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
마녀의 우울
유피는 오늘도 공방 안쪽에 틀어박혀 있었다.
시더 황자와 라피엘이 낙양으로 돌아간 이후 그녀는 공방에서 나오는 일이 드물어졌다.
점심을 챙겨 간 알베르트는 가벼운 복장을 한 유피를 볼 수 있었다.
예의 네글리제 차림이 아니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그녀는 속옷과도 같은 복장을 지양하게 되었다. 방 안에서는 어떻게 입는지 모르겠지만, 일하고 있을 때는 속살이 드러나는 걸 멀리했다. 덕분에 알베르트도 전처럼 시선 둘 곳이 곤란하지는 않았다.
유피는 은빛 머리카락을 리본으로 묶고 있었다. 떡이 질대로 진 머리카락은 기름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목 전체를 덮던 머리카락이 자리를 비우자, 그녀의 하얀 목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식사 시간은 길지 않았다.
맛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점심을 비운 유피는 푸른 수정구를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피.”
“지금은 바쁘니까 다음에 말하지 않을래? 이야기라면 나중에라도 가능하니까.”
“아니, 오늘은 말해야겠어. 최근에 씻은 게 언제야?”
“글쎄?”
관심 없다는 유피의 반문에 알베르트는 데워온 물을 내밀었다.
과거에도 종종 이런 일이 있었지만, 적어도 그때의 그녀는 청결함을 유지했었다. 비에 젖은 도둑고양이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유피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알베르트도 물러설 수 없었다.
오늘은 단단히 각오하고 온 터다. 청결은 중요한 문제다. 자기 관리가 소홀해진 그녀가 덜컥 병이라도 걸려버린다면, 알베르트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것이다.
잠시 말없이 신경전을 이어가던 유피는 백기를 들었다.
아공간을 연 그녀는 안쪽에 수정구를 넣었다. 유피는 소매를 걷고 따뜻한 물로 세면을 시작했다. 두 손을 적시고, 얼굴을 씻는다. 꽃향기가 나는 잿물을 닦아낸 유피에게 알베르트는 수건을 내밀었다. 물기를 닦아낸 그녀의 눈가에는 짙은 다크 서클이 어려 있었다.
“잠은 잘 자는 거야?”
“그럭저럭 자고 있어.”
뻔한 거짓말이다. 제대로 쉬지 않는 모양이다.
더러워진 물을 치운 알베르트는 제법 큰 물통을 유피 쪽으로 밀었다. 두 시선이 교차했다. 이게 뭐냐는 유피의 시선과 어서 씻으라는 알베르트의 시선. 의미를 알아차린 유피의 얼굴이 구겨졌다.
“여기서 머리까지 씻으라는 거야?”
“거들어줄게.”
별무리를 닮은 유피의 은빛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내려오고 있었다.
제대로 씻고 말리기 위해서는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길이다. 씻질 않아 떡이 진 머리카락은 못 해도 물 안에서 두세 번은 풀어야 본래의 윤기를 되찾을 터였다. 수발을 들어주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 그러나 알베르트를 보는 유피의 눈은 차갑게 얼어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내 머리를 만지겠다고 한 거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냐는 유피의 물음에 알베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디의 머리를 만져도 되는 남자는 그 레이디가 마음을 허락한 상대뿐이다. 여기에서 마음을 허락했다는 말은, 그 외간 남자가 지아비 될 사람임을 의미했다. 즉, 알베르트의 말은 은연중에 자신이 유피의 연인이라고 말한 것과 동일했다.
“난 유피의 집사야.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사용인은 애초에 연애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시종들은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수발을 들 수 있었다. 태연하게 대답하는 알베르트의 모습에 유피는 한숨을 쉬었다.
일반적인 주종 관계라면 그 말이 맞다. 사용인이 아가씨의 수발을 드는 것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 사람이 집사라면 이보다 더 예민한 문제도 거리낌 없이 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알베르트는 유피에게 연심을 품고 있었다.
유피는 알베르트를 응시했다.
