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
마녀는 알고 싶어(2)
“그렇구나. 그럼 혼혈이라는 건 제국의 인간과 피가 섞인 것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네.”
“말하자면 저주를 안 받은 자와 섞인 피를 혼혈이라고 표현하는 거예요. 중원 전역에 내린 저주라고 하지만, 저주를 모두 받은 것은 아니거든요. 중원인들은 거의 남김없이 받았다고 하지만, 그건 한족을 말하는 거예요. 중원에는 여러 종족이 살고 있었거든요. 특히나 소수민족은 저주를 피해간 이들이 많았어요.”
“소수민족. 그럼 그들은 어떻게 되었니?”
“대부분 목숨을 잃었어요.”
“목숨을? 죽었다는 말이구나.”
“저주가 떨어진 초기의 마계는 혼란의 도가니였다고 해요. 지난번에 일어난 사태처럼 지옥도나 다름없었다고 해요. 저주를 받은 마족이 그렇지 않은 이들을 죽이고, 살아남은 자들은 이곳저곳으로 도망쳤다고 해요. 뒷골목으로 도망치거나, 북부로 도망치거나, 어떤 소수민족은 숲 밖으로도 도망쳤다는데, 살아남은 이들은 거의 없다고 들었어요.”
“그럼 지금 남은 혼혈들은…….”
“네, 그때의 후손들이에요.”
두 사람의 이야기는 혼혈에 관한 말이었다.
송이의 이야기를 들은 알베르트는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냈다.
“그럼 송이는 지금 마족들을 원망하니?”
“원망이요? 그러네요. 순혈 마족들을 원망하지 않는 혼혈은 없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다른 도시라면 모를까, 이 양양은 다르거든요. 혼혈이어도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다른 곳보다 차별도 적어요. 저희 같은 밑바닥 인생은 윗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지만. 아벨 황자님은 예외에요. 그분이 있어서 지금의 우리가 있으니까요.”
송이의 어조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피는 수정구를 건드렸다. 팟, 하고 두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그만 듣자, 언니. 우리가 생각하는 이야기가 아니잖아.”
하지만 세실리아는 다시 수정구를 켰다.
“괜찮다는 거구나? 그럼 다 마시고 나면 그 가게로 갈까?”
“네. 오늘은 어울려 줘서 감사해요, 알베르트 님.”
두 사람의 목소리가 두런두런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언니.”
“뭘 모르는구나, 유피.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말이지. 항상 사랑을 속삭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란다. 평범한 일상을 나누고, 겪어가면서 서로를 알고. 그 속에서 사랑이 싹트는 거야. 방심하면 안 돼. 무슨 이야기가 나오든 그건 관계의 형성이라고 생각해야 해.”
“아직도 그 타령이야?”
질렸다는 듯 유피는 미간을 찌푸렸다. 세실리아는 그런 동생이 안타까웠다. 너무 늦깎이다. 마도라면 모를까, 다른 것에 대해선 서툴기 짝이 없다. 특히 대인관계에 한해서는 혼자서 길을 열 줄 모르는 아이였다. 세실리아의 눈에는 유피가 아직도 어린아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으면 이 아이는 배우지 못한다.
여기서는 나쁜 사람이 되더라도, 자신이 그 길을 알려줘야 했다.
이제 세실리아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으니까.
“착각하면 안 돼. 사랑이란 건 말이지. 동화 속의 이야기와는 다르단다. 물론 그런 극적인 사랑이 있기는 하겠지. 용사와 공주님의 사랑처럼 말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랑은 그렇지 않아. 정말 아무것도 아닌 남자와 만나고, 단순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같이 일을 해가면서. 그 사람의 장단점을 보고도. 그래도 이 사람이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사랑이란다.”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아니, 언니는 해야겠어. 너도 슬슬 깨닫는 게 좋단다. 네 집사는 이미 사랑이 뭔지 잘 알고 있잖니. 나이도 어린 녀석이 어찌 저리 잘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니는 유피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해서 하는 말이란다.”
“…….”
유피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송이와 알베르트를 보았다.
