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3화. 연회(3) (83/200)

 # 83

연회(3)

“언니는 정말로 놀랐단다! 우리 유피가 설마 그런 말을 꺼낼 줄이야.”

“소란스럽군요. 차분하게 연회를 즐겨주시면 안 될까요, 산의 마녀?”

세실리아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호들갑 떠는 그녀를 보며 유피는 차분히 말했다. 술을 마신 탓일까. 그렇지 않으면 한껏 목소리를 높인 탓일까. 그녀의 얼굴은 살짝 홍조가 올라와 있었다.

“그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지만, 축사도 다 준비하고 있었던 거구나.”

“뭐, 그렇지.”

아니, 그건 아니다.

알베르트를 돌아보았던 유피의 입가에는 익숙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계획적인 발언이 아니었다. 즉흥적으로 떠올린 생각이다. 만약 실패했으면 어떻게 수습할 생각이었던 걸까. 아마 생각해 두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다.

알베르트는 테이블 너머에서 벌어지는 연회를 둘러보았다.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나아간 그녀의 축사는 성공했다. 장례식장처럼 침중했던 연회장은 온데간데없었다. 축제장처럼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객잔을 울리고 있었다. 연회장 중앙에 나온 두 기녀는 익숙한 아가씨다. 아름다운 음성으로 좌중을 사로잡는 건 가희다. 그녀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호접희의 몸짓은 가벼웠다. 귀화루의 간판 아가씨인 두 사람이, 연회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흥에 겨운 참석자들이 술잔을 들고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순수하게 연회를 즐긴다. 건배를 나누는 이들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상석을 향해 곰과 같은 남자가 다가왔다. 허리춤의 술병이 흔들린다. 그는 유피를 향해 두 손을 모았다.

“유피에르 황녀 전하를 뵙습니다. 양양 성의 수비대장 무진입니다.”

“이야기는 들었어, 불패의 수비대장. 이번 사태에서 용하 거리를 맡았다고 들었어. 피해가 많은 곳이었는데, 정말로 노고가 많았어.”

“제가 황녀 전하께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지옥도를 끝낸 마법은 황녀 전하께서 행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그려지는 지옥도를 막았을 뿐이야. 실제로 동포들을 구한 건 너희야.”

고개를 저은 유피는 말을 이었다.

“아벨 황자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야. 그때까지는 로버트 집사와 함께 수복 작업에 힘써줘.”

“존명.”

둘의 이야기가 끝난 걸 확인한 알베르트는 물었다.

“이런 연회는 싫어하는 거 아니었나?”

“황자님의 건강을 챙기기 위한 연회와는 성격이 다르지 않나? 휴식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네.”

“그래서 다들 데리고 온 모양이군. 부관은 어디에 있는가?”

“로한이라면 저기서 술판을 벌이고 있지.”

무진의 손가락을 따라가 보니 그곳에는 로한의 모습이 보였다.

무언가 재미난 볼거리라도 생긴 듯 모여 있는 사람들의 수가 많다. 테이블 하나를 앞에 둔 채 마주 보고 있는 건 황림당의 무인인 마틴이었다. 두 사람의 손에는 술잔이 쥐어져 있었다. 주변에는 벌써 빈 술병이 쌓여 있었다.

“로한도 제법 술을 하는 편이지만, 황림당의 무인들에게는 힘들 거야.”

“내공으로 술기운을 지우면 상관없지 않은가?”

“그런 재미없는 짓을 시킬 수는 없지. 카일도 같은 생각일 걸세.”

“자존심 승부라는 거군.”

“그렇지. 만약 지고 오면 특훈 한 달 치라고 말해뒀으니, 저기서 죽을지언정 술잔을 놓지는 않을 거야.”

“…….”

우하핫, 하고 웃은 무진은 로한이 있는 자리로 향했다.

그는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술병을 풀어 테이블 위에 올렸다. 마틴과 로한이 무진을 바라보았다. 입꼬리를 올린 그는 당연하다는 듯 술 싸움에 참전했다.

유피는 젓가락을 들었다. 젓가락이 향하는 곳은 천하 객잔의 왕만두다.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만두를 향해 손을 뻗는데, 하얀 단화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귀화루의 루주인 청화다. 젓가락을 내린 유피는 그녀의 인사를 받았다.

