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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40화 (14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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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

    이른 새벽의 어촌은 고요하다. 어부들은 아침 일찍 어선을 타고 나가기 때문에 어촌의 밤은 빨리 찾아오고, 그 만큼 밤의 침묵은 일찍 찾아오지만. 그 만큼 아침도 일찍 찾아온다.

    아직 해가 뜨려면 한참 남은 시간.

    어부들은 바다에 뿌려놓은 그물들을 다시 회수하기 위해서 바다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씨팔, 이건 뭐야?!"

    이번으로 회수한 그물은 다섯개 째이지만. 물고기 한 마리 걸리지 않는다. 물론,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다는 것 자체가 많이 잡힐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지만. 코딱지만한 크기의 어린 물고기 한 마리 잡히지 않고 빈 그물이 올라오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불길한 마음을 애써 미루고. 어부들은 여섯번째의 그물을 다시 걷어올리기 시작햇다.

    이번에는 무언가가 잡혀있다. 그들은 당기는 그물에서 느껴지는 무게에 그렇게 확신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다른 그물들에서 걸려야 할 것들이 이 그물에 다 걸린 모양인데.

    어부들의 이마에 땀이 맺히고, 팔뚝의 근육들이 꿈틀거리면서 천천히 그물을 끌어올린다.

    거기에는, 확실히 무언가가 걸려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물 속에 걸려있는 거대한 무언가를 보고 어부들은 입을 쩍 벌렸다.

    "이게...?"

    사람 머리보다 약간 더 큰 크기의 문어가, 한 두마리도 아니고. 수십 마리나 그물을 붙들고 있었다. 문어들은 끊임없이 꾸물거리고 있었다. 어부들은 조심스럽게 램프를 가져가서 그 물체들을 비춰보았다.

    눈처럼 새하얀 색의 문어였다. 그리고, 가느다랗게 비추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문어의 머리통에 달려있는 눈동자들이 시뻘겋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반, 이런 녀석을 본 적이 있수?"

    어부들은, 그들 중에서 가장 배태랑인 중년에게 말을 걸었고. 이반이라고 불린 중년도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이런 문어는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어!"

    그 때였다. 문어들 중 한 마리가 꾸물거리면서 갑판 위를 기어가다, 한 선원의 머리통을 향해 뛰어오른 것은.

    "으븝?! 으끄흐으그으으으읍!?"

    문어의 다리들이 남자의 머리통을 휘감았다. 그리고, 문어의 다리들이 남자의 눈, 코, 귀 입을 가리지 않고 머리에 달려있는 모든 구멍 속으로 다리를 밀어넣기 시작한다. 남자의 눈이 허옇게 돌아가고, 벼락이라도 맞은 것 처럼 그가 펄떡거리며 꿈틀댄다. 그것은, 배 위에 있는 모두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축축하게 미끈거리는 문어의 다리들이 몸 속으로 밀려들어가고, 눈이 뒤집어진다. 잠시 뒤에, 머리에 있는 구멍 속에서 시뻘겋게 피로 물든 다리들이 주르르르 빠져나온다.

    그리고, 문어의 아래에서 거대한 입이 열리고...

    눈이 뒤집어진 사람들의 머리를 그대로 자신의 몸 속으로 집어삼켰다.

    아직 해가 밝지 않은 어두운 새벽. 자그마한 램프 불 아래의 어선 안에서는. 으지직, 으지직 하는 무언가를 씹어서 부수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새하얀 문어의 색깔이 시뻘겋게 물들기 시작한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문어의 다리들은 믿을 수 없는 힘으로 자신이 머리통을 먹어치운 시체의 몸 속으로 박혀들어간다. 팔과 다리에 문어의 다리가 박혀들어가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쓰러진 시체들이 다시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자신의 머리를 시뻘겋게 물든 문어 머리통으로 대신한 채로. 그들은 일제히 바다로 뛰어들었다.

    문어가 조종하는 시체들은, 바다를 헤엄쳐서 한 때 자신들의 집이었던 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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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정대로, 우리는 구슬을 가지러 가는 길이었다. 항해는 바다의 날개가 항상 그렇듯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구슬이 있는 섬은 이제 하루 정도의 항해를 더 하게 된다면 도착할 예정이었다.

    근데...

    바다가 미쳤다! 그렇게 밖에 말할 수가 없다!

    이 바다는 미쳐있어. 뭐야 도대체?!

    바다 아래에서 해류들이 마치 수천마리의 뱀들처럼 꿈틀거리며 서로 얽히고, 다시 흩어졌다가 얽힌다. 그 해류의 움직임에 따라서 해수면 위가 미친년 널 뛰듯이 펄쩍펄쩍 뛰고. 덕분에 유래없을 정도로 바다의 날개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야 이 새끼들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최대한 균형 잡아!"

    바다의 날개가 잠깐 공중에 부웅, 하고 던져졌다가 다시 해수면으로 착지하면서 미친듯이 흔들린다!

    "레이먼드, 전방에 파도, 높이 10미터 정도다!"

    미나의 외침에 나는 그걸 확인하고는 조타륜을 꺾고, 러셀의 검을 돌려 바다의 날개의 속도를 줄이면서 외쳤다.

    "좌로 1.5초 갈기고, 그대로 모두 뒤쪽으로 갈겨!"

    동시에, 바다의 날개가 쭈욱 미끄러지면서 방향을 확 틀고. 그대로 쏘아져 나가면서 밀려오는 파도를 가까스로 피한다. 눈이 정신없이 움직인다.

    나는 눈 앞에 급작스럽게 생겨나는 흔들림이나, 해류를 파악하고 미나는 더 멀리에서 다가오는 위협들을 나에게 말해준다.

