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
마인(魔人)(2)
사룡의 흑철검(黑鐵劍)이 속도를 높였다.
손목에 실리는 힘이 늘어날수록. 검은 빠르고, 깊게 파고들었다. 날카로운 검격이 쇄도한다. 노리는 것은 도전자의 검. 무기를 먼저 끊어낸다. 녀석은 이쪽의 노림수를 알지 못한다. 상하좌우. 시야를 어지럽힌 쾌검이 일순간 속도를 더한다. 검신의 중앙을 노린 찌르기가 들어간다. 반응하기에는 늦었다.
찌르기를 앞에 둔 칼끝이 흔들렸다.
하나, 둘, 셋. 놈의 검이 늘어난다. 꽃잎이 피어나는 것처럼 3개로 늘어난 검이 흑철검을 노렸다. 가면 아래의 입가가 살짝 웃고 있었다.
역으로 나를 잡겠다는 건가? 건방지군.
빙글, 칼날이 돌았다.
흑철검을 노린 3개의 검이 튕겨졌다. 다시 하나로 돌아온 검을 향해 흑철검이 뻗어졌다.
오가는 검 위에는 검기도, 검강도 없었다.
순수한 검술만이 대회장 위에서 오가고 있었다. 붉은 잔상과 검은 잔상이 빛을 남긴다. 섞이는 검은 흡사 무대에 오른 남녀의 춤을 보는 것 같다. 붉은 남자가 손을 내밀면, 검은 여인은 손 위로 몸을 맡긴다. 격렬한 춤은 두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어갈 수 없다. 주변을 삼켜버린 격류의 폭풍은 멈추지 않는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나아가는 발과 좌중을 사로잡는 커다란 손짓. 흔들리는 몸은 이미 하나의 예술과도 같았다.
그러나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춤과는 다르다.
이곳에서 두 남녀가 원하는 것은 무대를 장식할 꽃이다. 생명의 상징. 모든 것의 시작. 그래, 피. 놈의 피를 탐해라. 승냥이들은 붉은 순수를 바라고 있으니, 나는 그 꽃가지를 꺾으리라!
흑철검 위에서 잔혹한 빛이 달렸다.
흑영검법(黑影劍法)
용오름
일순간 치솟은 검이 녀석의 가면과 맞닿았다.
얼굴을 베어낼 생각이었다. 한데, 검의 변화를 눈치챈 녀석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하얀 가면 위로 선이 남는다. 선명해진 선을 따라 잘린 가면이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검 끝에는 붉은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 잘린 가면을 따라 붉은 선이 떠올랐다.
가면 속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설마 닿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어리석다. 아직 다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가 전력을 다한 검은 이보다 빠르고, 훨씬 날카롭다.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몇 수만에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몇 달 만에 나타난 사냥감이다. 간신히 찾아낸 사냥감을 바로 죽일 수는 없었다.
이 사냥을.
이 무대를 즐기고 있는 것은 자신만이 아니다.
무대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교전 이후 첫 피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높아지는 목소리. 격정에 휩싸인 사람의 열기가 피부 너머로 전해졌다. 의식하지도 않았는데,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열광해라. 그 광기야말로 우리 모두의 본질이다.
“-!”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질렀다.
궁지에 몰린 쥐새끼가 앞에 있다. 참을 수 없다. 더는 기다릴 수가 없다. 유린한다. 눈앞의 사냥감을 유린하자. 앞으로 검을 내뻗는다. 너무 흥분했던 탓일까. 들어오는 검을 보지 못했다. 붉은 검이 어깨에 닿았다. 열상이 달린다. 아프지 않다. 살짝 위를 스친 정도다. 쥐새끼가 이를 드러내는 건 당연하다. 그래, 그냥 쓰러지면 재미가 없다. 사냥감이여. 좀 더 발악해라. 헛된 희망을 품고 이빨을 놀려라. 그 끝에 숨통을 끊는 것만큼 즐거운 것도 없으니.
흥분을 억누를 수 없다. 고조되는 감정에 답하듯이 흑철검에서 검은 검기가 떠올랐다.