“그렇게 말해도 말이야. 사이좋은 오빠랑 동생이잖아, 저건.”
“오빠, 동생 하면서 연인이 되어가는 거야.”
“솔직하게 말해보자. 언니는 그냥 사랑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 아냐?”
“부정하진 않겠어. 대인관계에서 가장 재밌는 건 사랑 이야기니까.”
세실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열중할 수 있었던 일 순위는 당연히 마도였지만, 마도를 제외하면 남녀관계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가장 즐거웠다.
“사람은 사랑할 때 가장 빛나는 법이란다. 그러니까 유피도 어서 반짝반짝 빛나게 되렴.”
“언니는 정말 제멋대로네.”
유피는 점소이가 가져온 과일 음료로 손을 뻗었다. 입으로 음료를 가져간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단 것을 좋아하는 그녀도 먹을 수 없을 만큼, 음료는 단맛에 찌들어 있었다.
손도 대지 않은 음료를 테이블에 남겨둔 채 유피와 세실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을 마친 두 사람이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에 향한 곳은 여성용 노리개 상품을 파는 가게였다. 제법 크기가 큰 건물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안쪽까지 따라 들어갈 수는 없었다.
“여기는 꽤 비싼 거로 아는데, 집사가 돈이 많나 보네?”
“급여를 좀 챙겨줬어. 한 번도 쓴 걸 본 적이 없으니까 좀 모였을 거야.”
“넉넉하게 챙겨준 모양이네. 봐. 엄청 샀는데.”
가게에서 나온 알베르트는 양손에 한가득 물건을 들고 있었다. 무얼 그리 많이 산지는 모르겠다. 송이의 머리에는 못 보던 비녀가 있었다. 알베르트가 사준 거겠지. 송이는 연신 알베르트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 소녀를 능숙하게 달랜 알베르트는 손을 잡고 가도를 나아갔다.
무슨 말을 했길래, 금방 달랜 걸까. 세실리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위험한 남자네. 자각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제거해 두는 게 좋을지도 몰라.”
“내가 보기엔 언니가 가장 위험해 보이는데.”
무슨 살벌한 소리를 꺼내고 있는 거래.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점이 더 무서웠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커다란 저택이었다. 양갓집 규수가 살 것 같은 건물로 다가간 두 사람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에 숨은 두 마녀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건물 안쪽에서 익숙한 남녀가 나왔다.
호접희와 용살자라던 과분한 별호를 가진 제갈윤 공자다.
두 사람은 알베르트와 송이를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뭔가 횡설수설하듯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얼굴이 붉어진 호접희를 향해 알베르트와 송이는 물건을 건넸다. 포장지를 받은 호접희는 송이를 끌어안고 훌쩍거렸다. 멋쩍어진 제갈윤 공자를 향해 알베르트는 두 손을 모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밌는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니?”
“언니는 진짜…….”
유피는 진심으로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세실리아가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두 사람과 헤어진 송이와 알베르트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도망치자, 유피!”
“그럴 필요 없어. 우리가 따라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걸.”
“뭐?”
세실리아의 반문에 유피는 손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알베르트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송이만 몰랐다는 듯 두 눈이 크게 뜨여 있었다.
“집사는 꽤 실력이 괜찮은 무인이니까.”
“…….”
유피와 세실리아를 본 알베르트는 물었다.
“외출할 생각이었으면, 같이 나올 걸 그랬네.”
“됐어. 나도 오늘은 언니랑 단둘이서 밀회를 즐기고 싶었으니까.”
“유피…….”
알면서도 그랬다.
미행은 핑계였고, 동생은 자신과 어울려 주고 싶었다. 유피의 대답에 세실리아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어른이 된 게 아니다. 이 아이는 예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여전히 세실리아의 귀여운 동생이었다.
“역시 언니랑 같이 살자, 유피. 언니가 평생 지켜줄게!”
“떨어져, 언니.”
유피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세실리아가 정신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처음에는 그녀의 어리광을 받아주던 유피였지만, 이내 그 얼굴을 밀어냈다. 정도라는 게 있다. 정도라는 게. 왜 그 선을 못 지키는 건지 모르겠다.
