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화.추억이 흩날릴 때 (43/200)

 # 43

추억이 흩날릴 때

알베르트는 꿈에서 깨어났다.

눈앞을 달리던 광경은 더는 보이지 않았다. 유피의 유년기. 저택의 참사. 아가씨와의 추억. 제국 최후의 항전. 아직도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알베르트는 무심코 가슴 쪽으로 손을 옮겨보았다. 월아에 꿰뚫렸을 터인 가슴에는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혹시 모든 게 끝나고 유피가 성으로 데려온 걸까?

상황이 정리되지 않는다. 매번 그와 함께하던 천칭도 지금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알베르트가 옆으로 시선을 던졌을 때였다.

눈부신 황금빛의 소녀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일어났구나.”

듣기 좋은 청아한 목소리.

관심 없다는 듯 뚱한 표정과는 달리, 그녀의 어조에는 친애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신뢰하는 사람 앞에서만 드러내는 그녀의 본 모습이다.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는 당연하다는 듯 보여주던 그리운 얼굴이었다. 고운 얼굴을 앞에 둔 알베르트는 말을 잃었다.

“뭘 멍하니 있는 거야. 날 기다리게 했으면서 아직도 졸린 거야?”

귀여운 얼굴에 불만이 어렸다.

그 입술이 살짝 튀어나왔다. 화가 날 때면 그녀가 무의식중에 하던 행동이다.

더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찬란하기 짝이 없는 그 모습은, 언제나 노집사의 마음속에 있었던 아리시엘 루드비히였다.

“아가씨···?”

어둠이 사라지고 밝은 빛이 나타난 것 같다.

일순간 시야가 흐려진 알베르트는 눈가를 닦았다. 아가씨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헛것이 아니다. 가짜가 아니다. 깨끗해진 시계에는 여전히 아가씨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아리시엘 루드비히가 알베르트를 보고 있었다.

“오늘따라 이상하네. 왜 내 얼굴을 보고 울어?”

“죄송합니다, 아가씨. 이건 그런 게 아니라···.”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목이 메어 왔다.

지독한 꿈에서 깨어난 기분이 들었다. 걱정스레 바라보는 아가씨의 얼굴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악몽을 꿨습니다. 정말로, 길고도 긴 악몽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눈가를 훔쳐낸 알베르트는 떨리는 손으로 아리시엘의 손을 만졌다.

늙은 집사의 손과 달리 마나의 축복을 받은 아가씨의 손은 부드럽기 짝이 없었다. 사라지지 않는다. 확실한 감촉이 느껴졌다.

아아, 환상 같은 게 아니다. 이것은 현실이다.

“무섭게 왜 그러는 거야, 진짜.”

“다행입니다. 정말로, 다행입니다.”

천칭의 존재는 느껴지지 않는다.

몸 안을 달리던 내공도 느껴지지 않는다.

물먹은 옷처럼 무거운 몸은 언제나 느끼던 노집사의 신체다.

모든 게 악몽이었다.

아가씨는 이렇게 살아 있다.

“무슨 악몽을 꾸었길래 이러는 거야.”

“아마 제가 말씀드려도 믿지 않으실 겁니다.”

아가씨가 죽고, 유피가 죽고. 제국의 멸망이 눈앞에 다가온 악몽 같은 이야기.

아가씨의 안배로 회귀한 노집사가 마족의 힘을 얻는다는 삼류 소설도 안 될 이야기다.

“그러네. 시간도 있겠다. 한 번 이야기해 봐.”

“알겠습니다, 아가씨.”

목을 가다듬은 알베르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가씨가 죽은 것과 그녀가 남긴 천칭이라는 성좌에 대해서.

유피에르와 함께 쓰러뜨렸던 정체불명의 리치를 몇 년 동안 준비해서 쓰러뜨린 것에 대해서.

집사 시험을 완수하기 위해 금지된 숲으로 떠난 것에 대해서.

리치의 로브에 깃든 마력을 이용해 유피에르의 성에 도착한 것에 대해서.

그곳에서 사부님과 만난 것에 대해서.