그에 맞추듯이 사냥감의 검에서도 검붉은 검기가 떠올랐다. 좋다. 좀 더, 좀 더 이 사냥에 어울려 주어라. 흑철검이 녀석의 관자놀이를 노린다. 스쳤다. 사냥감의 머리카락이 잘려나갔다. 목에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검붉은 실은 무대 위로 떨어졌다. 느리구나. 느려. 그 정도로는 안 돼. 그런데 누가 느린 거지? 내가. 그런가. 이 몸이 느리구나. 그렇다면 좀 더 속도를 올린다.
내공이 뛰어오른다.
한 단계 몸의 속도를 격상시킨다.
도전자의 앞에서 몸을 숨긴다. 보이지 않았을 터다.
녀석이 내 모습을 찾기 전에 마무리 짓는다. 무방비한 등이 눈앞에 있다. 그 목을 향해 검을 찌른다. 카랑, 하는 소리가 울렸다. 놈의 검이 흑철검을 막고 있다. 알아차린 건가? 어떻게? 녀석이 이쪽을 바라본다. 가면 속의 눈은 공포에 질려 있어야 했다. 그러나 두 눈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공포도, 두려움도 없다. 날 바라보는 사냥감의 눈은 침착했다.
침착하다고? 어떻게 침착할 수 있는 거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건은 나다.
사냥꾼에게 쫓기고 있을 사냥감이, 왜 당황하지 않는 거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좀 더 당황해라. 좀 더 겁을 먹고, 겁에 질려라.
흑영검법
흑천지망(黑天地網)
휘두른다. 일순간 거미줄처럼 검기가 사출되었다.
내공의 양은 중요하지 않다. 질은 이쪽이 우위다. 놈의 손이 바빠진다. 당황한 감정이 검에 드러난다. 손끝이 흔들리고, 뻗어지는 거미줄을 하나하나 쳐낸다. 바보 같은 짓이다. 따라갈 수 없다. 이쪽의 거미줄은 이미 수십, 그에 반면 놈의 손에서 피어난 꽃은 수십…?
목 끝을 노린 붉은 검을 간신히 쳐냈다.
검을 수습할 시간은 없다. 사냥감의 검은 어느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붉은 검기가 꽃을 피운다. 마치 실전되었다는 구시대의 검법 같다. 분명 화산(火山)이라는 이름을 쓰던 곳이었다. 그럼 이 꽃은 매화인가? 아니, 다르다.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아. 어긋나던 사고를 바로 잡는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지금 필요한 건 놈을 사냥하는 것.
녀석의 검은 빠르다.
위협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변초는 물론이고, 허초도 보이지 않는다. 정직한 비무를 나누는 것 같다.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하다. 검을 옮기는 즉시 검이 따라붙는다. 마치 검 자체가 표적이 되어있는 것 같다.
오가는 검이 목을 스친다. 이쪽의 검은 녀석의 연미복을 스친다. 한 끗 차이로 검을 피한 놈의 몸에는 상처가 보이지 않는다. 처음 얼굴에 남겼던 상처 이후, 이 검은 피를 빨아들이지 못했다. 제법이다. 뭣도 모르고 도전한 사냥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누군지는 알 수 없다.
도전자의 이름이 무엇인지. 도전자가 어디 출신인지. 어떤 무공을 다루는지는 모른다.
그런 걸 알아서 뭘 어쩔 건가. 어차피 이곳은 지저다. 신분을 세탁한 놈들밖에 없다. 가명을 대고, 불리해지면 다시 그 가명을 바꾸고. 사람을 죽이고, 원한을 사면 도망치는 놈들투성이다. 그래, 옛 무림의 별호 같은 것이 아니다. 거짓으로 지어낸 이름은 구태여 들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사냥감의 검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명예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이기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검도 아니다.
그저 더 높은 경지를 추구하는 검.
자신의 검이 오를 수 있는 곳은 이러한 곳이 아니다. 아직 더 올라갈 수 있다. 끝이 아니다. 누구도 보지 못 한 경지를 밟고자 하는 그런 검. 그저 순수하게 무(武)를 쫓는 자의 검이었다.
그렇기에 화가 치솟았다.
그 안에 담긴 빛이 너무나도 눈부셔서. 결코, 닿을 수 없는 환상을 보는 것 같아서. 합이 오갈수록 자신의 어둠이 짙어지는 것 같이 느껴졌다.
거슬린다. 정말로 거슬리는 검이다.
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이곳에 온 무인은 이미 밑바닥까지 떨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그럼에도 왜 인정하지 못하는 건가. 무엇이 잘났다고 혼자서 깨끗한 척을 하는가. 우린 이미 당당히 양지로 나갈 수 없는 몸. 햇빛 아래에서 돌아다니는 놈들과는 다르다.
