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
금낙장(金落莊)(3)
알베르트가 금낙장에 대해서 수소문하고 다닌 지 5일째.
지저분하던 빈민가의 풍경이 점차 눈에 익숙해져 갔다. 코끝에 진득하게 눌어붙던 악취도 처음만큼 심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는 완전히 안내역이 되어버린 지아에게 알베르트는 물었다.
“개인적인 질문인데, 혹시 신교를 아니?”
“믿어 의심치 말지어다, 우리는 천지신명을 숭배하는 자.”
언젠가 들었던 신교의 구호를, 소녀는 입에 담았다.
“역시 그 십자패를 봤을 때부터 알아봤어요. 형도 신교의 신도군요?”
“음, 뭐. 비슷하다.”
딱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신도라고 해두는 편이 이야기하기 좋으리라.
“그럼 선녀님도 알고 있겠구나.”
“선녀님이요?”
빈민가의 아이도 무언가 아는 것이 있을까. 알베르트의 물음에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다 뿐이겠어요? 이래 보여도 저, 무려 선녀님을 두 눈으로 봤다고요.”
“선녀님을?”
“네. 이신설교의 신도들은 말이에요. 매주 빈민가에 나와서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거든요. 먼 발치였지만, 신도들 사이에 있던 선녀님을 본 기억이 있어요.”
“배식 장소에 선녀님이 나왔다는 말이구나.”
루미에르 교에서도 자주 하던 봉사 활동이다. 헐벗은 아이들을 위해서 사제들은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눠줬었다. 아래에 어떤 의도가 깔렸다 한들, 그 행위는 존경받을 만한 일이었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에요. 몸이 안 좋은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이곳에서 치료하기 힘든 분들은 신당으로 데려가요. 저희 같은 아이들에게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줘요. 힘들어도 고개를 들고 살아가라고. 우리의 곁에는 항상 천지신명이 있다고요. 또 달토끼님은 신성한 분이고, 준비된 이들은 월편을 먹고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가. 지아는 선녀님을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물론이죠. 선녀님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요?”
밝은 웃음이 떠오른다. 웃으면서 목소리를 이어가던 지아는 아, 하고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런데 말이에요. 형은 성에서 일하는 사람이에요?”
“성?”
“네. 그런 옷을 입은 사람들은 성에서 일하잖아요. 아니면 엄청 큰 저택에서 일하든가.”
“음…. 조금 다르구나. 그냥 아가씨를 모시고 있단다.”
“아가씨요?”
뭔가 동경하는 단어를 들은 것처럼 지아의 눈이 반짝였다.
“아가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그건 왜 물어보는 거냐?”
알베르트의 반문에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이상한 걸 물은 걸까? 지아는 이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아, 아뇨. 이건 그런 게 아니에요. 죄송해요. 그냥 궁금해서 그랬어요. 전 형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모르는 편이 좋다.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으면 위험하니까.”
어른인 척 굴고 있지만, 아직 어린아이다. 호기심을 죽이는 법은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이 아이가 빈민가 곳곳을 알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알베르트의 눈치를 살피듯이 지아는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런 소녀를 알베르트는 자신의 뒤로 숨겼다.
골목 앞쪽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무인이다. 그가 쏘아낸 투기가 알베르트를 향하고 있었다.
“시종으로 보이는 남자가 금낙장에 대해서 수소문하고 다닌다. 그렇군. 그 남자가 바로 자네군.”
“생각보다 오래 걸렸군.”
드디어 꼬리를 드러낸 모양이다.
“왜 금낙장을 찾는 거지?”
“금낙장에는 다양한 무인들이 모여 있다고 들었다. 그들과 만나고 싶다.”
“무인이라면 다른 곳에도 많다.”
“싸움판의 무인과 바깥의 무인이 같진 않을 텐데?”
알베르트의 대답에 남자는 씩 웃었다. 우습다는 듯 그는 이빨을 드러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금낙장까지 갈 것도 없다. 싸움을 원한다면.”
말이 끊긴다. 다음 순간, 남자는 알베르트의 앞에 나타났다.
“내가 상대해주마.”
권갑을 낀 남자의 주먹이 알베르트의 얼굴로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기습이다.
