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
붉은 온기
“과연, 그렇게 된 거였군요. 사룡초라……. 문헌에서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분명 용종의 시체에서만 나는 약초였죠. 몸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고 봤어요.”
“이건 또 재밌는 이야기네요. 용이라니, 휴가라도 받을 걸 그랬네요.”
“라피엘이 허락해줄 것 같지 않은데.”
“아하핫. 그럴 리가 없잖아요. 안 준다면 몰래 빠져나가면 되는 일이고.”
뭘 그런 걸 신경 쓰냐고, 아이네르는 소탈하게 웃었다.
질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피에르와 콜린의 반응은 아무래도 좋은 모양이다. 어쩐지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인다. 병문안을 핑계로 업무 지옥에서 벗어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국, 고생하는 건 라피엘 뿐이라는 이야기다.
유피에르는 둘이 가져온 선물을 확인했다.
전날 개업식을 치른 호랑나비 객잔에서 사 온 딤섬이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딤섬은 그럭저럭 맛이 괜찮았다. 걱정 많은 의녀는 속에 부담이 적은 죽을 챙겨 먹으라고 권했지만. 그녀가 만드는 죽은 초가 붙을 정도로 맛이 없었다. 성에서 먹던 딱딱한 귀리 빵이 생각날 정도다. 가능하다면 두 번 다시 먹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알베르트가 갔다는 거네요.”
“하긴, 그 집사라면 용도 충분히 때려잡을 것 같아.”
“그럴 리가 없잖아요. 진짜로 용종이 있다면 누가 와도 이길 수 없어요.”
“그렇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대단한 실력이었잖아.”
금낙장에서 사룡을 상대하던 알베르트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검기가 꽃으로 피어오르던 그 모습은, 이제는 맥이 끊겨버린 한 문파의 검법을 떠올리게 했다. 그들이 피운 꽃은 매화였지만, 집사의 주변에서 피어난 꽃은 난초라는 점만 달랐을 뿐이다.
“역시 황녀님이 키운 집사는 뭔가 다르네요.”
“내가 키운 거 아니야. 난 주웠을 뿐이야.”
성에 허락도 없이 들어온 불청객.
처음 알베르트를 봤을 때 유피에르가 느낀 감정은 그것뿐이었다.
그랬던 꼬맹이가 아저씨의 제자가 되고, 그녀의 집사가 되었다.
눈발이 흩날리던 그 날로부터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겨우 그것밖에 안 됐나. 유피에르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못해도 몇 년은 흐른 느낌인데, 실제로 지나간 시간은 한 손으로 헤아릴 수 있는 정도였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던 탓이겠지. 양양과 낙양에서 겪은 일은, 어느 것 하나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양양을 집어삼킨 지옥도와 낙양의 밑에서 행해지고 있던 이신설교의 비밀스러운 의식.
마침 이곳에 그녀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성안에 틀어박혀 있었다면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 마침 유피에르가 양양에 볼일이 있었고, 낙양으로 향하게 됐으니 말이다.
“그럼 집사 스스로 터득한 힘이라는 건가요? 황녀님이 단련시킨 게 아니라?”
“그런 셈이지.”
유피에르는 풍성한 은발을 쓰다듬었다.
별무리가 떨어지듯이 손가락 사이에서 은빛이 흘러내렸다. 정리하는 걸 잊어먹은 그녀의 머리카락은 꽤 길어 있었다.
“본인은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야. 아직도 더 강해지고 싶은 것 같더라고.”
“왜 그렇게 강해지고 싶은 거래요?”
“글쎄. 그냥 강해지고 싶은 게 아닐까. 무인들은 그렇잖아. 무의 극의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무인이 바라는 것이니까. 나보다는 네가 더 잘 알지 않겠어? 아이네르도 일단은 무인이잖아.”
“음, 저는 좀 특이한 경우라서 참고가 안 될 것 같아요.”
“특이해?”
“네, 안 배우면 죽으니까. 죽자살자 배웠을 뿐이에요.”
냠, 하고 아이네르는 남은 딤섬을 입으로 가져갔다.
무슨 말이냐는 유피에르의 시선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라피엘이 말 안 했나요?”