자신이 너무 과민 반응을 하는 걸까. 아니면 여기서는 강하게 나가는 게 좋을까. 고민하던 그녀는 손을 내저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나가 있어.”
“대충 마법으로 끝내려는 건 아니지?”
“그런 편리한 마법이 어디 있어.”
“없는 거야?”
“…….”
마법은 만능이 아니다. 특히나 유피가 쓰는 마법은 정해진 술식을 그대로 쓰는 서클 마법과는 달랐다. 길을 열고 세계수의 지혜를 청해야만 다룰 수 있는 마법이다. 편의를 달래기 위한 마법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란 듯이 실망한 알베르트의 모습에 유피는 쏘아붙이듯이 물었다.
“뭐 더 할 말이라도 있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나는 유피의 집사니까.”
유피는 알베르트를 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집사의 두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뭔가 이상한 오해를 사버린 모양이다. 말이 너무 짧았던 걸까. 유피는 그 사실을 인정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남자에게는 말해두는 편이 맞았다.
“그런 게 아니야, 알. 성을 한동안 비워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성을?”
“지난번처럼 잠깐 비우는 거면 모를까, 조금 오래 비워야 할 것 같거든. 내 나름대로 준비할 게 많다는 거야.”
“······.”
“뭐야, 그 눈은?”
“유피의 입에서 외출한다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어.”
“알은 대체 어떤 눈으로 날 보고 있는 거야?”
탁상 위의 시약병들이 붕 떠올랐다.
자신도 모르게 마나를 끌어 올린 유피의 입가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유피는 마나를 가라앉혔다. 의미 없는 화풀이다. 불손한 집사의 태도는 차후에라도 혼낼 수 있었다. 굳이 이 자리에서 벌을 내릴 필요는 없었다.
“마계에 가본 적은 있어?”
“마계? 설마.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인간 중에서 마계를 간 이는 없어.”
금지된 숲을 넘으면 나온다는 마족의 땅.
마족이 제국을 침략한 일은 있어도, 인족이 마계를 침략한 일은 없었다. 초대 황제인 이실리아 폐하가 신석을 훔쳐왔다는 모든 것의 발단이 되었다는 그 일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날이 풀리면 마계에 갔다 오자.”
“갑자기 마계는 왜?”
“알, 네가 입은 상처는 월아가 새긴 기운이야. 그 기운은 평범한 방법으로는 지울 수 없어.”
“으음….”
표정이 어두워진 알베르트는 침음성을 흘렸다. 가벼운 상처가 아니라는 건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요양하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헛된 희망이었던 모양이다.
“마계 어디로 갈 생각이야?”
“신세 지고 싶지는 않지만···. 아벨 오빠를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아.”
“아벨이라면, 지난번에 말했던 5황자인?”
“그래.”
5황자 아벨 워스테인.
알베르트는 얼음같이 냉철한 성격을 가진 마족을 떠올렸다.
불이나 다름없던 시더 아르테니아와는 정반대인 마족이다. 전술을 다루는 쪽이 시더라면, 전략을 다루는 쪽은 아벨이었다. 직접 전장에 나서는 것보다 지휘하는 것이 어울렸던 마족. 그러나 본연의 힘이 떨어지는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았다.
문무겸비. 지휘관으로서 역량이 더 뛰어났기에 전장으로 뛰어드는 일이 적었을 뿐이다.
“양양에는 마계 내에서도 손꼽히는 의원이 모두 모여 있으니까, 알을 치료해줄 만한 의원도 분명 있을 거야.”
“난 인간인데, 괜찮을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베르트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서일까, 유피는 단언했다.
“그 전까지는 몸을 좀 챙겨둬. 나도 준비할 게 있으니까. 참, 월아는 뽑아봤어?”
“아직이야. 몸이 괜찮아지면 도전해 볼 생각이야.”
월아를 쥔다면 악몽을 보게 될 확률이 높다.
몸 상태에 만전을 기하고 시도해보는 편이 좋겠지. 거기에 칼자루에 붙은 사희도 신경 쓰였다. 잘못하면 그녀와 다시 검을 섞는 일이 생길지도 몰랐다.