붉은 피가 튀어 올랐다.
눈앞까지 떠오른 피에서 강렬한 쇠 냄새가 났다. 가슴에 달리는 아픔. 녀석에게 베였다. 그것도 작은 상처가 아니다. 크게 베였다. 입가가 일그러진다. 재빨리 혈도를 점해 지혈한다. 흘러내리는 피는 멈췄지만, 상처는 남아있다.
피 묻은 손을 입가로 가져갔다.
혀끝에서 비릿한 맛이 돌았다.
통증과는 달리, 그것만으로도 힘이 생겼다.
사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검 위에 선명한 형체를 갖춘 검강이 맺혔다. 따라오듯이 사냥감의 검에도 검강이 떠올랐다.
두 번째 사냥을 시작한다.
전신의 내공이 답한다. 일전처럼 사냥감을 살피는 검이 아니다. 끊어야 하는 건 숨통. 더는 놀고 싶지 않다. 이 사냥을 마무리 짓는다. 검과 검이 부딪친다. 충격이 손목을 달린다. 가면과 가면이 마주했다. 놈의 숨결이 닿는다. 도전자의 눈에 당혹감이 어렸다. 서로의 체중이 실린 검은 흘려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남은 건 순수한 내공의 겨루기다. 녀석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손목에 실리는 중량감이 변했다.
힘겨루기.
검강의 색이 선명해진다. 내공을 전부 쏟아붓고 있는지, 사냥감의 눈에 여유는 보이지 않았다. 두 검강은 호각을 이루고 있다. 어느 한쪽의 내공이 다하는 순간, 이 싸움은 끝이 난다. 약해진 검강을 다른 검강이 먹어버리겠지.
사룡의 입가에 짙은 웃음이 퍼졌다.
전력을 다하고 있는 놈과는 다르다. 그는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사냥감은 사냥감일 뿐이다.
혹시 이길지도 모른다는 그 희망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꽃을 꺾는다.
흑철검의 검강이 한 번 더 변화한다.
마족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마기다. 날카로운 마기와 내공이 섞인다. 혈도가 통증을 호소한다. 검강에 꺼림칙한 회색빛이 담겼다. 주인이 느끼는 통증과 비례하듯이, 검강의 색이 더욱 선명해졌다.
자, 이것으로 끝이다.
마기와 섞인 검강은 놈의 검을 파고들고…. 관중들이 눈에 들어왔다.
쿵, 하고 머리가 무언가와 맞닿았다.
넘어간 시선. 반쯤 돌아간 세계. 충격에 빠진 관중들의 표정.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가면 앞으로 붉은 검 끝이 보였다. 피로 범벅이 된 검은 목 앞에 있었다. 열기가 목에 닿는다. 그곳에 맺힌 피 때문에 뜨거운 걸까, 그렇지 않으면 이 검이 지닌 열기인 걸까. 모르겠다. 상황이 정리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냥감의 목소리만큼은 선명하게 들렸다.
“죽일 생각은 없네. 항복하게나.”
항복?
무슨 소리냐. 누가 누구에게 항복한다는 거냐? 이 무대의 사냥꾼은 나다. 사냥감이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리고 있는 거냐? 손을 든다. 흑철검은 그 손에 있지 않았다. 언제 그곳에 두고 온 건지, 사냥감의 발치에 검은 검이 꽂혀 있었다.
그제야 사룡은 깨달았다.
발톱을 숨긴 건 자신만이 아니었다. 눈앞의 사냥감도 자신을 우롱하고 있었다.
오랜만의 사냥감.
가벼운 사냥에 나설 생각이었다. 자신은 물론이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사냥을 만들기 위해서. 물론 사냥은 성공했다. 단지, 그 사냥감이 녀석이 아니라 자신이었을 뿐.
그것을 깨닫는 순간, 어두운 분노가 머릿속을 지배했다.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는구나.”
눈앞에서 떠드는 사냥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몸 안을 찌르는 마기에 그의 의식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사냥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는 악몽이 시작될 차례였다.