“지저 출신이라는 이야기밖에 못 들었어.”
“그래요? 음……. 별로 재밌는 이야기는 아닌데.”
“말하기 곤란하면 안 해도 상관없어.”
누구나 비밀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아이네르는 콜린을 보았다. 부관도 상관의 과거 이야기에는 흥미가 일었던 듯 궁금하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 눈이 결정타였다. 잠시 고민하던 아이네르는 입을 열었다.
“저는 말이죠. 지저 출신의 고아에요. 부모님 얼굴은 모르는 건 물론이고, 이름도 없었죠. 뭐, 흔한 일이에요. 이름은 있어봤자 의미가 없거든요. 어차피 지저에 떨어진 이들은 며칠 안 돼서 죽으니까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젖비린내 나는 애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그렇게 주린 배를 참아가며 죽어가고 있었죠. 그러던 와중에 말이죠. 재수 없는 영감탱이가 절 거두었어요.”
“영감탱이?”
“네. 싸움판에서는 유명한 사람이더라고요. 제법 싹수가 보이는 아이를 데려다가 싸움꾼으로 키우는 영감탱이였죠. 최소한의 먹을 것을 던져주고, 잡다한 기술을 가르쳐주더라고요. 저 말고도 몇 명의 아이들이 더 있었지만. 다 죽고 저랑 영감탱이가 데리고 있던 재수 없는 년만 살아남았어요. 그 밥맛인 년은 지저 출신인데도 글을 읽을 수 있었으니, 잡무를 맡고 있었거든요. 그쯤이었을 거에요. 저랑 그 년이 이름을 받은 것도. 싸움판에 등록하려면 이름이 필요했거든요.”
“저기, 혹시나 하지만 그 재수 없는 년이라는 게…….”
“맞아요. 지금의 라피엘이에요.”
이야, 그때는 정말 재수 없는 년이었죠. 하고 아이네르는 킥킥거렸다.
“정말 짜증 나는 게 뭔지 알아요? 그 영감탱이. 저한테는 다니엘 아이네르라는 남자 같은 이름을 던져주고, 그 년에게는 라피엘 슈네르라는 여자 같은 이름을 던져준 거 있죠? 나 참.”
라피엘 슈네르. 다니엘 아이네르.
두 사람의 이름이 비슷했던 것은 한 남자가 지은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나보다.
“정말 여러 일이 많았죠, 라피엘이랑은. 티격태격하다 보니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버려서. 철이 들었을 무렵에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어 있었어요. 그 뒤로는 뭐라 할 것도 없어요. 싸움판에 나가서 하루살이처럼 살다가. 단속에 딱 걸렸죠, 뭐. 당시에 은혜를 베풀어준 시더 황자님이 아니었다면 옥에서 죽었을 거로 생각해요.”
“오빠의 가신이 된 건 그런 까닭이야?”
“맞아요. 휘하로 들어오라고 하시는데, 저 혼자 가는 건 싫더라고요. 그래서 라피엘도 이야기를 했더니. 냉큼 낚아채시더라고요. 영감탱이는 우리 몸값으로 엄청난 돈을 요구한 것 같은데. 황자님이 다 치르신 모양이고.”
마지막까지 재수 없는 영감탱이였다니까요, 하고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이런 자리까지 올라온 거예요. 내일을 걱정하던 꾀죄죄한 꼬맹이가 말이죠. 그래서 무공이 어떻냐고 물어봐도, 솔직히 대답하기가 조금 힘들어요. 남들은 뭔가 대의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전 그런 게 없으니까요.”
“들개에게는 들개만의 방식이 있는 거네.”
“그래요, 반짝이 황녀님. 들개는 그런 건 아무래도 좋거든요. 비를 피할 수 있는 잠자리가 있고.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고. 재밌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만족해요.”
방긋 웃은 아이네르는 콜린을 보았다. 그녀의 시선에 콜린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래도 이 남자의 고생은 좀 더 길어질 모양인가 보다.
“그 영감의 이름은 기억해?”
“이름은 몰라요. 대신에 별호를 하나 쓰고 있더라고요. 늙은 쥐. 게슴츠레한 그 영감에게 딱 맞는 별호에요.”
“…….”