지아의 눈에는 남자의 움직임이 마치 마법처럼 보였다. 멀리 떨어져 있던 남자가, 한순간 알베르트의 앞으로 날아온 것이다. 위험해요, 하고 지아가 소리쳤을 때는 이미 남자의 손이 떨어진 뒤였다.
알베르트의 얼굴을 앞에 둔 남자의 주먹은 멈춰 있었다.
“자네는 그럴 실력이 못 되네.”
그 주먹이 파르르 떨린다. 날카로운 권갑은 알베르트의 손바닥을 파고들지조차 못했다. 검붉은 색의 권기. 은은하게 어린 내공은 주인의 손을 보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도 실망하지 않는다. 반대쪽 주먹이 움직인다. 이번에는 검은색의 권기가 떠 있다. 무언가 혼탁한 빛이 섞여 있다. 내공만 운용한 것이 아니다. 그 안에 담긴 꺼림칙한 기운은 분명 마기였다.
검을 뽑을 필요도 없었다. 알베르트는 태연히 그 주먹을 잡았다.
두 권기가 부딪혔다. 마기가 섞인 패도적인 남자의 권기와 알베르트의 검붉은 권기. 남자는 승리를 확신했다. 마기가 섞인 이상 단순한 권기가 이길 확률은 없다. 그러나 내공을 겨루는 알베르트의 얼굴은 평온했다.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우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주먹이 점차 부서졌다.
“크윽.”
“시간이 아깝군. 아니면 좀 더 어울려줘야 하나?”
상대를 상처 입히기 위한 권갑이, 반대로 남자의 손에 상처를 입힌다. 흩어진 권기는 손을 보호하지 못한다. 안쪽으로 파고든 권갑에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좀 더 손을 써야 움직일 것인가. 내키지는 않지만, 알베르트는 손을 움직였다.
“-!”
남자의 손목이 반대쪽으로 꺾였다. 알베르트의 뒤에 숨어 있던 지아가 히익, 하는 소리를 냈다.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은 남자는 비명을 억눌렀다.
무인이 쓰러지자 골목 너머, 벽 쪽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남자가 알베르트의 앞에 나왔다. 검은 가면을 쓴 남자는 감탄했다는 듯 두 손을 마주치고 있었다.
“훌륭하군. 설마 귀권갑(鬼拳甲)을 이리 쉽게 쓰러뜨릴 줄이야. 좋아. 자네 정도의 무인이라면 금낙장이 환영하지.”
알베르트는 귀권갑이라 불린 사내의 손을 놓았다.
부러진 손을 붙잡은 녀석은 빌어먹을, 하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남자는 가보라는 듯 귀권갑에게 손짓했다. 놈은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손을 감싼 귀권갑은 골목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금낙장을 찾는 이유가 뭔가?”
“한 번 더 말해줘야 하는가?”
“아니, 나는 잘 믿기지 않아서 말이네. 솔직한 말로 자네가 무인이라는 것도 이상해. 그냥 장식용 검을 든 사용인으로 보여서 말이지. 뭐, 제법 실력이 있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추천을 받았다.”
알베르트는 미심쩍어하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추천? 누구에게서 말인가?”
“늪지의 늙은 쥐가 그러더군. 실력자와 싸우고 싶다면 낙양의 금낙장을 찾아가라고.”
“늙은 쥐라….”
알고 있는 이름이라는 듯, 남자는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반가워하는 기색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름으로 납득했다는 듯 그는 말을 이었다.
“그랬군. 어떤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고 있는가 했더니. 그분도 참 귀찮은 일을 저지르는군. 좋다. 금낙장은 새로운 싸움꾼을 환영한다. 그런데 그쪽의 아이도 데려갈 생각인가?”
뒤를 돌아보자, 덜덜 떨고 있는 지아가 있었다. 손을 내밀자, 소녀는 흠칫 물러났다. 그 오른손에는 남자의 피가 묻어 있었다. 알베르트는 손을 내렸다.
“미안하다. 본의 아니게 휘말려 들게 했구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고생했다.”
더 나눌 이야기는 없다. 기다리는 남자를 향해 알베르트는 걸음을 옮겼다. 빈민가의 소녀는 남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지아를 슬쩍 쳐다본 남자는 몸을 돌렸다.
“자, 잠깐만요. 형!”
멀어지는 알베르트의 모습에 정신이 들었다는 듯 지아가 소리쳤다.
