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4화.성기사와 점쟁이(2) (14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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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사와 점쟁이(2)

창을 통해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볕이 기분 좋은 어느 오후. 아가씨는 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검은 후드를 짙게 눌러쓴 손님은 아가씨를 향해 몸을 숙였다.

“미천한 소인이 작은 검을 이끄는 자를 뵙습니다.”

“응, 그래. 네가 늪지의 점쟁이야?”

“부족한 몸이지만, 거리에서는 그렇게 불리고 있습니다.”

아리시엘은 예를 갖추는 점쟁이의 인사를 받았다.

그녀를 방으로 안내한 시녀는 총총걸음으로 나갔다. 고개를 깊이 숙인 점쟁이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조심스레 이쪽을 살피는 기색이 느껴졌다. 알베르트는 그녀에게 후드를 벗어도 좋다고 말했다.

연보라색 머리카락이 스르르 흘러내렸다.

검은 리본을 이용해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그녀는 생각보다 어린 용모를 하고 있었다.

거리의 다른 점쟁이들과는 다르다. 대부분 나이가 많은 노파들인데 반면, 그녀는 많아 봐야 20대 초반이지 않을까. 하지만 아가씨는 별로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다.

오히려 점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양 볼이 살짝 달아올라 있었다.

“신통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들었어. 뭐든지 물어보기만 하면 다 맞춘다고 하던데, 사실이야?”

“그렇지 않습니다. 소인은 그저 보이는 징조 안에서 답을 찾아낼 따름입니다. 점이라는 건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문제를 푸는 것과 같습니다. 그 안에 어린 길과 흉을 얼마나 잘 솎아낼 수 있는가에 따라서 창출하는 가치가 달라질 뿐입니다.”

“어려운 말은 됐어. 맞출 수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것만 말해봐.”

“공녀님이 원하시는 바에 따라서 다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길의 흐름을 봅니다. 공녀님이 걸어온 발자취와 그 길에서 이어질 수많은 미래를 보죠. 잔가지를 전부 쳐내고 나면 굵은 가지가 남는데, 저는 그 가지가 자라나는 길을 훔쳐봅니다.”

“음……. 뭔가 미덥지 못하네.”

확실한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아가씨는 두 볼을 부풀렸다.

결국, 점쟁이가 하는 말은 확실한 미래를 보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불만이 입술로 표출된다. 삐죽 입을 내민 그녀는 말을 이었다.

“일단 시험 삼아 한 가지만 물어볼게. 이번에 혼약 이야기가 들어왔거든. 혹시 상대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겠어? 점을 쳐서 말이야.”

“사람의 얼굴을 특정 짓는 점이라면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응. 좋을 대로 해봐”

아가씨는 흔쾌히 허락했다.

알베르트는 그녀의 짐을 갖고 왔다. 낡은 가방 안에는 수상쩍어 보이는 물건들이 가득했다. 검은 수정구와 붉은 모포. 예비용으로 갖고 다니는 건지 안쪽에는 깨끗한 로브와 후드도 엿보였다. 점쟁이는 안쪽에서 수정구와 요사스러워 보이는 해골 장신구를 꺼냈다.

테이블 위는 순식간에 점쟁이의 도구로 장식되기 시작했다.

붉은 모포를 깔고 수정구를 올린다. 주변을 장신구로 채우고, 초에 불을 붙인 그녀는 입을 열었다.

“공녀님의 피를 받을 수 있을까요?”

“피? 내 피를 어디에 쓰게?”

“점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아픈 건 싫은데…….”

“그건 곤란합니다.”

고민하는 아리시엘의 말을 막듯이 알베르트가 앞으로 나왔다.

피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촉매제가 된다. 이름이 조금 유명할 뿐인 점쟁이에게 함부로 아가씨의 피를 내줄 수는 없다.

“알겠습니다. 그럼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도 괜찮습니다.”

“손수건도 괜찮아?”

“가능합니다.”

아리시엘이 평소에 쓰던 손수건을 꺼내자, 점쟁이는 공손히 두 손을 내밀었다.