유피에르는 눈을 찌푸렸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인연이 이어졌다. 낡은 나룻배에서 싸구려 술을 마시던 뱃사공이 분명 그런 이름이었다. 하지만 생활 수준이 그리 높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오빠에게 받은 거금은 전부 도박으로 탕진한 걸까. 그녀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번에는 황녀님 차례에요.”
“그래, 하나를 들었으면 하나를 돌려줘야지. 뭐가 궁금한데?”
유피에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라피엘에게 들었는데. 용의 무덤은 세상의 끝 근처에 있다면서요? 세상의 끝이 정확히 뭔가요?”
“세상의 끝이라…….”
검은 안개밖에 보이지 않는 공간을 떠올린 마녀는 흠, 하고 말했다.
“내가 말한다고 해서 네가 이해할지 모르겠네. 꽤 어려운 이야기야.”
“음, 괜찮아요. 저도 약간은 알고 있어요.”
“약간이라면 얼마나?”
“우리 세상이랑 악마들의 세상이 충돌하면서 생긴 공간이잖아요.”
“그래, 기본은 알고 있네.”
“혹시 반짝이 황녀님도 잘 모르시는 건가요? 마녀들은 이런 걸 연구한다고 들었는데.”
“모른다고 한 적은 없어.”
다만,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시도는 해봐야겠지.
“세상의 끝이라는 건 네가 말한 대로 두 세상이 충돌할 때 생겨난 공간이야. 일종의 틈새라고 해야 할까? 시공간이 불안정한 공간이다 보니, 있을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나. 두 사람 다 소문은 들어봤을 거 아니야? 이형의 괴물이 있다든지,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있다든지. 과거의 중원에 다녀온 사람이 있다든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세상을 보고 왔다든지. 안 그래?”
“아, 저도 들어봤어요. 그런데 다 미친 사람의 이야기라고 하던데요?”
“그렇지도 않아.”
콜린의 반문에 유피에르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주머니 속에서 시녀 인형을 꺼냈다. 설명을 돕기 위해 나온 세 개의 인형은 각자 떨어져서 걷기 시작했다.
“요컨대 우리가 있는 세상은 두 번째 인형이라고 치자. 나머지 인형은 또 다른 세상의 인형이야. 시작점은 모두 똑같지만. 중간에 생겨나는 사건이나 사고가 다른 거야. 가령, 이 아이에게는 비가. 이 아이에게는 산사태가. 이 아이에게는 우박이 내리는 거지. 그럼 결과가 어떻게 될 것 같아?”
“비가 내린 아이만 편하게 가겠네요. 우박까지는 어떻게 된다고 해도, 산사태는 위험하겠네요.”
“그래. 그럼 이 인형들의 시작은 똑같았을지라도, 그 끝은 다를 수밖에 없는 거야. 중간중간에 그들을 맞이한 시련이 다르니까. 어느 인형은 똑같이 시녀고, 어느 인형은 백전노장이. 어느 인형은 죽음을 맞이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세 명 모두 같은 인형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어. 산사태를 맞이한 아이도. 비를 맞은 아이도. 우박을 맞은 아이도. 모두 같은 인형이라는 거야.”
“이해하셨어요, 아이네르 님?”
“음…….”
미간을 구부린 아이네르는 입을 열었다.
“인형은 인형이라는 것 정도?”
“바보구나, 진짜로.”
“…….”
괜히 힘을 줘서 설명한 것 같다.
유피에르는 좀 더 간단하게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라피엘이 세 명이 있다고 생각해봐. 한 명은 우리 세상의 라피엘. 시더 오빠의 시녀를 맡고 있고, 다른 세계의 라피엘은 내 시녀나, 아벨 황자의 시녀인 거야.”
“라피엘이요? 설마요. 반짝이 황녀님이라면 모를까, 그 병약 황자님을 섬길 것 같지는 않은데요.”
“고맙긴 한데,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런 세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야. 자, 그렇다고 해서 그 라피엘이 라피엘이 아닌 다른 사람인 건 아니잖아? 단지, 또 하나의 가능성에 대해서 말하는 거야.”
“그게 세상의 끝과 무슨 관련 인가요?”