“스켈레톤이? 하여간 그 여자는 취미가 이상하다니까.”

“그게 그녀의 매력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알베르트밖에 없어.”

“······.”

질렸다는 아가씨의 대답에 알베르트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가씨의 재촉에 알베르트는 말을 이었다.

그 아래에서 수련을 닦고, 무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사부님의 시련을 통과했다.

그렇게 얻은 힘과 마족의 과거. 그들이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인간이라는 말에 아가씨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별로 달갑지 않은 이야기네. 나는 마족이 일부러 인간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말이야. 유피에르도 그렇잖아? 그 성격 나쁜 여자는.”

“아가씨. 유피는 성격이 나쁜 게 아니라 솔직하지 못한 것뿐입니다.”

“알베르트는 항상 그 여자 편만 들더라?”

그 이후 시더 황자를 만나고 천마의 유산을 찾아 무덤으로 간 그는 녹림왕과 마주했다.

주군의 귀환을 기다리던 그의 한을 풀어주고, 라피엘을 구하기 위해서 그는 사희와 검을 맞댔다. 그리고···.

“악몽이 끝났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아가씨.”

알베르트의 이야기를 경청한 아리시엘은 흠,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꽤 그럴듯한 이야긴데? 실제로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

“빈말이라도 그런 말씀은 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가씨.”

“농담이야, 농담. 뭘 그리 심각한 표정을 짓고 그래.”

무서운 얼굴을 지었던 것 같다. 아가씨는 빙긋 미소 지었다.

“그런데 이제 손 좀 놔주면 안 될까?”

“아, 죄송합니다.”

무의식중에 힘을 넣고 있었던 모양이다. 알베르트가 꽉 쥔 아리시엘의 손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손을 쓰다듬은 그녀는 입을 열었다.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오늘은 좀 쉬는 게 어때?”

“아뇨. 괜찮습니다, 아가씨.”

걱정스레 바라보는 아가씨의 시선에 알베르트는 고개를 저었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리시엘은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말려도 소용없다는 걸 알아차린 것 같다.

“알았어. 준비해, 알베르트. 유피에르를 만나러 갈 거야.”

“네···?”

“정말로 괜찮은 거야? 유피에르를 만나러 갈 거라고.”

“아, 알겠습니다.”

이상하다는 아가씨의 시선을 받으며 알베르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대화일 텐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위화감이 등에 달렸다.

뭐지? 무언가 이상했다.

집사의 상태가 괜찮아진 걸 확인한 아리시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먼저 나가 있을게, 알베르트.”

“······.”

그리고 위화감은 확신이 되었다.

아리시엘은 이제 문고리를 잡고 있었다. 아가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알베르트는 입을 열었다.

“아가씨.”

“응?”

그리운 얼굴.

정겨운 목소리.

알베르트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사소한 몸짓.

어느 것 하나 달라진 것 없는 아가씨의 버릇들.

그 모든 걸 눈에 새긴 알베르트는 현실을 직시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무슨 소리야, 알베르트? 아직도 잠이 덜 깬 거야?”

아가씨의 눈썹이 호를 그렸다. 조금 화가 난 모양이다.

자기도 모르게 그 얼굴에 어린 감정을 읽어낸 알베르트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사무치는 그리움에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다. 그래도 눈앞의 존재는 아가씨가 아니다. 다시 눈물이 흐를 것만 같다. 알베르트는 두 눈을 감았다. 설령 가짜라고는 해도 더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이제 그만하시죠. 평상시의 아가씨는 절 알베르트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

이것이 꿈이라는 걸, 알베르트는 자각했다.

그리고 알베르트는 눈을 떴다.

그곳은 눈부신 공간이었다. 밤하늘의 별을 그대로 갖다 놓은 것 같은 환상적인 장소다. 알베르트의 시야가 닿는 공간은 끝없이 펼쳐나가고 있었다. 별똥별이 떨어지고, 아름다운 달이 어둠을 몰아내는 공간. 발아래로 은하수가 흘러간다. 별의 바다 안에는 검은 로브로 몸을 가린 소년이 있었다.