*&*
“금낙장에서 행해지는 대회는 총 3개입니다. 토룡대회와 무룡대회, 그리고 거의 시행되지 않는 사룡대회가 있습니다. 토룡대회는 둘째 치고. 저희가 봐야 할 것은 무룡대회입니다. 동시에 진행되는 대회 수도 많고, 참석하는 무인도 많으니 갈라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거기서 네가 나서야 한다는 거지, 콜린.”
“그냥 부적만 가져가시면 된다니까요.”
금낙장 안까지 들어왔으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콜린은 투덜거렸다.
“빨리 돌아가고 싶으면 후딱 찾아내. 그럼 되겠네.”
“말만큼이나 간단한 일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콜린은 안경 너머로 금낙장 내부를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다. 커다란 대회장으로 보이는 무대 위에는 사람이 없었다. 하나를 지나고, 둘을 지나고, 셋을 지나도 대회장은 텅 비어 있었다. 주변을 돌아다니는 관중도 몇 되지 않는다. 역으로 자리를 지키는 경비병이 더 많았다.
“영업하는 거 맞아요?”
“시간 때를 잘못 잡은 모양입니다.”
라피엘의 얼굴이 미미하게 떨렸다.
문을 통과할 때만 해도 일이 잘 풀리겠다고 생각했는데, 내부 상황이 이럴 거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남은 대회장은 몇 되지 않는다. 가장 안쪽에 있는 대회장은 사룡대회가 열리는 곳이니, 토룡대회가 열리는 곳을 제외하면 두 개 정도나 될까. 갑자기 사람들의 수가 늘어났다. 그들이 관람하고 있는 대회는 사룡대회가 열리는 무대였다.
“이거 우리 라피엘이 제대로 뽑은 것 같은데.”
아이네르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관중들이 벽을 만든 안쪽에서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등 뒤의 도로 손을 옮긴 아이네르는 말했다.
“위험한 냄새야. 여차하면 꽁지 빠지게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먼저 상황부터 확인하죠.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제압을 최우선으로. 여의치 않다면 죽여야겠죠. 콜린. 후방 지원을 부탁할게요.”
“이래서 제가 안 온다고 했잖아요.”
품 안에서 부적을 꺼낸 콜린은 한숨을 쉬었다.
*&*
알베르트는 무릎 꿇은 사룡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검은 개의 말이 맞다면 금낙장 내에서는 최고의 실력자다. 강한 무인이었다. 만약, 이전의 알베르트였다면 승부를 점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눈높이가 달라졌다. 사룡의 움직임에 맞춰 단계를 올렸는데도, 아직 이 몸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항복? 이 금낙장 최고의 무인인, 나 사룡이?”
사룡은 우습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알베르트는 그의 검을 확인했다. 자신의 발치에 꽂혀 있다. 녀석에게 무기는 없다. 화룡검은 그 목을 겨누고 있다. 여기서 항복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목을 가져가야 할지도 모른다.
“어째서 너 같은 사냥감에게, 사냥꾼이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지?”
순간, 알베르트는 뒤로 물러났다.
가슴에 세 줄기의 손톱자국이 남았다. 상처를 남긴, 사룡의 손은 마물의 그것처럼 변해있었다. 마족의 본신이다. 그러나 이전에 느낀 본신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몰아치는 기운은 다른 마족들의 마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섬뜩한 사이함이 느껴진다. 대회가 시작하기 전, 사룡을 보고 느꼈던 바로 그 힘이다.
관중들도 사룡이 흘리는 힘을 느낀 것인지, 그 얼굴이 흥분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흥분?
두려움이 아니다. 앞으로 일어날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잘못 생각하고 있었군.”
알베르트는 짙은 마기를 풍기는 사룡을 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 자는 악마가 아니다. 몸 전체를 누르는 위압감은 무인의 기도였다.
『광기라는 건 항상 무인과 함께하는 법이지. 광기를 털어내지 못한 무인은 마인이 된다.』
광기를 버리지 못한 무인의 말로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사룡이 마기를 끌어내자, 알베르트의 마기도 그 움직임에 답하고 있었다.
알베르트는 몸 안에서 멋대로 날뛰는 날카로운 기운을 달랬다. 마기에 휩쓸리지 말아라. 감당할 수 없는 힘은 이전처럼 몸을 망가뜨릴 뿐이다. 화룡검을 바로 쥐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자. 아직 그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손에 넣은 힘이 어디까지 닿는지, 확인해보자.
“발버둥 쳐라. 사냥감.”
검은 발톱이 알베르트를 향해 휘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