하얀 손수건을 받은 그녀는 수정구 앞에 내려놓았다. 자리에 앉은 그녀는 수정구 위로 손을 얹었다. 검은 수정구 안쪽에서 하얀빛이 일렁였다. “무엇보다 거룩한 기둥이 고한다.” 작은 속삭임이 들렸다.

수정구에 깃든 빛이 섞이듯이 요동쳤다.

형형색색 다양한 빛깔이 떠오른다. 하얀색과 붉은색, 파란색. 세 개의 색이 혼탁하게 물들어간다. 세 개의 색은 이내 검은빛으로 녹아들었다. 작은 점으로 뭉치듯이 빨려 들어가던 색은 반짝하고 빛났다.

검은색이 옅어진다.

회색으로 변하고, 하얗게 탈색되던 색은 이내 한 사람의 모습을 그려냈다.

어딘지 모르게 병약한 느낌이 드는 소년이었다.

은청발의 머리카락. 햇빛을 많이 받지 못한 듯 피부는 하얀 걸 넘어 투명해 보였다. 그 나이 때의 소년답지 않게, 얼굴의 볼살은 많이 야위어 있었다. 수정구 안의 소년을 바라보던 아리시엘은 점쟁이를 보았다.

“이게 누구야?”

“저도 모릅니다.”

“…….”

재미없는 시선이 점쟁이를 향했다.

“아, 그게……. 고, 공녀님의 피를 사용했다면 모를까, 제가 다룬 것은 손길이 닿은 도구입니다. 그곳에 남은 흔적을 이용해 투영했을 뿐입니다. 제가 알 수 있는 거라고는 단 하나. 이 남성이 공녀님과 연이 깊은 분이라는 것 정도입니다.”

목이 날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걸까. 당황한 점쟁이가 재빨리 덧붙였다.

“하지만 처음 보는 얼굴인데. 노아는 누군지 알겠어?”

유력한 가문의 사람이라면 노아도 인상착의를 꿰고 있을 터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가씨.”

“알베르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사를 불러본다.

“자하단 공자님입니다.”

“그렇지? 역시 알베르트도……. 잠깐. 누구라고?”

“성 미뉴에트 가문의 차남분입니다.”

지병 때문에 병적으로 하얗던 저 얼굴을 잊을 수 있을 리 없다.

이전 시대에는 아가씨와 결혼했던 부군이다. 다른 건 몰라도 얼굴 하나만큼은 아가씨의 취향에 맞는 사람이었다. 병으로 얼굴은 물론이고, 몸 전체가 망가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자하단이라면…….”

아리시엘은 수정구 속의 소년을 응시했다.

백발에 가까운 은발은 어떤지. 붉은빛으로 물든 두 눈은 어떤지. 병약해 보이는 인상은 어떤지. 소녀에 가까운 팔다리는 어떤지. 이윽고 답을 내린 건지, 그녀는 입을 열었다.

“마음에 안 들어.”

“아가씨. 사람의 외면도 중요하지만, 가장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은 내면입니다. 그런 면에서 자하단 공자님은 다른 공자님들보다 성숙하신 분입니다.”

자하단 성 미뉴에트는 나이에 맞지 않게 철이 든 남자였다.

앓고 있는 병 때문에 항상 죽음을 곁에 두고 있었지. 사람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죽는 그 순간에도 아가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던 남자였으니까. 단지 좋은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하는 것뿐이다. 태어날 때부터 위험한 고비를 몇 번이고 넘겨왔던 자하단은, 결국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아가씨는 그런 자하단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그가 가진 가문의 힘을 이용할 뿐이다. 애초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었으니까.

아가씨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자하단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혼약을 받아들였다.

“알베르트는 자하단을 알고 있는 거야? 마치 보고 온 것처럼 이야기하네.”

“소문을 들었을 뿐입니다. 자하단 공자님이 앓고 있는 병은 유명하니까요.”

“얼굴을 알고 있는 것도?”

“잊을 수 없는 얼굴이지 않습니까. 이런 특색을 가진 분은 보기 힘들죠.”

못 미더운 시선이 돌아왔다.

넌지시 알베르트를 바라보던 아가씨는 좋아, 하고 넘어갔다.

“다른 건 더 알 수 없는 거야?”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래? 그럼 사양 않고 물어볼게.”

