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홧김에 시장 되다-275화 (완결) (276/279)

275.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 3.(완결)

“반갑습니다, 김도훈 시장.”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저 이제 시장 아닌데요. 후보라고 불러주십시오.”

“하하. 그러죠.”

찰칵! 찰칵! 찰칵!

시장직을 사퇴하고 충남지역 민주, 진보진영 선거연대 대표자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한 도훈.

민의당 등 다른 당의 대표자들과 악수하는 도훈의 모습을 담기 위해 기자들이 연신 셔터를 눌렀다.

한동안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해준 대표단이 회의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김도훈 후보가 참석한다니까 오늘 기자들이 훨씬 많이 왔어요. 역시 인기인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부럽다 못해 배가 아플 지경입니다. 하하.”

다른 대표들의 말을 도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듣고만 있었다.

인기인까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도훈이 다시 화제가 된 건 맞았다.

대흥시청 앞 계단에서 직원들과 퇴임기념 사진을 즐겁게 찍는 동영상과 너무 작아 구분하기도 어려운 2백에 가까운 얼굴들이 함께한 사진이 온라인에 돌아다녔고 공중파 뉴스에 소개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동영상과 사진에 대한 평가가 다양했지만, 도훈이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이런 내용이었다.

- 사진 속 모두가 자연스럽게 웃는 게 참 신기하다. 동원한 것도 아니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퇴임하는 시장을 타박해 사진 찍는 과정을 보면 다른 건 몰라도 시장이 직원들과 소통은 아주 잘한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보기 좋다.

아무튼, 퇴임 날 동영상과 사진은 물론 그 전에 도훈이 언론에 등장했던 사건들이 되새겨지며 도훈이 다시 화제가 되는 건 사실이었다.

“그렇게 직원들과 친근하게 지낼 수 있는 비법이라도 있습니까?”

“글쎄요. 그냥 편하게 대화를 많이 하려 노력한 것 말고는 별것 없습니다.”

“하하. 별것 아니라지만, 실천하기 참 어려운 것이기도 하네요.”

잠시 한담이 오간 뒤 회의가 시작됐다.

회의 주제는 후보 단일화 과정 및 그 규칙에 대한 것.

도훈은 이 부분에 대한 경험이 없어 대개 듣는 편이었고, 이따금 대표들에게 원칙을 재확인시키는 정도의 발언만 했다.

“단일화가 나누어 먹기 식으로 진행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애초에 하지 않는 것만 못할 겁니다.”

“후보들은 물론이고 단일화 과정을 지켜보거나 거기 참여하는 시민들도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그럴 수 없는 방법은 오히려 분란을 키울 뿐이지 않을까요?”

“그건 좀 편향된 생각인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신민당에 안 좋다고 다른 당 후보들에게도 그런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닙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겠죠.”

민의당, 진평당, 신민당의 세 대표 사이에서 도훈이 묘하게 중심추 혹은 완충재 역할을 했다.

당을 대표하는 세 사람은 아무래도 자기 당 후보들의 이익과 유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지만, 도훈은 그런 것에 일절 영향받지 않고 있었으니까.

도훈이 입바른 소리를 해도 소도시 시장 후보일 뿐이라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지금 시점에 충남지역뿐 아니라 전국을 다 살펴도 도훈만큼 주목받는 이가 많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도훈이 나름 역할을 했어도 회의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중앙당끼리 합의한 기본적인 원칙이 없었다면 더더욱 오래 걸렸을 터.

“휴우, 이 정도면 일단 오늘 논의하기로 한 건 마무리해도 되겠군요.”

“네. 하하. 저는 이제 입이 아프네요.”

“맞습니다. 배도 고프고 말이죠.”

중간 휴식 시간을 포함해 회의는 세 시간 가까이 걸렸다.

“다음부터는 김 후보 대신 전 비서실장님이 참석하기로 했죠?”

“네. 전 아무래도 후보라 현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할 테니까요.”