유피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러네. 악몽을 이겨낼 자신은 있어? 사희와 만나야 할 텐데.”
“유피가 도와준다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마치 내 도움이 없다면 무리라는 말로 들리네.”
“현재 내 실력으로는 사희를 이길 수 없어.”
알베르트의 실력으로는 사희를 쓰러뜨릴 수 없다.
그녀가 이뤄낸 경지는 하루아침 만에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사희가 쌓은 무는 아득히 높은 곳이다. 향후라면 몰라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현재의 알베르트로서는 이길 방도가 없었다.
“하긴 사희는 무덤 수호자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상대니까. 그럼 악몽을 바꿔 볼까?”
“바꾼다고?”
이건 무슨 말일까.
알베르트의 반문에 유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양에는 몽환기(夢幻器)라는 마도구가 있거든. 정신세계에 간섭할 수 있는 물건 중에서는 최상위 마도구에 들어갈 거야. 아무리 사희와 월아라고 하지만, 몽환기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할걸? 막말로 악몽을 즐거운 꿈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할 거야.”
“그런 편리한 마도구가 있으면 진작 구해놓지 그랬어.”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딱 두 개밖에 없는 마도구라서 말이야. 한 개는 이미 주인이 있고, 남은 한 개는 묻어둔 터라 꺼내야 해.”
“던전에 있는 거야?”
혹시 천마의 무덤에 있다든가, 그런 이야기가 아니길 알베르트는 간절히 바랐다.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별로 믿음직한 대답은 아니었다.
어디에 있다고 확실하게 말하지 않는 걸 보니, 스멀스멀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그런 알베르트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피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몽환기도 만능은 아니야. 철저하게 해둘 필요가 있겠네. 좋아. 알이 보고 온 악몽이 어떤 것이었는지 말해줄 수 있겠어?”
“유피도 사희랑 싸웠다고 하지 않았어? 이미 어떤 악몽인지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악몽은 다 똑같지 않아. 적어도 나와 시더 오빠가 본 악몽은 달랐어.”
그 말은 다른 조건에서 사희와 겨룬다는 걸까? 알베르트는 얼굴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힘든 상대다. 이보다 더 상황이 나빠지는 건 반가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내가 본 악몽은 한 객잔이었어. 어두운 객잔 안에 망자의 모습을 한 사희가 있었어.”
“객잔이라, 오빠가 본 악몽이구나. 그렇다면 거기에서 사희와 싸웠고, 심장을 다친 건 그곳에서야?”
“맞아. 그리고…. 다른 악몽을 꿨어.”
“그게 끝이 아니라고? 악몽을 또?”
사희와의 교전은 솔직히 곁가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알베르트는 그쪽 기억이 선명했다.
“심장을 당한 이후에 꾼 악몽이라. 그건 주마등일지도 모르겠는데. 혹시 내용도 기억해?”
안타깝게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유피의 어린 시절. 가문의 몰락. 아가씨와의 추억. 그리고 수도 방어전.
어느 것 하나, 유피에게는 토로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꼭 말해야 해?”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아도 돼.”
머뭇거리는 알베르트의 태도에 무언가 짚이는 것이 있었는지, 유피는 부드럽게 말했다.
“어렸을 때 겪었던 끔찍한 기억을 봤어.”
“기억을 봤다, 라. 겪은 게 아니라? 악몽의 주체자가 아니었던 모양이네. 그럼 방관자였던 거야?”
“맞아. 다른 곳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어. 그러다가, 내가 주체자로 변했어.”
“방관자의 입장에서 주체자가 되었다는 거네. 좋아. 그럼 사희는? 그녀도 그 자리에 있었어?”
“아니.”
사희는 보이지 않았다. 그 악몽에서 사희가 있을 곳은 없었다.
애초에 그 시점의 알베르트는 마족이라고는 유피 외에는 알지 못했다.
“그런가. 그렇다면 그건 월아의 악몽일 가능성이 크겠네.”
“월아의 시험….”
자신의 주인을 고른다는 천마의 유산.
달의 어금니라 불리는 명검.