“여기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유피에르 황녀님.”

“식사하러 간다는 곳이 여기였어?”

“그렇습니다. 아벨 황자님이 못 오신다고 듣긴 했는데. 설마 황녀님이 오실 줄은 몰랐네요.”

“로버트 할아범이 대리 참석하기는 그렇잖아.”

“황녀님은 의외로 정이 많으신 분이군요.”

“흥.”

유피는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청화의 말이 맞았다.

아벨 황자가 부탁하긴 했지만, 선택은 그녀의 몫이었다. 유피가 연회의 주최자 대리로 참석할 이유는 없었다. 그랬다면 축사를 읊을 필요도 없이, 조용히 식사만 하고 떠나는 것도 가능했겠지.

하지만 유피는 그러지 않았다. 구태여 옷까지 챙겨 입고 온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역시 제 눈은 틀리지 않았군요.”

“무슨 말이야?”

“소문은 믿을 게 못 된다는 말입니다. 유피에르 황녀님은 우리들의 어엿한 황녀님이십니다.”

치마를 잡은 청화는 유피를 향해 고개를 깊이 숙였다.

“차후에라도 하오문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말씀만 하시기를. 이 한예원. 황녀님의 힘이 될 것을 이 자리에서 약조 드립니다.”

“후회하지 않겠어?”

“전 제 눈을 믿습니다, 황녀님.”

확신에 찬 청화, 한예원의 시선에 유피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맺혔다.

“그래, 네 뜻을 존중할게. 하오문의 힘이 필요할 때는 의지하겠어.”

청화의 등 너머로는 기녀들이 보였다.

몇 개의 테이블을 전부 차지하고 있는 것이, 귀화루의 기녀들은 전부 참석한 것 같다. 송이는 물론이고, 그녀와 비슷한 또래의 기녀들도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한데, 그 안에 있어야 할 작은 의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청화 님. 아란 의녀는 참석하지 않은 겁니까?”

“아란 의녀라면 어제부로 저희와 맺은 계약이 끝났습니다. 원래는 오늘 연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남편이 와서 지금쯤 양양을 떠났을 겁니다.”

“남편?”

“그렇습니다. 수행 중인 의녀로 알고 있었는데, 유부녀인 줄은 몰랐습니다.”

“혹시 어디로 떠난다고는 말하지 않았나요?”

“낙양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습니다.”

청화가 떠나고 난 뒤 유피는 알베르트를 향해 말했다.

“진짜로 남편이 있었던 모양이네.”

“딸아이도 있다고 했어.”

“자식까지 낳았다고?”

그 작은 몸으로 임신까지 했다는 게 상상이 안 된다는 듯, 유피의 표정은 질려 있었다.

“무슨 범죄행위를 저지른 거야, 그 남편이란 사람은?”

“유피, 목소리가 커.”

알베르트도 같은 것을 생각했지만, 그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유피는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아직 만두는 김이 올라오고 있다. 식기 전에 빨리 먹는 게 좋겠지. 아침 식사를 한 이후로는 먹은 게 없다. 빈속에 들어간 술 때문인지 속이 쓰렸다. 커다란 만두를 젓가락이 잡은 순간, 검은 그림자가 그녀의 머리 위로 드리워졌다.

“유피에르 황녀님을 뵙습니다. 황림당의 두령 카일입니다.”

“자랑스러운 녹림의 후예들. 여기는 산이 없어서 불편하지 않아?”

젓가락을 놓은 유피는 늑대 가죽을 두른 황색 의복의 무인, 카일을 보았다.

“산은 없지만, 약탈할 상인은 많습니다.”

“이상하네. 내가 듣기로는 산적들이 상인을 지킨다고 들은 것 같은데?”

“시대가 변했으니 말입니다.”

쓴웃음을 머금은 카일은 테이블 위로 술병을 올렸다.

“이제는 구할 수 없는 분주(汾酒)입니다. 오늘같이 즐거운 날, 황녀님의 상에 올라갔으면 하는군요.”

“술이라…… 기쁜 마음으로 받도록 하지, 카일.”