“중앙 대표회의에 한 번 참석해 달라는 것 같던데, 그건 가능하겠습니까?”

“미리 일정을 알려주시면 한 번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쩝. 우리도 그렇지만, 중앙에서도 김 후보에게 기대 많이 하고 있는데···.”

민의당 대표인 국회의원이 아쉽다는 말을 했지만, 도훈은 담담히 듣기만 했다.

이미 두진이 미리 도훈이 선거연대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합의를 한 상태였으니까.

민의당 대표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비슷한 눈빛이어서 도훈은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 뭐, 우리도 수긍했으니까요. 아무쪼록 잘 부탁해요, 김 후보.”

“나도 부탁하고 싶어요. 후보들이 체감하는 분위기가 녹록하지 않습니다. 다들 최선을 다하겠지만, 김 후보가 어떤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힘을 내주세요.”

진지하게 부탁하는 세 당의 대표를 향해 도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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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훈은 미리 결정했던 것처럼 ‘검소하게’ 선거운동을 했다.

앰프를 단 유세차를 사용하지 않고 시내에서는 자전거나 도보로 이동했고, 외곽지역을 나갈 때만 차량을 이용했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유세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대흥시 전역을 누비며 시민들과 악수하고 인사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리고 이런 도훈의 선거운동은 빠짐없이 촬영되고 편집되어 인터넷에 공유됐다.

물론, 유명하고 인지도 높은 후보들의 선거운동 영상이 꽤 많이 인터넷에 업로드되고 있었지만, 그들과 도훈의 영상에는 차이가 있었다.

- ... 3선 국회의원의 직권 남용, 중요한 문제죠. 미리 단속하거나 좀 더 일찍 적발하지 못한 책임이야 분명히 여당이나 정부에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 이상의 책임을 물으려면 증거를 내놔야죠.

- 아, 야당 후보들이 제보를 받았다잖아!

- 제보라면 뭔가 신빙성을 높일 수 있는 증거나 증언이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제보받았다거나 그랬다더라 하는 사람 중에 그런 것 제시하는 사람 한 명도 없어요, 어르신.

- 그, 그래? 에이, 설마?

- 정말이에요, 어르신. 언론사 기사들도 그랬다더라 하는 내용이지 증거나 증인이 나온 건 하나도 없어요.

여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공수처 수사를 지연시키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믿는 어르신과 대화하는 도훈.

- 그런 줄은 몰랐네? 하도 그랬다고 떠드는 사람이 많아서.

- 안 했다는 건 증명하기 어렵잖아요. 하지만,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증거나 증인이 하나도 없다는 건 문제가 아닐까요?

- 그, 그러네.

- 네. 그러니까 무조건 그 말이 맞을 거라고 믿지 마시고 다음에 또 그런 주장하는 사람 보시면 그렇게 말하는 증거가 뭐냐고 한 번 물어보세요. 중요한 문제잖아요.

- 흐음. 그래야겠어.

- 네. 얘기 들으시면 저한테도 알려 주세요. 저도 궁금하네요

- 알았어. 다음 장날도 올 거지? 내가 그때 알려줄게.

- 하하, 네.

도훈의 영상은 전부 유세가 아니라 시민과 조곤조곤 대화하는 내용이었다.

- 너무 여당만 당선되면 그것도 안 좋은 거 아닙니까? 견제와 균형이라는 말이 왜 있겠습니까?

- 틀린 말씀 아닙니다. 한쪽 의견만 너무 많으면 다른 쪽 얘기는 안 통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한쪽 의견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타인의 견해를 동시에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무슨 뜻입니까, 시장님?