“볼 일은 다 끝난 거야?”
“응, 휴가를 받아줘서 고마워.”
무복 차림의 알베르트는 뭔가 산뜻한 느낌이다. 평소의 각 잡힌 모습과는 다르다. 어깨에서 힘이 빠진 집사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편하게 느껴졌다.
“참, 세실리아 님.”
알베르트는 들고 있던 물건을 세실리아에게 내밀었다.
“선물입니다.”
“엥?”
나한테? 세실리아가 이상하다는 듯 유피를 보고, 송이를 보고, 알베르트를 보았다.
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하고 세실리아는 헛기침을 터뜨렸다. 그녀는 알베르트가 준 물건을 받았다.
“어머, 난 이런 걸 준다고 해서 쉽게 넘어가는 여자가 아닌데? 열어봐도 될까?”
“물론입니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는 건 간만의 일이다.
세실리아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포장지를 열었다.
안쪽에는 새장이 있었다.
다시 확인해 본다.
새장이 있었다.
“?”
포장지 안쪽에는 새장이 있었다.
“저기, 집사. 잘못 준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세실리아가 든 커다란 새장을 보며 알베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게 뭐야?”
“새장입니다.”
“아니, 그건 나도 알아. 내 물음은 이걸 왜 줬냐는 거야.”
세실리아의 물음에 알베르트는 태연히 대답했다.
“세실리아 님의 사역마는 다 까마귀지 않습니까? 혹시 가출하더라도 이게 있으면 안심이겠죠. 까마귀가 멀리 있는 유피의 성까지 날아올 이유는 없을 겁니다.”
“…….”
“비싼 겁니다. 제 봉급을 거의 다 썼습니다.”
“…….”
뒤쪽에서 목소리를 죽인 유피가 쿡쿡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를 들은 세실리아는 알베르트를 향해 소리쳤다.
“집사! 너, 나한테 너무한 거 아냐!?”
“선물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니, 선물은 고마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곤란해하는 알베르트를 향해 세실리아는 지팡이를 들었다.
보랏빛 마나가 꿈틀거린다. 그에 반응하듯이 내공이 움직였다. 하지만 무공을 쓰지 말라는 두 마녀의 충고를 떠올린 알베르트는 내공을 가라앉혔다.
“실망하셨다면, 다음부터는 다른 걸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필요 없거든!?”
세실리아의 지팡이가 알베르트의 머리로 떨어졌다. 잔뜩 화가 난 그녀는 몸을 돌렸다. 먼저 가버리는 언니의 모습에 유피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다.
“유피.”
알베르트는 세실리아를 쫓아가는 유피를 불렀다. 그는 무복 안쪽에서 작은 포장지를 꺼냈다.
“원래는 돌아가서 줄 생각이었는데. 여기서 만나 버렸으니까.”
“뭐야?”
“선물이야.”
“설마 새장은 아니지?”
알베르트는 웃었다. 한 손에 들어오는 포장지는 새장이 들어갈 만한 크기가 아니다. 안을 열어봐도 좋다는 알베르트의 말을 들은 그녀는 포장지를 깠다. 안쪽에는 하얀 복주머니가 있었다.
“지난번에 보니까 주머니가 낡아 있더라고. 마도구는 아니지만, 유피면 개량할 수 있지?”
“…….”
잠시 복주머니를 바라보던 유피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알은 바보구나. 내가 왜 그 복주머니를 아직도 쓰고 있는지 모르겠어?”
“추억이 깃든 물건이겠지.”
“그래, 할아범이 남겨준 물건이야.”
“…….”
유피는 품 안에서 낡은 복주머니를 꺼냈다.
알이 준 복주머니와 유피의 복주머니. 새것과 헌 것을 같이 두니 차이가 확연히 들어왔다.
“이번 기회에 바꾸는 것도 좋겠네. 고마워, 집사.”
“천만에요, 아가씨.”
