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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천마의 무덤(3) (35/200)

 # 35

천마의 무덤(3)

“여기는···.”

알베르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수없이 많은 산맥이었다.

산맥을 넘어서 산맥, 곳곳에서 솟아오른 봉우리의 수는 한두 개가 아니다. 마치 하늘과 닿을 것처럼 높게 치솟은 봉우리와 그 위를 덮고 있는 안개. 자연의 위대함이 느껴지는 경관이다. 끝없는 대산(大山)을 살펴보던 알베르트는 산맥 안쪽에 구조물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기가 정상인 모양입니다.]

‘내 생각도 그렇네.’

천칭과 의견이 일치한 알베르트는 나무 위를 뛰어넘었다.

앞을 가로막는 나뭇잎은 방해 거리가 되지 못한다. 내공을 두른 몸과 맞닿은 나뭇가지는 맥없이 떨어졌다. 풍경이 휙휙 넘어간다. 그저 나무만이 계속 이어지는 산이다. 마물은 고사하고, 흔한 산짐승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것에 알베르트는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산을 오르던 그는 한 구조물을 보고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그건 낡은 산문(山門)이었다.

산문 앞에는 한 비석이 꽂혀 있었다. 구시대의 무림맹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것처럼, 비석에는 이곳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天魔神敎.

“그런가.”

알베르트는 시선을 들었다. 아무도 없었던 산문으로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헤지고 빛바랜 푸른 옷으로 몸을 가린 앙상한 망자들. 그 얼굴은 놀랍게도 천편일률적이었다.

[마스터.]

“알고 있네.”

알베르트는 검을 뽑았다. 자신을 둘러싼 망자들은 그의 눈에 익숙한 존재였다.

일찍이 3차 전쟁이 일어났을 당시 마족의 선봉에 서 있던 이들이다.

알베르트가 지하에서 봤던 망자들과는 다르다. 분명 라피엘은 이들을 가리켜 강시라고 불렀다. 망자와 강시는 다르다. 하지만 망자의 끝이 강시라는 걸 알베르트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된 거였군.”

[그렇군요, 마스터. 유피에르가 행하던 의식은 망자들이 강시로 떨어지는 걸 피하기 위해서였군요. 저주라···. 재밌군요. 죽어서도 그 형벌을 피하지 못하고 현세에 묶여있어야 한다라. 그야말로 마왕이 할법한 짓입니다.]

알베르트의 검에 검기를 둘렀다. 검사나 검강을 뽑을 필요는 없었다.

아직 이곳은 천마신교로 들어가는 입구다. 시작부터 내공을 헛되게 소모할 이유는 없었다. 아무리 알베르트의 내공이 많다고 하지만, 검강을 흩뿌리면 감당할 수 없었다.

강시가 알베르트의 지척까지 들어왔다.

한 녀석은 목을 노리고 누런 이를 들이밀었다.

한 녀석은 부패하기 시작한 손을 팔을 노리고 뻗어왔다.

알베르트는 녀석들보다 빠르게 검을 출수했다.

흩날리는 검기와 함께 주인을 잃은 두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피는 흐르지 않았다. 마치 모래와도 비슷한 피부 조각이 주변에 뿌려졌다.

머리를 잃은 두 강시의 육체를 무시한 채 알베르트는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경이적인 육체 능력에 의한 반동일까. 머리가 없음에도 대여섯 걸음 정도 나아간 강시들은, 그제야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조금 많이 죽여야겠구먼.”

산문 안쪽으로 보이는 강시의 수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알베르트의 검은 멈추지 않는다.

검집으로 다가오는 강시와의 거리를 재고, 검으로 마무리를 가한다. 검기는 강시의 단단한 육체를 뚫고 그대로 베어냈다. 몰려오는 강시는 어느 정도 인지가 있는 망자들과 다르다. 눈먼 인형에 가깝다. 의식 없는 언데드와 다를 게 없다.

초식을 펼쳐낼 필요는 없었다.

그저 묵묵하게 수련해온 기본기가 알베르트의 손에서 펼쳐졌다.

[이들의 내공은 흡수하지 못하는군요. 아무래도 성 지하에 있던 망자들이 특별했던 모양입니다.]

'혹은 이들이 강시여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

검기 아래 또 한 구의 강시가 쓰러졌다.

강시의 수가 거의 반절로 줄어들었음에도, 알베르트는 숨 하나 차오르지 않았다.