- 일단 저 지금은 시장 아니고 후보이고요. 제 말은 지난 몇 년간을 돌이켜보시면 쉽게 이해되실 거로 생각합니다. 국회만 놓고 봐도 그렇습니다. 총선 전에 대자당을 필두로 보수 야당들은 자기들의 주장이 옳다고 끝까지 버티며 국회에서 거의 일을 안 했습니다. 국제기구에서 추경예산 편성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고 경제에 활력을 주기 위한 예산이 급한 데도 그랬죠. 소방관 국가직 화도 유치원 관련법도 질질 끌었었습니다. 그뿐입니까? 심지어산불이나 지진 피해 국민을 위한 예산조차 외면했었습니다.

- 흐음, 그랬죠.

- 생각이 다르더라도 중요한 국가정책을 토론하고 결정하는 게 국회의원의 임무잖아요? 그런데 장외투쟁을 한다면서 밖으로만 돌았고, 복귀에 명분이 필요하다면서 조건을 달았었죠. 그때 민국당에서 이런 지적도 했었어요. 무단결근하다가 출근하는 주제에 무슨 명분이 필요하냐고요.

- ... 기억납니다.

떨떠름한 표정의 중년인과 대화하는 도훈은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 그러다 총선이 있었고, 여당과 진보진영이 과반이 됐습니다. 국회가 달라졌어요. 싸울 때 피 터지게 싸우더라도 일단 법안 논의는 하잖아요. 지난 총선 이후로 사람들이 국회를 얘기할 때 ‘싸울 때 싸우더라도 일은 하면서 싸우는 것 같아서 좀 낫다’는 얘기를 괜히 하겠습니까?

- ... 흐음.

- 여권 쪽이 다수가 됐다지만, 뉴스나 인터넷으로 국회의원들 회의 자리에서 목소리 높이고 싸우는 장면 계속 나왔습니다. 그걸 보고 보수 야당 쪽 주장에 국민의 호응이 높으면 법안이 수정된 적도 있었어요. 분명 수적으로 여권에 치우친 국회지만, 상대의 주장에 일리가 있을 때 그걸 인정하니까 최소한의 역할은 하잖습니까.

- ......

- 저는 그래서 자신의 정견만큼 타인의 정견도 존중할 수 있는 이들이 많이 뽑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여권 쪽이 정말로 그렇다고 믿으시는 겁니까?

- 물론이죠. 그렇지 않으면 선거연대에 왜 합류했겠습니까?

- ... 글쎄요.

- 제 말로 부족하다면, 저희 쪽 선거연대의 그 누가 됐든 붙들고 물어보십시오. 당신이 출마한 지역의 시민을 위해 뭘 할 거냐고 말입니다. 누가 됐든, 절대 귀찮아하지 않고 준비한 내용을 착실히 설명할 겁니다.

아무리 대흥시장 선거라지만, 유권자들은 도훈에게 대흥시‘만’의 문제를 질문하지 않았다.

전체 선거판의 이슈도 질문을 던졌고, 국가정책에 대한 비판도 내놨다.

도훈은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곤조곤 자기 생각을 말하며 설득하고자 했고, 혹여 설득되지 않더라도 ‘다름’을 선선히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 ... 선생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 제 말이 일리가 있는 게 아니고 맞는 것 아닙니까?

-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 아니, 그게 퍼주기가 아니면 뭡니까? 세금을 그렇게 펑펑 써대는 게 어떻게 좋은 일이에요?

- 글쎄요. 이렇게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도 세금이 엄청 들어갑니다. 뿐입니까? 국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엄청난 세금이 들어가죠.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저는 이 땅에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자 투자라고 생각합니다만, 세금을 쓰는 일이니 그만큼 신중하고 꼼꼼하며 철저해야겠죠.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말이죠.

- 아무튼, 이거 큰 문제에요. 안 그래요?

- 당연하죠. 그러니까 이렇게 여러 생각이 있는 것이고 토론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것이겠죠.

도훈의 영상에 꼭 토론하는 모습만 등장하는 것도 아니었다.

- 시장님, 같이 사진 찍어요!

- 사진은 찍어주는데··· 너희 오늘 학교 안 갔냐?