주인님의 건강이나 가문의 앞날. 아카데미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해 잡다한 것을 물어본 아가씨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더 궁금하신 것은 없으신지요?”

“음, 그러네.”

고민하듯 주변을 둘러보던 아가씨는 노아를 보았다가, 알베르트를 보고 빙긋 웃었다.

“내 집사. 알베르트의 점을 봐줘.”

“알겠습니다, 공녀님.”

“아가씨?”

“집사가 말이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모양이야. 그런데 나한테는 비밀이래.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에게 비밀이라니. 괘씸하지 않아?”

지난번에 에일린이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는지, 아가씨는 심통이 난 듯 툴툴거렸다. 하지만 연기에 가깝다. 그 얼굴에 깃든 장난기를 확인한 알베르트는 입가를 찌푸렸다.

“그럼 집사분의 물건을 하나 받고 싶습니다만.”

“아가씨.”

“안 돼?”

“…….”

머뭇거리는 아리시엘의 모습에 알베르트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싫으면 거절해도 좋다는 눈치다.

“어쩔 수 없군요.”

알베르트는 옷깃에서 루드비히 장식을 떼어냈다.

저택으로 돌아온 이후 몸에서 떨어뜨린 적이 없는 장신구다. 촉매제로는 충분할 것이다. 검 문양의 장식을 수정구 앞에 놓는다.

늪지의 점쟁이는 수정구 위로 손을 올렸다.

아가씨 때와 마찬가지로 수정구의 색이 섞이기 시작했다.

검은색과 흰색. 회색으로 물들어가는 색은 혼탁한 빛을 띠더니 이내 은빛이 되었다.

별무리 지는 은발의 여인.

의심할 여지가 없는 그녀다. 유피에르 바토리의 모습이 수정구에 투영됐다.

“예쁘잖아.”

“이거 누구야? 난 처음 보는 사람인데.”

아가씨랑 노아 누님이 둘 다 눈을 빛내고 있다.

수정구 안을 가만히 응시하던 알베르트는 고개를 돌렸다.

밑져봐야 본전이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름이 어떻게 돼?”

“유피라고 합니다.”

“유피?”

“그렇습니다.”

아리시엘은 수정구 속의 유피와 알베르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런 아가씨를 뒤로 한 채 점쟁이가 입을 열었다.

“알베르트 님이라고 하셨던가요?”

“네.”

“몇 가지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가씨 때와는 다르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는 말을 잇기 시작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잔가지 중에서도 가장 큰 가지와 연결된 길을 엿보고 그걸 말씀드립니다. 집사분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제가 엿본 길에 의하면 수정구 안의 여인과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노력해도 닿지 못할……. 네?”

“알고 있습니다. 이루기 힘들다는 것은.”

담담하게 말하는 알베르트의 어조에 점쟁이는 눈을 깜박거렸다.

“그래도 도전하는 것이 남자지 않겠습니까.”

“…….”

점쟁이는 고개를 돌렸다.

잘못 들은 것일까. 분수도 모르는, 하고 무언가 억눌린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감당할 수 없는 재해와 마주치게 될 겁니다.”

“앞과는 다르게 내용이 구체적이군요.”

“그만큼 눈에 보이는 시련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아주 큰 시련! 함부로 다가갔다가는 그대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아요. 끔찍한 저주가 있을지도 모르죠. 감당할 수도 없는 저주가요.”

“각오하고 있습니다.”

유피의 모습이 사라진다.

수정구 속을 대체한 것은 폭풍우 치는 바다였다.

“전 말씀드렸습니다. 이 여성 분을 쫓는다면 큰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여난의 상은 물론이고, 자연재해와도 비슷한 시련이 알베르트 님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뭔가 화가 난 목소리였다.

마치 자신과 관계된 일이라는 것처럼 그녀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자연재해?”

반문한 것은 아가씨였다.

그 목소리에 정신이 든 것처럼 점쟁이는 목을 가다듬었다.

“네. 예로부터 자연은 사람의 힘으로 대적할 수 없는 현상을 가리켜왔죠. 아침이 밤이 되는 걸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땅에서는 비가 내릴 수 없는 것처럼. 즉, 알베르트 님이 시도하는 사랑은 자연을 거스르고자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으음…….”