두 복주머니를 품 안에 챙긴 유피는 아, 하고 생각난 것처럼 물었다.
“그래서 아까 호접희는 뭐였던 거야?”
“아, 그거 말인데. 낙적이 결정되어서 제갈윤 공자와 결혼한다는 모양이야.”
결혼?
알베르트의 말에 유피는 두 눈을 멍하니 깜박였다.
*&*
한밤중의 귀화루는 손님이 없었다.
오늘 밤은 휴일. 손님을 일절 거절한 귀화루 안쪽에서는 기녀들이 송별식을 벌이고 있었다. 무대 위에 커다랗게 걸린 화관에는 「축! 호접희 시집가는 날」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가희가 아침부터 주도한 송별식은 호접희와 제갈윤 공자가 돌아오는 시간에 딱 맞아 떨어졌다. 어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싶었다.
유피는 울고 있는 호접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잘 먹고 잘살아야 해, 이 가시나야.”
“응. 네 몫까지 행복해질게.”
“내 몫까지 가져갈 필요는 없고.”
“뭐야, 그게.”
눈물범벅이 된 가희가 그녀를 끌어안고 있었다. 한차례 눈물을 쏟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두 사람은 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기녀들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한쪽에 앉아 있던 소민의 입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곰방대의 매콤한 연기 때문일까, 그녀의 눈도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제갈윤 공자는 결국 세가에서 쫓겨난 모양이야.”
“그렇겠지.”
알베르트의 말에 유피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낮에 봤던 그 광경은, 부모님의 허락을 구하기 위해 세가로 돌아갔던 두 남녀의 무모한 도전이었던 것 같다. 물론 돌아온 대답은 밝지 않았다. 호접희는 첩도 괜찮다고 한 것 같지만, 제갈윤 공자는 그녀의 요청은 거절한 모양이다.
용살자라는 별호를 고집한 건 그런 까닭이었다. 자신의 지위가 좀 더 올라간다면, 혹시 세가로부터 허락을 받아낼 수 있을 거로 여겼던 모양이다.
요즘 시대에 이런 멍청한 남자도 있는 걸까.
“양양에서 살지는 못할 테고. 다른 도시로 떠나야겠네.”
“낙양이 가장 유력하다고 하는데. 어떨지는 모르겠어.”
“낙양이라……. 혼혈이 살기에는 힘들 텐데 말이야.”
양양이 특이한 경우다. 아벨 황자가 힘 써주고 있는 이 도시는 혼혈들에게는 그나마 사람처럼 살 수 있는 도시였다. 이곳을 떠난다면 고생길이 훤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얼굴에는 근심이 보이지 않았다. 유피는 그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두 사람이 함께라면 괜찮겠지. 어떤 가시밭길이라도 힘내서 통과할 수 있을 거야.”
“이상론이네.”
“그렇지도 않아, 유피.”
“…….”
호접희의 송별식은 이제 가무로 변해 있었다.
기녀들이 서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슬픔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다. 무대 위에서 우스운 춤과 아름다운 춤을 추는 기녀들이 가득했다. 평소에는 계산대에서 곰방대만 피고 있던 소민이도 지금은 그 무대에 올라 있었다. 어색한 춤이 나오고 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한쪽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세실리아는 슬그머니 밖으로 빠져나갔다.
유피와 춤을 출 거로 생각했는데, 별로 춤을 추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이제 자리에 앉아 있는 건 두 사람뿐이다.
유유히 찻잔을 드는 유피를 향해 알베르트는 말했다.
“레이디는 나가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어머, 저와 어울릴 수 있는 신사분이 없는데요?”
유피의 대답에 알베르트는 무릎을 꿇었다. 한쪽 손을 알베르트는 그녀에게 내밀었다.
“저한테 레이디와 어울릴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흐응.”
유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베르트의 손을 잡은 그녀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직 날은 바뀌지 않았다. 알베르트의 휴가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는 집사가 아니라 한 명의 신사다.
“좋아. 어디 실력을 한번 볼까, 알?”
“물론이야, 유피.”
알베르트와 유피는 무대 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