“그래. 제법 눈썰미가 좋구나, 그대여. 바보는 아닌 것 같아서 안심했다.”

“다시 한 번 묻죠. 당신은 누구입니까?”

침착하게 묻는 알베르트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어려 있었다.

아가씨와의 소중한 추억이 더럽혀진 것 같은 기분이다.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었다.

“음, 혹시 이 몸이 자네를 화나게 만든 건가?”

동자의 모습이 바뀐다.

작은 체구가 아름다운 은빛의 여성으로 변했다. 유피에르 바토리다. 현시점의 그녀가 아니다. 키는 물론이고, 가슴과 몸이 좀 더 성장한 그녀는 알베르트 기억 속에 있는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럼 이 모습은 어떤가? 조금 괜찮은가?”

“······.”

“흠, 기뻐할 줄 알았다만··· 알았네.”

한 번 더 그 모습이 바뀐다. 이번에는 주근깨가 인상적인 붉은 머리를 한 여인이다.

저택의 참사 이후 고향으로 은퇴한 노아의 모습으로 변한 존재는 입을 열었다.

“안녕하신가, 천칭의 선택을 받은 자여. 이 몸과 그대의 만남은 예견되어 있던 것. 이것 또한 정해진 인과로구나.”

“천칭을 알고 있습니까?”

“응? 물론 알고 있다마다. 자네가 아는 것보다도 훨씬 많이 말이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알베르트는 천칭을 찾았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그 존재가 느껴지지 않았다.

“걱정하지 말게나, 그대여. 천칭은 이곳에 간섭하지 못한다네. 여기는 나의 세계. 앞뒤 꽉 막힌 그 녀석이 끼어들 틈은 없지. 하오니, 그대가 원하는 물음을 얼마든지 입에 담아도 상관없네.”

안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알베르트는 꺼림칙하지만, 눈앞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물어보겠습니다. 당신은, 누굽니까?”

“이 몸은 세계를 대변하는 일곱 개의 의식 중 한 좌를 차지하고 있는 고귀한 자, 쌍둥이다.”

그 입가에 익살스러운 웃음이 그려졌다.

천칭과 같은 성좌. 생각지도 못한 말에 머릿속이 따라가지 못한다.

당황한 알베르트를 내버려 둔 채 쌍둥이는 아리시엘의 모습으로 변했다.

“말은 이렇다 저렇다 하지만, 자네는 이 모습을 볼 때 가장 편한 상태가 되는군. 자,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곧 이 몸의 반신이 돌아오겠지. 그 시간 동안 빨리 물어보는 편이 좋을 거야.”

“무얼 말입니까?”

“그대가 생각하는 것. 그래, 그대가 얻고 싶은 답이 있다면 빨리 물어보는 게 좋을 거야. 혹시 아는가? 장난을 좋아하는 이 몸이 답을 알려줄지.”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알베르트는 일단 상황부터 파악하기로 했다.

“저는 라피엘을 구하기 위해 사희와 검을 맞댔습니다. 사투는 어떻게 된 거죠?”

“아둔한 질문에는 대답할 필요를 못 느끼겠구나. 달의 힘도 이것이 마지막이다. 이 몸이 이 곳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다네. 정말로 그게 자네의 물음인가?”

환상적인 공간이 움직인다. 별빛이 사라지고 그리운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 순간, 쌍둥이는 테이블을 앞에 둔 채 앉아 있었다.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향은 허브차다. 아가씨가 좋아했던 찻잎이다. 홍차를 좋아했던 유피와는 다르다. 그녀는 달달한 향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알베르트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달랬다. 쌍둥이가 왜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재현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변신한 그 사람의 인생을 살아온 것처럼 말이다.

차를 한 모금 마신 쌍둥이는 말했다.

“이 몸은 천칭과는 다르다네. 재미만 있다면 그대가 원하는 걸 알려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이것은 기회다. 마른 침을 삼킨 알베르트는 입을 열었다.

“제가 아가씨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그대가 하기 나름이다.”

“······.”

맥 빠지는 대답이 돌아왔다.