    등 뒤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이전까지 만났던 것들은 애들 장난 같은 수준인데. 이건 암초만 없는 길로틴 섬이잖아!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미나가 멀리에 생겨난 커다란 소용돌이 두 개와 집채만한 파도 하나를 지적하고, 나는 바다의 날개 주변에 멋대로 생겨나는 소용돌이와 배의 멱살을 잡고 뒤흔드는 해류들 사이를 빠져나간다.

    씨팔... 멀미날 것 같은데!

    "미나! 섬 안보이냐!?"

    나는 지금 그걸 확인할 정신이 없어! 나의 말에 미나가 고개를 돌려서 슬쩍 한 번 확인하고는 말했다.

    "보이기는 하는데, 아직 멀어!"

    ... 나는 재빠르게 주변을 확인하고, 무슨 거인의 손바닥처럼 이쪽을 향해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확인했다.

    가보자. 나는 러셀의 검을 끝까지 돌려놓은 상태로 선원들에게 외쳤다.

    "가속한다! 물대포 멈추지 말아라! 몸이 붕 뜨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지도 모르는데, 기분 탓이니까 그냥 계속 물대포나 갈기고 있어!"

    바다의 날개에서 발사되는 물줄기들이 길게 날개 모양으로 뻗으면서 배를 가속시키고, 눈 앞에서 괴멸적인 소리를 내며 이쪽으로 짓쳐들어오는 파도를 보며 나는 아하하 하고 웃었다.

    "씨팔... 이거 말고는 방법이 없겠어."

    그대로, 이쪽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수직으로 바다의 날개가 타고 올라간다.

    파도의 가장 높은 지점에 도착하자, 바다의 날개가 공중으로 붕 날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몸이 살짝 떴다가, 바다의 날개가 해수면에 부딪치면서 그대로 무릎을 타고 강한 충격이 전해진다. 나는 선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걸 보고 외쳤다.

    "씨팔, 사람 말이 안들리냐!? 존나 쏘라고, 이 성병걸린 갯강구 새끼들아!"

    잠깐 뒤에 다시 바다의 날개가 물대포를 뿌리면서 위태롭게 움직인다.

    이게 무슨 소용돌이랑 진삼국무쌍을 찍는 것도 아니고... 지금 거의 50개는 피한 것 같은데!

    아니, 탄막슈팅 같은 기분이다! 한 번 실수하면 좆되는!

    섬에 가까워 지기 시작하자. 다시 파도들이 가라앉기 시작하고. 나에게도 조금 여유가 생겼다.

    "미나?"

    나의 부름에 미나가 바짝 굳은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나를 본다. 이유는 나도 알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부른거 아니다. 나는 픽 웃으면서 말했다.

    "하늘 보이냐?"

    그 말에 미나가 멍하니 하늘로 눈을 향했고.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갑판 아래에서, 마리아와 선원들도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검은색 먹구름으로 가득하던 하늘이 검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다. 태양은 검게 빛나고, 짙게 깔려있던 구름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피처럼 붉은 하늘과, 검은색으로 빛나는 태양.

    예전에 이런 상황 한 번 본 것 같은데 말이지.

    시팔. 코를 미리 막아놓아야 하나.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바다는 녹색으로 물들거나 하지 않았고, 우리는 잔뜩 긴장했던 얼굴을 조금 풀면서 숨을 내쉬었다.

    "... 안심해도 되는 건가?"

    미나가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봤고, 나는 이전에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른바 콧물 덩어리와의 사투.

    "그거 참..."

    이라고 쓰게 웃으면서 바다를 바라보던 미나의 표정이 그대로 확 굳었다.

    "레이먼드, 차라리 그게 나은 것 같다!"

    나는 그 말에 미나가 바라보고 있는 쪽을 확인하고 그대로 입을 열었다.

    "이런 씨발... 젤나가 맙소사!"

    바다의 날개와 섬 사이에, 소용돌이가 하나 생겨 있었다.

    하나의 소용돌이인데. 마치 악마 새끼가 아가리라도 쩍 벌리고 바닷물을 탐욕스럽게 쳐먹는 것 처럼...

    그 크기가 왠만한 작은 섬 하나가 통째로 삼켜질 크기다!

    배가 그 거대한 소용돌이 쪽으로 빠르게 끌려가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유속을 계산해 보았다.

    아니, 아니! 나는 러셀의 검을 돌리고 선원들에게 비명섞인 소리로 외쳤다.

    "물대포 잡아아아아아아아!"

    유속 계산이 안된다, 점점 빨라지고 있어! 심지어 빨라지면서 저 거대한 소용돌이의 아가리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뭔데 지금 이 상황은, 하늘에서 메테오 떨어져서 바다에 구멍이라도 뚫어놓은거냐?!

    길로틴 섬에서 쓰던 소용돌이와 함께 빙빙 도는 방법은 포기다. 아마 도는 속도보다 저 구멍이 커지는 속도가 더 빠를거다! 나는 그대로 배를 뒤로 돌린 다음에 최선을 다해서 소용돌이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소용돌이가 등 뒤에서 크크크크크크크극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느리게나마 충실하게 바다의 날개는 소용돌이에서 멀어지고 있었지만....

    점점, 소용돌이의 세력권 안 쪽으로 바다의 날개가 포함되기 시작한다. 바다의 날개가 조금씩 방향이 틀어지면서, 소용돌이의 멱살에 붙잡힌 채로 조금씩 뒤로 밀려나가기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어릴 때 탑블레이드 재미있게 봤었는데...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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