유피의 시선을 느낀 알베르트는 분주를 열었다. 술의 색깔은 맑고 투명했다. 이만한 술이라면 명주로 꼽히지 않을까. 그는 무심코 유피를 보았다. 뛰어난 향과는 별개로 분주는 매우 독했다. 잔을 채운다. 기쁜 마음으로 술을 받는 카일과 달리 유피의 입가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녹림의 후예를 위하여.”

“동포의 미래를 위하여.”

건배를 나눈 황녀와 산적은 분주를 마셨다. 두 손을 모은 카일은 천천히 물러났다.

유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두령의 모습이 사라지는 걸 확인한 유피는 우욱, 하고 헛구역질을 했다.

“도대체 술이 뭐가 좋다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속이 안 좋으면 말해.”

유피는 대답하지 않았다. 젓가락을 잡은 그녀의 손은 이제는 식어버린 만두를 향하고 있었다. 안주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의 도전은 실패하고 말았다. 한 쌍의 남녀. 낯익은 기녀와 공자가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황녀님.”

“이전에는 실례를 범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황녀님!”

고개를 들고 싶지 않다. 만두와 눈앞의 손님을 응대하는 것. 고민하던 유피는 결국, 젓가락을 놓았다. 살짝 웃음을 머금은 얼굴과는 달리 그녀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손님은 무대 중앙에서 춤을 추고 있던 호접희와 용살자라는 미공자, 제갈윤이었다.

“설마 황녀님께서 신분을 숨기고 계실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됐어. 별로 신경 쓰지 않으니까.”

“말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희 제갈세가. 황녀님의 요청만 있다면 언제든지 이 무례를…….”

“그만하라고 했잖아.”

유피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인다. 황녀의 기분이 나빠진 것이 자신의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제갈윤은 황급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황녀님.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화를 풀어드릴 수 있겠습니까?”

“화? 좋아. 이 자리에서 당장 꺼…….”

“유피.”

“…….”

알베르트는 유피의 말을 막았다. 술 때문인지, 유피의 감정은 격해져 있었다. 즐거운 자리에서 꺼낼 말이 아니다. 후, 하고 그녀는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난 여기에 없는 거야.”

“알겠습니다, 황녀님.”

돌려 말한 그녀의 뜻을 받아들인 알베르트는 눈앞의 남녀를 응대했다.

“정말로 괜찮습니다, 제갈윤 공자님. 황녀님의 기분이 상하신 건 당신 때문이 아닙니다.”

“그렇습니까?”

“그러니까 이만 가보셔도 좋습니다.”

유피는 만두를 들고 있었다. 그녀의 눈치를 살피던 제갈윤 공자는 알베르트를 보았다.

“알베르트 님에게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에게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지난번에 보니 용에 관해서 관심이 있으신 것 같던데. 혹시 용의 무덤에 가고 싶으시다면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건 또 뜻밖의 이야기였다.

용, 다른 이름으로는 드래곤. 아무리 알베르트가 나이를 먹었다지만, 남자들은 누구나 드래곤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알베르트는 유피의 눈치를 살폈다. 양 볼이 미어터지게 만두를 입에 넣은 그녀는 제갈윤 공자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다음에 가게 될 일이 생긴다면 신세 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호접희와 함께 제갈윤 공자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서로 팔짱을 낀 채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세실리아가 말했다.

“이전에는 말할 기회를 놓쳤었는데 말이야, 집사. 우리의 용은 너희의 드래곤과는 달라.”

그녀의 입안에서 과일이 터졌다. 붉은 과즙이 입술을 적셨다.

“예전이면 모르겠지만, 지금 마계에 남은 용들은 잘해야 와이번(Wyvern) 정도밖에 안 되는 마물이란다. 그것도 용이라는 이름을 쓰기 민망할 정도의 뱀이야. 이제는 이무기도 보기 힘든 세상이니까. 아마 저 공자가 잡았다는 용도 와이번이지 않을까 싶어.”

“그렇습니까?”

알베르트는 애써 실망한 기색을 감췄다. 사실이 그렇다면 아무래도 진짜 드래곤을 기대하는 건 힘들 것 같다. 식사에 열중한 유피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알베르트는 만두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잠시 한적해진 틈을 타 알베르트는 연회장을 살펴보았다.