“아, 저. 저기! 더, 더 알고 싶은 건 없으신가요? 이상한 사건이라든지. 그런 거라면 저 조금은…….”
“괜찮다. 그걸 알기 위해서 금낙장을 찾았던 거니.”
알베르트는 마지막으로 소녀를 향해 동전이 담긴 주머니를 던졌다. 갑자기 날아든 주머니를 지아는 잡았다. 묵직한 느낌이 든다. 안쪽에 든 것이 전부 돈이라면 지아가 감히 상상하기 힘든 액수가 담겨 있을 터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아니네.”
이제 지아와 만날 일은 없다. 단순히 길잡이와 고용주의 관계다. 여기서 작별이다. 그것이 이 아이를 위해서도 좋다. 운이 좋다면 언젠가, 양양에서 볼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뒤로 한 알베르트는 남자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검은 개라고 밝혔다. 그는 알베르트에게 하얀 가면을 건넸다.
지저에서는 다들 가면과 가명을 쓰는 게 일반적이라는 모양이다. 설명을 들은 알베르트는 가면을 썼다. 다음은 가명이다.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알베르트는 자신의 가명을 난초로 정했다.
“난초라. 알겠네. 그렇다면 난초. 늙은 쥐가 어디까지 알려주었나?”
“금낙장이라는 싸움판이 있고, 비공식적인 실력자가 모여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초적인 것밖에 알려주지 않았군.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들어보겠는가?”
거절할 이유가 없다. 알베르트의 의사를 확인한 검은 개는 입을 열었다.
“금낙장은 싸움꾼이 모이는 장소네. 무인을 위한 대회와 일반인을 위한 대회가 따로 있지. 전자는 무룡대회(武龍大會), 후자는 토룡대회(土龍大會)다. 마지막으로 예외인 사룡대회(死龍大會)가 있다.”
검은 개는 한 건물로 알베르트를 안내했다.
빈민가 끝에 있는 건물은 긴 통로처럼 안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걸까. 빛이 들지 않는 건물 곳곳에는 몸을 숨긴 무인들이 느껴졌다. 천장, 지하, 벽과 벽 사이. 느껴지는 기척은 한두 명이 아니다. 알베르트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자네는 무인이니 토룡대회는 설명하지 않겠네. 무룡대회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싸움판이다. 단순히 참석자가 무인으로 바뀐 곳이다. 상대로부터 항복 선언을 듣거나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면 시합이 끝난다. 물론 전투 불능이라는 건 목숨을 빼앗는 것도 포함한다. 대회에서 이길 때마다 소정의 상금을 받거나 원하는 상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치러지는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면 낙왕(落王)님으로부터 특별한 상을 받을 수도 있지.”
“낙왕이라는 건 금낙장의 지배인 같은 건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가 보군. 낙왕님은 이 지저의 왕이시다.”
“왕…….”
지저의 왕, 낙왕.
알베르트는 그 이름을 머릿속에 넣어두었다.
“물어보지. 자네는 강자와의 싸움을 바라서 이곳에 왔다고 했지. 정말 원하는 건 그것뿐인가? 아무리 무를 원한다고 해도, 이 세상은 그것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지. 돈이나 다른 것은 필요하지 않은 건가?”
“공교롭게도 돈이 모자라지는 않네. 다만…. 그렇군. 정보를 얻는 것도 가능한가?”
“정보라…….”
흠, 하고 검은 개는 턱에 손을 얹었다.
“어떤 정보를 바라는지 모르겠군. 우리가 알려줄 수 있는 정보는 등급이 나누어져 있다. 가장 높은 등급의 정보를 바란다면, 낙왕님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있다.”
“위험한 정보를 바라는 게 아니다. 한 사건에 대해서 알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면 잘 됐군. 간단한 정보라면 대회에서 우승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걸세.”
커다란 쇠문이 나타난다. 창을 든 문지기는 검은 개를 보고 몸을 돌렸다. 그는 육중한 몸을 움직여 문을 밀었다. 구구구, 하는 소리와 함께 문 안쪽의 광경이 드러났다.
“금낙장에 온 걸 환영하네, 난초.”
커다란 홀이 알베르트를 맞이했다.