시더와 겨룰 때와는 또 다르다. 그 비무에서 얻은 심득이 알베르트를 또 한 단계 성장시킨 것일까. 착실하게 쌓은 힘은 지금 그 앞에서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이다. 좀 더 높은 경지를 추구해야만 했다.

[즐거워 보이는군요, 마스터.]

‘무엇이 말인가?’

[자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마스터는 무공에 기질이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전 마스터가 마법에 천부적인 자질을 가졌던 것처럼. 마스터는 무인이 천직인 것 같습니다.]

‘······.’

부정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강시를 베어내는 알베르트의 입꼬리는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올라가 있었다.

다가오는 강시의 목을 베어 넘긴 알베르트는 시선을 앞으로 던졌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강시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고의로 인해전술을 쓰고 있다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이 상태로는 나아갈 수 없다. 돌파하기로 마음먹은 알베르트는 제자리에서 발을 굴렀다.

순간적으로 얻은 추진력을 바탕으로 알베르트의 신형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반응이 늦은 강시의 목에 검집을 때려 넣고, 검으로 목을 잘라낸다. 자신이 죽었다는 걸 눈치챌 겨를도 없다. 뻗어지는 강시의 팔이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산문 안쪽으로 들어서자 강시의 모습이 바꿨다.

더는 맨손이 아니다. 얄팍하게나마 검과 창을 쥔 강시들이 눈에 들어왔다.

창을 앞으로 내민 강시는 무식하게 뛰어온다. 알베르트는 검집을 바로 쥐었다. 검집의 중간을 쥐고 닥쳐오는 창을 받아넘긴다. 무너지는 녀석의 뒷목에 검집을 가격하고, 동시에 들어온 다른 녀석의 창을 갈랐다.

안쪽으로 진입한 알베르트의 속도는 느려졌다.

무시하고 지나가기에는 창과 검이 걸린다. 어설프게나마 검기를 다루는 이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숨에 들어온 건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알베르트는 검사를 두른 검을 크게 휘둘렀다.

창천검법 5장

쇄천

검사와 맞닿은 강시들이 단번에 갈려 나갔다.

주변을 정리한 알베르트는 계속해서 전진했다. 올라오는 알베르트를 보고 한 강시가 종을 울렸다. 산 전체에 무거운 종소리가 울렸다. 두세 번 울리던 종은 이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종이 떨어진 것과는 별개로 알베르트의 움직임은 거칠어져 있었다.

아무리 내공이 신체를 강화한다지만, 사람보다 단단한 강시의 육체를 수없이 베어 넘기는 건 무리가 있다. 팔에서 아릿한 통증이 올라온다. 몸이 주는 작은 경고를 무시한 채 알베르트는 검을 휘둘렀다.

키릿!

검사가 막혔다. 강시의 검에 검사가 둘려있었다. 순간 움직임을 멈춘 알베르트의 얼굴 옆으로 창이 지나쳤다. 한 움큼의 머리카락이 찢기며 볼에 자상이 남았다. 피가 흩날렸다. 방심했다. 한 박자만 늦었어도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다. 등골이 차가워진 알베르트의 검에서 검강이 뿜어졌다.

창천검법 3장

순살

신속의 발도. 빛이 번뜩였다. 강기가 흩뿌려졌다.

알베르트 주변에 있던 강시들의 몸이 부르르 떠는가 싶더니,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다.

작열하는 검강을 본 탓일까, 다가오던 강시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숨을 돌린다. 호흡을 갈무리한 알베르트는 검을 털었다.

[돌파하실 수 있겠습니까?]

‘도전은 해봐야겠지.’

이 침입을 도발로 받아들인 건지. 어느새 주변에 몰린 강시들의 무기에는 하나같이 검사와 검기를 두르고 있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로 위험하다. 활로를 뚫고 도망치는 것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건 무리다. 어찌어찌 이것들을 처리한다 해도 안에는 얼마나 많은 강시가 있을지 모른다.

알베르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그는 입구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 천마신교의 구조물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산을 다 오르자마자 그곳에 본거지가 있지는 않을 터.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마스터, 누군가 옵니다.]

알베르트를 둘러싼 채 자리를 지키던 강시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그 사이에서 왕처럼 한 망자가 걸어 나왔다.

짐승의 가죽을 두른 망자는 자신의 몸보다 큰 도를 들고 있었다.

붉디붉은 눈이 알베르트를 응시했다.

무미건조한 그 눈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알베르트의 주변이 얼어붙었다.

어두운 공간에 혼자 떨어진 것 같은 이질감이 급습했다.