- 오늘 개교기념일이에요!

- 뻥 치고 있네. 얘들아. 내가 지난 4년간 이 동네 시장이었다. 학교들 개교기념일이 언젠지 다 외우고 있어. 대흥중학교 개교기념일은 8월이야! 너희 땡땡이쳤지?

- 우우! 시장님도 꼰대 에요? 우리 얘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땡땡이래!

항의하는 중학생 아이들을 차분히 타이르는 도훈.

- 글쎄다. 너희가 사정이 있을 수는 있겠다만, 개교기념일이 아닌 날에 개교기념일이라고 거짓말하는 건 다른 사람들이 너희의 사정마저 외면하는 이유가 돼. 그거 아냐?

- ... 그거 뭐요?

- 우리나라 사람들은 최소한을 지키는 사람의 말은 일단 들어보자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소한을 지키지 않는 사람의 말은 대개 들어볼 필요도 없다고 외면한다는 거?

- ......

- 너희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똑같지 않아?

- ... 그, 글쎄요.

- 선생님 말씀이 무조건 옳고 학교는 절대 빠지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야. 너희의 사정이 중요하면, 너희의 사정이 중요하다고 이해받을 수 있도록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

- 우우! 뭐가 그리 어려워요?

- 자식들아. 원래 세상이 어려운 거야. 어른 되면 더 어려워진다. 너흰 운이 좋은 거야. 선생님께 들킨 게 아니고 나한테 걸렸으니까. 너희 학생지도 선생님 꽤 무서운 분이잖아.

- 와, 아세요?

- 당연히 알지. 그분 전화번호도 아는데 전화 걸어볼까?

- 아니요! 우리 죽어요! 큰일 나요!

- 좋아. 전화 안 하마. 대신 나한테 얘기해 봐. 사정이 뭐야?

점심시간에 몰래 학교 밖에 나온 녀석들과 ‘인생 공부’하는 영상은 예상외로 학생들에게 ‘좋아요’를 많이 받았다.

근엄한 시장보다는 동네 형처럼 친근하게 타이르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장이 우리 동네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댓글과 함께.

아무튼, 이슈를 주제로 토론하고 정책을 설명하며 다양한 시민들을 만나 나가는 ‘날 것’과도 같은 도훈의 선거운동 동영상은 점점 많은 사람이 보게 됐다.

온라인에서 영향력이 큰 민주, 진보진영의 인사들이 열심히 퍼 나른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상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 가능했던 일.

이는 대흥시민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는 도훈이고 웬만해서는 도훈과 목소리 높이는 일 없이 웃는 낯으로 대화하는 대흥시민이기에, 그리고 도훈과 시민 사이에 거리감이 없으므로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오직 대흥시에서만, 오로지 대흥시민을 대상으로만 하는 유세이고 대화임에도 도훈의 영상은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선거 중반부터 비슷한 컨셉의 민주, 진보진영 후보의 영상이 줄을 이어 돌아다니기 시작했지만, 그 누구도 도훈보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지는 못할 정도로.

도훈과 항상 동행해 영상을 찍고 편집해 올리는 이들은 한 팀으로는 일이 너무 많아 두 팀으로 나누어서도 거의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일했다.

그렇게 하루에 최소한 셋, 많으면 열 개 가까운 영상들이 만들어지고 온라인에 퍼졌다.

나중에는 ‘제발 이런 얘기 좀 해줬으면’ 하는 신청이 도훈의 선본에 많이 전해지다 못해 쌓일 정도로 도훈의 ‘대화’는 많은 사람이 듣고 또 들었고 영향을 줬다.

아무튼,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분위기의 반전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도훈을 필두로 민주, 진보진영의 후보와 운동원들이 유권자들과의 ‘대화’에 집중하고 또 집중하면서부터였다.

대흥시의 다른 시장 후보들이 정작 대흥시 일에는 관심이 없고 엉뚱한 이야기만 한다며 도훈을 공격하기도 했지만, 도훈은 이 공격 앞에서도 떳떳했다.