귀화루의 기녀들이 모인 테이블에는 남자의 모습이 많지 않았다. 그녀들이 혼혈 출신이기 때문일까? 조금 더 주변을 둘러보던 알베르트는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 관병들의 짓이다. 가희가 무진과 이야기하고 있는 걸 봤을 때, 아무래도 그녀가 요청한 모양이다. 물론 술을 들기 바쁜 무진은 그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지만 가희는 끈질기게 그 옆에 붙어 있었다.

생각 외로 눈에 익숙한 사람이 많았다.

용하 거리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던 남자도 연회장에 있었다. 하얀 붕대를 팔에 두르고 있었지만, 견딜 만하다는 듯 그는 술잔을 입으로 옮기고 있었다.

아쉽게도 신교의 파수꾼들은 보이지 않았다.

지옥도가 막을 내린 그 날, 신교는 양양을 떠났다. 선녀는 좀 더 양양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 같지만, 낙양으로 돌아가는 일이 더 우선이었던 모양이다. 원래는 집회가 끝난 직후 바로 갔어야 했던 걸 생각하면, 그들로서는 많은 부분을 양보한 걸지도 모른다.

“오빠가 그 해골 오빠야?”

“응?”

언제 다가온 것일까. 주변을 둘러보는 알베르트의 옆에 작은 꼬마 소녀가 와있었다.

검은 머리의 소녀는 기억에 있는 얼굴이었다. 에일린과 함께 구했던 아젤이라는 소녀다.

“다행이구나. 어머니는 무사하니?”

“응, 엄마는 멀쩡해! 고맙다고 말하러 왔어.”

순수한 아이의 호의에 알베르트는 가슴이 간지러워지는 걸 느꼈다.

“그런데 그 언니는 어딨어?”

“그 사람은 여기에 없어.”

“엄마가 언니한테도 인사하랬는데.”

“음, 오빠가 전해줄게. 뭐라고 전해주면 될까?”

“고마워, 오빠. 아젤이 고맙다고 전해주면 돼!”

꾸벅, 하고 고개를 숙인 아젤은 후다닥 뛰어갔다. 그 뒷모습을 쫓아가 보니 한쪽 손을 부목으로 바친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엄마의 옷소매를 잡은 아젤은 테이블로 향했다.

“언니라는 건 무슨 이야기야?”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난 걸까. 입가를 손수건으로 닦은 유피가 물었다.

“유피가 구해준 혼혈 마족을 말하는 거야. 사정이 있어서 날 조금 도와줬거든.”

“그 여자가?”

그러고 보니 이야기가 아직이었다.

알베르트는 에일린이 신교의 파수꾼이라는 이야기와 그녀로부터 받은 패를 꺼냈다.

흑백이 섞인 패를 받은 유피는 신기하다는 듯 살펴보았다.

“뭔가 신기한 마력이 담겨 있네. 어떻게 생각해, 언니?”

“두 힘이 혼재해 있구나. 하나는 마기고, 하나는…… 신성력 같은데?”

“신성력?”

“신교의 선녀가 성마력이라는 힘을 다뤘습니다.”

집회 장소에서 선녀가 보였던 힘.

신성한 마기라고 하는 편이 어울리던 신비한 힘이다. 세실리아와 유피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두 시선은 알베르트가 모르는 무언가를 이야기하듯이 의미심장했다.

“어딘가 짚이는 곳이라도 있어?”

“아무것도 아니야.”

유피는 알베르트에게 패를 넘겼다.

“일단 초대는 받았다는 이야기잖아.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릴지도 모르겠네.”

“혹은 반대일지도 모르지.”

세실리아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유피와는 달리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신설교에 가게 되면 조심해, 집사. 성마력이 진짜라면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르니까.”

“선녀는 불온한 짓을 저지를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선녀는 둘째 치더라도, 그 교단의 다른 신도들은 믿을 수 없다는 말이야.”

“…….”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세실리아의 덧붙임에 알베르트는 패를 매만졌다. 흑과 백이 나뉜 신교의 패는 불길한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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