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
마인(魔人)(3)
검은 발톱은 하나의 검이다. 내공과 마기가 한데 어우러진 그 강도는 검강과 맞먹는다.
마기가 흩날린다. 발톱이 검끝을 노린다. 따라간다. 빠르다. 사룡은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다. 검은 광택이 빛난다. 흘려내지 못한 충격이 그대로 남는다. 손목이 비명을 지른다. 정면으로 받아내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알베르트는 화룡검을 틀었다. 찰나의 검로. 길게 뻗어진 발톱을 거꾸로 타고 올라간다. 노리는 곳은 놈의 목. 또 하나의 발톱이 찌르기를 막았다.
실수했다. 녀석의 검은 두 개. 한 개가 아니다.
자유로워진 발톱이 다가온다. 알베르트는 유유히 지면을 밟았다.
타고 넘어가듯이 녀석의 뒤로 돌아간다. 노리는 곳은 좌측 팔. 부딪친다. 붉은 혈흔이 흩뿌려진다. 손에 느낌은 있었다. 그러나 얕았다. 치명상도 무엇도 아니다. 피부 위를 스치기만 했을 뿐인 상처. 실제로 놈이 받은 타격은 없다.
“…….”
사룡의 눈이 분노로 물든다.
상처의 깊이는 중요하지 않다. 녀석은 알베르트에게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것 같다. 알베르트는 두 다리에 힘을 실었다. 놈의 공격은 위협적이다. 검이 아닌 이 몸으로 발톱을 받아낸다면, 그대로 두 동강이 나버리겠지. 그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발톱에 담긴 힘은, 상상 이상이다. 마기를 끌어낸 본신은 모든 걸 부순다.
놈이 뛰어오를 때마다 대회장이 부서진다. 돌 파편이 떠오르고, 지면에 발톱 자국을 남긴다. 놈은 단지, 알베르트를 죽이고 싶은 것이 아니다. 사룡은 도전자가 누구였는지 알아볼 수 없게 분쇄할 생각이다.
감당할 수 없는 괴력. 거구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속도. 뻗어져 나오는 발톱은 이미 하나의 무공이다. 녀석은 검으로 펼쳤던 초식을, 두 발톱으로 재현하고 있었다.
본능에 휘둘리는 마물과는 다르다.
모습이 다를 뿐 녀석은 무인이다. 그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를 뿐.
쿵, 하고 검과 발톱이 부딪쳤다.
사룡의 거구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튕겨 나가는 건 알베르트다. 줄이지 못한 충격이 두 발을 타고 지면에 전해졌다. 쩌저적, 하고 대회장에 또 하나의 금이 생겨났다.
검은 마기를 풍겨내는 사룡을 보며, 알베르트는 어째서 아란 씨가 이 힘을 비기라고 불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내공과 마기의 융합. 사룡의 움직임은 이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합이 오갈수록 좀 더 빨라지고, 좀 더 무거워진다.
마기 속에 숨겨진 투기가 울부짖는 것 같다.
자신의 한계는 여기가 아니다. 여기서 쓰러지는 건 너다.
알베르트는 검을 바로 쥐었다.
유피의 성 지하에서도. 천마의 무덤에서도. 자신은 저 마기를 다뤘었다. 그 힘은 사부님의 독문무공을 이끌어냈고, 한 번은 녹림왕을 쓰러뜨리는 폭발적인 힘을 가져왔다.
그러나 그건 그의 힘이 아니다.
무인이라면 마기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알베르트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사룡이 다루고 있는 마기야말로 사부님이 경계하라고 했던 광기의 정체다.
지금 녀석의 모습은 어떠한가.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지만, 녀석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마물과도 같은 두 발톱을 늘어놓은 채, 검은 마기가 몸에서 끓어오른다. 그 모습은 흡사 악마와 같다. 저것이 마인의 힘. 광기를 털어내지 못한 무인의 끝이다.
알베르트가 바랐던 힘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저것은 지키기 위한 힘이 아니다. 그저 거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폭력으로 가득 채워 간다.
힘은 그 자체만으로도 두려워해야 한다.
힘을 쥔 자가 문제가 아니다.
그렇군요, 사부님. 힘은 그 자체만으로도, 쥔 자를 비틀 수 있는 겁니까?