“너무 노골적으로 실망하는구나. 그 건에 대해서는 천칭이 말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 결과를 비틀고자 한다면, 막대한 힘이 필요할 뿐이다. 가령 예를 든다면 말이지.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규격 외의 힘 같은 게 말이다.”

쌍둥이의 말은 결국 우직하게 힘을 쌓으라는 것 같다. 우회할 수 있는 길은 없다.

그저 묵묵히 그 길을 나아가서 답을 얻으라는 걸까.

“걱정하지 말게나. 천칭이 그대와 함께하는 한 운명을 비트는 건 가능할 테지. 자, 다른 질문은 없는 거냐?”

“천칭은 자신이 성좌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자신을 성좌라고 밝혔죠. 묻겠습니다. 성좌라는 게 대체 무엇입니까?”

이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만든 건 눈앞의 쌍둥이다.

성좌는 단순한 마법 같은 게 아니다. 알베르트는 뒤늦게나마 그 사실을 깨달았다.

의지를 갖고, 세계의 변화를 다루고, 기적과도 같은 힘을 손에 쥐고 구사했다.

말하자면,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존재다.

알베르트의 물음에 쌍둥이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성좌라는 건 세계를 대변하는 일곱 개의 의식을 말한다네. 어느 곳에나 존재하지만, 그저 순리대로 흘러가는 순환의 자리. 우리를 관측할 수 있는 자가 나타난다면, 그 시점에서야 의지를 갖고 활동하는 것이 가능하지.”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대는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대는 이해할 수 없어. 천칭을 관측한 건 자네가 아니라 아리시엘 루드비히라는 인간이니까. 자, 이제 시간이 없구나. 마지막이 될 것 같은데, 더 궁금한 건 없는 거냐?”

“유피!”

쌍둥이는 끝을 고한다.

알베르트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유피에르 바토리는 살 수 있는 겁니까?’

“······.”

조금 의외라는 듯, 쌍둥이는 두 눈을 깜박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입가에 순수한 웃음이 맺혔다.

“호오. 그런가, 그대는 그 반쪽짜리 황녀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구나. 이 몸의 대답은 똑같다. 유피에르 바토리의 운명은 그대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겠지. 솔직하게 말한다면, 나는 아리시엘 루드비히보다 그녀의 운명이 더 궁금하다네. 흑이냐, 백이냐. 혹은 어느 곳도 선택하지 않은 그녀는 회색이 될지도 모르지. 그렇군. 유피에르 바토리를 구할 수 있다면, 아리시엘 루드비히의 운명은 자연히 따라올지도 모르겠어.”

“그게 무슨 말입니까?”

“루미에르 교의 성녀를 찾아보게나. 혹은 이신설교(以神設敎)의 선녀(仙女)를 찾아가게. 그녀들이라면 자네의 의문에 대답해줄 수 있겠지. 물론 사실 그대로 말해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가씨의 모습을 한 쌍둥이는 간드러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 천칭의 선택을 받은 자여. 노력하고 또 노력하세. 그대가 발버둥 칠수록 운명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고 돌아갈 테니.”

이제 쌍둥이의 웃음은 잔악하게 변해있었다. 그 입가에서 감당할 수 없는 광기가 엿보였다.

아가씨는 결코 저런 웃음을 짓지 않는다.

알베르트는 눈앞의 존재가 덜컥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쌍둥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원의 입구에서 로브로 몸을 가린 아이가 이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 발길을, 알베르트는 잡을 수 없었다. 쌍둥이는 그를 돌아보지 않는다.

유유자적하게 서로를 향해 걸음을 옮긴 둘은 마치 노래하듯이 중얼거렸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별의 방관자.”

“그저 이 무료함을 달랠 길을 찾을 뿐이지.”

“하지만 가끔은 부럽구나.”

“천칭처럼 우리를 관측할 수 있는 자가 나타난다면”

두 목소리가 하모니를 이뤘다.

“이 성좌의 자리를 잠시 비우고, 유희를 즐기는 것이 가능할 터인데 말이야.”

연극의 막이 내리는 것처럼, 저택의 후원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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