태로 나타났다.
이건 진짜 이 세계의 ‘시스템’의 작동으로 인해 발생한 메시지란 뜻이다.
“……말도 안 돼.”
난 곧장 내 상태창에서 다이아 상점을 열어봤다.
그랬더니.
{보유 다이아: 33}
늘어나 있다.
단순히 어플 상으로만 늘어난 게 아니라, 진짜 나에게 귀속된 다이아의 개수가 10개 늘어난 것이다.
“이건…… 사기잖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다이아 10개짜리 퀘스트의 보수금은 50만 원이다.
그런데 지금 난 천 원을 결제해서 50만 원 가치의 다이아를 얻었다.
무려 500배의 이득을 본 것이다.
‘이럴 수가.’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소름.
설마, 꿈은 아니겠지?
볼을 꼬집어봤지만 아프다. 꿈은 아니다.
그래서 이번엔 만 원을 결제해 봤다.
그랬더니 만 골드가 들어왔고.
그걸 다이아로 환전하자 이젠 내 보유 다이아가 133개가 되었다.
‘내 잔고, 잔고가 얼마더라?’
곧장 은행 어플로 계좌를 확인했다.
지금 내 당좌예금 계좌엔 아까 전 무기를 구입하고 남은 돈 552만 원이 있다.
552만 원의 500배는 27억6천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