하지만 알베르트는 검을 뽑지 않았다. 월아를 쥐고 있었던 것은 사희다. 자신은 그 검에 심장을 당했을 뿐인데, 그런 일이 가능한 걸까?
잘 모르겠다. 생각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고개를 저어 사고를 털어낸 알베르트는 물었다.
“유피가 본 악몽은 뭐였어?”
“내가 본 악몽?”
“시더 황자와는 달랐다면서.”
“썩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야.”
유피의 표정이 씁쓸했다. 가능하다면 말하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악몽을 이겨낼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 대답을 기다리는 집사의 모습에 그녀는 입을 열었다.
“내가 본 악몽은, 있을 수 없는 평화로운 광경이었어.”
이건 또 무슨 말인 걸까. 우습다는 듯 유피는 실소를 지었다.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간 세계. 마족도, 지옥도 없고. 마계로 변해버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세계를 봤어.”
“사희도 그곳에?”
“있었다고 생각해.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
서로 본 악몽이 너무 다르다. 실마리를 풀어내긴커녕, 오히려 복잡하게 꼬여버렸다.
“월아는 어디에 있어?”
“방에 있는 거치대에 걸어놓았어.”
월아는 현재 알베르트의 허리춤에 없었다.
방에 고이 모셔둔 월아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어차피 쓸 수도 없는 무기다. 지니고 있으면 짐밖에 되지 않으니, 알베르트로서는 갖고 다닐 이유가 없었다.
“안일하네. 혹시 모르니까 다음부터는 갖고 다녀.”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있어? 여기라면 안전하잖아.”
다른 장소도 아니고 유피의 성이다.
사부님이 지키는 이 성에 무단 침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 문제가 아니야, 알. 월아는 천마가 남긴 유산이야. 그 유산에는 말이지.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승이 있어. 천마의 유지를 잇는 자가 모든 유산을 한데 모으면 마족에게 깃든 저주의 굴레를 벗겨낼 수 있다는 전승이.”
“저주를?”
“어디까지나 전설이야. 수백 년이 흐른 지금도 유산이 몇 개나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는걸. 애초에 유지를 잇는 자도 누구를 의미하는 건지 모르겠고. 할아범은 무덤 수호자의 고리를 전부 끊어내는 자가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유지를 잇는 자라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야.”
단순히 소문내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만든 이야기지, 하고 유피는 덧붙였다.
“알고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아. 사실 천마는 천마신교 출신이 아니라 이름 없는 일족에서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무인이라든지, 무덤 수호자의 유산이 마계 곳곳에 자취를 남기고 있다든지, 세상의 끝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인이 있다든지, 이것이 다 제국의 흉계라든지, 인족이 그 모든 원흉이라든지. 좋은 이야기는 별로 없어. 아무래도 마계가 불안정한 게 이유겠지만, 흉흉한 소문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
“마족도 마찬가지구나.”
3차 전쟁을 앞에 두었을 때, 제국 내에서도 불길한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마족은 인육을 즐겨 먹는 기호가 있다든지, 동족들을 서로 잡아먹는 원시적인 관습이 남아있다든지, 민심을 불안하게 만드는 소문이 많았다. 아마도 북부의 야만족들과 이야기가 겹치면서 생긴 소문이다. 제국 내에서는 소문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신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사람 사는 모습이 비슷한 건 어디나 똑같은 모양입니다.]
‘그러게 말일세.’
이야기를 마친 유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공방 안쪽으로 들어갔다.
식기를 치우는 알베르트의 시선에 따뜻한 물통이 들어왔다. 유피의 머리를 감기 위해 가져온 물이다. 손조차 대지 않은 것이 아무래도 직접 머리를 감을 생각은 없나 보다. 그렇다고 알베르트가 억지로 손을 쓸 수도 없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시녀가 한 명 정도 있으면 좋지 않겠어? 유피의 사생활도 챙겨줄 겸.”
“필요 없어.”
돌아오는 목소리에 알베르트는 즉답했다.
“그래? 그럼 내가 머리를 감겨줘도 좋다는 거네.”
“선을 넘지 마, 집사.”
정말로 제멋대로인 아가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