뾰족한 수천 개의 바늘이 몸을 찌르는 착각. 무형의 기운이 알베르트의 몸을 옥죄었다.

움직일 수가 없다. 팔도, 다리도. 모두 자신의 몸이 아닌 것 같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알베르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망자를 바라보았다.

망자는 성의 지하에서 봤던 망자처럼 볼품없는 모습이었다.

다 썩은 내장이 바깥에 드러나 있다. 발라내다 만 생선의 살처럼 뼈에 붙은 살점이 덜렁거렸다. 망자의 본체는 뼈가 아니라 그 몸을 덮은 가죽처럼 보일 정도다.

검은 곰 가죽. 두개골 위에는 흉악한 곰의 얼굴이 알베르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 입이 열릴 것 같다.

곰의 이빨 아래에서 알베르트의 목은 힘없이 끊어지리라.

그건 환상 같은 게 아니다.

곰이 두 눈을 뜨고, 입을 벌렸다.

침이 떨어지는 이빨이 알베르트를 향해 마수를 드러냈다.

[마스터!]

“···!”

천칭의 부름에 알베르트는 깨어났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어먹고 있었던 건지, 그는 황급히 호흡을 재개했다. 두 손은 바닥을 짚고 있었다. 그제야 자신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두 손이 파르르 떨린다. 다리는 이미 명령을 거부하고 풀려 있었다. 기분 나쁜 식은땀이 전신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전신의 내공을 다 소모한 것 같은 탈력감이 밀려왔다.

조금 전에 그것은 뭐였지?

어째서 환각을 보고 있었던 거지?

의문이 의문의 꼬리를 문다.

그러나 답은 나오지 않는다. 답을 낼 시간조차 눈앞의 망자는 주지 않았다.

천천히 걸어온 망자는 어느새 알베르트의 앞에 서 있었다.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시계에 들어오는 건 뼈뿐인 망자의 발이다. 그림자가 진다. 그가 등에 메고 있던 도다. 그 도가 사형을 집행하는 것처럼 하늘로 치솟았다.

꼭대기에 달한 도가 빛을 반사한다.

내려앉는 빛. 알베르트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위로 단두대가 떨어졌다.

쿵!

“······.”

알베르트의 머리는 아직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망자가 베어낸 것은 그의 머리가 아니다. 알베르트의 머리카락. 검붉은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잘라냈다. 흩날리는 검붉은 머리카락을 본 망자의 눈에 이채가 돌아왔다. 빛이 돌아오고 성대조차 남지 않은 목을 타고 마치 사자가 울부짖는 소리(獅子吼)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에, 알베르트는 간신히 눈이 뜨였다.

[상정 외의 괴물입니다. 일단은 자리를 피하죠, 마스터!]

천칭의 경고에 응한다.

알베르트의 실력으로는 이길 수 없는 상대다. 그러나 몸을 돌릴 수가 없다. 그것은 직감에 가까웠다. 여기서 등을 보이는 순간, 망자의 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알베르트를 베어낸다. 피할 수 없다. 보법이 문제가 아니다. 놈의 움직임은 알베르트의 전력을 상회한다. 어떤 방법을 떠올려도, 망자의 도에서 벗어나는 수는 보이지 않았다.

무미건조한 시선이 알베르트를 향했다. 감정이 깃들지 않은 눈. 아니, 다르다. 그 안쪽에 담긴 감정은 고요함이 아니다. 모든 것을 불태울 것 같은 화마가 그 안에 잠들어 있었다.

이곳의 군림자가 알베르트를 보고 분노하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강자다. 그 눈에 비친 자신은 약자다.

그저 도를 뻗고 짓누르면 사라지는 건 알베르트다.

그런데 망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망자가 든 도에서 실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퍼진 실은 곧 강기의 형태를 취했다.

도강. 너무나도 손쉽게 도강을 펼쳐낸 망자는 그 끝을 알베르트에게 향했다.

검을 들어라.

녀석의 시선이 말하고 있었다.

네가 무인이라면 검을 들어라.

강자의 부름에, 알베르트의 피가 끓어올랐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시끄러운 천칭의 목소리를 한쪽으로 집어넣었다.

지금은 천칭이 간섭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안 됩니다, 마스터. 부탁입니다. 여기서는 도망치는 게···.]

천칭의 목소리를 막는다.

그는 이 자리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행인을 보고 짖는 번견(番犬)에 불과했다.

주인의 의사에 반하는 번견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생각할 가치도 없었다.

알베르트의 내공은 주인의 의지에 답했다.