“--!”
사룡의 포효가 금낙장을 울렸다.
날카로운 병장기가 쇠를 긁어내는 것 같다. 그에 호응하듯이 관중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알베르트와는 다르다. 사룡의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열기는 거세지고 있었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사룡이 패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불길이 피어오른다.
사룡의 움직임이 한층 더 빨라진다. 마기가 숨을 옥죄고, 발톱의 강도가 올라간다. 맞닿은 화룡검이 버티지 못한다. 검신에 새겨진 용의 문양이 흔들거렸다. 물결이 멈추기도 전에 발톱은 변화를 거듭한다. 일순간 발톱이 3개로 늘어난다. 따라간다. 요격하듯이, 발톱과 검이 부딪친다. 그 안에 실린 힘은 조금 전보다 더 무거워져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금낙장 최강의 무인, 사룡이다.
녀석의 전력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아직도 더 남은 것이 있다.
힘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난다.
강하다. 마인이라는 것은 상관없다. 사룡은 정말로 강한 무인이다.
하지만, 알베르트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었다.
이런 압도적인 힘을 눈앞에 두고도 그는 무섭지 않았다.
단순했다.
사룡은 강했다.
그러나 알베르트는 녀석보다 더 강했다.
다리가 움직인다.
팔이 흔들리고, 발톱이 무자비하게 휘둘러진다.
대회장 바닥이 부서진다.
검의 흔적이 아니다.
균열은 한 마리의 마물이 남긴 것처럼, 야만적이다.
그 속도를 따라간다.
검을 들어라. 좀 더, 앞으로 나아가라.
놈이 지면을 달리고 있다면, 하늘에서 그 모습을 지켜봐라.
전진한다.
사룡이 휘두르는 두 발톱 사이로 파고든다. 두려움은 없다. 치고 들어오는 발톱을 놓치지 않는다. 그 발톱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거짓말처럼 그 길이 느껴진다. 눈을 뜰 필요조차 없다. 흔들리는 마기가, 피부에 닿는 바람이, 눈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 느낌은 흡사 정령들이 귓가에서 속삭이고 있는 것 같았다.
깨닫는 순간, 알베르트의 다리는 움직이고 있었다.
몸 위로 발톱이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연미복이 잘려나간다. 거리를 좁힐수록 빈도가 늘어난다. 그래도 알베르트는 멈추지 않는다. 한 치만 실수하더라도, 몸이 고기 조각으로 분쇄될 터인데. 그 움직임에 망설임은 없었다.
의식이 끝도 없이 날아오른다.
아름다운 꽃이 이 앞에 있는 것 같다.
피어나기 직전의 꽃이 알베르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 그렇다면 가야지. 이 꽃의 이름이 무엇인지, 그는 알 자격이 있었다.
*&*
라피엘은 눈앞의 광경에서 눈을 돌릴 수 없었다.
어떤 상황을 보더라도, 항상 냉철하게 그걸 바라볼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금낙장의 축제로 불리는 사룡대회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사투? 말도 안 된다. 눈앞의 광경은 이미 하나의 춤이었다.
본신을 드러낸 검은 마족과 연미복을 차려입은 무인.
무인의 검을 따라 하얀 꽃이 피어난다. 연약한 꽃잎은 무시무시한 형상을 취한 마족을 현혹했다. 검은 발톱이 맞닿을 때마다 꽃은 그대로 바스러질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름다운 꽃에는 가시가 있는 법. 꽃과 맞닿은 녀석의 육체에 혈화(血花)가 피어난다. 무인의 주변에 떠오른 꽃잎은 그 하나, 하나가 모두 검기다.
꽃이 진다.
하지만 떨어지는 꽃에 한계는 없다. 무인의 검을 따라 피어나는 꽃은 절대, 시들지 않는다.
믿을 수가 없다.
무인에게서 피어나는 냄새는 익숙한 사람의 것이다. 인족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만, 이 독특한 냄새를 자신이 착각할 리 없다.
하지만 저것이 정말로, 그녀가 아는 집사라는 건가?
가면 아래로 드러난 집사의 입가는 웃음이 가득했다.