- 제 얘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합니다. 동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먼저 어떤 전국적 의제를 입에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질문이나 의견을 받으면 그에 답하는 게 일반적이죠. 또, 제가 대흥시 일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하시는데 제가 지난 4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반성하며 어떤 계획을 갖고 다시 시장이 되고자 하는지는 매일 제가 만나는 시민 여러분이 가장 잘 아실 겁니다. 다만, 그런 내용을 온라인 영상에는 잘 포함시키지 않을 따름이죠.

실제로 그랬고, 시민들도 그걸 알기에 도훈이 대흥시의 일은 젖혀두고 엉뚱한 데 정신이 팔렸다는 비판을 정작 시민들로부터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무튼, 김도훈 ‘식’의 유권자와 대화 영상으로 정책과 정견을 알리는 건 민주, 진보진영의 유력 후보들이 거의 모두 따라 했고 일부 네티즌들이 ‘Best’ 순위를 뽑을 정도로 일반적인 방법이 됐다.

거대 담론이나 정견, 정책을 많은 사람 앞에서 거창하게 유세하는 것과 한 사람 혹은 소수의 몇과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것 중 어떤 게 더 쉽게 다가오겠는가?

그것이 ‘영상’으로나마 가능한 환경이었기에, 그리고 그 일에 많은 사람이 전력을 다했기에 선거의 분위기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달라져 갔다.

그리고···.

- ... 출구조사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겠습니다. 10, 9, 8, 7, 6, 5, 4, 3, 2, 1.

빰빠라 빰!

“와아아아아아!”

“......”

전국의 수많은 선거운동본부 사무실에 희비가 교차했다.

그리고 개표가 진행되어가며 출구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의 얼굴에도 하나둘 희비가 엇갈렸다.

개표가 시작되고 한 시간 반 정도 지났을 때, 충남 대흥시의 한 선본 사무실에서도 그랬다.

“와아아아아!”

환호하는 사람들 맨 앞에서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도훈.

내심 당선될 거라고 믿고 있었지만,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도훈도 긴장을 풀지 못했던 것이다.

“이겼다, 이겼어!”

“됐다! 됐다고!”

“내가 된다고 했잖아! 질 수가 없다고 했잖아!”

“아무튼, 만세다! 만세!”

두진과 영배는 물론 선본 사람들과 지지자들이 서로를 얼싸안으며 환호하는 순간에도 도훈은 의자에 앉아 주먹에 힘을 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 다시 시작이네.’

지난번 같은 얼떨떨함은 없었다.

‘일 났다’는 낭패한 마음도 없었다.

감당할 수 있겠는지 고민도 되지 않았다.

할 수 있다고 믿어 다시 도전했고, 더 잘할 수 있다고 자신했기에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은 부족한 자신이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고 노력하는 좋은 파트너와 동지가 대흥시와 전국에 더 많았으면 좋겠다 생각해 ‘모험’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성공했고.

도훈이 그렇게 감회에 젖어있는데, 누군가가 소리쳤다.

“자, 여러분. 우리 시장 당선자님 소감 한마디 들어봅시다! 박수!”

“와아아아아!”

짝짝짝짝짝!

박수와 함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도훈이 몸을 일으켜 돌아섰다.

지지자들과 기자들도 제법 많이 있었지만, 도훈은 고생한 선본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차례로 시선을 맞췄다.

빙긋.

살짝 미소를 머금은 도훈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 대흥시장 당선자 김도훈입니다.”

“와아아아아아!”

짝짝짝짝짝!

도훈이 손을 들어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박수와 함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

그리고 사람들이 도훈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김도훈! 김도훈! 김도훈!”

조용해지길 기다리며 다시, 웃는 낯으로 사람들과 시선을 교환하는 도훈.

그렇게 도훈은 재선에 성공하고, 또 다른 도전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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