수많은 사람이 실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인위적으로 준비한 조명에서 강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준비된 비무장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합이 행해지고 있다. 관람석으로 보이는 무대에서는 가면을 쓴 관객들이 돈을 걸고 있었다. 술과 먹을 것을 나르는 사용인들도 가득하다.
뭔가 알베르트의 생각과는 달랐다.
지하에서 치러지는 불법적인 도박판을 생각했는데, 이 모습은 고위 귀족들이 즐기는 도박장과 비슷했다. 검은 개를 따라 발을 옮기던 알베르트는 화려하게 장식된 문양을 보았다. 커다란 주먹이 그려진 문양은, 양양의 용하 거리에서 봤던 바로 그 문양이었다.
“대회에 참석하고 싶다면 창구를 통해 신청해야 하네. 자네는 무인이니 무룡대회로 참가하면 되겠지. 운이 좋군. 지금 이름을 올린다면 1시간 이내로 대회에 참석할 수 있네.”
창구에서 카드를 받은 검은 개는 알베르트에게 건넸다.
카드에는 무룡대회가 적혀 있었다. 빼곡하게 쓰여 있는 대진표에는 아직 빈 자리가 있었다. 카드는 간단한 마도구인지, 빈 자리에서는 갑자기 이름이 떠올랐다. 대회를 살펴보던 알베르트는 사룡이라는 글자와 함께 작대기만 그려진 한 대회를 발견했다.
“이 대회는 뭔가?”
“사룡대회 말인가? 우리 금낙장이 자랑하는 대회다.”
설명을 바라는 알베르트의 시선에 그는 말을 이었다.
“난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네. 아무리 자네가 실력에 자신이 있다지만, 사룡대회는 이 금낙장 내에서도 가장 위험한 무인이 나오는 곳이네. 저기 보이는가? 저 대회장 끝에 앉은 무인이 바로 45대 사룡이네.”
홀 끝에 자리 잡은 대회장.
그 안쪽에는 검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있었다.
“사룡대회도 상은 똑같은가?”
“비교도 안 되지. 자네는 정보를 바란다고 했지? 사룡을 쓰러뜨릴 수 있다면 어떤 정보가 되었든 간에 얻을 수 있을 걸세.”
“내가 알고 싶은 정보가 이곳에 없다면?”
알베르트의 반문에 검은 개는 웃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네. 마계 전역을 뒤져서라도 자네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올 걸세. 금낙장은 그런 곳일세.”
검은 개는 호언장담했다. 위험 부담이 큰 만큼, 보상은 확실하다는 말이겠지.
알베르트는 사룡을 보았다. 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일까, 그가 어떤 무인인지 가늠되지 않는다. 사룡은 따분하다는 듯 금낙장의 홀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알베르트는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혼탁한 검은 두 눈과 마주한 알베르트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등골에 차가운 것이 달렸다. 무인이 아니라 무언가 기분 나쁜 존재가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다. 그 꺼림칙한 기분을, 알베르트는 이전에도 느껴본 적이 있었다.
양양의 소하 언덕에서 느꼈던, 바로 그 마기다.
“사룡대회에 참석하려면 자격이 필요한가?”
“자격? 그런 건 요구하지 않네. 뭣 모르는 무인들이 사룡에게 도전장을 내밀기도 하지만, 그들 중에서 살아온 이들은 없었다네. 마지막으로 도전했던 무인이 벌써 반년 전의 일이니, 사룡도 꽤 따분할 걸세.”
창구에 떠오른 무룡대회의 빈칸은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
서두르지 않으면 무룡대회에 참석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검은 개가 독촉하듯이 입을 열려던 찰나였다. 알베르트는 카드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사룡대회.
그 칸에 난초라는 이름이 올라갔다.
“알려줘서 고맙네. 그럼 사룡대회에 참가하도록 하지.”
“뭐? 자, 잠깐. 자네!”
창구 위에 떠 있던 대회를 알리는 판에 사룡이라는 글자가 크게 떠올랐다.
창구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소리가 커진다.
“난초가 누구야?”
“어떤 겁대가리 상실한 놈이 사룡대회에 이름을 올린 거야?”
“새로운 도전자다!”
“도전자가 나타났어!”
알베르트는 입을 떡 하니 벌린 검은 개를 뒤로 한 채 사룡이 앉아 있는 대회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