아가씨의 유산을 부정하듯이, 천칭의 자율의지를 옭아매었다.

이윽고 정적이 찾아왔다.

알베르트는 숨을 내뱉었다. 잡념은 버린다. 생각할 것은 눈앞의 망자와 검을 섞는 일. 그 외의 쓸데없는 사고는 필요 없다. 내공을 신체 내부로 돌린다.

두근, 하고 심장소리가 울렸다.

두근두근, 하고 살아있다는 것을 주장하듯이 뛰어오른다.

그 속도는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마치 유피에르를 처음 봤을 때 같다. 앞으로 일어날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흥분이 알베르트의 몸을 지배했다.

일전을 앞두고 몸의 상태를 확인했다.

몸의 상태는 좋지 않다. 최상의 컨디션을 100이라고 잡았을 때 많이 주어봤자 8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내공의 소모도 만만치 않다. 의지를 벗어났던 몸은 다시 대답해준다. 그렇다면 괜찮다.

자신은 무인이다. 강자와의 싸움은 바라던 바다.

반복된 수련으로 굳은살이 박인 손은 검을 쥐었다.

전력을 발휘한다. 후에 있을 폭풍은 생각하지 않는다.

알베르트는 땅을 박찼다.

추진력을 바탕으로 몸무게를 실은 검이 망자의 가슴에 떨어졌다.

망자는 도를 들었다. 넓은 면과 부딪친 검은 맥없이 튕겨 나갔다. 도강에는 흠집 하나 보이지 않는다. 견제의 의미로 든 검집은 부패 중인 손에 잡혔다. 손이 입을 다물었다. 검집은 맥없이 부서졌다.

그 틈을 노린 알베르트의 검이 망자의 목을 베었다.

망자의 앞니에 검강이 가로막혔다. 손이 다가왔다. 크게 휘둘러진 손을 피한 알베르트는 녀석의 도를 밟았다. 튀어 오른다. 타점을 높인다. 노리는 곳은 머리다.

창천검법 1장

자추

극점을 노리는 찌르기를, 망자는 피하는 것도 귀찮다는 듯 손을 들었다.

끼릭, 하는 소리가 울렸다. 뼈밖에 남지 않은 손등에 알베르트의 자추가 막혔다. 손바닥 안으로 들어온 검강을 본 망자의 입이 크게 열렸다. 목이 부풀어 오른다. 알베르트는 내공으로 귀를 보호했다.

크어엉!

사자후가 지척을 흔들었다. 청각을 보호했을 터인데, 심후한 내공이 알베르트의 내공을 뒤집어 놓았다. 귓가에서 이명이 울렸다. 한 줄기의 피가 귀에서 흘러내렸다. 피를 닦는 우는 범하지 않는다. 그런 여유는 없다. 망자의 도는 알베르트를 향하고 있었다.

단두대가 떨어진다.

피하지 않는다. 도를 튕겨내고, 다음 수를 취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알베르트는 자신의 생각이 얕았음을 깨달았다. 떨어지는 도강은 받아낼 수 없다. 마치 태산이 눈앞에 있는 것 같다. 위대한 자연의 비경이다. 전신의 내공을 끌어 모은 알베르트는 검에 쏟아부었다. 검강의 면이 무식하게 부풀어 올랐다. 우웅, 거리는 검명이 발하는 것과 동시에 망자의 도가 떨어졌다.

“큭!”

일합.

도를 받아낸 알베르트의 검강에 금이 생겼다. 깨지지 않은 것이 기적이다. 그래도 일격을 받아냈다. 반격의 기회를 찾는다. 검을 회수한다. 출수하기 위해 틈을 모색하는 알베르트의 눈에 태산이 보였다.

뭐?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떨어진 도는 자비 없이 알베르트의 검을 갈랐다.

망자의 모습이 멀어졌다.

“···!?”

등에 달리는 충격에 호흡이 멎었다. 빠르게 기침을 토해낸 알베르트는 호흡을 되찾았다. 순간 상황 파악이 안 된 머릿속이 제자리를 잡았다. 당했다. 어떻게? 도가 한 번 더 휘둘러졌다. 그게 말이 되는가? 그 일격을 준비 자세도 없이 펼쳐냈다는 건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녀석은 펼쳐냈다.

입안에 고인 피를 뱉어냈다. 가슴이 욱신거리지만,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다. 늑골 부분에서 올라오는 통증을 외면한 채 알베르트는 다시 검을 들었다.

전의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 뜻을 받아들인 망자는 알베르트를 향해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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