“요컨대 세상의 끝은, 다른 세상이 겹치는 공간이라는 거야. 시간의 축도 그래서 다른 거야. 우리의 세상과 그쪽의 세상은 같은 시간대에 있다고 볼 수 없으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아이네르가 두 눈을 깜박였다.
“그러니까 위험한 곳이라는 거죠?”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아무리 세상에 사소한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큰 축은 다르지 않을 거야. 그러면 말이지. 그쪽 세상의 우리도 다른 세상의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겠어? 그리고 그쪽이 좀 더 앞날을 보고 온 이들이라면. 우리에게 경고하기 위해 세상의 끝에 있을 확률도 있어. 그래서 자신을 봤다는 사람도 있는 건 아닐까?”
호수의 마녀인 에르체베트가 가끔 꺼냈던 말이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는 막내 마녀의 말에, 자매들은 재미없는 가설이라고 치부했지만 말이다.
“무섭네요. 다른 세상의 내가 나한테 경고하러 오다니.”
“뭐, 그런 일이 실제로 있다고 해도.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지. 같은 시대의, 그것도 같은 시점의 사람을 만나야 한다니. 의도적으로 노린다고 해도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이야기야.”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다.
긴 설명을 마친 유피에르는 잔을 들었다. 찬물이 목을 타고 넘어간다. 입안을 적신 그녀는 목을 가다듬었다.
“조금 전에 했던 이야기의 연장인데요. 집사가 강해지고 싶은 건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닐까요?”
“누군가를 위해서? 설마.”
콜린의 말에 유피에르는 무심코 알이 말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두 살짜리 꼬마 아가씨. 어쩐지 기분이 불쾌해졌다.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알은 자각이 없는 것 같지만, 무공에 심취해 있을 때의 얼굴은 무인 그 자체야.”
유피에르는 고개를 저었다.
반지를 건 목걸이가 흔들렸다. 아이네르는 묘한 시선으로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그 입가에 수상쩍은 웃음이 피어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도 콜린이랑 같은 생각이에요. 누군가를 위해서 같은데요.”
“바보의 의견은 참고하지 않겠어.”
무엇보다 알의 악몽 속에서 봤던 꼬마 아가씨는 두 살짜리 아기가 아니었다.
그녀에게 비밀이라고는 하나 없을 것 같은 집사가, 그런 당치도 않은 거짓말 한 것이 안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터다. 알이 끔찍하게 생각하는 아가씨는 그녀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였다. 그래, 여자지. 아가씨니까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지 말고요. 분명 집사의 마음에 쏙 드는 누군가를 위해서일 거예요.”
“…….”
유피에르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불쾌한 목소리가 입안에서 나올 것 같다. 그녀는 말을 아꼈다.
“그래서 그 목걸이는 누구에게 받으신 거예요?”
“이신설교의 선녀가 준 거야.”
“어라, 집사가 준 거 아니었어요?”
“여기서 왜 알이 나오는 거야.”
아이네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황한 건 콜린도 마찬가지다. 영락없이 그런 거로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닌가 보다. 시선을 마주치는 두 사람을 본 유피에르는 헛웃음을 지었다.
“됐어. 그보다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겠어?”
“그건 괜찮아요. 해가 질 때까지만 돌아가면 되거든요. 그 시간이면 라피엘이 맡은 일을 전부 처리했을 거예요.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좋죠. 반짝이 황녀님과 보내는 시간은 재밌거든요.”
“분명 또 혼날 거에요.”
“아, 그건 괜찮아. 라피엘은 좀 더 화를 내야 한다니까. 바보가 항상 억누르기만 하고 있어서 답답해.”
아이네르는 자기 나름대로의 배려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의심할 여지가 없는 궤변이다. 애초에 그녀가 일을 떠넘기고 오지만 않았어도 라피엘이 괴로워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말하면 뭐하겠는가. 전에 나눈 이야기를 생각해봤을 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라피엘만 고생이네요.”
“고생이라니, 나 같은 친구를 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을걸?”
한숨을 쉬는 콜린을 보며 유피에르는 중얼거렸다.
그렇게 생각하면 너라도 가서 좀 도우라고. 그나마 도움이 될 사람이 여기서 놀고 있는 주제에 할 말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