천진난만한 미소. 닿으면 목숨을 그대로 가져갈 흉수를 앞에 두고도, 그는 어린애처럼 웃고 있었다. 황자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무인이란, 생사결의 순간에 눈부시게 빛나는 법. 대회를 바라보는 관중들은 목소리는 사라진 상태였다.
그들은 모두, 한 무인이 자아내는 화무(花舞)에 심취해 있었다.
*&*
가라앉고 있었다.
투명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내려가고, 내려간다. 이 정도로는 이길 수 없다. 좀 더 힘을 가져온다. 어둠이 깊어지고,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소리가 사라지고, 이윽고 한 줌의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공간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것은 이 아래에 있다. 우리의 본질을 가리키는 것이 이곳에 있다. 검은 공간에서 붉은 구가 떠올랐다. 번뜩인다. 두 눈은 뱀과 같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좀 더.
남자는 소리쳤다. 자신에게 힘을 달라고. 이 몸을 이루는 뿌리를 보며 소리쳤다.
저 괴물이야말로 우리가 쫓는 ‘무(武)’의 정체에 가깝다. 혹은 저주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아니, 전부 변명이다. 남자는 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힘을 원해 이곳에 들어올 때마다 마주하는 저것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아니었다.
광기로 번뜩이는 붉은 눈의 괴물은, 바로 나 자신이다.
괴물과 손을 맞잡는다. 이 괴물의 힘이 있다면, 그는 쓰러지지 않는다. 그렇게 마인의 길에 들어선다.
하지만 남자는 뜻을 이룰 수 없었다.
한 줄기의 빛이 괴물에게 떨어지고 있었다. 어둠 속에 잠겨 있던 괴물이 도망친다. 눈부신 빛이 어둠을 몰아냈다.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빛줄기는 어디에서 들어오고 있는가. 위다. 다가갈 수 없는 하늘에서 빛이 떨어지고 있었다.
남자는 필사적으로 올라갔다.
그 빛에 다가가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불에 이끌리는 불나방처럼 몸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일찍이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나머지, 그 열기에 타죽었다는 영웅처럼.
빛줄기와 닿은 사룡의 의식이 부상했다.
눈을 뜬 순간 보인 것은 쑥대밭이 된 대회장이었다. 말문이 막힌 관중들과 전신에서 통증이 달렸다. 이미 몸은 피투성이다. 그래도 바깥쪽은 괜찮다. 문제는 안쪽이다. 필요 이상으로 끌어낸 마기는 혈도를 모두 불태운 상태였다. 수습할 수가 없다.
패배, 머릿속에서는 그 단어가 떠올랐다.
피범벅이 된 사룡은 도전자를 보았다.
“베어라. 이 사룡, 죽을 장소 정도는 내가 고르겠다.”
이글거리는 마인의 눈을 앞에 둔 알베르트는 검을 휘둘렀다.
한 줄기의 피가 치솟았다.
툭, 하고 사룡의 오른쪽 팔이 무대에 떨어졌다.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놈의 입가가 부르르 떨린다. 비명을 억누른 놈의 눈에서 실핏줄이 터졌다.
“오른쪽 팔만 가져가지. 추구하는 게 다르다 한들, 우리는 무인이다. 아직 그대는 돌아올 수 있다. 무인으로 죽고 싶다면, 그 광기를 버리고 다시 내 앞에 서게. 그때는 내 친히 그대의 목을 베어주겠네.”
“…….”
그 대답에 목숨을 건진 사룡의 입가가 비틀렸다. 아마도 웃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어리군. 어찌하여 너 같은 무인이 아직도 이 세상에 남아있는 거냐.”
그러나 통증에 시달리는 몸은 그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은 것 같다.
녀석의 왼쪽 손이 검은 발톱으로 변화한다. 발톱은 도전자를 노리는 게 아니다. 노리는 곳은 자신의 목. 자결할 생각이다. 알베르트는 이미 그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 사룡의 뒷목에 수도가 떨어진다. 이미 한계를 넘어버린 마인은 앞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사룡.
서 있는 도전자.
대회는 막을 내렸다.
“새, 새로운 사룡이 탄생했습니다! 46대 사룡, 그 이름은…. 난초!”
“우오오오오!”
알베르트는 사룡을 수습하는 관계자를 지켜보았다.