앓는 소리를 낸 것은 아리시엘이었다.

그녀는 음, 하고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는 것처럼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내 생각도 그래. 알베르트. 유피라는 이 여자, 너와는 사는 세상이 다른 것 같아.”

“아가씨의 눈썰미가 맞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아리시엘은 방긋 웃었다.

“좋아. 그래야 루드비히 가의 집사지. 걱정하지 마. 집사의 행복을 챙겨주는 것도 주인님의 일이야. 알베르트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게 내가 도와줄게.”

에헴, 하고 가슴을 펴는 아가씨의 모습에 알베르트는 무심코 미소를 머금었다.

“아가씨가 도와주신다면 천군만마가 함께 하는 셈이죠.”

“음음, 당연하지. 알베르트는 내가 어떤 말에 기뻐하는지 잘 알고 있다니까.”

아가씨가 궁금한 것은 그게 전부였는지. 노아를 불렀다.

노아는 준비해 둔 소정의 물건을 가지고 왔다. 금화가 든 묵직한 주머니와 쿠키가 담긴 상자다.

“이건……?”

“오늘 내 초대에 응해줘서 고마워. 이 정도면 섭섭지 않게 챙겨줬다고 생각하는데. 부족해?”

천연덕스러운 아가씨의 대답에 점쟁이는 말을 잇지 못했다.

생각보다 보수가 많아서일까. 아니, 그런 것과는 다르다. 눈치로 보아하니, 단순히 이런 대우를 받아본 건 처음으로 보인다.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네.”

“소인은 당분간 이 도시에서 머무를 예정이니, 이후에도 궁금하신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시기를. 공녀님의 부름이라면 언제든지 달려오겠습니다. 다시 뵐 그 날까지 부디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응, 너도 건강하게 지내.”

노아는 늪지의 점쟁이를 바깥으로 안내했다.

그런 그녀와 교차하듯이 문 앞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이안 란스터. 루미에르 교에서 파견된 성기사다. 그녀는 노아의 안내를 받으며 나가는 점쟁이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점쟁이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그는 이내 열린 문에 노크를 넣었다.

“들어와도 좋아요, 이안 경.”

“오랜만에 뵙는군요, 아리시엘 공녀.”

“저택에 도착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생각보다 절 일찍 만나러 오셨네요.”

“물론입니다. 공녀를 보는 일이니까요.”

서로를 응시하던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미소를 지었다.

“어때? 이제 좀 나도 아가씨다워졌어, 이안 오빠?”

이히히, 하고 아리시엘의 입가에 웃음이 퍼졌다.

“제법 모양새는 나네.”

“모양새만?”

“레이디는 쉽게 토라지지 않는 법이야.”

“으……. 이안 오빠는 항상 딱딱해.”

좀 더 능청스럽게 말해봐, 하고 아가씨는 투덜거렸다.

방 안으로 들어온 이안은 조금 전 점쟁이가 앉아 있던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비운 노아를 대신해 알베르트는 차를 준비했다.

“수도는 어땠어? 블러드 로열에는 그렇게 예쁜 것이 많다며. 스테인드 글라스로 아름다운 제론의 신전도 그렇고. 완벽한 거로 따지면 로휠드의 여신상이 최고라고 그랬잖아. 빨리빨리 알려줘. 응? 어서 말해봐.”

“레이디의 자세를 지키지 않으면 말씀드리지 않을 겁니다.”

“으, 으음. 알겠어요.”

어색하게 헛기침을 터뜨린 아가씨는 다소곳하게 앉았다.

하지만 몸을 배배 꼬고 있는 것이 궁금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눈치다.

“이야기할 시간은 많습니다. 하지만 아리시엘 공녀. 그 전에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좋아요. 먼저 당신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이안 경.”

이안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웠다.

아가씨를 바라보며 그는 입을 열었다.

“라시엘 공작 각하의 배려로 이번에 사자기사단과 함께 네크로맨서를 수색하러 출진하게 됐습니다. 그 여정에, 공녀도 데려가라는 가주님의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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