목숨은 붙어 있다. 물론 살아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스스로 생을 마치려고 한 무인이다. 정신을 차린다고 한들, 그가 목숨을 연명하려 들지는 모르겠다. 입맛이 쓰다. 정신없이 오가는 관계자들을 뒤로 한 채, 알베르트는 무대 한쪽으로 향했다. 관중들 사이에는 푸른 머리를 한 여인이 있었다. 알베르트는 두 손을 모았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오랜만입니다, 난초님.”
가면을 쓴 그 여인은 분명 시더 황자의 시녀인 라피엘이었다.
주변에 있는 남녀는 그녀의 일행인 걸까? 시더 황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서 뭘 하고 계신 겁니까, 설마 그분도…?”
유피를 말하는 모양이다. 라피엘의 물음에 알베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군요. 일단 금낙장 바깥에서 뵙기로 하죠,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난 걸까.
창구에서 대회를 관리하고 있던 사회자가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난초님.”
“?”
“가능하시다면 낙양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에 대한 정보를 물어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살인사건?”
라피엘의 요청에 알베르트는 흔쾌히 승낙했다.
“알겠습니다.”
이유를 물어볼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황자님의 시녀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잠시 후에 물어보자. 알베르트는 무대 안쪽으로 향했다. 일행을 부른 라피엘은 무대에서 멀어졌다. 관중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간 그녀는 금낙장 밖으로 향했다.
“먼저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난초님. 본모습을 드러낸 45대 사룡님을 이리 쉽게 쓰러뜨릴 줄은 몰랐습니다. 사룡이라는 별호를 갖기에는 부족한 분이지만, 그렇다고 한들 무명의 도전자에게 쓰러질 줄은 아무도 몰랐거든요.”
말소리가 무척이나 빠르다.
아직 대회를 본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사회자의 목소리에는 열기가 담겨 있었다.
“낙왕님께서 이 소식을 들으면 매우 기뻐하실 겁니다. 자, 그럼 가장 중요한 상금에 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무엇을 바라십니까, 새로운 사룡이시여. 이 금낙장의 사회자, 만금석(萬金石)이 46대 사룡님이 바라시는 보상을 지불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만금석은 과장되게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며 알베르트는 대답했다.
“정보를 얻고 싶다.”
“정보라. 좋습니다. 어떤 정보를 바라십니까? 양양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태? 혼혈 황녀의 정보? 루미에르 교의 수상한 동태? 야왕의 움직임? 무엇이든 좋습니다. 말씀만 하시죠.”
“최근 낙양 내에서 일어난 실종사건과 살인사건. 신교의 동태를 비롯한 선녀의 행적을 알고 싶다.”
“…….”
만금석은 입을 닫았다. 가면 안의 눈에서 이상한 빛이 일렁인다. 경계 어린 시선으로 알베르트를 보던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을 머금었다.
“몇 개월 이내로 드리면 될까요?”
“6개월로 부탁하네.”
“그 정도야 가뿐하죠. 다른 정보는 필요 없으신 겁니까?”
“필요 없다. 바로 가져다줄 수 있겠는가?”
“원래 정보에 한해서는 낙왕님의 허락이 필요하지만, 그 정도 정보라면 제 권한에서도 해결할 수 있죠.”
탁, 하고 만금석은 손가락을 튕겼다.
무대 밖에 있던 관계자 몇 명이 만금석에게 다가왔다. 그들의 손에는 두꺼운 서류가 있었다.
서류를 받은 그는 알베르트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고맙군.”
서류 끝을 잡은 만금석의 손이 하얗게 물들었다.
알베르트가 시선을 들자, 그는 입가의 미소를 지웠다.
“신교는 건들지 않는 게 좋습니다, 난초.”
“그게 무슨 말이지?”
“저희는 새로 얻은 쓸 만한 싸움꾼을 잃고 싶지 않거든요.”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 만금석은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였다.
다시 얼굴은 든 그 입가에는 거짓으로 만든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감사합니다, 사룡님! 낙왕님의 방문 시기가 정해지면 금낙장은 당신을 맞이하러 갈 겁니다.”
“나를 찾아온다고?”
“거처에 대해서는 따로 밝히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희 금낙장이 모르는 건 없으니까요.”
모쪼록 무운을.
무대에서 내려가는 알베르트의 등을 향해 만금석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